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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마법에 걸린 불평등
[Insight] 경제현실과 경제학 특강
[8호] 2010년 12월 01일 (수) 장 가드레 외 economyinsight@hani.co.kr

 전세계적으로 불평등이 급격히 심화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신흥국의 등장으로 불평등이 완화됐다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개념과 방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두 관점은 모두 타당성이 있다. 심지어 서로 보완되기도 한다.
 2004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구매력평가Tip & Tap 기준 2만9천달러 이상인 국가는 18개국이었다. 반면 1인당 GDP가 구매력평가 기준 1800달러 이하인 나라는 30개국이었다. 빈곤국에 속하는 나라는 인구 1억3천만 명의 나이지리아와 7600만 명의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대부분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다. 1800달러와 2만9천달러라는 기준선은 세계 인구의 상·하위 10% 집단을 구분한다. 두 집단의 평균 1인당 GDP를 비교하면 두 집단의 구매력 차이, 즉 불평등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비교해보니 33.5였다. 구매력 면에서 평균적으로 볼 때 부유한 18개국의 주민이 가난한 30개국의 주민보다 33.5배 더 부자라는 뜻이다. 
 
평평하거나 울퉁불퉁하거나 

 1995년에는 이 수치가 23.9였다. 10년 만에 불평등 정도가 더욱 심해진 것이다. 더 장기간을 살펴보면 다른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경제학자 앵거스 매디슨에 따르면, 1973∼2001년 서유럽과 북유럽의 1인당 GDP는 69% 증가한 반면(미국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는 6%만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부유국과 빈곤국 명단은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다분히 자의적으로 상·하위 그룹에 속하는 국가 수를 늘렸을 때에도 불평등 악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게다가 두 그룹에 속하는 국가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한다. 앞의 예에서 부유국 18개국과 빈곤국 30개국의 명단은 1995년 이래로 거의 변하지 않아 납득할 만한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빈곤국을 30개국이 아닌 40개국으로 설정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1995년 1인당 GDP 하위 40개국에 속하던 인도가 이제는 여기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전거 경기를 생각해보자. 선두 그룹과 후미 그룹 간 격차가 벌어진다고 해도 중간 그룹에 속한 상당수의 경주자가 선두 그룹을 따라잡으려 하고 일부는 앞으로 치고 나갔다면, 어떻게 격차의 전반적인 흐름을 예측하겠는가? 예를 들어 중국과 인도(두 나라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37.5%를 차지한다)는 분명 선두 그룹을 따라잡았다. 부유국 22개국의 1인당 GDP를 중국의 1인당 GDP과 비교해보면 1995년 7.7에서 2004년 5.6으로, 같은 기간 인도와는 15.9에서 10.5로 변화했다.
   
 

