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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서 단물만 빼먹는 애플
Cover Story ● 애플이 법이다- ① 소비자 위에 군림하는 애플
[30호] 2012년 10월 01일 (월) 김연기 economyinsight@hani.co.kr

   
 
모바일 혁명이 인류의 삶을 바꿔놓은 지금 세상은 한입 베어문 사과로 상징되는 애플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애플은 불과 5개의 제품(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맥북·맥PC)으로 세상을 자신들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매출이 연 1천억달러를 넘고, 순이익률은 30%를 넘는다. 하지만 기업의 존재 이유가 단순히 여기에 머문다면 그것은 무섭고도 슬픈 일이다.

외신들은 애플을 곧잘 중국의 공산당에 비유한다. 세계 최고 기업이라는 찬사 뒤에는 비밀주의, 소비자와의 불통, 노동권에 대한 무관심이 자리한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5를 내놓으면서 충전 단자를 30핀에서 8핀으로 바꿨다. 외신들은 일제히 소비자 이익과 환경 보호에 반하는 것은 물론 어떤 기술적 편익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소비자를 무시하는 기업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는 없다. 또한 디지털 경제의 역사상 폐쇄성은 결코 개방성을 이기지 못했다. 애플 스스로 매킨토시(폐쇄)와 IBM PC(개방)의 경쟁에서 이미 쓴맛을 보지 않았던가. _편집자

매출 수조원 올리면서 고용·기부 등 사회적 책임은 낙제점, AS도 최하위권

애플코리아는 지난해 추정 매출이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직원은 80명 안팎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얼마를 벌어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회사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AS도 국내 기업들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소비자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키려 한다. 고객을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 일부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이뿐만 아니다. 고용창출·사회공헌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당수 국내 소비자에게 소통이 없는 기업, 자기 이익만 챙기는 기업으로 비치는 것이 오늘날 애플의 현주소다.

김연기 부편집장

혹시나 했지만 이번에도 한국은 빠졌다. 애플은 지난 9월13일(한국시각) 아이폰5 제품 발표회를 열면서 한국을 1·2차 출시국 명단에 올리지 않았다. 9월21일부터 판매가 시작되는 1차 출시국은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레일리아·일본·홍콩·싱가포르 9개국이다. 이보다 일주일 늦은 2차 출시국에는 벨기에·핀란드·리투아니아·슬로바키아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포함됐다. 북미와 주요 유럽 국가 등 거대 시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리투아니아·슬로바키아·싱가포르 등 비교적 시장 규모가 작은 국가들에도 한국은 밀렸다.

이번만이 아니다. 애플은 여태껏 제품을 새로 내놓을 때마다 늘 한국을 1·2차 출시국에서 제외했다. 아이폰3GS는 2009년 6월 발표 뒤 한국 출시까지 5개월이 걸렸다. 아이폰4는 3개월, 아이폰4S도 한 달 늦게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애플 쪽은 "한국 정부의 전파기기 인증 등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출시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해외 전파기기가 국내에 들어오려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전파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일주일 정도면 마무리되는 형식적 절차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의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몇 주일 정도 걸렸지만 최근에는 5~6일이면 절차가 마무리된다"며 "최소 일주일 전에만 먼저 들여와 인증 절차를 밟아도 출시일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한국 소비자 홀대를 뒷받침해주는 정황은 이뿐이 아니다. 한국에는 애플이 운영하는 직영 매장 애플스토어가 1곳도 없다. 애플은 지난해 세계 각지에서 30곳이 넘는 애플스토어를 새로 열었다. 현재 전세계의 애플스토어는 300개를 훌쩍 넘는다. 이웃나라 중국만 하더라도 지난해 10월 2곳이 개설됐다. 애플은 몇 년 안에 중국 내 매장을 25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스토어는 단순한 매장을 넘어 애플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하는 애플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애플이 직접 실시하는 애프터서비스(AS)도 애플스토어 내 고객상담센터인 지니어스바(Genius Bar)를 통해 이뤄진다.

