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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 절대악인가 필요악인가
[Insight] 경제현실과 경제학 특강
[8호] 2010년 12월 01일 (수) 장 가드레 외 economyinsight@hani.co.kr

 보호무역은 보편화된 정치적 경향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보호무역이 내포한 경제문제의 악화 위험성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역사적·이론적으로 보호무역을 옹호하는 믿음직한 논거가 많지만, 보호무역은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고 종종 공익에 해를 끼친다.
 ‘자유무역이냐, 보호무역이냐’의 문제는 정치경제학이 등장한 초기부터 논의된 오랜 숙제다. 이 문제는 단지 시장규제 여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시장 메커니즘에 부여하는 신념에 따라 다르게 답하기 때문에 다분히 이념적 측면이 있다.
 전적인 보호무역과 전적인 자유무역 중에 선택하라는 극단적인 질문은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이는 말 그대로 극단적인 상황이며, 상당수 국가에서 발생하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시장개방과 국제교역 규제의 적당한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또 무역정책을 이끌기 위한 기준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게 더 현실적이다.
 
한국과 중국의 양면성

 시장개방과 자유무역, 보호무역과 자급자족의 차이를 구별한다면 보호무역과 시장개방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아무도 자급자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국 시장을 대외적으로 개방하는 것은 국제무역 이론이 앞세우는 전문화로 인한 이득은 물론이고 경제개발에 필수적이다.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내수시장보다 방대한 시장에 접근할 수 있고, 내수시장에서의 경쟁을 독려할 수 있다. 무엇보다 희귀한 생산요소, 특히 선진 기술과 자본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 외국 기업이 국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시장의 문만 활짝 연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이 중국산 망치가 3유로밖에 안 한다는 거지. 그런데 못을 두 개밖에 박지 못한다는 말이야."

루이즈는 재빨리 계산한 뒤 보호무역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18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로도 무역자유화와 동시에 상대적인 시장폐쇄가 공존한 시기가 이어졌으며, 예나 지금이나 전적으로 시장 문턱을 없앤 나라는 없었다. 역사적으로 보호무역의 도움 없이 발전한 나라는 없다. 미국의 남북전쟁도 어느 정도는 자유무역 지지자인 남부(유럽에 농산물을 수출하기 위해)와 보호무역 지지자인 북부(영국과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의 대립으로 발발했다. 자유무역은 주로 기술적 우위를 점해 손해 볼 것이 없는 강국의 지지를 받아왔다. 영국이 19세기 후반에, 미국은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뒤, 자신들의 패권이 확립된 뒤에야 자유무역을 지지했다는 점도 이를 입증한다.
 물론 소비에트연방을 제외하고 성공적인 경제발전은 시장개방 경제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시장의 대외개방은 이런 성공의 한 단면으로, 시장개방만의 효과를 따로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편으로 한 국가가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협소한 내수시장보다 큰 시장을 확보하려면 세계경제로 편입해야 한다. 대만 경제는 광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한 미국 경제보다 당연히 시장을 많이 개방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 간 시장개방도를 비교하기 전에 염두에 둬야 할 특징이다.
 시장개방과 성장의 경험적 관계는 경제학에서 끝없는 논의의 대상이었다. 자주 인용되는 논문1)에 따르면, 지난 사반세기 동안 시장개방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가장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모든 문제는 양자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형성되느냐에 귀결된다. 시장개방이 경제성장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일까, 아니면 경제성장이 시장개방을 이끌어낸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 국가들은 관세장벽이 높기로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관세와 성장률을 비교해봤지만 설득력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그림> 참조. 회귀분석 결과, 상관관계가 없었다). 
   
 

 한국이나 중국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사례가 최근 많이 논의되고 있다. 이 지역은 눈부시게 발전했는데, 발전과 더불어 국제 무역시장에 훌륭하게 적응했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동아시아 국가도 시장개방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사례에 해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반대로 보호무역이 필요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예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 국가들은 경제성장 전략으로 시장을 외부에 개방했지만, 사실 자유무역을 한 건 아니었다. 세계 1위의 수출국인 중국이 의도적으로 저평가된 통화를 사용하면서 자국민에게 국산 제품 사용을 독려하는 것을 보면 이런 양면성을 잘 확인할 수 있다.
 
