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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글로벌 백신 전쟁
[COVER STORY]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스토리- ② 추격
[128호] 2020년 12월 01일 (화) 마르틴 U. 뮐러 economyinsight@hani.co.kr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이 팬데믹 종식의 첫 단추가 될 수 있을까. 또 다른 제약사들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미국 바이오회사 모더나가 선두 경쟁의 불을 댕겼다. 11월16일(현지시각)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mRNA-1273’의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94.5%라는 제3상 임상시험 중간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독일 튀빙겐에 있는 큐어백 등도 나름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백신 개발 전쟁이 더욱 불타오른다.

마르틴 U. 뮐러 Martin U. Müller
코르넬리아 슈메르갈 Cornelia Schmergal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슈피겔> 기자

   
▲ 화이자에 이어 미국 바이오회사 모더나가 2020년 11월 16일(현지시각)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mRNA-1273’의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94.5%라는 제3상 임상시험 중간 분석 결과를 내놓으면서 백신 개발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REUTERS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모더나는 지극히 미국적인 회사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설립돼 그곳에 본사가 있고, 미국 투자자로부터 수십억달러의 벤처캐피털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뉴욕 증시 스타 기업이고, 미국 정부의 백신 프로그램 ‘워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의 주요 후보다. 하지만 모더나 최고경영자(CEO) 스테판 방셀은 날렵한 혀와 강한 악센트를 가진 마르고 딱딱한 프랑스인이다. 2020년 봄, 방셀은 백악관으로 불려가 도널드 트럼프에게서 ‘대선 전에 백신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늦기는 했지만 몇 주 전 공식적인 답변이 나왔다. 불가능. 모더나는 백신을 일러야 11월 말에 내놓을 것이다(실제는 11월16일 중간 분석 결과 발표). 미 대선이 끝난 뒤다.
모더나는 현재 바이오엔테크의 가장 큰 라이벌로 동일한 mRNA 기술을 개발한다. 바이오엔테크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의약품으로 가는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로 본다.
“우리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셀 내부에 직접 도달할 수 있다면 거의 모든 질병 치료에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방셀은 말했다. 회사 과학자들은 mRNA가 ‘생명의 소프트웨어’를 고쳐 쓸 수 있는 열쇠라고 믿는다.
거창한 말이다. 조금 과장됐을 수도 있다. 2010년 하버드대학의 줄기세포 생물학자들이 처음으로 mRNA 약물 실험을 하고, 기업을 설립하려 했을 당시에는 방셀 스스로도 이 기술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9년의 최고경영자(CEO) 생활 후 그는 기술의 미래를 가장 큰 목소리로 선전하는 예언자가 됐다.
방셀은 이제 다른 많은 사람을 설득했다. 역대 최고의 생명공학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모더나는 암, 에이즈, 심장병, 감염병 치료법을 개발한다. 지난 2년간 모더나는 미국 국립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NIAID)와 함께 또 다른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연구했다.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해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NIAID 수장은 미 정부의 코로나19 자문가 앤서니 파우치다. 2020년 1월 초 모더나의 과학자들은 전세계를 좀먹는 신종 바이러스의 DNA 염기 서열을 확보했고, 컴퓨터는 이로부터 3차원 구조를 계산했다. 방셀은 즉시 파우치에게 연락했다. “당신도 보았는가?” 메르스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거의 같아 보인다. 모든 백신은 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하기 위해 항원이 필요하다. 이로써 공격 목표는 결정됐다.
3주 뒤, 백신 디자인이 완성됐다. 3월16일 모더나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7월21일부터 파우치의 NIAID가 조직한 3상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이전에 시험하지 않은 기술이 대규모 임상시험 최종 단계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몇 개월의 시간적 이점은 ​​허공으로 사라질 수 있다.

   
▲ 미국과 독일이 선도하는 백신 개발 경쟁에 영국,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 등 각국이 앞다퉈 합류하고 있다. 중국 국기 앞에 놓인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앰풀들. REUTERS

