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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정신 사고파는 사람들
Cover Story: 돈의 향연, 올림픽- ④ IOC 주변을 맴도는 검은 거래들
[27호] 2012년 07월 01일 (일) 김학준 kimhj@hani.co.kr

   
2009년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16년 올림픽 개최지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가 선정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올림픽은 '온 인류의 화합과 평화의 제전'이란 구호를 내세우며 4년마다 열린다. 화려한 개·폐막식, 최고의 힘과 기량을 겨루는 경기들. 시청자는 텔레비전 앞을 떠나지 못한다. 그러나 개최지 선정과 신규 종목 채택 등의 과정에서 막후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청탁, 향응, 검은돈이 오간다는 비판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1999년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는 정말 큰 시련의 시기였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벌어진 IOC 위원 매수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나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언론은 연일 IOC 위원들의 '치사한' 행태를 들춰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미국 의회, IOC의 자체 조사 등이 잇따랐다. IOC는 솔트레이크시티 뇌물 스캔들에 대해 전세계에 사과해야 했다. 향응이나 금전을 받은 IOC 위원 10여 명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위원직을 내놓아야 했다. 한국의 김운용 위원도 구설에 휘말려 국내외에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은 직책을 그대로 유지했고,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그대로 치러졌다. 그 사건은 그렇게 잊혀졌다. 그리고 10여 년이 흘렀다. IOC에 대해 구린내 나는 귀가 솔깃할 만한 얘기는 더 나오지 않았다. IOC는 부정부패가 없는 새로운 조직으로 부활한 것인가?

백조가 물 위에서 우아하게 헤엄을 치지만 발은 쉬지 않고 물을 젓고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최근의 사례로, 우리가 3번이나 도전했던 겨울올림픽 유치 과정을 한번 복기해보자. 2003년 첫 도전 때는 김운용 부위원장과 이건희 위원(현 삼성전자 회장)이 있었다. 하지만 캐나다 밴쿠버라는 강력한 도전자가 있어 완패했다. 김 부위원장이 인정했듯이, 미국의 텔레비전방송과 IOC가 물밑에서 사실상 개최지를 결정한 터여서 애초부터 쉽지 않은 게임이었다.

백조처럼 우아하게 헤엄치지만…

두 번째 경쟁에서 상대는 러시아 소치였다. 평창이 시설 등의 면에서 별로 내세울 게 없었지만 소치는 그보다 더 못했던 듯하다. 당시 독일 좌파 일간지 <타게스차이퉁>은 러시아 관료들과 IOC 위원들이 소치를 개최지로 하기로 협정을 맺었으며, 소치가 평창,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보다 뒤처졌다는 평가위원회의 평가를 올림픽 위원들이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소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는데 IOC의 고위 간부들이 개입했다는 취지의 보도였다. IOC 위원장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인 위원들을 임명하도록 돼 있어 위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하면 가능한 일이다. 러시아가 겨울올림픽 유치에 쓴 돈은 3천만~4천만달러(약 345억~4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언론들은 보고 있다. 체육계의 한 인사는 "IOC 위원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다녀왔고, 그 뒤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러시아는 소치가 유럽인들도 곧잘 가는 유럽과 가까운 흑해 연안의 휴양지란 점을 잘 활용했다. 푸틴은 가스프롬 등 대기업들을 개발에 끌어들였다. 처음에야 돈이 들겠지만 벌써 땅값이 큰 폭으로 올랐고, 나중에 휴양지로 개발이 끝나면 개발이익이 막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슈피겔>은 러시아의 집권층과 기업만이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외국 기업들도 이미 많은 건설 계약을 체결했고 투자를 준비하는 회사도 많다고 전했다. 기술이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 유럽 기업들의 참여가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건설공사나 자재 등의 납품 계약을 맺으면서 IOC 위원의 표를 가져오도록 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기업들이 알아서 표를 모았을 수도 있다. 러시아와 유럽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세 번째 도전에서는 정부나 삼성이나 배수진을 쳤다. 체육계 내부에서는 정부 예산을 받는 공적 기구인 올림픽유치위원회가 쓴 것만도 1천억원은 넘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여기에다 유치위에 들어가 있던 기업들이 쓴 돈을 합치면 그 몇 배가 될지 쉽게 계산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 유치위의 하도봉 사무총장(현재 평창올림픽조직위 기획차장)은 "유치위의 공식 예산은 200억~300억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삼성그룹에서는 이건희 회장뿐 아니라 사장단, 해외 지사장 등이 대거 나서서 물량 공세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진들이 IOC 위원들을 만나 1차 설득을 하고, 갭이 너무 클 경우 이 회장이 나서서 담판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건희 회장이 위원들을 두세 번씩 만났다. 유치 기간 중 그가 외국에 살다시피 했던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전용기는 공항 격납고에서 편안히 쉴 틈이 없었을 것이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집행위원들이 지난 5월 캐나다 퀘벡시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평창올림픽 3수에 들어간 돈은?

