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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에서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간다
Special Report Ⅰ ● 2013년 불황 속에 빛난 기업들- ④ 유한양행
[44호] 2013년 12월 01일 (일) 조일준 economyinsight@hani.co.kr

동아제약 제치고 새 챔피언 등극할 듯… 유전체 분석, 뷰티 상품 진출해 매출 1조원 눈앞

기업이 성장·발전하려면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시대 변화를 잘 읽어야 한다. 올해 제약업계 1위로 올라설 게 확실시되는 유한양행이 그렇다. 전통적인 약품사업 말고도 올해 들어서만 유전체 분석 서비스, 기능성 음료, 뷰티 상품 등 3개 부문의 신규 사업에 가세해 ‘토털 헬스케어’(종합 건강관리) 기업으로의 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 유한양행 제약 부문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유한양행 제공

조일준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지난 5월 미국 할리우드 톱스타인 앤젤리나 졸리(37)가 유방절제술을 받은 소식이 화제가 됐다. 유방 관련 질환이 확인됐기 때문이 아니었다. “유전적 요인으로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확률이 매우 높다”는 의료진의 권고로 ‘예방치료’를 한 것이다. 유전체 분석으로 발병 확률까지 진단하고 미리 조처를 하는 첨단 의료 시대가 이미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유한양행도 올해 유전체 분석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2009년 보령제약을 시작으로 SK케미칼, 동아제약, 안국약품, 삼성제약, 화이자제약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전통적인 의약품 생산을 넘어 종합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다.

올해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작은 지각변동이 일었다. 수십년째 부동의 1위였던 동아제약이 지주사 전환에 따른 회사 분할로 1위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다. 1위 자리를 두고 유한양행과 녹십자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어느 쪽이 새로운 챔피언이 될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이 근소한 차이로 업계 1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한양행은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673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4% 성장하며 1위로 올라섰다. 영업이익 누계는 839억원(영업이익률 13%)이다. 이어 녹십자가 매출 6457억원으로 바짝 뒤쫓는 형국이다. 유한양행은 올해 제약업계 1위로 올라서고 내년에는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제약업계에서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동국제약의 콘택트렌즈 사업, 한독약품의 의료용 특수영양식품 사업 진출, 안국약품의 진단키트 시장 진출 등이 대표적이다. 유한양행은 올해 들어서만 세가지 신규 사업 분야에 뛰어들었다. 앞서 언급한 유전체 분석 서비스와 함께 기능성 음료, 뷰티 상품(미용관리 제품 및 서비스)을 내놓았다.

유전체 분석 서비스는 지난해 국내 바이오 기업인 테라이젠틱스와 ‘헬로진’의 마케팅 계약을 맺고 올해부터 본격 시판에 들어갔다. 헬로진은 혈액 샘플로 한국인의 발병률이 높은 암이나 심장 관련 질환의 발병 가능성 여부를 검사해준다. 유한양행 홍보팀 김종원 과장은 “아직 국내에선 초기 단계여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득 증대와 고령화 추세로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어 시장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은 전혀 새로운 분야가 아니지만 사업다각화와 새로운 시장 창출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 지난 3월 선보인 숙취 해소 음료 ‘내일엔’이 첫 제품이다. 또 뷰티 상품은 지난 6월 전문 풋케어(발관리) 브랜드 ‘나인 풋’(9 Foot)을 출시했다. 각질, 보습, 크랙(피부 갈라짐), 피로 해소, 냄새, 영양 공급, 상처, 항균, 티눈 따위의 트러블 등 9가지 항목에서 발건강 서비스를 공급한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한올바이오파마의 지분을 인수해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 부문을 강화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유한양행의 최대 강점은 약품사업이다. 이 부문의 지속적인 매출 성장은 ‘기본에 충실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뒷받침한다. 제약업계는 지난해 처방약 부문의 일괄적인 약가 인하 조처로 약품사업 부문의 매출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도 유한양행은 전략 품목의 실적과 원료의약품 수출 호조에 힘입어 3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23.4%나 늘었다.

   
 

먼저 2010년 11월에 출시된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는 3분기 누적 매출이 500억원을 넘는 ‘특효’를 발휘했다. 또 에이즈 치료제 ‘트루바다’,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와 ‘휴뮬린’, 폐렴구균 백신 등 다수의 신제품이 100억원대 이상의 대형 품목으로 성장했다. 고령화 시대의 대표적인 성인병 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맞춘 진단과 처방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진통소염제 ‘안티푸라민’과 간판급 일반의약품인 ‘삐콤씨’도 사용법과 효능을 개선한 새 제품을 내놨다.

유한양행의 실적 호조의 또 다른 한 축은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수출이다. 올해 상반기 전문의약품과 원료의약품의 수출 실적은 61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0% 이상 급성장했다. 특히 올해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인증(CEP), 오스트레일리아 의약품관리국(TGA),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등 국제적 품질 기준을 충족한 원료합성공장을 증설해 다국적기업들과 의약품 생산 대행 사업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유한양행 홍보실 관계자는 “전문약 부문은 각국의 약품 관리 기준이 달라 임상 단계에서 상품 출시까지 5~10년이 걸린다. 반면 브랜드 시판약과 똑같은 효능을 지닌 원료의약품은 우리나라가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유한양행의 약진은 동아제약의 부진과 큰 대조를 보인다. 동아제약에서 분할돼 전문의약품을 담당하는 동아ST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3458억원으로 유한양행의 절반 수준이다. 당기순손실도 775억원이나 됐다. 올해 3분기까지 대형 제약업체들 가운데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회사는 동아ST가 유일하다.

동아ST는 계열사 분리에 따른 수치상의 하락뿐 아니라 최근 의료계의 자사 제품 불매운동 움직임으로 전문의약품 판매가 급감하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말 법원이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으로 기소된 의사 18명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는데, 동아제약이 기존 진술을 뒤집고 검찰 쪽에 리베이트를 인정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을 산 것이다. 동아제약은 리베이트 사건으로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700억원이 넘는 추징금 폭탄까지 맞은 상태다.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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