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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생산기지서 소비시장으로
[Cover Story] VIP를 잡아라 1. 베트남- ① 쏟아지는 국제적 관심
[100호] 2018년 08월 01일 (수) 박중언 parkje@hani.co.kr

‘포스트 차이나’로 동남아시아가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V), 인도네시아(I), 필리핀(P)은 최근 공격적 외자 유치에 나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동남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성장률이 높은 나라들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한국과의 교역이 활발하고, 케이팝과 드라마 등 한류 열풍도 뜨겁다. 정부도 신남방정책을 세워 체계적 협력에 나섰다. 인구 4억6천만 명의 거대 소비시장으로 바뀌는 VIP 세 나라의 오늘과 내일을 현지 취재로 살펴본다.  _편집자

박중언 부편집장
 
   
▲ 하노이에 있는 베트남 최대 국영 건설사인 비나코넥스 건물 맞은편에서 고급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REUTERS
요즘 가장 ‘핫’한 나라는 베트남이다. 여러 면에서 관심이 뜨겁다. 베트남이 한국의 3위 수출시장으로 올라 2020년이면 미국을 앞지를 전망이다. 2017년 베트남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전년 대비 56% 늘어난 241만 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1~5월은 증가율이 62%로 뛰었다. 중국인 다음으로 많다. 세계가 주목하는 북-미 협상으로 정치적 관심도 받고 있다. 
 
7월 초 찾은 수도 하노이와 경제 중심지 호찌민에선 경제발전이 한창인 베트남의 현주소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시내 중심가는 서울이나 선진국 여느 대도시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정신없이 달리는 거대한 오토바이 행렬을 배경으로 대형 크레인이 곳곳에서 신축 건물의 등장을 예고했다. 도착 첫날인 2일 저녁, 하노이 구시가 호안끼엠호수 근처 맥도널드는 앉을 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붐볐다. 외국인 관광객도 적지 않았지만 다수는 현지인이었다. 2층 유리 칸막이 안쪽에선 초등학생 생일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빅맥세트가 8만9천동(약 4500원)이니 국내 가격(5500원)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7월5일 둘러본 호찌민 번화가 동커이 부근의 빈콤센터는 베트남 최대 복합쇼핑몰답게 화장품, 의류, 전자제품 등 외국 유명 브랜드가 다양하게 들어와 있었다. 이곳 빈프로 매장에는 삼성전자의 65인치 큐엘이디와 엘지(LG)전자의 77인치 올레드 텔레비전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의 고급 가전제품이 가득 찼다. 평일 저녁인데도 매장들에는 쇼핑 나온 현지인으로 북적거렸다. 

7%
7월2일 베트남의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7.08%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가공업 분야가 두 자릿수 성장을 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전망치(6.8%)를 웃도는 실적에 베트남 정부 관계자는 고무된 표정이었다. 기획투자부 중앙경제관리연구소의 응우옌아인즈엉 거시정책부장은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성장률이 요동치지 않고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수치”라며 “정부가 계획한 대로 발전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준다”고 평가했다. 1986년 ‘도이머이’(쇄신)를 표방하며 본격 경제 개방에 나선 베트남은 1995년 대미 수교 이후 연평균 7.3% 성장을 지속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성장률이 한동안 5%대에서 머물다 2017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6.81%를 기록했다.
 
베트남 성장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등 외국 기업이 이끌고 있다. 베트남의 전체 무역액은 2017년 4천억달러 남짓으로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 가까이 된다. 2017년에는 수출과 수입 모두 20% 이상 급증했다. 업종도 봉제와 섬유 등 노동집약 산업에서 전기·전자·통신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1’ 전략을 채택한 나라들은 대체로 베트남을 ‘보완용’으로 선택했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은 2015년 두 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뒤 폭발적으로 늘어 현재 6천 개 안팎에 이른다. 중국의 기업 환경 악화와 ‘사드 보복’이 맞물려 시설과 물량의 베트남 이전이 잇따랐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 가까이 된다. 베트남이 간절히 원하는 직접투자 금액과 건수에서 한국은 일본을 앞서며, 베트남은 2017년에만 319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한국에 안겼다.

   
▲ 호찌민 시내의 현대자동차 킨즈엉브엉 매장을 찾은 현지인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엑센트 신차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박중언 기자
10%
베트남의 소매유통 시장 규모를 보면, 2017년 1천억달러 남짓으로 해마다 10% 정도 성장률을 보인다. 중산층의 척도인 4대 백색가전제품(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소비도 품목별로 10~20%씩 늘었다. 전국 80여 곳에 전자제품 매장을 둔 미디어마트의 레꽝부 사장은 “지방에서도 비싼 제품이 소비되기 시작했다”며 2017년 매장을 15곳 늘렸다고 밝혔다. 
 
