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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백신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COVER STORY]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스토리- ① 쾌거
[128호] 2020년 12월 01일 (화) 마르틴 U. 뮐러 economyinsight@hani.co.kr

코로나19 백신이 가시화하고 있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가 코로나19 백신 물질을 공동 개발해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화이자가 세계 최초로 미국 FDA에 신청한 것이다. 이 조처는 두 회사가 임상 3단계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95%에 이른다는 발표를 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 또한 자사가 개발한 백신이 94.5%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는 등 각국 제약회사들의 추격 발걸음도 분주하다. 통상 10년이 걸린다는 백신 개발이 1년이 채 안 돼 이뤄지는 전례 없는 속도전이다. 하지만 개발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문제는 지구촌 누구에게나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하는데, 여기엔 복잡한 정치·사회적 공학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_편집자

마르틴 U. 뮐러 Martin U. Müller
코르넬리아 슈메르갈 Cornelia Schmergal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슈피겔> 기자

   
▲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REUTERS

독일 도시 마인츠가 마지막으로 세계사에 이름을 남긴 것은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중세 후기 집 뒷마당에서 금속활자를 쓰는 인쇄기를 발명했을 때다.
이번에는 도시 한복판 ‘안데어골드그루베’(금광 옆)라는 조짐이 좋아 보이는 이름의 거리에서, 보안문과 소독장벽 뒤 한 바이오리액터(생물반응기)에 백신 후보 물질 BNT162b2, 최적화된 Sars-CoV-2 스파이크 당단백질 전체 길이에 코딩된 뉴클레오시드-변형 mRNA(messenger RNA)가 배양되고 있다. 이 물질은 아마 세계 최초로 정규 사용 승인을 받은 코로나 백신이 될 것이다.
주개발자인 우구르 사힌 교수와 아내 외즐렘 튀레지는 터키 이민 2세로, 평상시라면 이 사실만으로도 이미 환상적인 이야기가 되었겠지만 2차 유행을 막을 방법이 뭔지, 어떻게 해야 팬데믹(감염병 대유행)과의 전쟁이 끝날지 묻는 글로벌 소음이 매일같이 커지는 판국이라 관심을 못 받고 있다.

터키 출신 과학자 부부가 이룬 쾌거
뇌 없는 바이러스가 인간의 천재성에 굴복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포문을 열고 “2021년 4월까지 모든 미국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말을 트위터에 올렸지만, 그렇게 단순한 논리는 할리우드 영화나 트위터에서나 통한다.
요즘 사힌 교수와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FFP2(유럽 인증 산업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의 사무실이 정확히 건물 어디에 있는지도 쓰지 말라는 부탁을 받았다. 최근 현관 앞에 건장한 경비원들이 상주하는 컨테이너가 세워졌다.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이 (백신 후보 물질 정보를) 사이버 공격에서 보호하려 한다. 결승선이 보이는 지금,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다. 어쩌면 다음 주에 효과가 입증된 첫 백신이 나올지 분명해질 것이다.
사힌 교수와 그의 회사 바이오엔테크의 과학자 500명은 ‘매우 긴장한 채’ 지난 몇 달간 4만4천 명에게 BNT162b2 또는 위약(가짜약)을 투여하는 임상연구의 첫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결과가 압도적으로 좋을 때만 마인츠의 연구자들은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것이다. 몇 주 안에 예방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몇 주 혹은 몇 달 지연될 수도 있다.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거나, 승인 기관에서 시간을 더 필요로 하거나, 백신이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현재 전세계에 48개 백신이 임상연구 중이다. 그 가운데 11개가 최종 단계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곧 만들어진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핵심 문제는 다른 것이다. 백신이 정말 열망하던 구원이 될 수 있을까? 백신만 있으면 모든 게 다시 좋아질까? 아니면 그저 상황이 조금 나아져 확진자·사망자 수가 줄어들 뿐 앞으로 1~2년은 계속 마스크, 사회적 거리 두기,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계속해야 하는가?
인류가 이렇게 약품 개발 상황을 긴장하며 지켜본 적은 없었다. 그렇게 짧은 기간에 수십억달러가 혈청에 투자된 적도 없었다. 과학자, 제약회사, 정치인에 대한 압력이 이렇게 높은 적도 없었다.
누구도 가능하다고 여기지 않던 일이 실현됐다. 보통 8~10년이 걸리는 백신 개발 시간이 1년으로 단축됐다. 믿을 수 없는 성과이자 앞으로 닥칠 일을 암시한다. 백신은 단번에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을 종료시킬 기적의 무기가 아니다. 이것을 미리 말해둬야 한다.
처음에는 증세가 중증으로 발전하는 걸 막는 중간 정도 효과를 가진 백신이 될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19 증상 발현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염을 막지는 못한다. 백신 효과가 얼마나 유지될지도 확실치 않다. 6개월? 12개월? 곧바로 이전 생활로 돌아갈 수는 없다.
몇 개월은 혼란스러운 질문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백신은 얼마나 안전한가? 백신은 어떤 효과가 있는가? 백신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 누구에게 먼저 접종할 것인가? 전세계 사람에게 접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난 몇 주 동안 <슈피겔>은 이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 후보 물질의 사용 승인을 기다리는 백신 개발 선두 주자 3곳을 찾아 전문가를 만났다. 백신 사용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파울에를리히연구소 소장, 수백만 명의 접종을 해야 하는 독일연방 보건부, 누구에게 언제 접종할지 보건부에 조언하는 독일 윤리위원회 위원장이 그들이다.

