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미국 견제, 경기침체로 고심
[COVER STORY] 중국의 패권 도전
[112호] 2019년 08월 01일 (목) 자크 아다 economyinsight@hani.co.kr
자크 아다 Jacques Adda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중국 장쑤성 롄윈강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휴대전화용 렌즈 조립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중·고급기술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 REUTERS
2019년 5월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장정의 출발점에 있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중국이 현재 엄청난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높은 관세(25%)를 부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한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제재를 가하는 등 온갖 혹독한 조처를 단행하고 있다. 중국 수출만이 아니라,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된 중국 기업까지 위협하는 것이다. 좀더 근본적으로, 미국의 신중상주의는 상업적 동기보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계속 우위를 지키려는 미국의 갈망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이 말은 역으로 중국 공산당에는 미국이 중국의 ‘기술굴기’를 저지하기를 원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중국의 광폭 행보
중국은 오랫동안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다. 다국적기업의 완성품 가공·조립 기지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2008~2009년 이른바 ‘대침체’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뒤 중국은 생산구조를 고부가가치 재화와 자국산 생산체제 중심으로 바꾸는 데 전력을 기울었다. 그 결과 중국 전체 수출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49%에서 2016년 34%로 급감했다. 
 
이 정책은 내수 중심 성장이라는 전략적 변화의 하나다. 그 배경에 노동력 시장의 경쟁 우위가 점차 약화하는 현실이 자리한다. 실제로 임금이 급격히 오르자(2009년 이후 연간 12% 상승),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은 물론 중국 기업마저 앞다퉈 인건비가 더 낮은 베트남 같은 나라로 생산지를 이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먼저 인프라·고등교육·연구개발 등에 투자를 확대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달러를 쏟아부었다. 국가가 주요 육성 산업으로 분류한 부문의 기업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제품 구매 혜택을 주었다. 외국 기술 국산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2007~2017년 중국이 인수·합작투자 형태로 미국 기술에 투자한 비용은 무려 400억달러(약 47조원)까지 치솟았다. 
 
유럽도 사정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6년 중국은 독일의 세계적인 산업용 로봇 기업 쿠카를 45억유로에 인수했다. 2017년에는 세계 최대 농약·종자 회사로 통하는 스위스 신젠타가 430억달러에 중국화공에 넘어갔다. 이런 중국 행보는 미국 의회가 외국인투자위험조사현대화법(FIRRMA)과 수출관리개혁법(ECRA)을 채택하며,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기술 수출과 외국인 투자를 제지하는 단초가 됐다. 
 
미국은 전적으로 합법적 조처에 기대고 있지만, 중국은 전통적 산업첩보, 사이버 스파이, 외국 유학생과 연구원을 이용한 정보 수집, 강제 기술이전 등 갖가지 불법 수단을 불사해왔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부터 비판받아온 강제 기술이전 문제는 미-중 협상에서 큰 장애물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다국적기업과 중국 기업의 상호 의존이 심해지자, 중국 정부는 중국 시장 진출을 원하는 다국적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있다. 중산층 확대로 소비가 늘어나는 중국은 다국적기업에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중요한 시장이 됐다. 그만큼 다국적기업은 중국이 요구하는 게임 법칙에 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2000년대 이후 쌓아올린 막대한 자금과 거대한 내수시장에 힘입어 지난 10여 년간 중국은 기술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2018년 세계 50대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신생 벤처기업) 가운데 27개가 중국 기업, 16개가 미국 기업이었다. 유럽 기업은 찾아볼 수 없다.
 
알리바바그룹 금융 계열 자회사인 개미금융(앤트파이낸셜)은 무려 1500억달러 기업가치를 기록하며 최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디지털 혁명이 최절정에 이른 오늘날 중국은 세계 온라인 거래액에서 40% 이상을 차지한다.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미국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크다.
 
중국은 어느새 세계 산업의 20%를 점유하고 중·고급 기술 분야를 호령하기에 이르렀다. 액정표시장치(LCD)·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 에어컨, 불도저, 전기차 배터리, 유기화학 등 세계 중급 기술시장에서 일본·미국·유럽 같은 경쟁국을 줄줄이 제치고 눈부신 활약을 보여왔다. 스마트폰, 통신장비뿐만 아니라 항공기 제조, 고속철도, 전자감시 장비, 태양광 전지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비약적 성장을 했다.