   
애플 마케팅 부사장인 필립 실러가 지난 9월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이폰5 발표회에서 1차 출시국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에도 1·2차 출시국 명단에서 빠졌다(왼쪽). 한 남성이 서울 역삼동 애플코리아 본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신화 / 한겨레 박승화

소비자 불만 키우는 일방적 AS 정책

애플스토어 설치는 국내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제기해온 애플의 부실 AS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돼왔다. 지난해 10월 이 문제로 국정감사에 출석한 애플의 파렐 파하우디 시니어 디렉터가 AS 정책 개선을 위해 강조한 것도 애플스토어 설치였다. 당시 파하우디 디렉터는 "소비자의 불편은 애플스토어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한국에 애플스토어가 들어서면 AS를 조정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애플의 이렇다 할 진전된 움직임은 없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직영점을 내기 위해선 수익성, 입지 등 여러 기준이 맞아야 하지만 아직 그렇지 못해 애플스토어를 개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S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2011년 1~9월 스마트폰 소비자 피해 구제 현황'을 살펴보면 애플의 피해 구제율은 48.4%로 6개 휴대전화 제조업체 가운데 5위에 그쳤다. 애플 제품의 결함으로 피해를 입은 10명 가운데 5명 정도만이 보상을 받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71.2%로 피해 구제율이 가장 높았고, LG전자가 63.2%로 뒤를 이었다.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애플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라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맥북 등 애플이 생산하는 모든 소형 전자기기에 대해 구입 뒤 1개월 안에 결함이 생기면 새 제품으로 바꿔주기로 했다. 그동안은 제품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리퍼 상품으로 교체해주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리퍼 상품은 불량이 발견된 제품을 신상품 수준으로 재정비(수리 및 교체)해 다시 내놓은 제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량품을 그대로 폐기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줄인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리퍼 상품은 사실상 중고 제품에 가깝기 때문에 불만을 갖는 소비자가 많았다.

하지만 시행 넉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새 AS 기준은 정착되지 않고 있다. 애플스토어가 없는 국내에서는 AS를 받으려면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APR)를 통해야 한다. APR는 현지 기업이 애플의 승인을 얻어 애플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유통점을 말한다. 국내에선 프리스비·에이샵·컨시어지 등이 대표적이다. 본지 취재진이 최근 APR 매장 10곳을 대상으로 새 AS 기준 반영 여부를 확인해보니, 절반이 넘는 5곳에서 새 AS 정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 애플코리아 쪽은 "본사에서는 새 AS 기준을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APR 브랜드들은 자유경쟁을 통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본사가 대리점에 정책 변경을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애플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공식 온라인 매장에서는 새 AS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모바일 콘텐츠 장터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한국 소비자는 차별을 받는다. 지난해 국내 앱스토어 시장 규모는 1조5천억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앱스토어에서는 원화 결제가 불가능해 소비자의 불만이 적지 않다. 달러 결제인 만큼 환차손 위험이 뒤따르고 해외 결제 수수료도 내야 한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원화 결제가 불가능한 것은 애플이 금융 당국의 전자결제대행업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가를 받기 위해선 시스템 운영 서버를 한국에 둬야 한다. 하지만 애플은 보안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이를 꺼리고 있다.

결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앱을 샀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뒤집어써야 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구제를 받으려면 소비자가 직접 해당 앱 업체나 신용카드사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보상을 청구해야 한다"며 "하지만 까다로운 청구 절차 탓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냥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파렐 파하우디 애플 애프터서비스(AS) 시니어 디렉터(왼쪽)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아이폰 부실 AS 논란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애플 본사만 아는 아이폰 국내 매출

