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 Global Insight
     
도시의 확장과 파편화
[Insight]1980∼2010년 시간여행
[7호] 2010년 11월 01일 (월) 마뉘엘 도메르그 economyinsight@hani.co.kr

마뉘엘 도메르그 Manuel Domergu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정부대책 담당 기자

   
▲ “나는 지하철에서 내려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언젠가 즐겨 보는 영화 스타일이 바뀐 적이 있다. 밀라노와 로마의 도시 외곽지대를 담은 전후 영화들은 내게 자양분을 제공했다. 하지만 요즘 이런 곳은 전부 사라진 지 오래다. 빈곤층은 시내 중심부에서 멀리 밀려났다.”-레이몽 드파르동(퓌토, 1997년)

 1980년 4천만 명에 달한 프랑스의 도시인구는 2010년 5천만 명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도시인구 증가보다 도시 확대 속도가 빨랐다. 도시화는 매년 6만ha의 경작지를 야금야금 집어삼켰다. 최근 도시화가 다소 주춤거리지만, 여전히 확장 일로를 걷고 있다. 어떤 정책도 도시 확대를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도시 확장에는 주택난이 동반됐다. 인구 변화를 시의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 주택 정책이 화근이었다. 오늘날 이혼율 증가, 부모의 교대 양육, 고령화 등으로 인해 가정 형태는 축소되고 주택 수요는 증가했다. 이 때문에 주택공급량이 부족하다. 부동산 시장의 압력을 완화하려면 주택 100만 채를 더 보급해야 할 정도다.
 인구밀집 지역에서 발생하는 주택난은 공간을 둘러싼 과열경쟁을 부추긴다. 젊은 층과 서민층이 주를 이루는 도시 가정은 이 지역에 보금자리를 틀기 위해 때론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쏟아붓는다. 암암리에 소득수준에 따라 일어나는 인구분포는 사회학자 자크 동즐로가 말한 “3원화된 도시”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부유층이 도심을 떡하니 차지하는 대신, 중산층은 도시 외곽으로, 소외계층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서민지구의 임대주택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부유층, 도심을 점령하다 

 다른 유럽국에 비해 다소 약하지만, 프랑스에서도 도심의 주택 고급화(도심 재개발에 의해 저소득층 지역이 고소득층과 중산층에 의해 점유되는 현상)가 빠르게 진행됐다. 일단 재개발된 도심은 부유한 가정의 차지가 됐다. 중산층은 도시 외곽에나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1천만 명의 인구가 도시 외곽에서 살고 있다. 단독주택이 즐비한 이 지역은 도심에 비해 10배나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에 이동하려면 자가용이 필수다.
 1960년대 서민 임대주택을 위해 고층아파트 건설을 주도한 유토피아 건축은 이내 실패작으로 끝났다. 빈민촌을 없애는 데 일익을 담당한 서민 주택가의 성냥갑 같은 고층 건물들은 이제 경제위기와 건물 노후화로 인해 급속도로 주거민 계층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 주를 이루던 고숙련 노동자나 중산층 젊은 부부에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으로 주거민이 대거 물갈이됐다. 이런 슬럼화 현상을 막기 위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도시정책이 탄생했다. 이는 낙후 지역에 대한 ‘긍정적 차별’이라는 개념에 근거한 수많은 사회적 실험의 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초라한 성적표만 남겼고,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과거 정책을 무효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번에는 ‘주거환경 개선’이 서민지구 개발정책의 구호다. 도로, 하천, 보도, 건물 외관 등을 재정비함으로써 서민지구와 그곳에 거주하는 시민의 사회·지리적 소외 현실을 미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2010년 프랑스 도시의 주요 특성은 양극화 내지는 세분화다. 세분화란 빈곤층과 부유층이 이웃으로 살아가면서도 서로 교류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에 도시정책에서는 근접성이 중시됐다. 하지만 요즘 도시는 계층을 더욱 유리시키는 공간이 된 것 같다.

 


   
 
로랑 테리(도시계획가) 인터뷰

도시가 위기 국면에 들어섰나?
우리는 ‘유한도시’에서 경계가 없는 ‘분산도시’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한 세대 만에 일어난 변화였다. 도시 외곽 개발로 도시와 농촌의 구분이 사라졌고, 전후에 건설된 서민 아파트단지는 대부분 소외 공간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부정적 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규모 빈민촌이 사라졌고, 평균적인 주거 여건도 향상됐다. 도심도 재개발됐다. 1970년대 도시는 교통체증이 심각했지만, 지금은 지자체가 자전거를 활성화하면서 자동차 중심의 도시에서 벗어나고 있다.
미래 도시는 밀집될 수밖에 없는가?
그렇다. 하지만 도시가 밀집되려면 우선 ‘매력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주택 가격이 너무 비싸다든가 공해 문제가 있다든가 주거환경이 좋지 못한 밀집도시에는 억지로 사람들을 살게 만들 수 없다. 단독주택이라는 지배적 모델을 극복하려면, 밀집됐다는 것이 성냥갑 같은 천편일률적 건물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밀조밀한 도시에서 오히려 이웃 간의 정을 느낄 수 있고 집과 직장, 여가를 근거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유럽의 도시는 신속성과 더불어 여유나 부드러움도 함께 제안하기에 강점이 많은 도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번역 허보미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마뉘엘 도메르그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