 전세계 모든 국가 간 1인당 GDP 불평등의 전반적인 흐름을 평가하기 위해 전체적 분포를 고려하는 종합적인 지표로 지니계수와 타일지수Tip & Tap 등이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지니계수를 보자. 지니계수는 국가 간 불평등을 0에서 1까지 숫자로 표시한다. 0은 모든 국가가 완벽히 평등한 상태고, 1은 한 국가가 모든 부를 소유한 극단적인 상황이다. 1995∼2000년 지니계수 변화(<그림1>의 초록색 그래프 참조)를 통해 의심의 여지 없이 이 기간에 국가 간 1인당 GDP의 불평등이 악화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평가에서 ‘모든 국가를 동일한 비중으로 간주하는 게 과연 타당한가’라는 의미 있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부유국 간의 격차가 줄어든 것이, 인구가 중국의 1천 분의 1에 불과한 모리타니와의 격차가 줄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여기서 혼합지표(‘가중’ 불평등)가 등장한다. 이 지표는 해당 국가의 1인당 GDP를 가중해서 구한다. 간단히 말하면 전세계 모든 사람이 자국의 1인당 GDP를 소득으로 받는 가상의 세계를 상정하고 이들을 통해 지니계수를 산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불평등은 오히려 완화되는 결과를 얻게 된다. 이 지수가 통계의 마술을 보이기 위한 사례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가상세계의 지니계수는 1960년 초부터 1990년 초까지 줄어들었다(<그림1>의 노란색 그래프 참조). 그러나 이런 반전은 (통계적으로) 중국 때문에 발생했다. 중국을 제외하고 산출한 결과는 20년간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 ‘허술한’ 지표를 ‘진정한 의미’의 세계 불평등을 파악하는 하나의 단계로 여길 필요가 있다. 진정한 의미의 세계 불평등을 파악하려면 각국의 모든 국민이 평균적으로 동일한 부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결국 각국의 국내 불평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불평등 예측은 더욱 복잡해진다.
 앞서 살펴본 국가 간 불평등은 국가 또는 국가 그룹별 1인당 GDP를 바탕으로 평가한다. 그 정의에서부터 각국 내부의 불평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국가 간 불평등은 거의 비슷하거나 일부 줄어드는 동안에도 각국 내부에서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 전세계 모든 시민 간 불평등(이른바 ‘세계 불평등’)은 악화된다. 
 미국과 중국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 20년간 평균 1인당 GDP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과 격차를 좁혔다. 그렇지만 같은 기간 두 나라 내부의 소득 불평등은 심각하게 악화됐다. 만약 전세계에 미국과 중국 두 나라만 존재한다면, 우리는 점점 불평등해지는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두 나라 사이의 불평등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뜻이다. 프랑수아 부르기뇽과 크리스티앙 모리손은 “국내 불평등은 1910∼1950년 전세계적으로 분명 감소했지만, 1970∼1992년 다시 증가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그림2> 참조).
 
중국·인도의 성장이 시기별 비교 교란

 국내 불평등을 측정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 신빙성 있는 결과를 얻으려면 국가 계정(1인당 GDP 또는 유사 자료) 수치뿐만 아니라 소득에 관한 자료, 좀더 깊이 들어가면 가계 소비를 보여주는 자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는 이런 자료가 거의 없고, 있더라도 그 양이 얼마 되지 않거나 서로 비교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정리됐다.
 세계은행의 2001년 보고서에 따르면, 부유국은 “1950∼1980년의 흐름을 뒤엎고 (1980년부터) 불평등이 심각하게 확대됐다”고 한다. 여기서 부유국은 선진국 24개국 중 18개국을 가리킨다.
중국이 국내 양극화가 심각하게 악화된 단적인 사례이지만, 중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는 그 실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일 뿐이다. 1990년대 인도에서도 양극화가 확대됐다. 이 국가들에서 최고 소득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양극화 정도는 물론, 자산소득과 투자소득이 급격하게 증가한 지난 10년간 양극화 흐름의 변화는 과소평가될 수밖에 없다.
 세계 불평등(세계 시민 간 불평등)은 국가 간 불평등과 국내 불평등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발생한다. 프랑수아 부르기뇽과 크리스티앙 모리손은 장기간에 걸쳐 세계 불평등에 대한 중요하고도 미묘한 역사적인 평가를 진행했다(<그림2> 참조). 종합적인 지표(타일지수)를 사용해 측정하든지, 소득 상위 5% 또는 10%를 하위 10% 또는 20%와 비교하는 등 더 간단한 지표를 사용하든지 간에, 세계 불평등은 1820~1992년 일시적인 완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심화했고, 이는 특히 국가 간 불평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1820년 전세계 부유층 5%의 평균소득은 빈곤층 20%의 27배에 불과했지만, 1992년 이 비율은 65배로 2배 넘게 증가했다.
 1990년대 말 세계의 소득분배가 1820년대와 동일한 수준이라면 하루 소득 1달러 미만의 최빈곤층은 6분의 1 이하로, 빈곤층(하루 소득 2달러 미만)은 4분의 1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이는 불평등한 방식으로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던 세계 자본주의 역사의 몇몇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몇 안 되는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2000년부터 중국과 인도의 영향으로 불평등이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정된 구매력평가를 기준으로 새로 계산한 불평등 수준(여기서는 지니계수로 요약)은 이전 구매력평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불평등 수준보다 훨씬 높아진다.
 가장 까다롭게 산출돼 가장 신뢰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는 세계 시민 간 불평등 계수에 따르면, 세계 불평등은 지난 10년간 감소되지 않았다. <그림3>은 1952~2006년의 결과를 보여준다. 지니계수가 70%에 가까운 현재의 상황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상위 10%의 부유층이 소득의 58%를 점유하고, 하위 10%는 0.6%만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과제, 다른 통계를 위해

