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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선두 주자 부상이 기폭제
[COVER STORY] 미국의 화웨이 봉쇄- ① 전쟁의 서막
[112호] 2019년 08월 01일 (목) 장얼츠 등 economyinsight@hani.co.kr
장얼츠 張而馳 친민 覃敏 취후이 屈慧 <차이신주간> 기자 
 
   
▲ 2019년 6월 중국 상하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전시장에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의 선두 기업인 화웨이 로고가 내걸려 있다. REUTERS
2019년 5월 말 선전에 있는 화웨이 본사 곳곳에서 총탄에 맞은 흔적이 가득한데도 여전히 날고 있는 소련 일류신 IL-2 전투기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런정페이 화웨이 최고경영자가 직접 고른 이 사진에는 이런 글이 붙어 있다. “수많은 상흔 없이 단단해질 수 없다. 옛날부터 영웅은 온갖 고난을 겪었다.” 힘을 모아 역경을 이겨내려는 화웨이의 지금을 대변하는 듯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이자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가 전대미문의 압박을 받고 있다. 5월21일 기자회견에서 런정페이는 화웨이를 사진 속 전투기에 비유하며 전투기를 고쳐가면서 비행을 계속해 “반드시 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충분히 대비했기 때문에 미국이 화웨이의 ‘연료탱크’와 ‘엔진’을 명중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촘촘한 봉쇄망
5월15일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와 세계 각국에 있는 68개 자회사를 ‘거래제한 명단’에 넣었다.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야만 화웨이에 미국 제품을 팔거나 기술을 이전할 수 있다. 사전 허가는 암묵적 거절 원칙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통과 확률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화웨이의 고객사와 공급사는 세계 170개국에 퍼져 있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전면 봉쇄는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충격을 불렀다.
 
5월16일 수출금지령이 공식 발효됐다. 구글, 퀄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미국 법률에 따라 화웨이를 상대로 제품과 소프트웨어, 서비스 수출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화웨이의 방대한 미국 공급망이 단절됐다. 화웨이는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부품을 공급해줄 다른 업체를 찾아야 한다.
 
미국 외에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와 독일 반도체기업 인피니온, 일본 메모리반도체기업 도시바도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 기술 비중이 25%를 넘는 제품은 미국 수출규제 대상에 해당한다. 조사 결과,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 기술을 많이 활용하는 영국 반도체설계업체 ARM은 화웨이와 업무협력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TSMC는 미국 기술 비중이 25%에 못 미쳐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SD협회 등 표준기관과 학술단체 IEEE협회도 화웨이를 단체에서 배제했다. 이렇게 화웨이를 둘러싼 포위망이 점점 좁혀졌다.
 
화웨이는 격앙된 분위기였다. 화웨이의 반도체 자회사 하이쓰(海思)의 허팅보 사장은 수출금지령이 내려진 날 밤 내부 구성원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미국 제품을 받지 못하면 그동안 준비했던 모든 ‘예비 타이어’가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 직원 커뮤니티에 한 직원 아내가 글을 올렸다. “전쟁이 시작된 것을 안다. 우리는 물러날 곳이 없다. 반드시 힘을 모아 싸워 전쟁에서 승리해 세계를 향해 전진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신중한 낙관론이 우세하다. 화웨이가 거액의 벌금을 물고 제재 해제에 합의한 ZTE(중싱통신)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거래 중단에 따른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연습과 실전은 다르기 마련이다. 화웨이가 여러 핵심 부품을 비축하고 반도체칩과 운영체제 등 핵심 분야에서 대체재를 개발했어도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필요한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너무 많고 성능 요건도 까다로워 어느 분야에서든 문제가 생기면 전체 생산에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은 화웨이가 맞이할 운명보다 이번 사태로 세계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이 단절되고 분열되는 것을 더 우려한다. 하나의 세계에서 두 시스템이 대립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이 분업이 고도로 발달하고 상호 의존도가 높은 세계 ICT 산업사슬에 어떤 파열을 가져올지 상상하기 어렵다.
 
동시에 첨단기술 분야에서 드물게 선두 지위를 확보한 중국 기업인 화웨이에 닥친 이번 사태는 중국에서 거센 사회적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보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웨이 제재와 무역전쟁을 연계해 사태는 더욱 복잡해졌다.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는 런정페이는 오히려 침착했다. 그는 국내외 주요 언론사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위기 대응에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개방과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포퓰리즘에 반대한다며 미국의 선진 경험을 배우고 중국의 기초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결은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개혁과 협력의 지속을 강조한 런정페이의 차분한 대응은 호평을 받았다.     

   
▲ 2019년 6월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광둥성 선전에 있는 본사에서 패널 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REUTERS
미국의 우려
미국의 수출제한 조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국가비상사태에 놓였다며 외국 정부가 ICT 산업의 허점을 이용해 미국의 민감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무부 장관에게 타국 정부나 개인의 미국 기술·서비스 인수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화웨이를 의심했다. 
 
2012년 9월 미 의회는 청문회를 열고 ZTE와 화웨이에 불공정경쟁,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의회는 충분한 증거가 없는데도 두 중국 기업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미국은 화웨이를 겨냥해 지식재산권 침해, 부당 정부보조금, 지분구조 불투명 등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화웨이가 5세대(5G) 통신 분야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화웨이 중간관리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5G 기술에서 경쟁사보다 1년~1년6개월 앞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화웨이는 5G 표준 관련 특허를 1970건(17%) 보유해 1위를 차지했다. 경쟁사인 노키아와 에릭손은 각각 1471건(13%), 1444건(12%)에 그쳤다. 퀄컴은 1146건(10%)을 보유했고, 애플은 12건에 지나지 않았다. 2018년 화웨이는 세계 182개 이통통신사와 5G 테스트를 시작했다. 30건 넘는 상용화 계약을 했고, 4만 대 넘는 5G 기지국 장비를 시장에 냈다.
 