외부효과 있는 영화산업 보호 필요

 자유무역의 이점을 보여주는 논증은 실제로는 존재하기 어려운 가정, 즉 완벽하게 자유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는 판매량이 많은 기업이 가장 경쟁력 있다. 내수시장이 방대하다면 국내 기업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규모가 될 때까지 내수시장을 보호하는 것이 맞다. 시장에 새로 진입해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엔 일시적인 보호막이 필요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도와준다.
 이례적이지만 경제활동이 긍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상황도 있다. 예를 들어 영화와 같은 문화산업이 사회 통합 같은 긍정적 외부효과를 일으킨다면, 보호주의를 정당화할 수 있다. 문제는 이 효과를 평가하기가 어렵고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보호무역을 지지하기 위해 내세우는 다른 논거는 전략적 활동으로 여기는 방위산업체와 식량 자급자족을 명목으로 한 농업 분야에서 나온다.
 시장개방의 장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려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이 공정해야 한다. 그래서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국가의 기업이, 규제가 느슨한 국가의 기업보다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 국제적 협정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국가가 수출하는 물품에 세금(탄소세)을 부과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소셜 덤핑’(Tip & Tap)에도 종종 동일한 논리를 적용한다. 소셜 덤핑은 느슨한 사회법을 통해 경쟁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는데 서로 다른 사회의 선택에 대해 불공정성을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빈곤국에 부유국의 사회규범을 강제하는 것이 꼭 정당하다고 말할 수 없다.
 다른 국가의 저임금 노동자 사이의 경쟁으로 인해 위협받는 선진국 노동자의 몫을 감소시키지 않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호무역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케인스는 자유무역과 완전고용이 양립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했다. 시장을 개방하면 국가가 추진하는 수요 확대 정책의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같은 거대한 내수를 가진 집단만이 이런 형태의 보호무역을 생각해볼 수 있다.
 보호무역으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항상 국익만을 위한 조처가 아니고, 특정 압력단체의 이익에 따라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나폴레옹 전쟁 시절부터 영국의 곡물시장을 보호해온 곡물법 폐지에 대한 토론에서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이론을 개진했다. 리카도와 친한 기업가들이 곡물법 폐지를 지지했다. 저렴한 외국산 곡물을 수입해 노동자의 식량 지출 비용을 줄이면 급여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들은 곡물 가격이 떨어지고 판매량이 줄어들면 수입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곡물법 폐지에 반대했다. 노동자의 급여가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에 고정된 상황에서, 곡물법 폐지는 결국 지주들의 이익이 노동자나 실업자에게 이전되느냐는 문제였다. 리카도는 ‘토지’라는 요소가 빠진 모델을 만든 것이다. 만약 그가 곡물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토지라는 특정 요소를 포함하는 모델을 만들었다면 자국의 국제무역이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기업 위한 보호무역은 소비자에 피해

 그렇다면 무역을 거부해야 하는가? 대외무역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교역으로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무역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손해를 보전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외무역의 피해자들은 해외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보호무역 조처를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착각이다. 보호무역은 시장에서 유용한 외부 경쟁자를 제거해 가격을 상승시킴으로써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준다. 소비자의 소득이 보호무역으로 수혜를 받는 기업에 이전될 것이다. 
 폴 크루그먼과 모리스 옵스펠드는 국제경제 개론서에서 1980년대 미국이 취한 설탕시장 보호 조처의 사례를 들었다. 이 조처로 미국의 설탕 생산업자는 물론 해외의 설탕 생산업자도 이익을 보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설탕 1파운드 가격은 몇 센트밖에 오르지 않아, 소비자는 이를 체감하지 못했다. 이처럼 보호무역은 한편에서는 일부 생산업자 집단의 사활이 걸린 문제고, 다른 한편에서는 소비자 전체에게 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하지만 소비자 개개인이 부담하는 금액은 적다. 따라서 생산자 집단은 보호무역을 얻어내기 위해 투쟁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소비자는 여기에 무관심하다. 국가가 국익에 반하는 보호무역 조처를 취할 위험성도 있다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국익을 위해 정치적으로 선택할 때도 어떤 산업을 보호해야 할지 결정하는 일은 늘 쉽지 않다. 신생산업 중에서 어떤 산업이 성장할 시간이 주어지면 경쟁력이 생길 것인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기란 불가능하다.
 신중하게 선별해 채택된 보호무역 방안 또한 많은 단점이 있다. 관세가 경쟁에 영향을 미치지만 경쟁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관세는 수입업자에게 세금을 거둬 국가에 가져다주니 좋은 조처다. 그러나 불행히도 관세는 종종 국제협정으로 금지된다. 한편, 위생이나 기술 기준을 강제하면 외국 경쟁자를 제거할 수는 있지만, 국내 생산자를 좀더 잘하라고 자극할 수는 없다. 수입쿼터는 수입업자가 소비자를 볼모로 높은 가격을 책정해 이익을 축적할 수 있다.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과 소비를 장려하는 것은 (수출은 장려하지만 소비는 위축시키는) 환율 평가절하보다 효과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조금 지급은 환율 조작보다 더 쉽게 드러나 제재를 받는다.

1) <무역, 성장 그리고 빈곤>(Trade, Growth, and Poverty), 데이비드 달러, 아아트 크라이, 2001. 이 논문은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www.adb.org/poverty/Forum/pdf/Dollar.pdf에서 확인 가능).

<Tip & Tap>
소셜 덤핑
국제 수준보다 낮은 임금으로 원가의 제품을 절감해 해외시장에서 판매하는 행위. 구조적으로 낮은 임금수준과 비교적 양질의 노동생산력이 특이하게 결합된 신흥공업국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번역 서희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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