한국이나 러시아가 어떤 방법으로 위원들을 구워삶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그전까지 드러났던 사례를 보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올림픽 뇌물 스캔들의 대표적인 사례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나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일어난 경우를 보면, 선물이나 금품 제공, 여행 경비 제공, 자녀 대학 진학(유학)과 취업, 고가 매매 계약 등이 주로 등장했다. <올림픽의 귀족들>의 저자들은 "어느 나라 올림픽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특정 IOC 위원의 둘째 딸 구두 사이즈를 알고 있을 정도로 IOC 위원들의 선물 목록을 정밀하게 작성했다'고 자랑을 했다"고 적었다. 올림픽 유치 상황을 잘 아는 한 체육계 인사도 "청탁과 금품 제공 등 각종 뒷거래 관행들이 아직도 없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개최지 결정과 함께 텔레비전 중계권과 광고 스폰서 선정 과정도 일반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다. 1972년 뮌헨올림픽 중계권은 750만달러,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은 2500만달러였으나,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땐 2억2500만달러로 뛰었다. 미국 방송사 <NBC>는 2014~2020년 4번의 올림픽 대회 동안 43억8천만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한국에서도 방송 3사가 한 신사협정을 파기하고 사태가 발생해 논란이 일어난 적 있다. 이는 중계권료 상승과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제한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ISL이라고 있었다. 긴 이름은 'International Sportsculture & Leisure'다. 아디다스의 자회사로 IOC와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광고 마케팅을 독점하던 회사였다. 사마란치와 주앙 아벨란제를 등에 업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회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 석연찮은 이유로 망했다. ISL은 IOC와 FIFA에 뇌물을 줬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영국의 탐사보도 전문가 앤드루 제닝스와 바이브 심슨은 바르셀로나올림픽이 시작되기 직전인 1992년 <올림픽의 귀족들>이란 책을 펴냈다. 이들은 결국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검찰로부터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IOC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계나 학계 등에선 책 내용이 거의 사실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독자들만 공감하며 읽었을 뿐, IOC는 전혀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았다. 저자들은 증거를 더욱 보강해 1996년 <올림픽의 귀족들 2>를 출간했다. 제닝스는 2000년 클레어 샘브룩과 공저로 <위대한 올림픽 사기>라는 책을 썼다. 그리고 2006년엔 축구계까지 진출해 <파울! FIFA의 은밀한 세계>를 펴냈다. 제프 블라터 회장이 FIFA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헤쳤다. IOC나 FIFA가 다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기업을 등에 업고 조직을 장악해 전횡을 저지르는 과정이 눈으로 보듯이 그려져 있다.

뇌물 함정취재에 걸려든 FIFA 위원들

제닝스의 책이 예언이 됐다. 단일 종목으로 IOC와 대등한 세력을 가진 FIFA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 2010년 10월 일어났다.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한 달 남짓 남겨둔 시점이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 기자들이 함정을 팠는데, FIFA 집행위원들이 걸려들었다. 돈을 줄 테니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지로 선정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집행위원이 뇌물 액수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축구장 건설 등 대의가 있는 그럴듯한 명분을 걸었다. 그러나 이전의 사례를 보면 대개 개인 박물관이나 재단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다. 당시 '함정 취재가 정당한 것이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위원들은 이런 거래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먹이가 보이자 진짜인지 가짜인지, 무엇이 들어 있는지 살펴보지도 않고 덥석 물었다. 개최지 선정을 늦추라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FIFA는 증거를 대라고 요구하며 선정을 강행했다.

