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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에도 협상 재개 ‘산 넘어 산’
[COVER STORY] 미-중 무역전쟁 1년– ① 굳건해진 철의 장막
[112호] 2019년 08월 01일 (목) 마르틴 헤세 등 economyinsight@hani.co.kr
2018년 7월 34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로 본격적으로 불붙은 미-중 무역전쟁이 1년을 맞았다. 두 나라는 핑퐁게임 하듯 ‘보복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전쟁 열기를 더하고 있다. 협상 타결을 강조하면서도 상대가 먼저 굽히기를 기다리는 치킨게임 양상이다. 미국의 ‘화웨이 봉쇄’는 기술패권 전쟁도 점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흉내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수출규제 도발로 한국과 일본도 무역분쟁 회오리에 휩싸였다. 한·미·중·일이 승자 없는 소모전에서 현명한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_편집자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슈피겔> 기자
 
   
▲ 미국 기업들이 거래하지 말아야 할 블랙리스트에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를 올리면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하이테크, 광물자원, 금융권력을 둘러싼 경제전쟁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REUTERS
독일 포츠담대학 하소플라트너연구소(Hasso -Plattner-Institut)에서 그리프니츠제 호숫가까지는 얼마 떨어져 있지 않다. 유람선 승객이 손을 흔들고 있는 이 호숫가는 한때 용수철 총과 지뢰밭으로 상징되는 잔인한 냉전의 현장이었다. 그래서 2019년 5월 말 후허우쿤이 미-중 무역전쟁이 위험한 대치 국면에 새롭게 접어들었다고 경고하기에 여기보다 더 상징적인 장소는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후허우쿤은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부회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웨이를 미국 기업이 거래하지 말아야 할 블랙리스트에 올릴 만큼 ‘위험 기업’으로 여긴다. 후허우쿤은 5월24일 하소플라트너연구소에서 열린 ‘국가네트워크보안대회’ 연설에서 미국이 제기하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을 향한 협박성 발언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15일 서명한 화웨이 관련 행정명령은 ‘근거 없는 의혹’을 토대로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미국 기업이 중국 화웨이를 비롯한 일부 외국 공급자와 거래를 금지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연방정부에 부여)에는 “불공정한 제재 조처가 포함돼 위험천만한 선례를 남길 것”이며, “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기업 수천 곳과 소비자 수백만 명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우리는 무역은 물론 하이테크 부문에서도 새로운 장벽을 세울 마음이 전혀 없다”고 호소했다. 

파워게임 양상
중국 기업인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머잖아 1960∼70년대 동서 대립을 넘어선 두 강대국의 냉전을 떠올릴 ‘체제 전쟁’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관세와 수입쿼터제를 둘러싼 제한된 범위의 분쟁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최근 대대적인 파워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20년 이상 계속된 경제성장에 힘입어 주요 미래산업 부문에서 독점 위치를 선점하려는 중국과 수십 년간 독점적 경제 지위와 유일무이한 슈퍼 강대국으로서 위치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미국 사이에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 파워게임은 세계 각 지역을 각자 영향력 아래 두고 기술을 독점하려는 치열한 싸움이자, 동시에 불공정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상호 비난으로 점철돼 있다. 중국이 미국 대기업을 상대로 스파이 활동을 벌이고 불법적으로 기술을 탈취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 입장이다. 반면 중국 정부는 미국이 성실한 신흥개발국 발전을 갖가지 수단으로 막고 있다고 비난한다. 
 
미-중 분쟁은 이런 방식을 거치며 위험한 양상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미-중 무역량의 절반 이상에 관세가 부과됐다. 인텔과 퀄컴 등 미국 대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뒤 화웨이와 거래를 모두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 역시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고, 미국 대기업을 중국 시장에서 배제하겠다고 맞섰다. 
 
미-중 무역전쟁은 금융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미국에서는 중국 기업의 월가 입성을 막자는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최대 채권국 중 하나다. 
 
