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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수십조 오가는 거대한 비즈니스
Cover Story: 돈의 향연 올림픽- ① IOC와 위정자들의 이벤트
[27호] 2012년 07월 01일 (일) 김연기 ykkim@hani.co.kr

   
 
2012 런던올림픽이 '하나의 삶'(Live As One)을 주제로 7월28일 새벽 3시30분(한국시각) 런던올림픽 스타디움에서 개막식을 열고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유럽 전역에 휘몰아친 금융위기 때문에 런던올림픽은 '긴축 올림픽'이 예상됐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약 17조원을 쏟아부어 성대하게 '손님'을 맞이할 계획이다. 올림픽은 이제 환호와 눈물로 그려진 감동 드라마를 넘어 수십조원이 오고 가는 지구촌 최대의 비즈니스 무대가 됐다. 막대한 투자가 수반되는 개최국 선정에서부터 거대 기업들의 총성 없는 마케팅 전쟁에 이르기까지 돈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올림픽의 실체를 파헤쳐본다 _편집자

올림픽은 이제 단순한 체전(體戰)이 아니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제전인 동시에 최대의 비즈니스 현장이기도 하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육상 100m나 마라톤이 아니라 대회의 손익계산서"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환호와 눈물이 섞인 지구촌 스포츠 드라마 이면에는 수십조원의 돈이 움직인다.

"잠깐만요,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상관없어요. 전세계인이 깜짝 놀랄 개막식을 준비하세요." 2011년 1월 열린 영국 정부의 새해 첫 각료회의. 영국 대중지 <데일리 메일>이 전한 당시 회의 상황을 보면, 조지 오즈본 재무부 장관이 이듬해 열릴 런던올림픽 개최 비용을 브리핑하는 도중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장관의 말을 자르고 나섰다. '긴축 올림픽'을 표방한 영국 정부는 당초 올림픽 개·폐막식 비용을 2008 베이징올림픽 때의 절반 수준인 6천만달러(약 700억원)로 잡았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가 각료회의에서 직접 나서 예산을 더 늘릴 것을 주문했다. 반대 의견이 적잖이 나왔지만, 결국 총리의 요구가 관철돼 최종 비용은 당초보다 2배 늘어난 1억2500만달러(약 1400억원)로 결정됐다. 영국 정부는 <슬럼독 밀리어네어> 등을 제작한 유명 영화감독 대니 보일을 개·폐막식 감독으로 데려오는 데만 6천만달러 이상을 들였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중국은 영화계 거장 장이모 감독에게 개·폐막식 연출을 맡기면서 8억3100만위안(약 1430억원)을 썼다. 두 나라 모두 4~5시간의 쇼를 위해 15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쏟아부은 셈이다.

올림픽은 단순한 체전이 아니다. 수십조원이 오가는 '돈잔치'란 표현이 더 어울린다. 전세계의 모든 스포츠 이벤트를 통틀어 올림픽은 지출과 수입 면에서 단연 최고다. 그중에서 베이징올림픽은 역대 올림픽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이 '유통된' 대회였다. 본지가 입수한 베이징올림픽 결산보고서를 보면 천문학적인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진다. 교통·환경 등 사회 인프라 건설비까지 포함해 베이징올림픽에 투자된 총비용은 무려 3천억위안(약 46조원)에 달한다. 새 둥지 모양의 주경기장 '냐오차오', 국가수영센터 '워터 큐브' 등 경기장 건설비는 150억위안(약 2조7천억원), 방송송출·숙박·수송·의료 지원비에 쓰인 돈만 50억위안(약 8600억원)이다. 여기에 개·폐막식, 성화봉송비, 인건비 등을 합치면 올림픽에 쓰인 직접 운영비는 193억위안(약 3조5천억원)이다.

개·폐막식 비용만 1500억원

긴축재정을 선언한 런던올림픽도 막상 개막을 앞두고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영국 정부는 당초 개최 비용으로 50억달러(약 5조6600억원)를 예상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책정된 비용은 처음보다 3배 늘어난 150억달러(약 17조원)까지 치솟았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분석한 런던올림픽 재정구조 자료를 보면, 지하철 리모델링 등 사회 인프라와 경기장을 비롯한 각 시설의 건설 비용이 111억달러(약 13조원), 숙박·수송·의료 지원 등 올림픽 행사 진행 비용이 8억5천만달러(약 9900억원)에 달하고, 여기에 최근 급격히 불안해진 치안 탓에 안전·경비 자금 3억달러(약 3400억원)가 추가됐다. 늘어난 개최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이어졌다. 런던 시민들은 이번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1년에 가구당 4만원씩, 10년간 40만원의 올림픽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또한 영국 재무부는 모자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부가세를 지난해 초 2.5% 인상했다.

