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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측정한다고?
[Insight] 경제현실과 경제학 특강
[8호] 2010년 12월 01일 (수) 장 가드레 외 economyinsight@hani.co.kr

 우리는 매주 소수점 이하 숫자까지 국내총생산(GDP)으로 측정된 경제성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성장은 어떤 추이를 보이는가? 국내에서 성장이 증가했는가? 해외에서는 둔화됐는가? 하지만 서비스 경제가 발전하고 기술 진보의 성격이 변화하면서, 이 마법의 숫자를 점차 신뢰하기 어려워졌다.
GDP로 부를 측정하는 것에 수많은 비판이 제기된다. 그중 몇 가지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GDP는 거의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소비, 예를 들어 꽉 막힌 도로에서 소모되는 휘발유까지 계산에 포함한다. 또 환경오염을 비롯한 경제활동의 부정적인 파급효과는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GDP는 한 사회에서 삶의 질을 온전하게 반영하는 수치가 아니다. 생산의 개념을 정의하는 것 자체도 그리 간단치 않다. 가정에서 해먹는 음식이 생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가? 자녀 교육은 어떠한가? 그리고 사랑은?
 
사과와 배의 생산을 어떻게 합산할까 

 성장을 가늠하는 문제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사과와 배의 생산을 합산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이질적인 생산물을 서로 합산할 수 있는 유일한 척도는 가격이다. 가격을 지닌 유일한 것은 상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의적이지만 생산을 상품 생산으로 규정하게 된다. 일단 생산량을 합산한 뒤에는 일정한 두 시점 사이에 나타난 생산 변동률을 계산해 성장률을 측정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또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물가상승으로 측정 단위의 가치가 변동되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산량을 비교하려면 물가지수를 산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인플레이션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양적’(혹은 고정화폐를 단위로 한) 성장의 증가분을 계산할 수 있다.

   
수출용 컨테이너 선적 작업을 하고 있는 부산항의 모습. 수출을 많이 하면 경제가 성장하는 것일까? 


 물가지수를 산출하는 일도 꽤 복잡하다. 바게트 가격이 80센트에서 1유로로 올랐다고 하자. 가격 인상률은 25%다. 여기서 의문이 발생한다. 과연 어제의 바게트는 오늘의 바게트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가? 바게트 반죽에 사용된 밀가루의 품질이 늘 한결같은가? 다시 말해 바게트의 가격 변화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인가, 아니면 품질 변화(이 역시 정량화해야 한다)에서 비롯되는가? 만일 바게트가 점차 신제품으로 대체되는 중이라면, 이때 두 제품은 무엇에 근거해 비교할 수 있을까? 이렇듯 신제품이나 품질이 향상된 제품이 등장하면 물가지수를 산출해내는 일이 골치 아파지게 된다.
 통계학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로 두 가지 방법에 의존한다. 첫째, 품질 향상 정도를 직접 산출하는 방법이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제품 카탈로그를 통해 에어백의 부가가치를 수치화할 수 있다. 그 외에 ‘종속변수’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즉, 1200W 출력의 진공청소기가 1500W 제품으로 대체될 때 성능 향상률을 25%로 보는 것이다. 이때 신제품은 기존 제품에 비해 저소음 기능 등이 향상됐을 수도 있지만, 그냥 불필요하게 출력이 증가한 것일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연쇄방식(Chaining)이다. 앞으로 사라질 제품과 이를 대체할 제품이 동시에 공존할 때, 두 제품의 가격 차이에서 품질의 차이를 산출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정확도가 떨어진다. 1996년 말 미국 보스킨위원회 보고서는 ‘기존에 조사된 자료의 내구재 부문 물가변동률이 연간 1% 이상 과대평가(따라서 생산 성장은 과소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물가지수의 부정확성으로 인해, 생산 측정은 자의적 측면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런 수치의 결과가 큰 영향력을 지닌다며 맹신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수치의 정확도에 금이 가고 있다. 우리는 생산이 점차 탈물질화하고 질적 향상이 주조를 이루는, 기술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서비스 경제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경제에서는 무엇을 측정하고, 어떻게 측정해야 할지 판단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
 혁신을 파악하는 문제는 물가지수 산정, 다시 말해 성장을 측정하는 데 주된 걸림돌이 된다. 두 시점 간 혁신의 차이를 찾아내는 방법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상품이 복잡해질수록 옛 제품과 새 제품을 비교할 수 있는 통합 변수를 찾아내기가 더욱 곤란해진다. 품질 개념이 모호한 서비스 분야에서 더욱 그러하다.
 
