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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사우디 아메리카' 꿈
[Special ReportⅠ] 화석연료에 목매는 지구촌- ① 자원의 아메리칸드림
[25호] 2012년 04월 01일 (일) 하이케 부흐트너 economyinsight@hani.co.kr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의 개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전세계가 여전히 석유·가스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나라 안에서도 유통 체계와 가격을 놓고 정부와 업체를 불신하는 풍조가 점증하고 있다.

원유 수출국으로 재도약하려는 미국, 다른 화석연료보다 저렴한 액화천연가스(LNG) 확보를 통해 경제 도약을 이어가려는 인도, 그리고 자국 유가 구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늘고 있는 독일과 중국의 사례를 각각 훑어본다. _편집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22일(현지시각) 오클라호마 쿠싱에 있는 거대한 파이프라인 앞에서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오바마의 요즘 최대 현안은 에너지… 새 채굴 방식으로 산유국의 화려한 컴백 노려

전세계는 지금 석유와 가스 수급 문제에 시달리고 있지만 미국은 예외다. 최대 선진국인 미국은 국내 매장 지하자원의 무차별적 발굴에 매달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넷째주에 발표한 에너지 정책에는 틀린 내용이 없었다. 윈드재킷과 코르덴 바지 복장의 오바마 대통령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에너지 정책을 발표하는 동안, 그의 등 뒤로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된 파이프라인 한 뭉치가 눈에 들어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에너지 정책을 발표한 장소인 오클라호마의 쿠싱은 절묘한 선택이었다. 쿠싱은 북미를 가로지르는 원유 대형 파이프라인이 교차하는 곳이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사안이 바로 에너지다. 지난 5개월 동안 유가는 30%나 치솟았다. 휘발유 가격은 1갤런당 4달러에 육박하는데, 이는 1ℓ당 1달러에 해당한다. 낮은 유가에 익숙한 미국에서 요즘 유가는 사상 최대치나 다름없다. 그리고 이란과의 대립이 최악으로 치달을 때마다 흥분한 에너지 전문가들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 앞으로 훨씬 더 힘든 시기가 닥칠 것이라고 논평을 늘어놓기 바쁘다. 경제금융 전문 채널 <CNBC>는 '오일쇼크' 관련 특별방송을 방영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애용하는 주제인 에너지는 요즘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전세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탈출구를 잘 알고 있다. 미국이 해외 에너지업체들에게서 독립할 날이 멀지 않은 가운데,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아메리칸드림이 다시 실현될 날이 올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 드림'은 지리학자들이 미국의 땅속 깊은 곳에 수출이 가능할 만큼 충분히 매장된 석유를 발견하고, 기술자들이 지하의 원유를 발굴하는 기계를 개발한 데서 시작됐다. 에너지 드림이 계획대로 실행된다면 미국은 머지않아 환골탈태할 것이다. 그러면 중동과 남미의 독재자들과 더 이상 일부러 친하게 지낼 필요도, 석유 확보를 위해 오일전쟁을 벌일 필요도 없게 돼 미국은 새로운 차원의 독립을 누리게 될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 자립 꿈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말이다. 반면 유럽은 지하자원 확보를 위해 산유국들에 여전히 굽실거려야 한다.

미국 북부의 캐나다 국경선 인근,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소형 트럭에 탄 스캇 하우겐(45)은 저주를 퍼붓고 싶은 것을 겨우 참고 있다. 대머리에 붉은 턱수염을 기른 하우겐은 무전기에 대고 "원심분리기가 대체 어디에 있느냐"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원심분리기를 실은 트럭이 도착할 때가 이미 몇 시간이나 훌쩍 지난 뒤였다.

"미 가스매장, 향후 100년 수요량 충분"

   
프래킹(수압파쇄기법) 굴착장치 근처에서 노동자들이 서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프래킹은 각광받는 새로운 굴착 기법이지만, 많은 모래와 물을 필요로 하는 등 환경파괴의 주범이 될 공산도 크다. 뉴시스 AP
스캇 하우겐은 노스다코타주에서 유전을 채굴하는 중소기업인 '코너스톤 내추럴 리소시스'(Cornerstone Natural Resources) 직원이다. 그는 '프래킹'(Fracking·수압파쇄기법, 암반층에 고여 있는 석유와 가스를 추출하는 기술)을 하기 위해 겨울의 황량한 들판에 유전 채굴 위치를 72시간 이내에 준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하우겐은 고압 세척기로 모래와 화학물질과 물을 땅 밑에 주입해 암석층을 깨서 유전을 채굴한다. 대초원 평야의 지면에서 3천m 깊이에 3억6천만년 된 석유가 고여 있는 석판암층이 있다. 미국 곳곳에 산재한 석판암층에는 석유가 고여 있다.

