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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양보 없는 글로벌 헤게모니
[COVER STORY] 미-중 무역전쟁 1년– ② 경제 패권 경쟁
[112호] 2019년 08월 01일 (목) 마르틴 헤세 등 economyinsight@hani.co.kr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슈피겔> 기자
 
   
▲ 중국은 오래전부터 전기자동차, 풍력발전 모터,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핵심 부품인 희토류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중단을 선언한다면 파급력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 생산 공장. REUTERS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기업체 방문에는 항상 숨은 메시지가 있다. 2019년 5월21일 시진핑 주석의 중국 중남부 장시성 간저우 소재 희토류 생산업체 진리영구자석과학기술 방문은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가 중국 희토류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은 언제든 희토류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경고에 가까운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세계 희토류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희토류란 이트륨(Y),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 등 어려운 용어인 17개 원소를 가리킨다. 희토류는 합금이나 촉매제, 영구자석, 레이저 소자 등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모두 전기자동차, 풍력발전 모터,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핵심 부품이다. 희토류 수급난은 “세계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독일경제연구소 후베르투스 바르트는 내다본다. 

희토류를 둘러싼 전쟁 
중국은 과거에 ‘희토류 수출 중단’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쓴 적이 있다. 일본과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갈등이 극에 달했던 2010년,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희토류를 무기화했다. 당시 희토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전세계 산업계는 희토류 수급난의 덫에 빠졌다. 기업들은 희토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희토류를 다른 광물자원으로 대체했으며, 새 공급원을 확보했다. 오스트레일리아 희토류 생산업체 라이너스(Lynas)는 2012년 퍼스에서 북동쪽으로 700㎞ 떨어진 세계 3위 희토류 매장 광산인 마운트웰드에서 희토류 생산을 시작했다. 촉매제를 생산하는 독일 화학업체 바스프(BASF)도 라이너스 고객사 중 하나다. 새 공급원을 발굴해 희토류 수급난을 잠시나마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중국이 다시 희토류 수출 중단이라는 히든카드를 내민다면 “단기적으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독일연방지질자원연구소 하랄트 엘스너는 우려한다. 희토류 채굴은 상당한 비용이 드는데, 가공 작업이 어렵고 희토류 사업이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국은 희토류 시장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에 취약하다. 희토류 수입의 80%가 중국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종속적인 것은 희토류에 그치지 않는다. 한 예로 미국은 연료전지에 필요한 흑연을 최대 37%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세라믹에 중요한 마그네슘은 60%에 이른다.
 
다가오는 이(e)모빌리티 시대의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반드시 필요한 광물자원 확보는 중차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국 기업은 전세계 코발트의 절반가량이 채굴되는 콩고에서 광산을 감독하고 있다. 주요 리튬 생산국인 오스트레일리아와 칠레에서 중국 기업들은 다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희토류의 60% 이상을 채굴한다. 중국 리튬 공업업체 간펑과 중국 최고 리튬 제조업체 티엔치 등은 불과 몇 년 만에 서구 기업 3곳의 과점을 깨뜨리면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전세계적으로 희토류를 둘러싼 필사적인 전쟁이 이미 벌어졌다. 전쟁 결과는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다. 중국은 이미 가장 중요한 공급원을 확보했다. 미국 기업을 비롯해 수많은 기업이 중국에 위험한 수준으로 종속돼 있다. 독일 산업계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 중국 저장성 우싱에 있는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노동자가 작업하고 있다. 전세계 희토류의 60% 이상을 채굴하는 중국에서 리튬 제조업체 등은 불과 몇 년 만에 서구 경쟁업체들의 과점을 깨뜨릴 정도로 성장했다. REUTERS
자금을 무기로 
2010년 희토류 수급난이 벌어지자 독일 재계에서는 희토류 수급난에 공동 대응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티센크루프, 바이엘, 바스프 등 여러 기업으로 이루어진 희토류 동맹이 결성됐다. 하지만 희토류 수급난이 해결되면서 동맹은 금방 흐지부지됐다. 동맹 와해의 여파가 이제 나타날 수도 있다. 
 
스티븐 배넌만큼 중국을 향해 거친 비난을 퍼붓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수석보좌관인 그는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화웨이를 친 뒤 다음 목표는 중국 기업의 월가 입성 차단”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했다. 2017년 여름 트럼프 대통령한테 해고를 당했지만, 배넌의 최근 협박성 발언은 미-중 무역전쟁의 다음 전장이 금융시장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미국과 중국은 상대를 압박할 엄청난 수단을 손에 쥐고 있다. 미국 달러는 전세계 가장 중요한 무역 통화이자 외화 보유 통화다. 미국 정부는 이란과 러시아를 제재해 해당 국가를 세계 무역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달러라는 무기를 활용했다.  
 
