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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역사는 거품의 역사
[Insight] 경제현실과 경제학 특강
[8호] 2010년 12월 01일 (수) 장 가드레 외 economyinsight@hani.co.kr

 17세기 튤립 뿌리 열풍에서 2000년대 주식 폭등에 이르기까지, 거품은 금융사의 한 장을 차지한다.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소유주의 호주머니를 두둑이 채워주며 계속 투자를 부채질한다. 하지만 거품의 운명은 터지는 데 있다. 거품이 붕괴되면, 삽시간에 모든 경향이 역전되면서 성장이 곤두박질친다. 단, 화폐 당국이 공포 확산을 저지하지만 않는다면.
거품은 어느 재화에나 다 발생할 수 있다. 최초의 투기 거품은 네덜란드의 튤립 뿌리를 둘러싸고 발생했다. 1636~1637년 튤립 뿌리의 가격은 가히 천문학적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거품이 발생하기 쉬운 부문은 부동산과 예술품, 그리고 금융자산 시장이다.
 
튤립 가격에도 거품이… 

 투기 거품이란 자산 가격이 ‘본질가치’(해당 자산이 미래에 가져다줄 총소득)를 넘어선 상태를 뜻한다. 1980년대 말 일본의 거품 경제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도쿄 한 도시의 토지가치는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가치를 능가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지켜보노라면, 거품이란 눈이 뒤집힌 투자자들의 비합리성이 원인이 아니고서는 절대 발생할 수 없는 현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왼쪽: 이 모든 게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네.

오른쪽: 그러니 어서 부지런히 배나 채워두게.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각 개인이 경제 분야에서 어느 정도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가정에서 출발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투기의 원인으로 개인의 비합리성 외에 또 다른 원인을 찾아냈다. 그중 하나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려는 ‘모방심리’다. 이런 태도는 일견 합리적인지도 모른다. 흔히 시장을 거슬러서는 결코 수익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가. 다시 말해, 다수의 투자자가 어떤 종목의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가정하면 이들은 해당 주식을 매입할 테고, 그러면 실제로 주가가 상승한다. 이 투자자들의 예언은 이처럼 ‘자기실현적’이다. 특히 투자자는 불확실성이 클 때 더욱 남들을 따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전문경영인도 목이 달아나기를 원치 않기에 무모한 위험을 무릅쓰는 대신 대세를 따른다(이것이야말로 더 위험한 행위인데도 말이다!). 독단적인 결정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때에는 비난을 모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기 거품을 키우는 또 다른 중요한 원인으로 은행원의 태도가 있다. 거품은 대출 없이 형성되기 힘들다. 투자자는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산을 구입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원은 고객이 대출을 받아 투자하려는 사업에 대해 당사자인 고객만큼 잘 알지 못한다. 이를테면 활황기에는 전화 한 통만으로도 투자자에게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줬다.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한다면, 고객만 잃게 될 뿐이었다.
 따라서 자산가치와 본질가치 사이에 (심지어는 어마어마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투자자 개인의 비합리성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자산이 과대평가됐는지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유일하게 의미 있는 문제는 자산을 더 비싼 값에 다시 사줄 사람이 있는지 여부다. 그러므로 투자자는 기대수익보다 자산 가격이 너무 높게 평가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매입을 고집하는 것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합리적인 태도는 집단의 비합리성으로 쉽게 귀결되기도 한다.
 투기 거품은 우선 부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 대출 급증으로, 실물경제에 유동성 자금이 대거 유입되기 때문이다. 대개 거품은 경제 급성장 시기에 발생한다. 가장 비근한 예가 1980년대 중반 이후의 일본이다. 당시 엔화 강세로 경제가 침체될 것을 우려한 일본의 중앙은행은 대대적인 금리 인하 조처를 단행했다. 돈이 돈을 낳는 이 시대는 각종 거품을 만들어냈다. 주식,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 부동산은 물론이고, 심지어 골프장 회원권까지 다양한 상품에 거품이 형성됐다. 자그마한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게 되면서 가계소비가 급증했다. 기업 투자도 마찬가지였다. 기업은 미래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덕분에 증자해 들어온 돈으로 쉽게 설비를 확충할 수 있었다. 이로써 급성장의 시대가 도래했다. 1990년대 말 미국을 휩쓴 닷컴 열풍도 이와 유사했다. 이때는 전적으로 정보기술(IT)의 신기술에 공이 돌아갔다. 하지만 성장의 일부는 거품이었고, 2000년 닷컴 거품은 붕괴된다.
 거품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자산 가격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현상으로, 자산 효과로도 부른다)를 통해 성장을 가속화한다.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저축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그 결과 소비 구매력이 상승한다.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나라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대출 여력이 증가한다. 따라서 대출 수요가 급증한다. 한편, 주식시장 거품은 기업의 투자를 부추긴다. 덕분에 고용이 늘고, 생산성이 향상된다. 그 결과 성장과 동시에 물가 안정까지 실현된다.
 대개 ‘카지노 경제’와 일확천금은 근로윤리와 공정성을 저해한다. 정량화해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근로윤리와 공정성은 경제의 성공 여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한 예로 1990년대 일본에서는 근로기강이 해이해지고 애사심이 약화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이는 1980년대 거품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양극화로 인한 빈부갈등이 심화되고, 졸부에 대한 거부감이 증가하고 있다.
 