장한후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019년 6월 둘쨋주 미-중 무역전쟁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유발한 무역전쟁은 노골적인 경제 테러”라며 “러시아와 경제협력 관계를 지금보다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2019년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많은 사람의 기대에도 무역전쟁을 휴전하는 선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무역협정 합의가 전격적으로 타결됐더라도 미국과 중국은 전쟁을 계속 이어가는 한편, 완벽한 기술적 자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금융시장에서 정면충돌도 불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행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의 표현처럼 ‘경제적 철의 장막’이 드리워지지 않았더라도, 전세계 많은 국가는 경쟁 관계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쪽 편에 서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특히 독일 같은 수출 강국들은 중국이냐 미국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그 여파로 전세계적으로 거래 관계가 중단되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로써 서로 밀접하게 얽힌 세계경제는 어느 정도 느슨해질 것이다. 
 
다만 글로벌화를 되돌릴 수 있는지 물음은 남는다. 중국과 미국은 서로를 압박하기 위해 어떤 카드를 손에 쥐고 있을까. 누가 이 전쟁에서 승리할까. 헤게모니를 쟁취하려는 전쟁은 앞으로 몇 년간 특히 하이테크·희토류·금융시장 세 부문에서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9년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무역전쟁을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REUTERS
기술 발전 억제 목표 
중국과 미국의 하이테크를 둘러싼 전쟁의 화려한 면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2019년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글로벌 최대 정보통신·모바일 전시회 ‘MWC 2019’가 대표 사례다. 화웨이는 화려하게 번쩍거리는 전시회 부스에 자사의 최신 제품을 선보였고, 애플을 향한 전쟁 선언을 포함해 아낌없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화웨이가 고급 사양의 폴더블폰과 최신 노트북 제품을 대대적으로 선보이는 동안, 경쟁사 애플 부스의 거대한 디스플레이에서는 신제품 홍보 동영상이 흘러나왔다. 화웨이 부스에서는 화웨이 경영진을 위한 관중의 박수갈채가 우렁차게 터져나왔다. 
 
화웨이가 전시회에서 전하려던 메시지는 과거 저가 제품으로 인식된 브랜드 제품이 오래전부터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애플과 같은 눈높이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2018년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최초로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 수준까지 치고 올라갔고, 2019년 1분기에는 아이폰 판매량을 앞서기도 했다. 화웨이의 야심은 “중화를 위하여”라는 의미의 회사 이름에 잘 녹아 있다. 
 
실질적으로 미국 경쟁업체가 없는 네트워크·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언짢게 생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알리바바(전자상거래), 바이두(검색엔진), 텐센트(소셜네트워크) 등 대표 기업들의 진용을 갖춘 중국은 유럽보다 훨씬 앞서 있으며, 미국 플랫폼에 무시할 수 없는 경쟁 상대가 된 지도 오래됐다. 그렇게 중국은 차세대 메가트렌드가 될 인공지능을 선점하기 위한 이상적인 출발선에 서 있다. 2030년까지 인공지능 부문에서 전세계 시장을 선도하려는 중국은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중국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한 ‘중국 제조 2025’ 정책도 이(e)-모빌리티를 비롯한 분야에서 경제적 전쟁 선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이-모빌리티 국내 수요의 80%를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뒤처졌던 기술 수준을 빠른 속도로 거의 따라잡은 것으로 판단한다. 이제는 추월 전략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이 과정에서 항상 공정하게 게임에 임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초기부터 산업 첩보 등 정보를 탈취하기 위해 신기술을 악용해왔다. 적잖은 정보기술(IT) 전문가가 티센크루프와 바이엘의 기업 네트워크 공격 등 지금껏 이뤄진 수많은 사이버 해킹 공격의 배후로 중국 정부를 의심한다. 또 중국 정부는 무자비한 수단과 협박으로 서구 기업의 사업모델과 영업기밀을 갈취하려 했다.
 
