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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실업인가, 계급실업인가
[Insight]1980∼2010년 시간여행
[7호] 2010년 11월 01일 (월) 카미유 도리발 economyinsight@hani.co.kr

 카미유 도리발 Camille Dorival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노동·사회 담당 기자

   
▲ “창문에는 ‘여기에 한 성난 실업자가 살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그는 분노에 젖어 있었다. <프랑스 앵테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나는 실업자고, 그 사실에 화가 치민다’며 성토하기도 했다. 그가 사는 곳은 파리15구였다. 상점이 죽 늘어선 흔해빠진 평범한 거리였다. 우리 곁으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사람들이 계속 쇼핑을 즐겼다. 그가 더 깊숙이 고개를 떨구었다.”-레이몽 드파르동(파리, 1998년)

 1973년 발생한 제1차 오일쇼크로 대부분의 선진국은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그 결과 실업률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프랑스에서는 1975년 3.5%에 불과하던 실업률이 10년 만에 9%로 급상승했다. 이때부터 아무리 높은 경제성장률이 달성돼도, 실업률은 좀처럼 7%대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마찰적 실업’을 감안하더라도 턱없이 높은 수치였다. ‘영광의 30년’(제2차 세계대전 이후 30년간의 경제호황기)이 막을 내리고, ‘가련한 30년’(프랑스 경제학자 니콜라 바브레즈가 출간한 저서의 제목으로 ‘영광의 30년’ 이후 이어진 30년 동안의 경제불황기를 의미)이 시작됐다.
 일시적인 경기 현상으로 여긴 실업이 구조적인 문제가 되었다. 이후 역대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갖가지 실업 해소책이 쏟아졌다. 대대적인 조기퇴직이 단행됐고, 각종 고용지원책이 이어졌다. 1990년대 초에 이르러서는 기업의 최저임금에 준하는 저임금 고용에 대해 사회부담금을 경감해줌으로써 시간제나 아르바이트 등을 활성화했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정부 수뇌부가 극심한 패배주의에 빠져들 정도였다. 1993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이내 “실업 해소를 위해 해볼 것은 다 해봤다”며 탄식을 금치 못했다.
 
 조스팽의 ‘대못’ 뽑은 사르코지

 하지만 남은 대책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1998년 리오넬 조스팽 정부는 지난 15년간 말만 무성했지 감히 실천에 옮기지 못하던 정책을 실시했다. 근로시간을 주당 35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오브리법’이 그것이었다. 목적은 근로시간을 분할해 일자리를 나눔으로써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는 데 있었다. 효과는 탁월했다.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의 직접적인 효과로 35만 개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됐다. 그뿐만 아니라 1997년에서 2001년까지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모두 200만 개에 육박했다. 하지만 주35시간제로 월급이 동결되거나, 생산성 향상에 대한 압박감이 커지는 등 병폐도 많았다. 그럼에도 2002년 정권 탈환에 성공한 우파는 곧바로 주35시간제 철폐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2007년에 이르러 ‘더 일하고 더 벌자’라는 공약으로 당선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추가근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주35시간제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착수했다.
 30년이란 세월 동안, 대량실업은 조금씩 ‘계급실업’으로 변모했다. 실업 문제는 특히 저숙련 노동자에게 집중됐다. 2008년 2년제 대학 졸업자의 실업률은 4.3%에 불과한 반면, 대학 졸업장이 없는 구직자의 실업률은 거의 13%에 육박했다. 비숙련 일자리가 대거 사양길로 접어든 탓이었다. 하지만 일부 고급 인력이 저숙련 일자리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 대학을 나오지 못한 이들이 점차 구직 행렬의 맨 뒷줄로 밀려난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저숙련 노동자의 장기 실업 규모는 한층 더 확대됐다. 하지만 2000년 초 들어 고령화 추세로 향후 완전고용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한편에서는 인력난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현 금융위기는 이런 기대를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실업난을 해소하려면 우선 정규교육이나 지속적인 교육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채용과 해고의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지난 30년 동안 프랑스에서는 노동 유연성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하지만 문제는 근로자의 경력 개발을 위한 제도적 안전망이 미비하다는 사실이다.


   
 
자크 프레시네(경제학자) 인터뷰

고성장이 아닌 시기에는, 반드시 대량실업에 직면하게 되는 것일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지난 30년 동안 프랑스에서 현저하게 실업이 감소한 때는 성장이 가속화한 시기뿐이었다는 사실이다. 몇몇 예외가 있지만 대부분의 서구 사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성장이 아닌 다른 성과 지표를 적용한 사회·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 낮은 성장률에도 노동능력을 100% 활용하는 것이 가능한 성장 모델도 고안해볼 수 있다. 현재 이런 방향의 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렇더라도 이런 개발 모델의 가능성에 대해 계속 숙고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성장 외에 다른 고용창출원은 없는가?
물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 국면에서는 대단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 직업훈련이 고급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면 고용창출원이 될 수 있다. 정부의 고용지원책도 경기침체기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 단, ‘횡재효과’(어차피 채용했을 인력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기업이 일방적으로 혜택을 얻는 현상)는 최소화해야 한다. 기업에 대한 사회부담금 면제 효과는 양면성이 있다. 하지만 어쨌든 저숙련 고용을 계속 유지하거나 새로 창출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노동시간 분할은 여전히 유효한가?
어느 때보다도 그렇다. 현 위기에서 보여준 독일의 예가 방증한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노동시간 양극화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모두가 전 생애에 걸쳐, 모든 종류의 노동활동(가사노동도 포함한)을 함께 분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해봐야 한다. 오늘날 가장 어처구니없는 일은 추가근로에 대한 대대적인 정부 지원과 함께, 부분실업에 대한 보상이 이중으로 존재하는 현실이다. 그뿐 아니라 집단 해고를 빌미로 기업이 근로시간 증가를 강제하는 것도 문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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