   
▲ 잇따른 백신 개발 성공 발표에도 안전성 입증 등 백신이 출시돼 보급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REUTERS

백신 개발은 거대 제약사도 위험요인
독일 바이오테크 기업 바이오엔테크(BioNtech)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Pfizer)와 함께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면서 미국 대통령에게 저항해야 했다. 요즘에는 모든 것이 시간과의 싸움이다. 2차 대유행 시기, 매일 전세계에서 수십만 명의 신규 확진자와 수천 명의 사망자가 생겼다.
“한 주 한 주가 중요하다”고 사힌 교수는 말했다. 바이오엔테크는 몇 달 전부터 백신 앰풀 수백만 개를 생산하고 있다. 시간을 벌기 위한 비축분이다. BNT162b2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일 효과가 없다면 거대한 쓰레기 무더기가 된다.
거대 제약사도 감행하기 어려운 큰일이다. 그러니 소규모 기술 기업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독일 정부가 특별지원금으로 최고 3억7500만유로를 제공하더라도 말이다.
바이오엔테크에는 연기가 나오는 굴뚝이나 공장 건물이 없다. 백색의 무균 실험실에선 유전자 해독장치(시퀀서)가 영리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엄청난 양의 유전물질을 분석하고, 초음파로 액체를 앰풀에 주입하고, 인공지능이 결과를 계산한다. 일부 실험실에선 사람이 거의 없이, 자동 로봇 플랫폼이 T세포와 혈액 샘플 조각을 분석한다.
5층에선 과학자 수백 명이 지난 10년 동안 기초과학 연구를 했다. 헥살(Hexal)의 창업자 토마스 스트륑만과 안드레아스 스트륑만이 투자한 수백만달러 덕분이다. 20가지 약물을 개발 중이다. 주로 암치료제다. 아직 사용 승인을 받은 물질은 없다. 기술이 너무 새롭고 혁신적이고 시험되지 않았다.
바이오엔테크는 mRNA 활성 성분을 연구한다. 분자는 인간 생물학에 필수적인 부분으로, 세포의 유전물질과 단백질 공장 사이에서 설계 규칙을 전달하는 메신저 구실을 한다.
mRNA를 합성해 세포로 운반할 수 있는 사람은 신체에서 일어나는 일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셀 메신저를 프로그래밍하는 방법을 알아내면, 이론적으로 동일한 시스템으로 가능한 모든 지시를 내릴 수 있다. T세포에 특정 암세포를 공격하라고 명령하거나 면역 시스템이 바이러스에 대항하게 할 수도 있다.
반면 전통적인 백신은 일반적으로 약화한 바이러스나 그 일부로 만들어지며, 소량이라도 몇 주에 걸쳐 실험실에서 생산해야 한다. 바이오엔테크는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정보만 필요했을 뿐이다. 유전정보를 파악한 뒤 이틀 안에 적절한 RNA를 생산하고 곧바로 첫 번째 실험을 시작했다. 독일 정부가 아직 코로나19를 독일에 대한 위험으로 보지 않았던 1월의 일이다. 봉쇄 조처가 내려지기 전 바이오엔테크는 백신 후보 물질 20종을 보유하고 있었다.
많은 전문가는 바이오엔테크의 백신 개발 속도에 놀랐다. 처음엔 회사 연구원들도 놀랐다. 하지만 그저 수십 년간 새겨진 습관일 뿐이라고 사힌 교수는 말했다. 항상 개발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관련 기관에서 답변이 오기까지 60일, 연구비를 신청한 뒤 지급 결정까지 3개월,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기다려야 하는 긴 시간이다.
2020년 2월, 바이오엔테크 연구자들은 프랑크푸르트 남쪽에 있는 소도시 랑겐을 방문했다. 이곳에 독일 내 백신 사용을 승인하는 파울에를리히연구소가 있다. 바이오엔테크는 연초에 자신들의 계획을 프레젠테이션했다. 봄부터 임상연구를 시작해 연말에 백신을 완성한다.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와 함께하겠는가? 대답은 ‘예’였다.
4월19일, 바이오엔테크는 복수의 백신 후보 물질을 임상시험하는 최종 신청서를 제출했다. 4월22일, 신청서가 승인됐다. 4월23일, 첫 번째 피험자에게 투약됐다.
후보 물질 20종 가운데 2종이 유망한 것으로 판명됐다. 둘 다 바이러스에 독특한 모양을 부여하는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았다. 단백질은 마치 왕관의 스파이크처럼 바이러스 외피에서 튀어나와 있다.
사힌 교수는 “차이점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줄까요?”라고 물었다. 그는 대답도 듣지 않고 벌써 사무실 안에 있는 큰 칠판 앞으로 걸어갔다. 빠르게 선을 몇 번 그어 단백질 모양을 그리고 전문 용어와 통계 수치를 적었다.

