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현실 자본주의 개혁, 철학적 코뮤니즘보다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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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자본주의 개혁, 철학적 코뮤니즘보다 복잡하다

[Cover Story] 자본주의 대안을 고민하라- ⑤ 슬라보예 지젝과 ‘월가 점령’ 시위자의 만남

[21호] 2012년 01월 01일 (일)

모리츠 폰 우슬라

economyinsight@hani.co.kr

<디 차이트> 고정 기고가인 모리츠 폰 우슬라가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한 슬로베니아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을 3일 동안 동행 취재했다.이 자본주의 비판의 슈퍼스타는, 현실 운동에 대해서는 “규율과 질서는 지켜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슬로베니아 출신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 한겨레 자료. 팝스타들은 공항의 입국장을 나서는 별로 대단하지 않은 순간에도 카메라를 피할 수 없다.이런 번잡함을 피해 나는 옛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전설적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61)이 프랑크푸르트역 근처 홍등가 구역에 있는 호텔에 체크인할 때 처음으로 그를 만났다.당연히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젝 스타일’을 하고 나타난 지젝 그를 만나는 순간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다.슬라보예 지젝은 슬라보예 지젝처럼 보였다.레이디 가가가 레이디 가가처럼 보이듯이 말이다.키는 별로 크지 않았다(175cm 정도였다). 유명한 헤어스타일(한참 동안 감지 않은 듯한 헝클어진 회색 머리칼)에 턱수염, 트레이드마크인 회색 얼굴 등도 지젝을 지젝처럼 보이게 했다.또 그는 전형적인 슬라브예 지젝 의상을 입고 있었다.베이지색 윈드재킷, 베이지색 티셔츠, 베이지색 코르덴 바지, 그리고 메피스토사의 베이지색 신발. 추측한건대, 150유로 정도 들었을까 싶은 차림새였다. 그는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을 끌고, 컴퓨터 가방을 메고, 비닐봉지 3개를 들고 있었다.비닐 봉지는 리셉션 앞 바닥에 내려놓은 채 재킷 주머니에서 꺼낸 종이들을 뒤지기 시작했다.그는 정신이 없었다.안개 때문에 영국 런던에서 하루 늦게 출발한 탓에 그의 일정이 뒤죽박죽됐다.유명한 철학자인 지젝은 이미 땀범벅이 되었다.그의 회색 머리칼은 이마에 달라붙었다.그는 몇 시부터 아침을 먹을 수 있는지, 방에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지젝의 그 유명한 발칸반도 언어의 악센트와 영어가 섞인 독일어를 들을 수 있었다.그의 짐 나르는 것을 도와주고 싶다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그는 둘둘 만 윈드재킷과 여행 가방과 컴퓨터 가방을 든 채 손을 흔들며 웃으면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제발 전화는 걸지 마세요. 나는 여기 없는 거라니까요.” 괴팍한 지젝씨, 독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21세기 좌파의 싸움 프랑크푸르트에서 며칠간 슬라보예 지젝 주연의 ‘연극’이 공연될 것이다.별로 특별한 일은 아니다.지젝의 새 책이 출판된 것이다.오늘 저녁 지젝은 문학관에서 새 책을 낭독하고, 카메라팀이 프랑크푸르트를 누비는 그를 따라다닐 것이다.이번에 나온 책은 52번째 혹은 55번째 책인데, 누구도 정확히 몇 번째 책인지 알지 못했다.피셔 출판사에서 나온 초록색 바탕에 망치와 낫이 그려진 수수한 책, 얼핏 서정적으로 들리는 <하늘의 악한 유령>이라는 제목 아래 ‘21세기 좌파의 싸움’이라는 자극적인 부제목이 달린 책을 흘깃 본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이 책을 즐기며 읽는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많은 슬라보예 지젝의 팬들은 또다시 그의 책을 읽을 것이다.독일에서 출판되기 이전부터 이 새 책에 대해 거침없는 찬성과 비난이 있었다.잘 알려진 지성인들은 이 책을 공격했는데 그 정도가 이미 선을 넘었다.2011년에 실제적으로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단어인 ‘코뮤니즘’이 이 책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좌파 전체주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지젝은 옛 우파인 마르틴 하이데거와 카를 슈미트에도 비중을 두고 있지만, 이는 오직 두 사람이 자신들이 살았던 시기에 운명적으로 코뮤니즘 대신 파시즘을 선택한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다.지젝이 민주주의, 폭력, 진리에 대해 정의를 내린 이후 그에게 질문이 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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