이어 이듬해인 2011년 5월, 이 신문은 또 다른 비리를 폭로했다. 이사 하야투 FIFA 부회장 겸 아프리카축구연맹 회장과 자크 아누마 코트디부아르 축구협회 회장 겸 FIFA 이사가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를 지지하는 대가로 각각 150만달러(약 17억원)를 받았다는 것이다. 일부 집행위원들은 월드컵 유치에 나선 영국에 수십만∼수백만달러의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제안을 받은 당사자가 밝힌 비밀 내용이어서 신뢰할 만했다.

이 사건이 불거지게 된 것은 2018 월드컵 유치에 실패한 영국이 앙심을 먹고 파고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8 월드컵은 영국·스페인·러시아 등이 경쟁을 펼쳐 러시아로 결정됐다. 또한 2022 월드컵은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카타르·미국이 접전을 벌였는데 오일머니를 가진 카타르가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이때는 두 차례 월드컵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했다. 언론은 폭로하고, 하원이 나서서 청문회를 벌이는 등 양동작전이 펼쳐진 셈이다. 결국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 청문회에서 사실로 굳어지는 과정을 거쳤다. 추문이 하나둘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더욱이 2011년 6월에는 FIFA 회장 선거까지 겹쳐 혼탁 양상이 더해졌다. 현 회장인 제프 블라터를 공격하기 위해 폭로전을 벌인 것이다. 블라터 회장의 부패와 무능을 드러내는 데는 적절한 무기였던 셈이다. 블라터에 도전장을 낸 무함마드 빈 함맘(카타르)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은 집행위원들에게 돈을 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져 선거를 불과 사흘 앞두고 낙마했다. 블라터도 비리 사실을 알고도 눈감은 문제로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러나 그는 이런 공세를 막아내고 4선에 성공했다.

   
 IOC 관계자들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와 함께 경기장 인근 지하철 공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REUTERS

"IOC는 FIFA보다 더하다"

블라터 회장이 기자회견 도중 IOC를 비난하는 말을 했다가 파문이 커지자 자크 로게 위원장에게 개인적인 사과를 한 일은 FIFA가 IOC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블라터 회장은 2011년 초 집행위원들의 뇌물 스캔들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FIFA는 건전한 조직이다. 오히려 IOC 재정이 훨씬 불투명하다. IOC는 마치 '가정주부'처럼 돈을 받고 그냥 쓴다"고 주장했다. 블라터도 FIFA 회장이 된 뒤 1999년부터 IOC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블라터는 "IOC 위원 정원은 115명이지만 45명만이 스포츠와 관련 있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70명은 개인 자격으로 입성한 사람들"이라고 말한 뒤 "아직도 세계의 왕자와 공주를 찾고 싶다면 대부분 IOC에 있다"고 비난했다. 자신의 조직이 부패조직으로 몰리자 이를 방어하려던 것인데, 너무 큰 상대를 잘못 건드린 것이다. 자신도 IOC 위원인데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은 꼴이었다.

2011년 말에는 FIFA의 산 증인인 주앙 아벨란제가 비리 문제로 IOC 위원직을 사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FIFA 회장 시절 마케팅 대행사로부터 100만달러의 뇌물을 챙겼다는 제닝스의 주장이 나오면서다. IOC가 그 문제를 밝히기 위해 윤리위원회를 소집하자 곧바로 위원직을 사퇴한 것이다. 윤리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아벨란제는 1963년 IOC 위원에 피선돼 당시 유일하게 종신위원 자격을 갖춘 인물이었다. 그는 1974년부터 1998년까지 28년간 FIFA 회장을 하기도 했다. 스캔들이 터져도 쉽게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는 국제 스포츠 조직의 생리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그리고 그 정점에 IOC가 있다.

김학준 <이코노미 인사이트>부편집장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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