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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맞닿은 신동방·신남방 정책
[Cover Story] VIP를 잡아라- 세계의 창
[100호] 2018년 08월 01일 (수) 조충제 cjcho@kiep.go.kr
조충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
 
   
▲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7월10일 오후(현지시각) 뉴델리 대통령궁에서 열린 람 나트 코빈드 인도 대통령 주최 만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REUTERS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7월8일부터 11일까지 인도를 국빈 방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한-인도 비전 성명’에서 인도는 한국의 신남방정책, 한국은 인도의 신동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그 관계를 더욱 강화하자고 했다. 이를 위해 두 정상은 정상회담 정례화와 기존 ‘특별 전략적 동반자’(Special Strategic Partnership)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2015년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으로, 인도는 일본과 러시아와만 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와의 관계를 기존 4강(미국·일본·중국·러시아)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선언에 인도가 환영하고 이를 적극 지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의 한-인도 정상회담과 이번 정상회담은 사뭇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공식 일정 전에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힌두교 사원이었다. 올드델리에 있는, 30년간 축조돼 2005년 개관한, 축구장 16개 크기의 세계 최대 규모 힌두교 사원인 악샤르담은 힌두교도의 자존심이다.
 
대통령 내외는 여기서 모든 인도인이 그렇게 하듯 성지 핵심 지역에서 구두를 벗고 기도했다. 알다시피 인도인의 80% 이상이 힌두교도다. 인도를 대표하는 종교와 문화에 대한 존중을 우리 국민을 대신해 제대로 표했다. 다음날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이슬람을 대표하는 유적지인 후마윤 묘지를 방문했다. 이번엔 인도인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이슬람교 신자에게 존중을 표한 것이다. 국빈 방문 마지막 날 만찬에서 문 대통령은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가 한국 전통문화의 뿌리가 되었음을 강조했다. 인도의 다양한 종교와 문화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존중을 끝까지 표했다.
 
그래서인지 인도의 반응이 유별났다. 모디 총리는 문 대통령과 간디기념관을 찾았다. 2018년 상반기에만 50여 명의 정상이 인도를 찾았지만 외국 정상과의 간디기념관 방문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어 모디 총리는 예정에 없던 지하철 동승을 제안했다.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는 대규모 정부 인사들을 데리고 참석해 축사를 했다. 정부 지분이 없는, 정부와 관계없는 민간 기업의 공장 준공식 참석 역시 처음이라고 했다. 
 
이 밖에 모디 총리는 인도 방문 기간 내내 문 대통령과 11차례나 회동했으며, 우리 쪽 행사인 동포간담회에 인도 민속공연단을 보내는가 하면 총리 주최 오찬에 참석한 한국인에게는 김치를 특별히 두 그릇씩 제공했다고 한다. 모디 총리도 세심한 배려를 했고 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두 나라는 매우 전략적으로 서로를 대했다. 2017년에만 100억달러(약 11조2600억원)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누리며 일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투자를 하는 우리로선 경제협력보다 인도 문화의 존중과 상호 이해, 인적 교류의 중요성 등으로 접근했다. 인도는 오히려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삼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모디 총리의 즉흥 제안에 동승한 지하철은 현대로템이 수출한 것이었다. 삼성전자 준공식에서도 모디는 삼성이 새로 창출한 3만5천 명의 일자리를 가장 강조했다. 인도의 인프라 개발에, 인도의 제조업 육성에, 인도의 일자리 창출에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한 셈이다.
 
이렇게 두 정상은 자국 이익을 에둘러 전달했지만 사실 양국 대외정책은 이미 맞닿아 있다. 인도의 신동방정책은 ‘룩 이스트’(Look East), ‘룩 어헤드’(Look Ahead), ‘액트 이스트’(Act East) 등으로 진화했지만 배경과 지향점이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전혀 다르지 않다. 
 
1991년 개혁·개방 정책으로 자유화·세계화·민영화를 본격 선언한 인도는 1992년 대외정책으로 룩 이스트 정책을 발표했다. 탈냉전이 본격화하고 중국의 부상과 세계화가 급진전되는 가운데 인도는 더 이상 자국에만 머무를 수 없었다. 경제·외교 영토를 넓히지 않으면 고립이 고착화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인도는 우선 벵골만을 공유한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했다. 1997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미얀마, 타이, 네팔, 부탄이 참여하는 빔스텍(BIMSTEC) 창설을 주도했다. 2002년부터는 부정기적이던 인도-아세안 정상회담을 정례화해 지금까지 매년 열고 있다. 2005년부터는 ‘아세안+6개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정상회담(EAS)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태평양 구상에 편승해 미국과의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인도로서는 벵골만, 아세안, 동북아, 미국 등 동쪽으로 외연을 점차 확대하는 식이다. 그래서 동방정책이다. 
 
신남방·신북방 정책의 돛을 본격 펼칠 때
미국과 중국, 두 주요국(G2)의 갈등 심화, 여기에다 북한 문제마저 악화되면 더욱 고립될 수 있는 경제·외교 영역을 북쪽 대륙으로 확장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이고, 남쪽 해양으로 확장하는 것이 신남방정책이다. 
 
G2 사이에서 극단적 선택을 피하고 새 파트너를 찾아 협력을 강화해 균형을 추구하는 점에서 인도의 동방정책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다 외연 확장 방향이 서로 맞닿아 있다. 인도가 동쪽 방향이라면 우리의 남방정책은 남서쪽이다. 
 
역사적 경험과 양국이 추구하는 가치도 일치한다. 양국은 패권국가로서 나서본 적이 없다. 제국주의와 패권국가들에 맞서 독립을 쟁취한 경험이 있을 뿐이다. 식민지 시절 간디의 비폭력운동과 3·1만세운동은 서로에게 영감과 위로를 주었다. 아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인도의 대문호인 타고르가 그 시절 우리나라를 ‘동방의 등불’로 그냥 표현한 것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와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했다. 2017년 9월 동방포럼에서 신북방정책, 그해 11월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을 방문해 신남방정책의 비전을 각각 밝혔다. 2018년 6월에는 신북방정책의 최대 협력 파트너인 러시아 순방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7월 초에는 신남방정책의 종착지이자 최대 협력 파트너인 인도와 아세안을 대표하는 또 다른 중요 파트너인 싱가포르 순방까지 성공적으로 끝냈다. 신북방·신남방 정책의 비전이 제시됐고, 주요 협력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한층 강화됐다. 이제는 신북방·신남방 정책의 돛을 활짝 펼쳐나가야 할 때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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