   
▲ 과연 제약업체들이 개발한 백신이 코로나19를 완전히 퇴치하고 우리를 일상으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을까? 아직은 무엇도 확신할 수 없다. 페루 리마에서 디프테리아 예방 백신을 맞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REUTERS

세기적인 글로벌 개발협력 성과
설명의 요약 버전은 다음과 같다. 한 백신 후보는 스파이크 단백질 일부에만 작용하고, 다른 하나는 단백질 전체 길이에 작용한다. 두 방법 모두 바이러스를 비활성화하지만, 스파이크 단백질 일부에만 작용하는 백신 후보 물질의 경우 최대 70% 피험자에게 1~2일간 가벼운 열을 발생시켰다. 전체 단백질이 매핑되면 피험자의 10~15%만 이 부작용을 겪었다.
사힌은 이 복잡한 과정을 몇 마디 말로 정확하게, 조용하고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데 능숙하다. 그는 마인츠대학에서 거의 15년간 학생을 가르쳤고, 최근에는 종양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긴장된 시기에도 그는 여전히 박사과정 학생들을 감독하고 있다. 그는 항상 사업가이기 전에 과학자이기를 원했다.
그는 이미 오랫동안 세계에서 유명한 암연구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사실 면역학 분야에서 대학교수 자격을 얻었다. 코로나와 암은 너무 동떨어진 분야라고 누군가가 말하면, 사힌 교수는 이렇게 반론한다. “우리는 자신을 면역 엔지니어라고 생각한다. 면역체계가 특정 질병에서 우리를 보호하도록 유도하려 한다.”
사힌 교수와 바이오엔테크는 신기술 연구에 많은 경험이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신약을 출시하고 글로벌 생산을 구축한 경험은 없다. 독일 연구진은 봄에 미국의 거대 제약기업 화이자와 힘을 합쳤다. 화이자그룹 생산시설을 이용하면 2021년 말까지 총 150억 도스(1도스=1회 접종분)의 BNT162b2를 생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억 도스 분량의 백신이 이미 미국, 일본, 캐나다에 예약 판매됐다.
화이자는 개발 비용 절반을 부담하고,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7억4800만달러를 지급할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두 회사가 2021년 약 35억달러의 이익을 나눌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오엔테크에 좋은 조건이 아니라고 비판하는 이들은 최초의 코로나 백신은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도 사용 승인을 받았을 때나 통하는 소리다. 사용 승인까지 엄청나게 많은 돈이 필요하다.
특히 임상시험에 수억, 때로는 수십억달러의 비용이 든다. 임상시험은 3상으로 구성된다. 1상에선 주로 안전과 적합성을 확인한다. 2상에선 약물의 적정 용량과 용법을 찾는다. 두 단계를 합쳐도 몇백 명의 지원자가 필요하다. 3상에 들어서야 피험자 수만 명에게 구체적이고 광범위하게 효과와 안전성을 연구한다.
각 단계는 병합할 수 있다. 바이오엔테크는 먼저 1상과 2상 임상시험을 결합하고, 독일에서 약 200명의 지원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두 백신 후보를 10~100마이크로그램의 서로 다른 활성 성분 용량으로 주입받았다. 올바른 용량이 아주 중요하다. 효과를 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많아야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도로 적어야 한다. 화이자는 독일 연구원들의 지도에 따라 이 시험을 미국에서 반복했다.
3개월 뒤인 7월24일, 결과가 나왔다. 테스트 후보 물질은 “높은 Sars-CoV-2 중화항체 역가를 유도한다”. 쉽게 말해서 첫 결과가 아주 좋아 보였다.
같은 날 바이오엔테크와 화이자의 임직원 60명이 전화 회의에 참석해 다음 단계를 논의했다. 최소 3만 명의 18~85살 지원자를 대상으로 2단계와 3단계를 결합한 임상시험을 미국·독일·아르헨티나 등 120개 연구센터에서 나눠 실시한다. 각 피험자는 백신 또는 위약을 받는다. 바이오엔테크, 피험자, 참여 의사도 누가 백신을 받고 누가 위약을 받는지 모른다.
화이자는 이 시점부터 연구를 주도했다. 바이오엔테크는 공식적으로 클라이언트로 남고, 나중에 사용 승인을 받은 백신의 통제력을 가질 수도 있었다.
사힌 교수는 말했다. “그것은 우리 기술이다. 화이자와의 협력은, 백신을 가장 짧은 시일 안에 개발해 쓸 수 있게 해주는 이상적인 파트너십이다.” 하지만 사용 승인을 받는 과정에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화이자는 미국 기업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미국 대통령은 백신이 곧 개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1상이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된 뒤, 바이오엔테크와 화이자는 최초의 코로나 백신 개발 경쟁을 주도하는 글로벌 선두 주자가 되었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이 가장 주시하는 대상이 됐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미 대선 TV 토론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시청자 수백만 명 앞에서 트럼프는 화이자와 대화했다며 백신이 몇 주 내에 완성된다고 말했다. “모두 정치적 발언일 뿐이다.”