지출이 큰 만큼 들어오는 돈도 어마어마하다. 올림픽을 통한 '돈벌이'는 크게 공식 후원사 선정, 중계권료, 올림픽 휘장을 이용한 상품화권(라이선싱) 사업, 입장권 판매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후원사 스폰서 비용과 중계권료가 전체 수입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이 둘은 개최국 조직위원회가 아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관할하는데, 개최국 조직위에 배분되는 몫은 스폰서 수입의 50%, 중계권료의 49%다. 반대로 개최국 조직위는 라이선싱 사업, 입장권 판매 등에서 거둔 수익금의 5%를 IOC에 보낸다. 서배스천 코 런던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최근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단지 2주간 열리는 스포츠 행사가 아니다. 런던올림픽은 스포츠를 넘어 경제와 사회 전반에 큰 효과를 안겨줄 것이다. 우리의 스폰서와 파트너들이 중대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계권 판매는 올림픽의 가장 큰 수입원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중계권료는 사상 최고치인 35억달러(약 4조800억원)로 베이징올림픽(약 20억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미국 방송사 <NBC>가 22억달러, 유럽연합(EU)이 7억4600만달러, 일본의 '재팬 컨소시엄'이 2억2천만달러에 중계권을 사갔다. 주요국 중계권료만 합쳐도 30억달러를 훌쩍 넘는다. 10개 남짓한 공식 파트너 기업이 지불하는 스폰서십 비용은 2004 아테네(4억3천만달러), 2008 베이징(8억6600만달러), 2012 런던(10억달러) 등 대회를 거치면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역스폰서·라이선싱사업·입장권 판매 수입은 아테네가 6억6천만달러, 베이징 7억5천만달러, 런던 10억달러(추정치)에 이른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는 결산보고서에서 방송중계권 판매, 스폰서십, 기념품 및 입장권 판매로 거둔 운영 수입은 총 205억위안(약 3조5200억원)으로 10억위안 이상의 수익을 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회 인프라 시설 구축에 들어간 비용을 뺀 올림픽 직접 비용만 놓고 계산한 것이어서 손익 자체를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12 런던올림픽 메인스타디움 주변의 올림픽공원 조감도(왼쪽).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 앞에 세워진 올림픽 조각상(오른쪽). 뉴시스 REUTERS

올림픽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올림픽이 개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간다. 각종 사회 인프라 구축, 관광수입, 국가 브랜드 향상 등 막대한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실질적 이익은 거의 없고 추상적 효과만 있을 뿐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 런던올림픽 공식 파트너인 비자카드가 발표한 '런던올림픽·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지출 규모와 경제적 파급효과' 보고서를 보면 런던올림픽 개최 기간에 약 6억2100만파운드(약 1조1400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경제효과가 이어져 2015년까지 총 51억파운드(약 9조원) 규모의 경기 진작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2013~2015년 영국 경제 예상 성장률의 3.5%에 달한다. 또한 생산량 증가액은 11억4000만파운드(약 2조원), 영국 국민소득 증가액은 2억2900만파운드(약 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마크 오브라이언 비자카드 영국 지사 상무는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경기부양 효과가 지속돼 일자리가 꾸준히 늘어나는 등 올림픽 효과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개최 도시가 내놓은 전망은 더 장밋빛이다.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최근 <BBC>에 출연해 "런던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이후 110억파운드(약 20조원) 규모의 해외 투자자금이 런던으로 유입됐다"며 "이 과정에서 5천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밝혔다. 그는 "올림픽 개최를 위해 마련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가 2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영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력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런던시가 자체 분석한 조사를 보면 올림픽 개최 뒤 5년간(2012~2017년) 런던의 글로벌 위상과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110만 명의 관광객이 추가로 런던을 찾아 이에 따른 경제유발 효과가 6억5천만파운드(약 1조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객관적 데이터는 영국의 편이 아니다. 1984년부터 2004년까지 6차례의 올림픽 가운데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을 빼면 모두 화려한 성화가 꺼진 자리에 빚더미만 남았다.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올림픽 이후 경제침체'(Post-Olympic Economic Depression)를 혹독히 치렀다. 미국은 1984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이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2%에서 4.1%로 떨어졌고, 경기 하락세는 1986년까지 지속됐다. 한국도 1988 서울올림픽 이후 10%대에 육박하던 성장률이 1년 만에 6%대로 주저앉았다. 중국도 올림픽을 개최하기 전인 2007년까지 해마다 10% 넘는 고성장을 이어왔지만 2008년 올림픽 개최 이후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다.