화웨이는 시스코나 모토롤라 등 미국 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권을 무단 복제했다는 의혹을 여러 차례 받기도 했다. 미국 법무부는 2019년 초 화웨이가 ‘티모바일 유에스’(T-Mobile US)의 스마트폰 시험 로봇 ‘태피’(Tappy)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쪽은 화웨이가 다른 기업에서 일급 기밀을 탈취해오는 직원에게 보너스를 지급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화웨이는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태피’ 의혹은 일부 직원의 일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화웨이 반대파들이 그 설명에 마음을 놓은 것은 전혀 아니다. 특히 차세대 이동통신기술 5G 밸류체인 생산액이 엄청난 규모라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5G는 네트워크 생산과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의 토대가 될 것이다. 이는 현재 미-중 무역전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화웨이를 공격하면서 국가 보안이 위험에 처했다고 언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를 공격하는 데는 명백한 계산을 깔고 있다. 하이테크 강국인 중국의 몇 안 되는 아킬레스건 중 하나인 칩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은 칩 제조 부문에서 여전히 뒤처져 있다. 칩 없이는 스마트폰, 컴퓨터, 휴대전화 기지국 등 아무것도 만들 수 없다.
 
중국의 한 국영 투자회사는 이미 2015년 칩의 외국 종속성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메모리반도체업체 마이크론(Micron) 인수에 팔을 걷어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미국의 한 반도체업체를 인수하려는 중국 쪽 시도를 중단하게 했다. 그래서 화웨이는 여전히 미국에서 엄청난 규모의 칩을 수입하고 있다.
 
칩, 구글 플레이 스토어, 구글 메일, 구글 맵 없이는 화웨이 같은 대기업도 어려움에 처해진다는 것이 백악관의 계산이다. 하지만 그 점은 미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기업에 생길 수 있는 전면적 피해는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 미국이 화웨이를 ‘위험 기업’으로 분류해 제재하는 이유는 하이테크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크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화웨이 노선이 오히려 중국이 뒤처진 기술 수준을 끌어올려 기술 자립을 하게 할 수도 있다. REUTERS
제재 효과는 미지수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를 향해 저주를 퍼붓는 동안 화웨이에 장비를 납품하던 마이크론과 퀄컴 등 미국 칩 제조업체의 주가는 폭락했다. 또 미국 일부 통신망업체들은 농촌 지역에서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그 때문에 미국 상무부는 3개월가량 유예를 허용했다.
 
미국의 중국 무역보복 정책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중국은 수많은 부문과 기술에서 이미 선도적 위치에 있다. 화웨이와 자회사 하이실리콘(HiSilicon)만 해도 2018년 말 기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5G와 관련해 약 1만8700건에 이르는 표준을 제출했다. 비교하자면 양대 경쟁업체 에릭손(스웨덴)과 노키아(핀란드)가 보유한 표준은 각각 1만 건, 7천 건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는 하이테크 강국 중국의 부상에 기껏해야 제동을 걸 뿐이지,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공격적인 산업첩보 활동을 줄이고 서구 기업의 중국 시장 진입에서 더 공정한 조건을 조성해줄 것을 요구하는 정도만 협상에서 할 수 있을 뿐이다.
 
오히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화웨이 노선을 기회 삼아 뒤처진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고 기술 자립까지 꾀할 수도 있다. 중국의 칩과 소프트웨어 부문은 독립적인 생산 기술을 갖춰가는 중이다. 실제 화웨이는 오래전부터 모바일 운영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런정페이 화웨이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는 2019년 6월 초 미국 공격을 자제하고 있다. 그는 미국 <블룸버그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미국 행정명령에 중국 정부가 보복으로 대응하는 것에 자신은 반대한다면서 중국 정부가 보복 대응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2019년 8월호 종이잡지 30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23호
Eiserner Vorhang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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