화이자 최고경영자 앨버트 불라는 이틀 뒤 직원들에게 공개편지를 써야 했다. 화이자는 “정치적 압력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직 연구 결과만이 백신 개발 속도를 결정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공개 발표에 만족하지 않았다. 외부 과학자들도 단계가 단축되거나 너무 빠르게 개발되는 게 아닌지 확인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을 더 투명하게 하라고 요구했다.
9월 중순, 바이오엔테크와 화이자는 압력에 굴복했다. 그들은 전체 임상연구의 청사진인 백신 프로토콜을 공개했다. 많은 회사에서도 그렇듯이 보통 기업 기밀이다. 137쪽에 걸쳐 어떤 그룹의 피험자들이 참여하고, 어떤 안전 기준을 적용했는지 설명했다. 무엇보다 백신 효과를 평가하는 시기와 방법이 나와 있었다.
이를 확인하려면 임상시험 동안 최소한의 피험자가 코로나에 감염돼야 한다. 바이오엔테크·화이자의 임상시험은 164건을 예상한다. 이때 백신을 맞은 사람과 위약을 맞은 사람 중 몇 명이 코로나에 감염됐는지 비교한다. 만일 164명 모두 위약을 맞은 그룹에 속하고 백신을 맞은 사람은 한 명도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백신은 수학적으로 100% 효과가 있다.
그러나 많은 피험자가 코로나에 감염될 때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모든 백신 개발자는 중간 분석을 포함해 계획한다. 바이오엔테크와 화이자는 피험자 중 32명이 코로나에 감염된 뒤 그중 몇 명이 백신을 맞았는지 확인하려 한다.
이렇게 적은 수에선 기준이 더 높아진다. ‘압도적인 효과’가 확인돼야 한다. 이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유럽에선 승인 당국이 고려할 문제이지만, 미국에선 명확하게 정의돼 있다. 이 경우 백신 효과는 최소 77%여야 한다. 즉, 감염된 피험자 32명 중 백신을 접종한 피험자가 6명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 미국 뉴욕에 있는 화이자 본사 앞을 2020년 11월9일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화이자가 내건 구호처럼 백신이 환자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REUTERS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임상연구
비판하는 이들은 첫 사례로 32명을 분석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 되도록 빨리 승인받으려는 성급한 시도라고 평가한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임상연구일 것이다.” 생의학 분야의 저명한 연구자이자 미국 샌디에이고의 스크립스(Scripps)연구소 소장인 에릭 토폴 교수는 “(임상시험을) 올바르게 해야 하고, 너무 일찍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숫자는 실제 “상대적으로 낮다”고 사힌 교수는 말한다. 작은 숫자는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고 했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으려면 백신 효과가 매우 높아야 한다. “하지만 결과가 정말 좋으면 그 결과를 일찍 보기를 원했다.”
화이자 CEO 앨버트 불라는 과거에 10월 말쯤 첫 번째 중간 분석을 기대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이를 통해 그는 트럼프가 대선 전에 백신이 나올 것이라고 약속하도록 부추겼다.
대선이 끝날 때까지 중간 결과 발표를 보류해, 백신을 둘러싼 정치적 토론 전체를 줄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사힌 교수는 “필요한 토론”이었다고 말했다.
감염자 수가 32명에 이르면 바이오엔테크는 임상시험을 모니터링하는 ‘데이터 및 안전성 모니터링 위원회’의 독립적인 전문가로부터 자동 알림을 받는다. 의사와 통계학자로 구성된 위원회는 이후 피험자 32명의 정보를 완전히 가린 상태에서 그중 누가 백신을 접종했는지 조사한다. “백신의 유효성 정보를 얻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억제할 수도 없고 또 억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사힌 교수는 말했다.