세계적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도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무디스의 수석신용담당관 리처드 모라웨츠는 최근 '금메달은 없다'(London 2012 Olympics Provide a Short-term Boost, But No Gold Medal for Corporates)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교통시설과 경기장 건설 등 인프라 관련 투자는 이미 GDP에 반영돼 실질적인 부양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올림픽 특수에도 관광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와 같은 6.7%로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개최국의 '손익계산서'와 관계없이 IOC는 한 번 대회를 치를 때마다 '돈벼락'을 맞는다. 경쟁자 없이 올림픽을 '독점'해온 IOC는 여름과 겨울 올림픽을 번갈아 개최하면서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 IOC는 공식 후원사와 TV 중계권 판매로 얻은 수입금 가운데 일부를 가져간다. IOC는 스폰서 수입과 중계권료의 50%가량을 개최국 조직위에 보내고 40%가량을 국가 올림픽위원회나 산하 스포츠연맹 등에 지원한다. 결국 10%는 IOC에 고스란히 남는 돈이다. 이런 방식으로 IOC는 2006 토리노겨울올림픽과 2008 베이징올림픽을 치르면서 40억달러(약 4조250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 가운데 순수익만 4억달러(약 4620억원)에 이른다. 1년에 1억달러(약 1160억원)씩 '마진'을 남긴 꼴이다.

   
 

김연기 <이코노미 인사이트>부편집장


돈 버는 올림픽? 돈 까먹는 올림픽!

캐나다의 몬트리올이 1976년 올림픽 개최 도시로 선정되자 장 드라포 시장은 "올림픽이 적자를 볼 수 없는 것은 남자가 임신할 수 없는 것과 같다"며 흑자를 자신했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나고 1년 뒤 몬트리올 일간 <라프레스>는 드라포 시장이 임신한 모습의 만화를 실었다. 몬트리올올림픽은 대표적인 적자 올림픽이었다. 막대한 예산을 편성했으나 12억2800만달러의 적자를 냈고, 주최 쪽은 이후 100억달러가 넘는 부채에 시달렸다. 몬트리올은 2006년까지 30년간 특별세를 거둬 이 빚을 갚아야 했고, 이 때문에 퀘벡 자치주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

올림픽 개최로 얻는 유·무형의 경제효과는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와도 같다. 유치가 곧 성공이던 시절은 일찍이 끝났다. 그동안 '남는 장사'가 못 된 올림픽은 수두룩하다.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그리스와 스페인. 공교롭게도 두나라 모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올림픽을 치른 뒤 빚더미에 앉았다. 그리스 재정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도 2004년 아테네올림픽 개최가 꼽힌다. 그리스는 당초 올림픽 예산으로 16억달러(약 1조8100억원)를 책정했지만, 정작 올림픽이 끝나고 보니 10배에 달하는 160억달러(약 18조1천억원)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치른 스페인도 개최 이후 61억달러(약 6조9천억원)의 빚을 떠안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도 경제적 측면에선 최악의 '빚잔치'였다. 당초 올림픽을 통해 관광산업의 부흥을 노렸지만, 관광객은 올림픽이 끝난 뒤 2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막대한 돈을 들여 지은 여러 체육시설도 접근성이 떨어져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시드니시는 올림픽 시설 관리비로만 매년 2천만달러를 쓰고 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은 보기 드문 흑자 올림픽 가운데 하나다.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흑자 올림픽'을 목표로 삼고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총재)를 지낸 피터 유베로스를 조직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다란 경기장이 아니라 경기장에 몇 대의 TV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가다"라고 역설하며 '경제 올림픽'을 강조했다. 특히 메이저리그의 상업성을 올림픽에 적용해 올림픽 로고 사용권과 독점 방송권 등을 처음으로 수익으로 연결시켰다. 결국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주의 지원 없이 2억달러의 순익을 남겼다.

전용배 동명대 교수(체육학)는 "올림픽 개최국들은 예외 없이 성장률이 떨어지는 부작용에 시달렸다"며 "올림픽을 환호와 눈물이 섞인 드라마로만 보기보다는 거대한 하나의 비즈니스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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