중국은 자국 통화인 위안화 환율로 세계무역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압도적인 최대 채권국가다. 중국 외환보유액은 3조달러가 넘는다. 이 중 상당액이 미국 국채다. 중국 중앙은행이 2019년 3월 미국 채권을 205억달러가량 팔아치우자, 금융시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중국이 2년 반 동안 이렇게 많은 미국 채권을 매도한 적은 처음이었다.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등을 돌리면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 미국이 새 채권 매입자를 찾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수개월 전부터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보유한 미국 채권을 무기로 쓸 가능성은 아주 작다고 판단한다. “중국이 실제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유도하려면 더 공격적으로 미국 채권을 팔아치워야 한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에게 총을 겨누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의 지적이다. 
 
미국 채권을 모두 팔아치우면 미국 채권 가격이 대폭 떨어져 오히려 중국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외환시장을 교란할 것이다. 반면 위안화 가치는 오를 수 있는데, 이는 중국에 대대적인 무역 손실을 야기하게 된다. “이는 마치 ‘은행에 100달러를 빚지고 있다면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고, 은행에 100만달러를 빚지고 있다면 은행에 문제가 있다’는 오랜 격언을 연상시킨다”고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설명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2019년 5월28일 중국을 향해 재차 경고성 발언을 했다. 미 법무부는 이날 누리집에 ‘주요 교역국의 거시정책과 환율정책 반기보고서(환율보고서)’를 올렸다. 보고서에는 “달러화에 대해 위안화의 ‘환율조작’과 ‘가치절하’”라는 표현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면 미-중 무역전쟁이 극단적으로 악화했을 것”이라고 핌코(PIMCO) 자산운용사의 글로벌 이머징 마켓 전략담당 진 프리다는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일부러 자국 화폐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불안한 투자자가 자본을 대거 유출할 것이라는 공포가 크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 자본시장 의존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 공룡기업 알리바바는 2019년 하반기 홍콩에서 200억달러 규모의 2차 상장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알리바바는 2014년 미국 뉴욕증시 상장으로 250억달러를 조달했다. 
 
알리바바가 성공적으로 뉴욕증시에 상장되자, 중국 기업은 앞다퉈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이후 투자자들은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 기업 주식에 너도나도 투자했다. 2018년 초부터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서 중국 기업 상장이 총 42건 이뤄졌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미국 주식시장 규정을 준수해야 하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를 압박할 레버리지(지렛대)를 갖게 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피하고 미국 투자자 자금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알리바바처럼 홍콩에 상장하려는 중국 대기업이 늘어날 것이다. 
 
중국 최대 반도체업체 SMIC는 뉴욕증시 상장폐지를 추진하겠다고 5월 말 발표했다. SMIC가 뉴욕증시 상장을 폐지하면 월가 금융기업은 상당한 수익을 안겨주는 거대한 사업을 잃는 셈이다. 이보다 더 위험한 점은, 중국 투자자가 보유하던 2천억달러 규모의 미국 SMIC 주식을 팔아치우면 미국 주가가 급락하는 것이다. 
 
미국 금융 대기업들이 자국 정부에 미-중 무역전쟁 완화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무역전쟁에서 중국보다 미국이 손에 쥔 히든카드가 훨씬 많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무역전쟁은 현명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케네스 로고프 교수의 지적이다. 

   
▲ 미국과 무역전쟁이 계속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을 피하고 미국 투자자들의 자금에 종속되지않기 위해 알리바바처럼 홍콩에서 상장하려는 중국 대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중국 최대 반도체업체 SMIC는 뉴욕증시 상장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REUTERS
폭탄의 논리
미국과 옛 소련의 냉전에서는 이른바 ‘공포의 균형’이 작용했다. 양쪽이 너무 많은 핵무기를 보유해 서로를 파괴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 먹힐 수 있었다. 그래서 양국 핵무기는 실제로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의 체제 분쟁에서도 이 원리가 작동할 수는 있다. 두 슈퍼파워는 궁극적인 파괴를 시도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양국 경쟁이 심각한 상황이라 끊임없이 서로를 협박하고 있다. 
 
이는 유럽에 기회이자 위험이다. 유럽은 경쟁하는 두 슈퍼파워를 중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전면적인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중국·미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독일은 냉전시대처럼 일종의 ‘최전선국가’가 될 수도 있다. 킬세계경제연구소의 가브리엘 펠버마이어 소장은 최근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앞으로 10년 동안 주요 분쟁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우리는 대비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헤게모니를 둘러싼 전쟁을 벌이고 있다.” 

* 2019년 8월호 종이잡지 35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23호
Eiserner Vorhang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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