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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Insight]1980∼2010년 시간여행
[7호] 2010년 11월 01일 (월) 마르크 슈발리에 economyinsight@hani.co.kr

마르크 슈발리에 Marc Chevali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업 담당 기자

   
▲ “여자는 골똘히 집중하고 있었다. 소매는 짧게 걷어붙이고 머리는 높이 올려 묶은 채 벌써 몇 시간째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오브리법 덕분에 그녀는 매일 몇 분의 노동시간을 획득했다. 더불어 자유도 얻었다. 발랑스시 인근 산촌마을 출신인 그녀가 말이다.”-레이몽 드파르동(드롬, 1990년)

 1989년 11월21일 베를린장벽이 붕괴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르노는 비양쿠르 스갱 섬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과거 프랑스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르노 스갱섬 공장. 노동자 계급투쟁의 산실이던 이 공장은 끝내 노동자 해방을 표방한 체제하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이 사건은 노동자 세계에 드리워진 변화를 의미했다. 1980년 이후 노동자는 멸종까지는 아니었지만,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정체성의 변화를 겪었다.
 변화의 시발점이 된 것은 1973년 경제위기였다. 이때부터 증가 일로에 있던 생산직 고용에 돌연 제동이 걸렸다. 섬유산업·광업·철강업·자동차제조업 등 그동안 노동자가 대거 포진한 부문에도 속속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휘몰아쳤다. 프랑스 북부와 동부에 집중된 산업 일터가 하나둘 문을 닫았다. 지역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했다. 생산성 향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산업현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포드주의 시대의 철제로 지어진 대형 공장에서 점차 노동자의 모습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노동계급의 양극화

 노동계급은 과거처럼 가장 수가 많은 사회집단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멸종한 것도 아니었다. 2008년 노동자 수는 여전히 580만 명에 달했다. 이는 경제활동인구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하지만 이제 노동자는 대형 공장에서 일하지 않았다. 대신 대기업에 종속된 수천 개에 달하는 소규모 작업장이 그들의 일터였다. 한편 산업 생산 현장에서는 노동자 수가 점차 줄었다. 대신 노동자 대부분이 건축이나 수공업, 혹은 B2B(기업 간 전자상거래) 산업으로 이동했다. 이 새로운 조직에서 고용주는 발주자인 고객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비중이 약화됐다. 노동자는 더 이상 직접 원료 가공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기계를 조종하거나 관리하는 일, 제품을 취급·운반하는 업무에 참여했다. 생산직과 사무직 노동자의 구분도 모호해졌다. 생산직은 예전보다 자율성과 다면성이 더욱 요구됐고(물론 업무에 대한 압박감이 줄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비스직은 고객상담센터 직원의 예처럼 테일러식 산업논리(과업 중심의 노동자 통제관리)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노동계급으로서의 정체성, 다시 말해 동일한 이익을 추구하는 계급이라는 소속감을 약화시켰다. 노동자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 여러 제도도 힘을 잃었다. 노동자가 각기 이질적인 상황에 따라 분열된 탓에, 노동조합은 노동자 집단을 연합하는 데 점점 어려움을 겪었고, 공산당도 정치 무대 뒤쪽으로 밀려났다. ‘영광의 30년’ 동안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노동자는 소비사회 진입에 성공했고, 중산층에 준하는 생활방식을 영위하게 됐다. 이들의 자녀도 예전보다는 비생산직에 진출하는 경우가 늘었고, 기존 노동자 조직과는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 결과 계급투쟁은 새롭게 형성된 전선에 가려 힘을 잃게 되었다. 대량실업은 노동자 간의 양극화를 심화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자와 고용불안이나 실업 문제를 겪는 자로 노동자 계층이 나뉘었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계급은 기대수명이나 사회이동, 고등교육 접근성 등에서는 취약계층이었다. 이는 열악한 근로조건이나 악화된 노사관계의 영향도 있었지만, 부유층과의 소득격차 때문이기도 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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