부채 디플레이션의 고통 

 거품이란 종국에는 터지기 마련이다. 일단 거품이 터지면, 모든 자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섬에 따라 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뒤통수를 맞게 된다. 가격 상승이 클수록 추락도 급격하다. 경제에 몰아친 위기의 여파는 막대하다. 거품 붕괴의 첫 단계는 마이너스 ‘부의 효과’다. 자산가치가 추락하고, 재산을 모으기 위해 가계의 저축이 늘어난다. 그 결과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됨으로써 성장이 둔화한다.
 다음으로 거품 붕괴는 유동성 자금 수요를 급증시킨다. 특히 대출을 받아 자산을 매입했다가 자산가치의 하락으로 대출을 상환하기가 어려워진 투자자들이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 체질이 약화된 은행은 더 이상 쉽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금융기관의 대출 제한으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고객의 상환 능력은 더욱 약화된다. 이로써 어빙 피셔가 말한 ‘부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으로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채무 부담이 커지고, 결국 빚을 갚으려고 담보로 맡긴 자산을 처분하면 다시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현상)의 연쇄효과로 위험이 확대된다.
   
 

 
지금은 참으로 두려운 상황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2000년에 대출을 받아 파리의 아파트 여러 채를 매입했다고 가정하자. 여러 채에서 나오는 임대 수입으로 매월 대출 상환금을 충당한다. 이 경우 그는 신중한 투자자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소유한 아파트 중 한 채를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 일부 원금을 상환하고 임대 수입으로 대출 이자를 충당할 수도 있다. 아파트를 매입하면 향후 일정한 차익을 남기고 재매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존의 메커니즘이 약발을 다하는 경우가 일어난다.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이때 유일한 해결책은 소유한 아파트 몇 채를 매각하는 것이다. 이로써 부동산 가격은 더욱 하락한다. 더군다나 소유한 나머지 아파트의 임대료마저 덩달아 하락한다. 그 결과 투자자는 또다시 대출 상환에 곤란을 겪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머지 아파트까지 큰 손실을 감수하고 팔아야 할 처지가 된다. 투자자는 파산하고 아파트는 은행의 소유가 된다. 은행은 가격에 상관없이 어떻게든 아파트를 처분하려고 기를 쓴다. 부동산 투자자에 이어 은행이 파산하면서 경기가 침체된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디플레이션을 몰고 온다. 이제 금융위기는 경제위기로 확산된다. 경제위기로 금융기관의 방만한 경영이 도마 위에 오르고, 금융 스캔들이 폭로된다. 도산한 금융기관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고, 덩달아 전 금융기관으로 불신이 확산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일본이다.
 이런 연쇄현상을 막을 유일한 길은 국가와 통화 당국의 신속하면서도 대대적인 개입이다. 예를 들어 1987년 10월 ‘검은 월요일’의 주가 폭락이 발생했을 때, 대규모 자산 매각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의 중앙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즉시 금리를 인하한 덕분이다. 마찬가지로 1989년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부실 사태 때도 정부는 수천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했다. 그런데 투기 거품의 붕괴가 심각한 경제침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투입한 막대한 공적자금은 오히려 투자자를 더욱 방만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또한 세계경제를 더욱 심각하게 위협할 또 다른 투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1987년 주식 폭락 사태 이후 연쇄반응은 멈추지 않았다. 2008~2009년 금융권에 투입된 막대한 자금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두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거품을 억제하는 금융규제>
 
 1990년대 금융 및 부동산 거품으로 타격을 입은 몇몇 동아시아 국가는 엄격한 금융규제 덕에 큰 피해 없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싱가포르와 대만이다. 이처럼 엄정한 규제는 금융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증거금 주식을 매입할 때는 일정한 비율의 증거금을 예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증거금 비율을 5%로 가정하자. 만일 주식 매입자가 10만유로를 증거금으로 예치한다면, 200만유로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 주가가 4천유로인 주식을 500주 샀다고 하자. 3개월 뒤 주가가 5천유로로 뛰어 주식을 모두 팔았다면 매도액은 250만유로인데, 이 중 수익은 50만유로다(3개월 만에 500% 수익!). 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몇 주 사이 주당 3600유로로 급락한다면, 기존 10만유로 증거금만으로는 20만유로에 상당하는 손실액을 충당하기 어렵다. 이때 금융 당국은 즉시 주식 소유자에게 증거금을 더 예치하도록 명령한다. 따라서 증거금 비율이 높을수록 방종의 위험도 더욱 낮아지는 것이다.
 담보물 몇몇 국가에서는 위험성이 있는 자산에 대한 대출의 경우 해당 자산을 담보물로 설정한다. 하지만 대출과 담보가 연계된 이런 방법은 금융 부실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00만유로를 대출받아 집 한 채를 매입했는데, 금세 가격이 200만유로로 뛰었다고 하자. 그러면 100만유로를 추가로 대출받아 집 한 채를 더 장만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거래 전체에 문제가 생기므로, 이는 위험도가 높은 메커니즘이다. 여기서 금융기관이 리스크를 분산하도록 규제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모럴 해저드 대출기관의 방만한 경영 없이 거품이 형성되기는 힘들다. 보통 대출기관은 상환 불가능이 우려될 때에만 대출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한다. 누가 봐도 안전한 담보가 설정된 경우에는 마구잡이로 대출을 남발한다. 대표적인 예가 정경유착이 심한 국가들이다. 이 문제가 특히 심각하게 나타나는 곳은 ‘대마불사’급의 대형 금융업체들이다. 이 은행들이 파산하면 경제 전체가 막대한 타격을 입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
 건전성 규제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거나 단기 채무로 장기 대출을 못하도록 규제하면, 거품 형성을 억제할 수 있다. 이 문제들을 다루는 것은 금융감독기구의 몫이다. 한편, 경영자가 주주보다 막강한 독립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도 문제다. 대표적인 예가 2007년 소시에테제네랄사의 막대한 투자 손실 사태와, 2008년 미국 투자은행의 연쇄도산 사태다. 대체로 경영자는 직접 자기 돈을 투자한 주주만큼 신중하지 못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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