2021년 상반기에 기존 백신 후보 물질도 준비될 것이다. 미국 기업 존슨앤드존슨은 3상에서 피험자 6만 명에게 벡터 기반 백신을 시험했지만, 한 피험자가 병에 걸렸기 때문에 연구를 중단해야 했다. 백신과 관련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영국-스웨덴 회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공동 프로젝트는 무해한 버전의 감기 바이러스를 사용한다. 이쪽의 3상 임상시험도 한 피험자가 병에 걸려 중단됐지만, 현재 다시 진행 중이다. 제약회사 머크(Merck)는 벡터백신, 사노피(Sanofi)는 단백질 기반의 사멸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수십 년의 백신 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들의 후보 물질은 1년은 더 있어야 사용 승인을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어떤 접근 방식이 가장 빠른지 신경 쓰지 않는다. 모두가 결승선을 통과하도록 돕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4월에 트럼프는 ‘워프 스피드 작전’을 발표했다. 2021년 1월까지 3억 개 백신 도스를 확보하는 계획인데 8개 기업에 100억달러 이상 지원된다.
동시에 보건부, 식품의약국(FDA), 국방부까지 관련된 모든 미국 부처와 당국을 조정하는 일종의 중앙대책본부가 조직됐다. 트럼프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최단시간에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 모든 힘을 합쳤던 맨해튼 프로젝트 이후 이런 일은 없었다.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적합한 비교다. ‘워프 스피드 작전’도 대부분 군사적으로 통제되는 조직이다. 공식적으로 두 명의 수장이 있다. 거대 제약회사 글락소스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의 백신 개발 책임자였던 몬세프 슬라우이는 ‘워프 스피드 작전’의 수장으로서 백신과 치료법을 책임지고 있다. 그와 더불어 지금까지 미 육군물자사령부(AMC) 사령관으로 미국 육군의 자재 물류 거의 전체를 지휘하던 4성 장군 구스타브 퍼나가 작전 책임자로 임명됐다. 퍼나는 계획·운영·분석과 보안, 장비 생산과 유통을 맡는다.
미군이 얼마나 깊이 개입하는지는 ‘워프 스피드 작전’ 조직도가 보여준다. 책임자 90명 가운데 약 3분의 2가 국방부 또는 군대 출신이다. 워싱턴 관계자에 따르면, 미 육군은 복잡한 물류 작업에 경험이 아주 많다.
방셀도 “워프 스피드 작전은 실제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이 사실을 확인했다. 모더나도 미 육군 지원을 받는 회사다. “보안이나 자재 배송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 육군은 물건이 도착할 때까지 매일 회사에 전화를 건다.” 모더나가 몇 주 전 생산시설을 위한 환기 시스템이 필요했을 때, 미국 중서부에서 동부 해안까지 수천㎞를 군수송대가 공급업체 트럭과 동행했다. “빨간불이 켜져도 멈출 필요가 없었다”고 방셀은 말했다. 대신 모더나는 향후 몇 달 동안 미국 정부에 15억달러 상당의 백신 1억 도스를 공급하고, 옵션으로 4억 개를 추가 공급해야 한다.
미국 정부와 가깝지만 회사에 정치적 압력이 가해지지는 않았다고 방셀은 주장한다. 임상시험 단축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모더나 역시 현재 진행하는 백신 후보 mRNA-1273의 제3상 임상시험이 끝날 때까지 첫 분석을 기다릴 생각은 아니다. 첫 결과는 11월 피험자 3만 명 중 코로나19 환자가 53명이 발생한 뒤 발표할 예정이다.
왜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가? “내년 봄에야 임상시험이 끝날 것이다. 현재 상태로는 그때까지 지구에서 100만 명이 더 바이러스로 사망할 것 같다.” 방셀이 말했다.
모더나는 2020년 7월부터 되도록 많이 mRNA-1273을 생산했다. 하지만 거대 제약회사를 끌어들이는 대신, 전세계에 제조 협력 업체를 확보했다. 연말까지 2천만 도스가 준비될 것이다. 2021년에는 최소 5억 도스가 생산될 예정이다. “백신 생산은 모두에게 계속 문제가 될 것이다. 초기뿐만 아니라 향후 18개월간”이라고 방셀은 말했다. 특히 규제 대상인 약물 원료, 세포배양, 효소, 지질은 불확실성 요인이다. 수많은 글로벌 업체에서 공급하는 물품 중 한 가지만 없어도, 전체 생산이 중단된다. 승인·생산·배송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당분간은 백신이 부족할 것이라고 방셀은 예측했다. “최소한 초기 6개월 동안 모든 사람에게 접종할 만큼의 백신은 없을 것이다.”

   
▲ 글로벌 제약사들의 잇따른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소식은 국내 백신 개발 현상에 대한 궁금증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1년 정도 속도 차이가 있다고 진단한다. REUTERS

