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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정책, 한반도 평화시대 대비
[Cover Story] VIP를 잡아라- 신남방정책의 의미와 과제
[100호] 2018년 08월 01일 (수) 곽성일 sikwak@kiep.go.kr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남방경제실장
 
   
▲ 2018년 4월2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그는 “아세안은 남북 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중국 방문, 곧 열릴 북-미 정상회담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한국은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1조5300억달러로 러시아·스페인·오스트레일리아보다 큰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다. 우리 국민도 이에 부합하는 자긍심을 갖고 한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 창출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전세계가 동아시아를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인식하지만, 정작 동북아에는 대립과 갈등이 남아 있다.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지만 정치·안보 분야 협력 수준이 낮아 영토분쟁, 군비경쟁, 핵개발 등 지역안보의 위협 요소가 여전히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 경쟁과 동북아에 남아 있는 정치·안보 불안 요인 해소에 기여하고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다자주의에 기초한 신남방정책 추진을 천명했다. 신남방정책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인도와의 협력관계를 주변 4강(미국·중국·일본·러시아)에 준하는 수준으로 높이고, 함께 공감하는 가치에 기초한 상생번영을 강조한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동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에 당당히 대응하기 위해 미·중 양극 구조를 다극 구조로 전환하고, 중견국으로서 발언권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이 강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아세안과 인도를 협력 파트너로 삼고 아시아의 새 협력체제를 구축하려는 신남방정책의 추진은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신남방정책은 동남아 지역과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 지역에 외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특히 아세안, 남아시아 지역 국가들과 양자·아세안 중심의 다자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신남방정책은 미·중 의존적 경제·외교 관계의 다변화를 추구한다. 
 
정부가 신남방정책 강조하는 이유
신남방 지역으로 미국과 중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미·중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외교와 경제협력 공간을 확대해 한국의 포트폴리오 확충을 지향하는 것이다. 신남방정책의 본질은 신북방정책과 연계해 번영의 축을 완성하고,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시대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평화체제가 구축된 한반도는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통해 남방 지역과 북방 지역을 잇는 다리가 된다. 평화가 정착된 한반도는 개도국과 선진국을 연결하고,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통로로 기능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다. 다시 말해 신남방정책은 주변 4강, 남방·북방 지역과 함께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면서 균형외교에 기초해 실리를 추구하는 대외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신흥시장으로서 아세안과 인도는 전략적 가치가 높다. 최근 세계경제와 교역 성장세가 회복되면서 세계 GDP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00년 신흥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던 비중은 43%에 그쳤지만, 2018년에는 59.4%에 이를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한다. 신남방정책 추진이 기존 주요 교역국과의 관계 축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이미 와 있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신흥시장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말 경제공동체를 출범하고 인구 6억5천 명, GDP 2조5천억달러의 거대 경제권을 형성한 아세안과 2024년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떠오를 인도는 한국의 경제·외교관계 다변화에 중요한 파트너일 수밖에 없다.
 
둘째, 아세안의 포용력과 인도의 외교·안보 역량은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아세안은 존립 토대인 ‘아세안 중심성’에 기초해 새로운 다자체제 형성에 유연하므로 다양한 이해 당사국을 포용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해왔다. 따라서 신남방정책이 추구하는 다자체제 형성을 함께하기에 아세안만 한 곳이 없다. 아세안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아세안+3정상회의(APT),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 등 동아시아 역내 다층적·다기능적 협력체 형성을 주도해왔다는 점만 보더라도 그 포용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인도는 비동맹의 중심국이자 주요 20개국(G20), 브릭스(BRICs·신흥경제 4개국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의 회원국으로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높이고 있다. 해양세력과 유라시아 대륙이 만나는 중앙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인도양 중심부에 있어, 인도는 미국과 일본의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미국과 일본이 많은 공을 들이는 나라기도 하다. 최근 빠르게 늘어나는 대인도 투자가 이를 방증한다. 중국을 견제하거나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한국 처지에서 인도-아세안-한국을 경제적으로 연계하는 새 협력체제의 토대가 되는 인도는 협력 가치가 높다. 
 