   
▲ 100달러(왼쪽)와 100위안 지폐. 중국 당국은 민간기업의 막대한 채무 부담을 우려해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REUTERS
차악의 선택
그러나 정보기술(IT), 자동차, 제약 등에서는 아직까지 외국 기업의 선전이 더 두드러진다. 특히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할 때 주요 목표로 삼은 반도체 집적회로 같은 일부 핵심 분야에서는 중국이 아직 뒤처져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막대한 투자를 해야 겨우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다. 
 
중국 정부는 이런 기술 의존을 극복하려 한다. 미국의 강경한 태도는 중국이 더 굳건히 결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15년 중국이 발표한 ‘중국 제조 2025’ 계획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것이 목표다. 로봇, 인공지능, IT 신기술, 자율주행차, 항공산업, 바이오테크놀로지, 신소재 등이 대표 분야다. 
 
중국은 자급자족률을 높이기 위해 제조업체에 자국산 부품 사용 목표치(2025년 80%)를 부여하는가 하면, 육성산업 분야별로 내수시장 점유율도 규정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벌인 대대적 지원(보조금, 특혜 대출 등)은 국제사회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런 행보는 세계 기술시장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편,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동의한 자유무역 원칙에도 위배된다. 
 
중국이 기술 분야의 야심을 실현하려면 과거보다 훨씬 불리해진 대내외 환경을 극복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 제재에 나서기 훨씬 전인 2017년 말, 중국 정부는 민간부채 감축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민간대출이 급감하고, 민간부문 활동이 침체되는 결과를 빚었다. 2010년대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던 비은행권 금융, 이른바 유사금융의 침체는 중소기업 경영난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 침체, 소비지출 감소, 자동차 판매 급감을 초래했다. 여기에 미국이 촉발한 무역전쟁의 악순환은 중국 소비자와 기업의 비관주의를 조장한다. 1년 전만 해도 10%에 이르던 중국의 수출 증가율을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험난한 과제에 직면한 중국 정부가 처음 내놓은 대책은 2016년과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과거보다 좀더 신중하게 지방정부의 채무로 공공지출을 늘리고 은행 대출을 활성화하는 것이었다. 중국 기업들 부채가 미국의 2배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150%에 이르는 상황인데도 중국 정부는 이런 식으로 채무 악순환을 거듭하는 위험을 자초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최악을 피할 수 있는 차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관세에 맞선 위안화 절하?
현재 중국 지도부는 고용 위축으로 재정 문제보다 사회적 불안을 더 우려하는 상황이다. 공산정권 수립 70주년을 앞둔 중국 정부가 평소 금과옥조로 삼는 차악 선택의 전략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중국인민은행은 온갖 압박에도 꿋꿋하게 달러당 7위안 아래로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저지하고 있다. 2016년 투기 공격 때도 이 선을 방어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 외국인 투자 위축, 경상수지 역전 가능성 등의 상황에서는 위안화 가치절하가 거시경제 관점에서 정당한 조처로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를 지킴으로써,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기업 피해를 막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달러로 빌린 중국 민간기업 부채가 전체의 약 4분의 1에 이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달러 조달 시장에서 요구되는 리스크 프리미엄도 이미 10%를 넘은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현재의 경기침체 국면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또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대미 수출품 품목의 50%에서 전체로 관세 제재를 확대한다면, 중국 정부도 위안화 절하의 유혹에 무릎을 꿇을 수 있다. 위안화 절하는 수출업자의 이윤 증가로 관세 부담을 상쇄해줄 것이다. 달러당 7.25위안으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지금 수준의 고관세에도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충분히 되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자본 유출을 우려하는 중국 당국이 이런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정부가 아직까지는 자본 유출을 막을 막강한 규제 수단을 갖고 있지만 말이다. 

* 2019년 8월호 종이잡지 39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7월호(제392호)
La Chine dans la tempete
번역 허보미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자크 아다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