삼성·LG·소니 등 외국 제품과 베트남 국내 브랜드인 캥거루 제품 사이에는 가격 차이가 커, 소비자가 품질과 가격 사이에서 많이 망설인다. 앞으로 고급 제품 수요가 늘어나겠지만, 베트남 브랜드가 한국과 일본을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등 핵심 부품을 생산할 능력이 없어 가성비를 높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7월3일 방문한 하노이의 한 중산층 가정에서도 한국과 일본 가전제품을 쓰고 있었다. 시내 호텔의 의사인 응우옌티중은 “한국 제품은 디자인, 일본 제품은 내구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에서 일하다 2년 전 은퇴한 그의 남편은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투자도 많이 해, 응원 차원에서 삼성 텔레비전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왕국’ 베트남에도 자동차 보급이 급속히 늘고 있다. 과거보다 세금이 많이 내리긴 했지만 베트남에서 자동차는 고가품이다. 소형차 가격이 2천만원대다. 그러나 신차가 해마다 30만 대 가까이 팔리고 있다. 도요타 등 일본 차가 많지만 기아의 모닝과 현대의 그랜드i10도 자주 눈에 띄었다.

40%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아직 2천달러대 중반이다. 한국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합계 1500만 명이 넘는 하노이와 호찌민 시민의 평균소득은 국민소득의 1.8~2.5배에 이른다. 특히 소비 주력인 중산층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2020년이면 중산층 인구 비중이 전체의 40%에 이를 전망이다. 저임금 위탁가공을 위한 생산기지로만 여겨온 베트남이 인구 1억 명(2025년 추정)의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서서히 바뀌는 것이다.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소비 성향이 강한 나라다. 윤주영 호찌민무역관장은 소득 대비 소비 비율을 볼 때 “중국이 60% 수준이지만, 베트남은 98%”라고 말했다. 번 돈 대부분을 쓴다는 얘기다. 대출 확대 등과 맞물려 소비성장이 전체 경제성장을 앞설 때도 있다. 
 
구매력 있는 8090세대는 소비 성향이 더욱 강하다. 더욱이 베트남은 35살 이하가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젊은 나라다.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이 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15~65살 경제활동인구가 비활동인구의 두 배인 ‘인구황금기’는 2040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경영컨설팅 기업 A.T.커니가 발표한 ‘2017년 세계 유망 소매시장 순위’에서 베트남은 6위에 올랐다.
 
젊은층이 핵심 소비계층으로 떠올라 정보기술(IT)·생활가전·유아용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도시 젊은층이 대부분 스마트폰을 쓰며, 값비싼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 이외의 제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베트남인은 “‘공장 노동자 평균월급이 250달러(약 28만원) 수준인 나라에서 저렇게 비싼 물건들이 어떻게 팔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

'통행세' 10%
베트남의 가장 큰 과제는 지나친 외국 의존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나라 경제를 좌우해 이들의 투자에 목매고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베트남에 돌아오는 성장 과실도 그만큼 적다. 
 
자체 산업 발전의 간절함 때문에 만나는 베트남 사람마다 기술이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즈엉 부장은 “국내 기업의 기술, 생산관리, 투자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며 “넓은 땅과 많은 인구에 비해 제조업 분야 대기업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대표적 제조업인 자동차산업을 키우기 위해 수입차 특별소비세를 올리고 규제를 강화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부동산업에서 출발한 베트남의 대표적 기업 빈그룹은 2017년 9월 15억달러를 투자해 연간 50만 대 생산이 가능한 자동차 공장을 짓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도 걱정거리다. 아직 피해가 닥치지는 않았지만, 베트남을 거쳐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되는 상품이 강대국 무역전쟁의 유탄을 맞을 우려가 크다. 최대 9%로 추산되는 금융권 악성 부채, GDP의 60%가 넘는 공공부채, 열악한 인프라도 성장의 걸림돌이다.
 
이와 함께 1당 지배체제로 만연한 부패가 사회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다. 한국 주재원들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10% 룰’이 여전히 남아 있다. 구매액의 10%가 으레 구매 담당자에게 리베이트로 건네진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공무원의 ‘낮술 금지령’을 내리는 등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부패 관행을 얼마나 뿌리 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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