셋째, 인도와 아세안 지역이 보유한 잠재력은 신남방정책 추진으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다. 아세안은 발전 단계, 인구, 국토, GDP 등 상이한 성격이 있는 10개국의 모임이다. 나라별로 서로 다른 비교우위를 토대로 보완관계를 유지하면서 세계의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는 세계적 규모의 우수한 인적자원과 화교에 버금가는 재외인도인으로 구성된 인적자원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에 취업한 많은 인력이 인도인일 만큼 미래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풍부한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인도의 우수한 기초과학 원천기술을 한국의 강점인 응용·상용화 기술과 접목한다면 새로운 생산기술을 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산업을 함께 주도해나갈 수 있다. 여기에 자본과 아세안 역내 네트워크를 보유한 싱가포르가 결합한다면 일본이 만들어놓은 제조업 중심 규범에서 벗어나 한국 기업이 주체가 되어 새 산업구조에 부합하는 규범을 만들 수 있다. 새 규범 설립자(rule-setter)로서 한국과 인도, 싱가포르가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넷째,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싱가포르 순방은 이 국가들이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사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신남방정책은 반쪽짜리 정책으로 남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이 교량국으로서 선진국과 개도국,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려면 한반도의 평화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인도와 아세안이 중립 입장에서 북한을 다독이며 평화체제의 중요성을 설득해준다면 한반도의 평화 정착 프로세스가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강대국의 강력한 비핵화 압력 속에서 인도와 아세안이 북한의 외교적 ‘숨통’이 되어준다면 북한이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이 조금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미·중 패권 경쟁에서 친미도 친중도 아닌 아세안은 경제발전과 비핵화 사이에서 갈등하는 북한에 자유롭게 조언할 수 있다.
 
이처럼 아세안과 인도는 신남방정책 추진의 핵심 파트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파트너가 있더라도 우리가 제대로 신남방정책을 운용하지 못하면 성과는 나지 않는다. 신남방정책이 지지를 얻고 계속 추진되려면 다음 과제 해결에 한국 정부가 전념해야 한다. 
 
신남방정책 해결 과제
먼저 신남방정책과 연계해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인도, 싱가포르에서 성과를 되짚어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중·장기 로드맵에 반영해야 한다. 신남방정책 로드맵을 체계화·조직화한다면 한국 국민뿐 아니라 신남방 지역 국가도 신남방정책에 더 높은 신뢰를 표할 것이다.
 
둘째, 아세안과 인도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신남방정책이 인적 교류와 국민 외교를 강조하므로 그 성공 여부는 한국 국민이 얼마나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 추진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활동하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한국 국민이 이런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세안 지역과 인도가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라는 고정관념을 빨리 벗어던져야 한다. 한국과 협력하는 파트너로서 이들 지역을 대우해야 한국도 아세안과 인도로부터 그에 부합하는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아세안과 인도가 한국에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지 않도록 한국의 매력을 알리는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신남방정책 추진에 활용해야 한다. 
 
셋째, 신남방정책이 경제·외교 다변화 전략임에도 현재 한국의 아세안 교역과 투자는 베트남에 집중돼 있다. 2010년 한국의 아세안 총투자액 가운데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9.9%였으나 2017년 40.3%로 높아졌다. 교역도 2010년 한국의 아세안 총교역액 가운데 베트남의 비중이 13.3%였으나 2017년 42.9%까지 큰 폭으로 확대됐다. 이는 한국의 아세안 진출 허브로 베트남이 자리잡았다는 증거이자, 동시에 베트남에 집중된 한국의 교역과 투자를 아세안 역내 다른 국가와 인도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인도와 연계하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신남방정책은 더 높은 경제적 성과를 낼 것이다. 나아가 이는 2025년 새롭게 출범할 진화된 아세안경제공동체(AEC)에 대비할 것으로 기대한다.
 
넷째,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나라별 전략을 마련할 때 지역의 이해를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국의 사회, 문화, 경제 등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지역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 각국 전문가와 형성한 네트워크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연구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두 지역 협력관계에서 잊힌 네트워크는 없는지 과거 사례를 되짚어보고 이를 복원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네트워크 복원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사람이 중심이 되어 모든 일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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