미국은 한때 산유국이었다. 록펠러 시대만 해도 지하에서 힘차게 뿜어져나오는 원유는 애플파이, 야구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상징물이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에서 채굴되는 원유량이 국내 소비를 따라잡지 못했다. 석유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원유 수입량이 함께 늘어났고, 석유업체를 물려받은 조지 부시 미 전 대통령은 급기야 "미국은 석유에 중독됐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부시 전 대통령의 경고는 공허한 울림에 그쳤다. 전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안겨준 1970년대의 오일쇼크조차 미국 내 석유 수요에 아무런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1970년대 이후 지난 40년간 미국의 에너지 수입량은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그렸다. 2010년 미국의 에너지 수입액은 2650억달러였는데, 이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총 40%에 해당하는 수치다.

최근 미국의 국내 원유 생산량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반면 경제위기 등으로 위축되면서 미국의 에너지 수입량은 2000년대 중반과 비교해 총 17%나 떨어졌다. 미국이 현재처럼 빠른 속도로 새로운 유전을 발굴한다면, 미국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전세계 대표적인 산유국으로 다시 발돋움할 것이다.

얼마 전만 해도 에너지 전문가들은 미국의 산유국 드림은 실현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미국에는 석유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미국 국가석유위원회(NPCl)의 추정치에 따르면, 미국에는 향후 100년간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양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풍부한 천연가스 매장량 덕택에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지자 미국의 가스생산업체들은 발 빠르게 해외 구매업체를 찾아나섰다. 루이지애나 항만업체는 항만의 가스 적재 시설을 수입에서 수출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개조하기 시작했다.

수평드릴 기술로 수출국 재도약 노려

미국이 산유국으로 컴백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새로운 채굴 방식 덕택이다. 기존의 수직 드릴보다 훨씬 더 많은 유전을 채굴할 수 있는 수평 드릴이 현재 사용되고 있다. 현재 활용되는 프래킹 방식도 원유 채굴량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 핼리버턴·헤스·슐룸베르거·엑손모빌 등 대규모 에너지업체들은 노스다코타에서만 매달 새로운 유전 200여 개를 채굴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전답에 녹슨 펌프 수백 개가 서 있었지만, 지금은 거대한 강철 메뚜기떼가 덮친 듯한 모양의 운반탑 수천 개가 투입돼 있다. 2011년 가을부터 노스다코타에서는 매일 51만 배럴의 유전을 발굴하고 있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인 에콰도르의 생산량을 뛰어넘고, 미국이 이라크 및 콜롬비아의 석유 생산량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이다.

천연자원 발굴이 무한대의 가능성처럼 보이지만, 최근의 에너지 붐은 논란의 대상이자 장기적으로 미국 여론을 분열시킬 수 있는 뇌관을 안고 있다. 특히 프래킹 기법은 환경범죄로 간주된다. 지하자원을 채굴하기 위해 모래가 최소 6천t에서 최대 8천t, 화학물질 수백t, 물 최대 3400만ℓ를 발파공에 주입해야 한다.

스캇 하우겐이 투입된 곳에도 거대한 수영장을 방불케 하는 대형 물탱크가 놓여 있다. 바로 옆 들길에는 물탱크에 물을 채울 급수차 대여섯 대가 서 있다. 이외에 갓 채굴한 천연가스를 세척할 원심분리기가 채굴 작업에 반드시 필요하다.

스캇 하우겐이 중장비와 펌프, 탱크 운전을 위해 고용한 작업자들이 차 안에서 보온병의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대기하고 있다. 하우겐이 기다리다 못해 원심분리기를 갖다달라는 독촉 전화를 다시 건다. 노스다코타의 유전 발굴 현장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작업부대·관리자·지질학자팀 고용에다 크레인, 천공설비, 발전기, 펌프, 주거용 컨테이너, 컴퓨터 장비, 투광 조명 장치, 심지어 임시 화장실 등 설비 임대를 포함해 유전지역을 채굴하고 운반탑이 작업을 시작하는 시점까지 최대 1천만달러가 소요된다.

오바마·업계, 수백만 일자리 창출 확신

그래서 작업 지연은 충분히 화날 만한 일이지만, 1천만달러의 비용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스캇 하우겐은 유전 채굴에 필요한 설비를 모두 갖출 여력은 없다. 하우겐이 탄 트럭에서 몇 마일 떨어진 곳에 천공탑이 겨울의 상공을 가로질러 우뚝 솟아 있다. '코너스톤 내추럴 리소시스'의 위탁으로 2주 전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 24시간 천공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인근 들판에는 바이킹처럼 우락부락하게 생긴 엔지니어가 특수차량 두 대를 투입해 땅 표면을 긁어내고 추후에 천공탑으로 사용될 면적을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우겐은 "우리는 바켄(Bakken)을 부수고 있다"고 말하며 웃는다. 바켄은 캐나다의 서스캐처원에서 미국 노스다코타를 거쳐 몬태나에 이르기까지 유전으로 가득 찬 지하 암석층을 일컫는다.

스캇 하우겐을 비롯한 석유업계 종사자들은 새로운 천공 기술이 미국에서 저학력 노동자들에게 수백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믿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확신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천공 기술이 지속적인 성장을 약속해주고, 아메리칸드림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하이케 부흐트너 Heike Buchtner <디 차이트> 미국 뉴욕 사무소 기자

ⓒ Die Zeit 2012년 14호 Saudi-America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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