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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기 투자로 반도체 시장 강자로 부활
Special Report Ⅰ ● 2013년 불황 속에 빛난 기업들- ① SK하이닉스
[44호] 2013년 12월 01일 (일) 조일준 economyinsight@hani.co.kr
   
 

2013년은 국내 기업들에 힘겨운 한해였다. 대부분이 내수 감소와 투자 부진으로 허덕였다. 그나마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산업은 상대적으로 좋았다. 이를 제외하면 국내 경제는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

이 와중에도 빛나는 실적을 거둔 기업들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을 이뤄낸 기업, 한 분야에만 매달려 남다른 기술력을 쌓은 기업,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은 기업들이다. 은행·경제연구소·증권사 등의 추천을 받아 이들 가운데 5개 기업을 선정해 소개한다. 업종, 규모 등을 고려해 대표성 있고 스토리가 있는 곳들을 뽑았다.

가장 먼저 꼽히는 기업은 SK하이닉스다. 지난해 SK그룹에 인수된 뒤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는 오리온의 성과도 두드러진다. 최근 중국 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LG하우시스는 건설과 건축자재 시장이 최악인 상황에서도 사업다각화와 유통경로 다양화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유한양행은 고령화 추세에 맞는 제품을 잇따라 출시해 올해 동아제약을 제치고 제약업계 1위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된다. 또한 토털 헬스케어 회사로 변모 중이다. 디지털카메라 렌즈 모듈을 생산하는 디지탈옵틱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해마다 60%씩 늘고 있다.

물론 더 뛰어난 실적을 올린 곳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기업들이 주는 시사점이다. 남다른 기술과 경쟁력을 가진 기업은 위기 상황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_편집자

   
▲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D램을 생산하는 경기도 이천 공장의 내부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SK 인수 뒤 대규모 투자 단행해 경쟁력 강화… IT 기기 보급 확대로 사상 최대 실적 예상

2013년 한해 동안 가장 빛나는 실적을 올린 기업을 들라면 SK하이닉스를 빼놓을 수 없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매출액의 28%가 넘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며 생사의 기로에 섰던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 실적이 더 좋을 것으로 전망한다.


조일준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경쟁사인 일본 엘피다가 지난 7월 파산한 상황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3개 회사의 과점 체제로 굳어졌음을 뜻하는 것이어서 특히 의미가 크다.

SK하이닉스의 몰락과 부활은 한편의 기업 드라마를 연상하게 한다. 메모리 반도체 전문업체인 이 회사는 외환위기 이후 지난 16년 동안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천덕꾸러기이자 뜨거운 감자였다. 1999년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합병한 뒤 탄생한 ‘하이닉스반도체’는 거대한 부실 덩어리였다. 옛 현대그룹이 무너지자 곧바로 채권단 관리 아래 들어갔고, 장기 전략과 적절한 투자 자금이 없었던 하이닉스의 실적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가격 등락이 심한 메모리 반도체의 특성 때문에 회사의 실적 또한 심한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치 앞의 운명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치열한 생존 게임을 벌여온 것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는 결정타였다. 6조8천억원 매출에 1조9200억원(28.1%)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적자를 내면서 회사는 위기에 내몰렸다.

그런 SK하이닉스가 올해 매출 14조2천억원, 영업이익 3조4천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반도체 시장의 업황이 좋았다. 올해 들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IT 제품들의 보급이 급증함에 따라 D램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성공 요인을 그것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경쟁사인 엘피다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지난 7월 파산했다.

도약의 바탕이 된 것은 16년에 걸쳐 터득해온 생존 노하우다. 투자자금이 없었던 SK하이닉스는 첨단 제품 생산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기존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수율(완성품 비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등 나름의 방식대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왔다. 이를 통해 자신의 DNA 안에 잡초 같은 생명력을 키울 수 있었다.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함으로써 경영이 안정된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회사가 언제, 어디로 넘어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전과 전략이 나올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경영권이 안정됨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장기적이고 일관된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김정수 SK하이닉스 홍보담당 이사는 2012년 3월 SK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뒤 달라진 점으로 ‘적극적이고 신속한 결정과 집행’을 꼽았다. “회사가 채권단 관리 아래 있을 때는 아무래도 보수적인 경영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규 투자, 기술 개발, 인수·합병, 인재 확충 등에 제한을 받았죠. 그러나 경영이 정상화되면서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2012년은 세계경제 침체와 반도체 산업의 불황으로 많은 메모리 업체가 투자를 축소하는 상황이었다. 신규 라인을 증설하기보다 기존 라인을 최대한 활용하는 공정 미세화에 주력했다. 그러나 하이닉스반도체는 SK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꾼 뒤 오히려 확장 경영에 나섰다. 한해 동안 설비에 3조8500억원을 투자하고, 외국 업체를 인수하며,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미국 컨트롤러 업체 LAMD와 이탈리아의 낸드플래시 개발 업체를 인수해 연구기술센터를 세우고 인재를 확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채권단 관리 아래 들어간 뒤 16년 만에 제대로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크기가 작고 고밀도 집적회로일수록 수익성이 좋다. 이 때문에 다운사이징과 신상품의 개발 주기가 급속히 짧아지고 있다. 하이엔드급 제품을 조금이라도 먼저 싼 가격에 내놓으면 경쟁업체는 결국 도태되기 마련이다. 승자독식의 구조다. 치열하다 못해 살벌한 기술 개발과 가격 경쟁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김정수 이사는 “애초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의 기술력이 뛰어났고, SK가 인수한 뒤에는 1위 업체에 뒤지지 않겠다는 각오와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적극적인 투자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좋아지면서 주효했다. 각종 스마트 기기들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3분기 실적도 D램 가격 상승과 낸드플래시 판매 증가에 힘입어 실적이 고공행진을 했다. 그동안의 꾸준한 기술 개발과 지난해의 대규모 투자가 있던 상황에서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서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올해 SK하이닉스의 도약은 이처럼 과감하고도 섬세한 경영 판단과 시장 상황이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KDB대우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가 2014년 매출 16조6740억원(영업이익 4조3890억원), 2015년 매출 17조9390억원(영업이익 4조1040억원)으로 향후 2~3년간 급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상황은 우호적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시장 규모는 668억달러(약 71조원)로 추정된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20% 수준이다. 이 가운데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 등에 널리 사용되는 D램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올해 들어 2배 가까이 급등했으며, 낸드플래시도 휴대전화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SK하이닉스가 생산한 D램 가운데 휴대용 이동통신 장비에 쓰이는 모바일 D램의 비중은 30%를 차지하고 있다. 모바일 D램 수요가 주로 개인용컴퓨터(PC)에 들어가는 기존 D램 수요를 넘어서는 내년에는 모바일 D램의 생산 비중을 4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고용량 모바일 D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8기가바이트(GB) D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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