   
▲ 코로나19 백신 스티커가 붙은 앰풀을 한 연구원이 들고있다. REUTERS

백신 효과는 몇 달에서 몇 년 뒤
미 대선 전에 사용 승인이 불가능해졌다. 첫 임상시험 결과가 그 이전에 나오고, 압도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0월 초에 모든 피험자가 정규 용량을 접종한 뒤 평균적으로 최소 2개월 동안 관찰한 뒤에만 긴급사용 승인 요청을 수락한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바이오엔테크와 화이자의 경우 11월 중순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마지막 순간까지 FDA의 신규 규정 도입을 막으려 하면서 ‘정치적 테러’라고 한탄했다.
유럽에선 사용 승인이 일러도 11월에야 가능하다. 유럽의약품청(EMA)은 BNT162b2에 이른바 ‘롤링 리뷰(Rolling-Review) 절차’를 허락했다. 이 경우 일반적인 절차와 다르게 임상시험 결과를 한 번에 모두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씩 사용승인기관에 제출한다.
이런 방식으로 유럽의약품청은 쏟아지는 데이터를 차근차근 처리하고, 하룻밤 사이 결정하지는 못하더라도 평소보다 더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백신이 실제 얼마나 좋은지 나쁜지 알려면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린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사힌 교수는 확신한다. “나는 백신이 이상적으로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나는 질병을 예방하거나 최소한 완화하고, 다른 하나는 병원균이 사람 사이에 전염되는 것을 막는다.” 두 가지를 함께 한다면 엄청난 성공일 것이다. 그러면 감염병을 실제로 억제할 수 있다.
아직 사힌 교수의 낙관론을 공유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반대로,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백신을 접종한 사람도 바이러스를 전염시키지만, 회복 속도가 빨라져서 감염시키는 사람 수가 적어진다고 한다. 그것도 팬데믹에 대항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 Der spiegel 2020년 제44호
Eine Ampulle Hoffnung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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