독일 튀빙겐
독일 튀빙겐에 본사를 둔 큐어백(Curevac)은 더 나은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이미 일론 머스크와 공동으로 다음 팬데믹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
튀빙겐의 한 언덕 위에 큐어백 본사가 있다. 큰 창문 너머로 슈바벤알프스산맥의 경치가 펼쳐져 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여전히 번쩍인다. 이곳에 오는 길을 모르는 택시 운전사도 있다. 본사 건물 옆에 이미 새로운 생산시설이 건설 중이다. 올해에만 전세계에서 과학자 9천여 명이 응모했다.
2000년 설립된 큐어백은 mRNA 기술의 선구자다. 초기 획기적인 연구와 중요한 기초 작업이 튀빙겐에서 이루어졌다. “최초로 정글을 통과하며 길을 내고 기술을 널리 적용할 수 있게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냥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다.” 큐어백 CEO 프란츠베르너 하스는 말한다.
케임브리지의 모더나가 수십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데 비해, 튀빙겐의 큐어백은 수년 동안 오직 후원자의 개인 자산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SAP 설립자 디트마어 호프는 2000년대 초반부터 10억유로 이상을 독일 생명공학의 희망에 쏟아부었다. 다른 사람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새 의료제품과 관련된 일에서 모두 손 떼고 있었고, 국가는 자동차 기술을 지원하는 것을 선호했다. 전형적인 독일 이야기다. 기초과학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누구도 상품을 만들지 않는다. 돈과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미국과 중국에선 수백 개의 바이오회사와 제약회사가 생겨나 항암제와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했다. 독일에서 호프는 돈만 태운다며 그의 헌신에 대해 비웃음을 샀다.
2015년에야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튀빙겐을 방문한 빌 게이츠가 감탄하며 1억달러를 큐어백에 투자했다. 그는 물었다. “당신들 기술로 1달러짜리 백신을 만들 수 있는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큐어백 쪽은 대답했다.
이때부터 모든 일이 훨씬 더 빨리 진행됐다. 대신 큐어백은 약품의 산업적 생산을 위한 공장, 예를 들어 연간 10억 도스의 백신을 만드는 시설을 짓기 위해 정치권, 은행과 수년간 싸웠다. 생산시설은 2022년에나 완성된다.
독일 정치인들은 오랫동안 큐어백에 아무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는 3월에 큐어백을 다른 주요 백신 제조업체들과 함께 백악관 미팅에 초대했다. 잠시 뒤 트럼프가 미국을 위한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독일 회사를 사겠다는 부도덕한 제안을 했다는 말이 들렸다. 

   
▲ 2000년 설립된 큐어백은 mRNA 기술의 선구자로 백신개발에 주력하는 또 하나의 독일 생명공학 회사이다. 한의료인이 큐어백이 개발한 백신을 주입하고 있다. REUTERS

소문이었다. 회사는 이를 부인했지만, 튀빙겐에서 큐어백 직원들은 길거리에서 침 뱉음을 당하고 반역자라는 욕설을 들어야 했다. 하스는 “우리 회사와 직원들에게 매우 힘든 시기였다”고 말했다.
얼마 뒤 큐어백은 독일 정부에 연락했다. 우리는 돈과 지원이 필요하다. 회사 지분을 사지 않겠는가? 6월에 독일 정부는 회사 지분의 약 23%를 3억유로에 인수했다. 독일 경제부 장관 페터 알트마이어(기독교민주연합)는 지분 참여의 ‘높은 산업정책적 중요성’을 말했다. 백신뿐만 아니라 기술과 회사도 독일에 남아 있게 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의 개척자였던 큐어백은 백신 사용 승인을 받을 선두 그룹에 속하지는 못할 것이다. 튀빙겐에서 만든 백신 후보의 임상시험은 아직 1상과 2상, 안전성을 시험하고 적절한 용량을 찾는 단계에 머물렀다. 3상 시험은 2020년 말에 이뤄질 예정이다. 모든 과정이 순조롭다면 2021년 3월이나 4월에 백신 사용 승인을 받을 것이다.
큐어백은 의도적으로 시간을 더 들였다. 큐어백 최고기술책임자인 마리올라 포틴믈레체크는 “이 분야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첫 백신이 최종 백신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냉장온도에서 보관할 수 있어 운반하기 쉬운 성분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튀빙겐의 연구자들은 이미 다음 위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았다고 믿는다. 장식장 크기의 흰색 캐비닛이다.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보면 호스와 펌프 중간 위아래로 움직이는 자기링에 둘러싸인 은색 달걀이 보인다. RNA를 생산하는 장치다. 전체 설비를 컨테이너에 실어 전세계로 운송할 수 있다. 이동식 백신 실험실을 대학병원과 연구실에 설치한 뒤, 온라인상 지시로 필요한 성분을 생산할 수 있다. “만약 이런 RNA 프린터를 지역에 보유하고 있으면, 필요한 활성 성분을 현장에서 직접 소량 생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감염병 발생을 즉시 국지화할 수 있다.”
이 기계는 아직 프로토타입(시제품)이지만 늦어도 2년 안에 양산을 시작할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를 돕는다. 튀빙겐 연구원들은 설비 구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기계설비 회사 그로만(Grohmann)을 파트너로 삼았다. 이후 이 회사는 테슬라에 인수됐다. 결국 지난여름 머스크가 갑자기 테슬라 로고를 달게 된 미니 바이오리액터(생물반응기)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스스로 튀빙겐을 찾았다. 머스크는 기술에 열광했지만 독일의 개발 속도에는 그렇지 못했다. 방문을 끝냈을 때 그는 “더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며 개인적 지원을 약속했다.
“머스크가 옳다”고 하스가 말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보여줄 기회를 얻었다.”

ⓒ Der spiegel 2020년 제44호
Eine Ampulle Hoffnung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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