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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지배에 도전하는 소비자
[Insight]1980∼2010년 시간여행
[7호] 2010년 11월 01일 (월) 클레르 알레 economyinsight@hani.co.kr

클레르 알레 Claire Ale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소비부문 담당 기자

   
▲ “과거에 이곳은 아버지의 경작지였다. 사진에서 등을 돌리고 있는 아이는 다름 아닌 내 조카다. 요즘은 보졸레 지역의 포도 생산자도 이곳 빌프랑슈쉬르손 쇼핑센터로 쇼핑을 하러 내려온다. 옆에 바로 교도소가 붙어 있다. 사람들 얘기론 머지않아 멀티플렉스가 개장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들도 언젠가는 모두 허물어지고 더 큰 건물들이 들어설 것이다.”-레이몽 드파르동(빌프랑슈쉬르손, 1982년)

 1979년, 소니가 워크맨을 출시하다. 1980년, 프랑스 가정에 미니텔(Minitel·프랑스의 비디오텍스 및 전자우편 서비스용 단말기)이 보급되다. 1983년, 최초의 모토롤라 휴대전화가 미국에 등장하다. 이는 지난 30년간 이뤄진 대량소비 사회의 변천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신제품들이다. 전후 자동차, 세탁기 등 내구재 소비에 집중됐던 프랑스 가정의 소비 패턴은 더 비물질적인 새로운 욕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대형 유통업체도 제국의 확장에 나섰다. ‘소비지상주의’의 메카로 부르는 상가와 슈퍼마켓이 도시 주변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 바람에 몇몇 부촌 시내를 제외하고는 영세 소매상이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사라졌다.

1973년 오일쇼크로 인해 발생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대량소비가 지속될 수 있던 것은 구매력이 상승한 덕분이었다. 국민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1960년대부터 나타난 새로운 소비 패턴이 더욱 강화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계 예산 중 식료품비와 피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대신 주거비·교통비·의료비·취미생활비·통신비 등의 지출이 늘었다. 그렇지만 몇몇 필수품 구매 비율이 줄기는 했어도 주거비, 수도·전기·가스 이용료, 보험료, 금융비용 등 기타 고정 지출은 증가했다. 이는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한편, 휴대전화·인터넷 등 통신장비가 새롭게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계층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 생활실태조사연구소(CREDOC)에 따르면, 가계 예산에서 고정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빈곤 가정이 1979∼2005년 두 배가량 증가한 반면, 고소득층은 7%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프랑스의 소비수준은 경제위기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호조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급격하게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프랑스 생활실태조사연구소의 필리프 모아티 연구소장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소비의 위상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소비 위축은 “현재 나타나는 어떤 경향을 강화”할지도 모른다. 소비자는 오늘날 저가 상점의 제품이나, 대형 할인점이 자체 개발한 브랜드의 PB 상품을 애용하고, 웹서핑으로 값싼 제품을 찾아내는 등 ‘영리한 소비’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영리한 소비라 해도, 이 역시 대량소비를 위한 한 방편에 불과하다.

‘사려 깊은 소비’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동네 상점을 애용하고, 공정무역 제품이나 유기농 제품을 구매하고, 개인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직거래’를 이용한다. 이런 소비 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새롭게 재조명받고 있는 반소비운동과 맥을 같이한다. 또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소비하면서 소외층을 만들어내지 않을 것인가? 대표적인 예가 빈곤국가 국민이다. 이들은 당연히 남들과 같은 소비수준에 도달하고 싶어하지만, 전세계인 모두가 동일한 수준의 소비 생활을 누리는 것은 환상에 불과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에르베 캉프(환경전문기자) 인터뷰

어떤 점에서 소비사회가 불평등의 온상이 되고 있는가?
자본주의는 계속 물질 생산을 증대해왔다. 지난 30년간 부의 재분배가 불평등하게 이뤄졌다. 그 결과 지배층은 지난 100년간 전례 없는 막대한 재화와 자본을 축적했다. 또 지배층은 중산층이나 서민층이 자신의 운명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다시 말해 불평등을 근거로 한 사회질서에 반발하지 않도록, 환경을 위협할 정도로 과소비를 부추겼다. 소비는 결국 불평등의 공모자인 셈이다.

과소비는 계속될 수 있을까?
모든 환경지표에 의하면 생태계가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이상기후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파괴, 생태계 오염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에 따르면, 지난 8월21일 지구는 1년치 환경 예산을 초과했다. 한마디로 생태계의 자정력이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서구의 대규모 가계 부채에 기댄 경제가 작동을 멈췄듯이, 환경 채무에 기댄 세계경제도 오래 존속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래의 소비를 예상한다면?
낙관론자들은 앞으로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소비가 아닌 웰빙에 역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물질이나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에 따른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관계재도 증가할 것이다. 다시 말해 교육·문화·의료에서 농업·교통·친환경에너지시스템 등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이런 논리하에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고용 창출을 가능케하는 소비가 증가할 것이다. 앞으로는 덜 개인주의적이고 더 협력적인 사회가 되고, 물질 축적보다는 사회적 관계에 더욱 관심을 가진 사회가 될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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