이처럼 한국 소비자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애플은 해마다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애플의 한국 법인 애플코리아가 설립된 때는 1998년. 애초 주식회사로 출발한 애플코리아의 매출은 2005년 448억원, 2008년 1486억원, 2009년 1782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9년 11월 아이폰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이후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2010 회계연도(2009년 10월1일~2010년 9월30일) 애플코리아의 매출은 2조원가량으로 2009년에 견줘 10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2010년 실적은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이다. 애플코리아가 아이폰 출시 직전인 2009년 8월 주주총회를 거쳐 유한회사로 탈바꿈해서 정확한 매출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유한회사는 상법상 재무제표 공개나 회계 감사 등의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실적이 대폭 호전되기 직전에 유한회사로 바꿔 주변의 감시를 피해가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주식회사 당시에는 주된 사업 영역이 컴퓨터 판매였기 때문에 사명도 애플컴퓨터코리아였다. 하지만 이후 사업 영역이 컴퓨터에서 아이폰으로 옮겨가면서 사명도 바꾸고 기업 형태도 달리 가져가게 됐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국내 애플코리아의 실적은 애플 본사만이 알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이 얼마나 팔렸는지를 통해 추정해볼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국내에서 애플 제품은 얼마나 팔렸을까.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아이폰은 약 250만 대가 팔렸다. 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방통위에 제출한 '이동통신 시장 단말기 가격형성 구조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애플 아이폰4S 32GB의 판매가격은 81만600원이다. 16GB 모델은 67만8600원, 64GB 모델은 94만2600원이다. 세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은 81만600원이다. 전체 판매 대수에 이 가격을 단순 곱하면 애플은 지난해 국내에서 아이폰으로만 2조원 넘게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아이패드도 50만 대 이상 팔려 전체 매출 규모는 2조7천억~3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애플이 이처럼 기업 형태를 바꿔가면서까지 기업 정보를 감추려는 것은 애플의 비밀주의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비밀주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일관된 특징이지만 애플은 특히 그 정도가 심하다. 경제전문지 <포천>의 선임기자 애덤 라신스키가 쓴 책 <인사이드 애플>을 보면, 애플 본사에서는 신제품 회의 때 반드시 창문이 없는 방을 사용한다. 또 믿을 만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신입사원에게 몇 달이든 가짜 프로젝트만 맡긴다. 비밀 유지는 애플맨이 되기 위한 첫 번째 덕목인 셈이다. 하지만 인간 중심의 철학을 최우선 가치 기준으로 삼는다는 애플이 이처럼 폐쇄적인 문화를 가졌다는 점은 일면 모순으로 비치기도 한다.

애플의 폐쇄성은 납품업체와의 관계에서 도드라진다. 애플이 올해 초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국내 납품업체는 삼성전자·삼성전기·하이닉스·LG화학·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인터플렉스 7곳이다. 여기에 삼성·LG 등을 통한 2차 공급사까지 합치면 국내 납품업체는 10곳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외부에 애플과의 영업 관련 지표를 공개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애플이 협력사들에 이를 철저하게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30% 이익률, 납품업체 쥐어짰나?

납품업체와 관계를 유지할 때 쓰는 전략도 종종 도마 위에 오른다. 애플은 납품업체에 애플을 위해서만 부품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되면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은 애플에 의존하는 종속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의 한 정보기술(IT) 담당 애널리스트는 "앱 등 소프트웨어 수익이 있다 하더라도 30%가 넘는 애플의 순이익률은 일반 제조업체 시각에서는 불가능한 수치"라며 "이는 애플이 납품업체를 관리하면서 협력사의 마진폭을 줄이고 자사의 이익을 꾸준히 늘려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코리아는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으로 매출을 늘려왔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낙제점 수준이다. 우선 국내 고용 창출이 거의 없다. 현재 애플코리아의 직원 수는 80명 안팎이다. 매출액이 애플코리아에 한참 못 미치는 외국계 IT 기업 한국HP와 한국IBM의 직원은 각각 1천여 명, 2300여 명이다. 직원 수가 적다 보니 기부 등 이렇다 할 사회공헌 활동도 없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난해 기업 기부 현황을 보면 1천만원 이상 기부 기업은 270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애플코리아는 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는 어떨까. 애플 본사는 직원이 개인적으로 기부한 금액만큼 회사가 지원해주는 매칭펀드를 지난해 9월 도입했다. 이를 통해 1인당 연간 최대 1만달러(약 1120만원)를 지원할 수 있다. 애플은 올해 안으로 이 제도를 캐나다·멕시코로 확대할 예정이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국내에서 천문학적인 이익을 빼내가면서도 기부는 물론이고 한국 내 재투자에 쓰는 돈이 거의 없다"며 "기업의 존재 이유가 오로지 이윤 추구에만 있다면 그것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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