미국 정부는 5G 통신망 구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도록 세계 각국 정부를 설득했다. 2019년 4월 미 국방부 국방혁신위원회는 5G 보고서를 발표해 국방부의 우려를 설명했다. 보고서는 애플·구글·아마존 등 미국 기업이 4G 시대에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요인을 들면서, 미국이 핀란드 뒤를 이어 완벽한 4G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모바일인터넷으로 전환하고 시장을 선점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다른 국가가 뒤이어 4G 시장에 진입하면서 미국의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앱)이 사실상 표준이 됐다는 것이다.
 
반면 5G 시대에는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이 부상해, 네트워크 표준을 정하는 저울추가 중국으로 기울었다. 미 국방부가 앞으로 중국 장비로 구축한 5G 통신망에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이것이 “미 국방부 운영과 네트워크 보안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웨이 봉쇄령’ 추진력은 국가안보 분야 ‘매파’가 제공했다고 분석가들은 설명했다. 스콧 케네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전문가는 트럼프 정부에서 이들 매파가 화웨이 봉쇄를 가장 강력하게 희망했다고 말했다. 매파는 화웨이가 통신장비에 백도어(보안구멍)를 만들어 중국 정부에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미래 5G 시스템은 반드시 ‘서방의 가치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방위 봉쇄로 화웨이 통신장비 사업은 타격을 받았다. 4G 시대에 화웨이를 선택한 일부 통신사가 에릭손과 노키아로 전향했다. 이 상황은 부품 공급 중단보다 더 직접적인 도전이다. 중국 과학기술계를 연구하는 더글러스 풀러 홍콩성시대학 부교수는 “미국 국내 통신망을 우려한다면 화웨이 제품의 국내 판매만 금지하면 되고 수출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무역전쟁 여파
런정페이는 2003년 화웨이를 모토롤라에 매각하려는 노력이 무산된 뒤 언젠가 미국과 최정상에서 만나 치열한 전쟁을 치를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2018년 ZTE 제재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은 화웨이를 저격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고 지식재산권을 훔쳤다고 미국은 주장했다. 당시 런정페이는 화웨이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미 사법부 판결이 나온 뒤 미국 제재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공격은 2년이나 일찍 시작됐다.
 
분석가들은 화웨이 봉쇄가 2019년 5월 단행된 것이 현재 진행 중인 중-미 무역협상과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5월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정부가 행정명령으로 화웨이와 ZET의 미국 국내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2018년 12월과 2019년 2월에도 관련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중-미 무역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진 5월15일에야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풀러 부교수는 이 행정명령이 무역전쟁과 관련 없다면 이 시점에 시행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웨이 봉쇄의 영향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수출제한 조처를 시행한 첫날, 미국 반도체 관련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매출 절반을 화웨이에 의존하는 네오포토닉스는 20.63% 떨어져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광학부품업체 루멘텀은 11.54%, 반도체 소자 FPGA 제조업체 자일링스는 7.27% 주가가 하락했다. 반면 중국 주식시장에서는 수입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반도체 관련 주식과 MIPS 아키텍처 공급업체 베이징쥔정(北京君正), FPGA 반도체를 보유한 쯔광궈웨이(紫光國微), 반도체 패키징·테스트업체 화톈(華天)과학기술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의 수이첸 무선스마트폰전략 담당 사장이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화웨이가 어려움과 위험에 직면하겠지만 제2의 ZTE가 되진 않을 것이다. 중국 시장이 화웨이의 생존을 위한 토양과 지원을 제공하고, 화웨이와 중국 정부는 미국 제조업체를 완전히 대체하도록 연구개발을 재촉할 것이다. 이는 미국의 중장기적 이익을 저해하게 된다.”
 
케네디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사태의 진행 방향을 예상했을 것으로 가정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공격하려는 사람은 산업 분야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통신망이 어떻게 작동하고 화웨이 공격이 어떤 문제를 초래하는지 잘 모른다.”
 
5월20일 미 상무부는 화웨이에 임시일반면허를 발급했다. 석 달(5월20일~8월19일) 동안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 통신망과 이미 판매한 화웨이 스마트폰을 관리해, 네트워크가 마비되거나 소비자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도록 한 조처다. 이 면허는 5월17일 이전에 계약했거나 판매한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 기술을 인수해 신제품 개발에 쓸 수는 없다.
 
런정페이는 5월21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90일은 큰 의미가 없다. 우리는 준비가 됐다. 미국 기업들이 직접 미 상무부에 수출허가를 신청하길 기대한다. 시간이 촉박해 허가를 받지 못하겠지만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만약 허가를 받아낸다면 미국 기업과 정상적인 거래를 유지할 것이다.”  
 
분석가들은 이제부터 미국 기업과 미국 정부의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화웨이가 2018년 미국에서 구매한 금액이 110억달러(약 13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풀러 부교수는 미국에는 에릭손과 노키아 같은 통신장비 기업이 없다며 화웨이 봉쇄는 서로에게 손해라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이 화웨이에 대한 수출제한을 완화하도록 정부를 설득하고, 미국 정부도 국가안보와 경제적 이익의 균형이 잡힌 해결책을 원할 것이다.” 5월23일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행사에서 국가안보와 군사적 관점에서 화웨이는 ‘매우 위험’하지만 화웨이 문제는 중-미 무역협상에서 일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2019년 8월호 종이잡지 47쪽에 실렸습니다.
 
ⓒ 財新週刊 2019년 제21호
華為怎樣突圍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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