 상황이 진전되고 있지만 이 연구에는 불확실한 점이 많다. 이 점은 브란코 밀라노비치의 저서에 잘 정리돼 있으며, 좀더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저작물로는 이자벨 뱅지둔과 국제금융관세연대(ATTAC)가 작성한 글 등이 있다. 여기서 자세한 내용을 다루지는 않겠지만, 하나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수치들과 관련된 정치적 현안 가운데 하나는 국가 간 격차와 1인당 GDP를 중요한 문제로 다룰 것이냐, 소득과 소비의 국내 불평등과 세계 불평등을 연구해 이를 감소시키려 노력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냐는 것이다. 통계 시스템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계의 정치적·제도적 당면 과제를 반영한다. 통계 시스템이 국내 불평등과 세계 불평등 측정보다 국가의 GDP 예측, 무역 및 국제투자 예측에 더 많이 사용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조세피난처에 산다고 날마다 즐거울 거라고 생각해?

대안세계화주의자·비정부기구(NGO)·유엔개발계획(UNDP)·국제노동기구(ILO) 같은 국제기관과 시민사회의 국제적 네트워크는 물론 각국에서 불평등을 비판하는 단체와 노조는 지금 ‘다른 과제’를 위해 ‘다른 통계’를 지지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당면 과제는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교육·보건·환경 등에서 국내와 세계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전략과 관련된 보편권을 확인하는 것이다. 


<중국의 불평등 심화 현상>

슈브함 차우두리와 마틴 라발리온은 세계은행 보고서에서 (참고할 통계 자료가 부족했음에도) 지난 20년간 중국에서 소득 불평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니계수는 1983년 0.26에서 2003년 0.41로 높아져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상위 10%의 평균소득이 하위 10% 평균소득의  6~7배에서 15~16배 많은 상태로 변했는데, 이는 거의 미국 수준이다. 물론 브라질(지니계수 0.59, 상·하위 10% 간 소득격차 1에서 85배)의 기록을 깨지는 못했지만 불평등 심화의 길로 접어든 것은 확실하다.

<Tip & Tap>
구매력평가
두 나라 이상의 1인당 소득(또는 GDP)을 비교할 때, 자국 통화의 환율은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각 국가별 국내 물가를 기준으로 한 ‘실질적인’ 구매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프랑스와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재를 포함하는 장바구니 물가가 프랑스에서는 0.9유로, 미국에서는 1달러라고 한다면, 양국 간 구매력평가는 0.9유로에 1달러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프랑스의 1인당 GDP를 구매력평가 기준 달러화로 표시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서로 다른 나라의 가계에서 구입하는 대표적인 재화와 서비스의 표본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발전 격차가 큰 국가를 비교할 때에는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타일지수(Theil index)
경제적 불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통계 지수. 이론적으로 모든 개인이 같은 소득, 즉 평균소득을 가지면 계수는 0이 되고 한 명이 전체소득을 독식하면 1이 된다. 이 지수를 개발한 독일의 계량 통계학자 헨리 타일의 이름을 땄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번역 서희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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