과대포장되기 쉬운 물가상승률 

 이런 연쇄방식 역시 변화 속도가 빠른 분야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컴퓨터의 품질 차이를 측정한 연구를 살펴보면, 연쇄방식이 제품의 성능 향상(실제적인 제품 가치)을 과소평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3.4% 달한 해에 대체된 상품을 배제하고 물가상승률을 다시 산출해봤다. 그랬더니 수치가 0.14%로 곤두박질쳤다. 오늘날 소비자물가지수의 조사 대상 품목 중 30%에 해당하는 제품이 해마다 자취를 감추거나 신상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갈수록 잦아진다. 제품 수명도 줄고 있다. 생산기기의 유연성이 향상됨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거나 모델을 변경하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졌다. 자동차의 경우 과거에는 모델 주기가 6~8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일본의 영향으로 2년 뒤 최초의 부분 변경이 가해지고, 4년 뒤면 모델이 생명을 다하게 된다. 이런 혁신이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한편, 여러 서비스 부문에서 생산량의 변화가 과소평가되고 있다. 기술 진보로 동일한 일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과거보다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수리나 법률 컨설팅과 같은 분야에서 생산은 고객에게 할당되는 근로시간으로 산출된다. 그런데 기술 발전에 힘입어 과거에 2시간 걸리던 일이 오늘날에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근로시간당 비용이 두 배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므로 생산량 변동이 저평가된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이처럼 생산량이 과소평가된 경우가 크게 증가했다. 기술 진보, 특히 정보학의 발전으로 서비스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에서 서비스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만큼, 이런 오류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의료·교육·치안과 같은 행정서비스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제기된다. 국가 통계 체계는 이런 종류의 서비스 가치를 임금·건물이용료·물품구입비 등을 합산한 생산비와 동일하게 취급한다. 하지만 소비자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방식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생산 자체의 개념이 모호한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입원이나 수속 절차, 치료 등에 걸리는 시간도 생산으로 봐야 할까?
 신제품 대체 외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제품의 품질이 변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급격한 서비스 경제에서 품질의 변화를 파악하기란 그리 녹록지 않다. 그래서 품질 향상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전화 가입만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런 변화들이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다.
 어떤 기준치를 사용하더라도, 서비스의 품질 측정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많이 일으킨다. 한 예로 데이터베이스를 근간으로 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비교하는 기준은 정보에 접속한 시간이지, 검색한 자료의 중요도가 아니다. 물론 몇몇 기업은 자구책으로 고객만족도를 조사하고 있다지만, 이런 방식은 부정확할뿐더러 보편화하기도 힘들다.
 가치를 계산하려는 것 자체도 문제다. 경제학자는 가치를 주관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경쟁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된 일정한 가격이 적절한 방식으로 가치를 반영하게 된다. 하지만 기술 진보 등으로 시장 구조가 독점화하는 경우에는 가격이 실제보다 높게 형성된다. 생산성 향상이 판매가격에 반영되는 과정에는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역학관계도 작용한다.
 
 ‘성장 지상주의’에서 벗어나라 

 그러니 어쩌면 통계학자들은 과거를 그리워할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균일한 재화의 축적에서 성장이 비롯됐기에 그저 철강·주택·섬유 등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만 측정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생산의 탈물질화’로 성장을 측정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혁신의 증가로 비교 작업이 훨씬 복잡해졌다. 성장 측정의 정확도가 점점 떨어지는 것이다. 오류는 과소와 과대, 양 방향으로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조사에서 과소평가의 경향이 나타났다. 보스킨위원회는 물가상승률이 연간 1.1%가량(그중 0.6%는 신상품이 원인이었다) 과대평가됐다고 한다. 물론 이 높은 수치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류의 결과는 치명적이기 마련이다.
 물가 변동 측정이 여러 가지 이유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면, 성장 측정의 부정확성 역시 또 다른 차원의 많은 문제를 제기한다. 일단 성장 수치는 무시하기 힘든 상징적 영향력을 지닌다. 우리는 성장 수치를 ‘고무적인’ 또는 ‘우려스러운’과 같은 일종의 물신주의가 반영된 용어로 표현한다. 또 공식 발표된 성장률은 사업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마지막으로 성장률 측정 오류는 “생산성 통계를 제외하고 컴퓨터는 어디에나 있다”는 이른바 ‘솔로(Solow)의 역설’Tip & Tap을 해명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성장률이 저평가됐다면 생산성 역시 저평가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측정 오류는 솔로의 역설을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물가지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 특허나 기술연구비의 채산성 등에 관한 통계 자료에서도 기술 진보의 침체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측정 오류는 솔로의 역설을 명쾌하게 해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반적인 차원에서 보면, 통계학자들이 성장률 측정에 점점 애를 먹는 것은 성장 자체의 성격이 변화한 탓이다. 이제 성장은 처분 가능한 재화의 양적 증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욱이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은 성장만이 아니다. 경제 전체다. 자본은 이제 단순히 건물이나 설비가 아닌, 브랜드나 노하우의 형태를 띤다. 또 상업과 금융의 이동에, 정보 이동까지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무의식 중에 마치 산업 부문이 경제 전체를 대변이라도 하듯, 산업과 관련된 자료에 의지한다. ‘숫자의 학문’인 경제학은 이 학문의 토대를 이루는 데이터의 정확도가 약화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어떤 대상 사이의 연관성을 쉽게 단정짓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 성장은 파괴적인 성격의 ‘생산 지상주의’와 더이상 동일시돼서는 안 된다. 프랑스는 지난 3년간 석유나 철강의 소비량 증가 없이 두 배의 생산 증대를 일궈냈다. 분명한 사실은 이제 후기 산업화 사회의 경제지표를 재정립해야 할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Tip & Tap>
솔로(Solow)의 역설
로버트 솔로 교수가 1987년 “컴퓨터 시대는 도처에서 확인되는데 생산성 통계에서만은 예외다”라고 주장하면서 ‘컴퓨터 생산성 역설’을 제기했다. 컴퓨터를 비롯한 정보기술(IT)이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통계적 논란을 의미한다. 기술 진보를 중요시한 솔로 교수는 경제의 장기적 성장에 관한 낙관적 이론을 펼친 ‘솔로 모형’으로 유명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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