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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식으로 철옹성 허물라”
[집중기획] 현대 경제학 진단 ② 비주류 경제학의 과제
[128호] 2020년 12월 01일 (화)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비정통 경제학자들은 분열된 채 논의와 강단에서 배제되고 있다. 주류를 대신할 새로운 연구 방식을 찾을지, 아니면 주류 안에서 바뀌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영국 비정통 경제학자 제프리 호지슨이 2019년 출간한 <비정통 경제학에 미래가 있는가>의 표지. 아마존 누리집

잔인하지만 사실이다. 비정통 경제학자들은 실패했다. 주류 경제학식 접근법과 그것의 명백한 허점을 비판하겠다고 10년 전 모인 이들이다. 비정통파가 바라는 것은 다양성이다. 수학과 모형 등 정통 경제학이 지금까지 해오던 연구 방법을 고집하지 않고, 마르크스와 케인스를 비롯한 여러 학파의 사고방식과 연구 성과에 관심 두자고 한다. 사회학자, 역사학자와 함께 경제를 설명하자고 한다. 하지만 정통파는 앎을 거부한다. 연구 예산의 결정권을 쥐락펴락하고, 저명한 학술지에 누구 논문을 실어줄지 고를 수 있는 이들이다.
분명 정통파도 일이 잘 풀리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경제불황은 과거 일이라느니, 금융시장에 거품이 없다느니 앞장서서 설파하던 장본인이 아닌가! 메가톤급 금융위기, 그 뒤 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현실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는 서적이 쏟아져도 똑같았다. 이 나라 저 나라에서 학생과 교수들이 상황 개선을 외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왜, 모든 조건이 비주류에 유리하게 바뀌었는데도 비주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까.

조각난 비정통 학파
영국 비정통 경제학자 제프리 호지슨은 단도직입적이다. 2019년 책 <비정통 경제학에 미래가 있는가>(Is There a Future for Heterodox Economics?)를 출간했다. 호지슨 답은 뚜렷하게 ‘없다’로 향한다. 그는 다양성을 갖출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비주류가 학문적 논의에 참여하려면 핵심 사안(경제정책, 임금, 세계화 등)에서 주류 경제학에 대항하는 공동의 대안을 제시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 당파로 갈기갈기 찢긴 비주류 경제학자들에게 그런 준비가 될 리 만무하다. 뜯고 뜯기는 맹렬한 싸움은 한 당파 안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프랑스만 해도 (불확실성과 화폐의 핵심 역할, 사회적 권력 관계와 재분배 논쟁 등과 관련해) 케인스 사상을 그대로 계승했다고 하는 ‘포스트 케인스학파’가 꼽아보면 다섯은 족히 넘는다.
프랑스 파리 도핀대학 연구원 안로르 들라트는 말했다. “비정통파가 학계에서 인정한 방법을 거부하는 것이 잘못이다. 주류 경제학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으면 주류 경제학을 대표하는 이들과 대화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상대방도 귀를 닫아 학계에서 외면당한다.”
대니 로드릭의 의견도 비슷하다. “주류 경제학자에게 ‘그 방법은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하면 지식의 눈을 감아버린다. ‘그 방법이 좋긴 하지만, 특정 부분을 바꾸면 현실과 더 가까운 모델이 되겠다’고 말하면 지식의 눈을 연다. 경제학자에게 익숙한 사상이 있다. 경제학자 생각이 진화하려면 경제학 언어로 더 나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된다.”
반대 진영과의 대화, 그것은 문제없다. “하지만 대화는 상대가 마음을 열어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앙드레 오를레앙 학술부장은 말한다. 대표적 주류 경제학자 피에르 카위와 앙드레 질베르베르그는 비정통 학파 비판서를 쓰고, 제목도 <경제적 부정주의 떨쳐내는 법>(Le négationnisme économique et comment s’en débarrasser)이라고 지었다. 이 책은 공적 논의에서 이단을 배척해야 한다고 거칠게 말한다. 꽁꽁 얼었다.

살아 있는 대안
프랑스기업협회(AFEP)는 다르게 경제하는 방식을 찾겠다는 목표 아래 2009년 출범했다. 그리고 곧장 중요한 제도적 전투에 돌입했다. 국립대학협의회(CNU)에서 주류 경제학자만 모아놓은 경제학부 말고, 비정통 학자도 교수로 임용할 수 있는 부서를 만들었다. 과학적 엄정성은 따지지만 주류와는 다른 기준을 세웠다. 2014년 12월 나자트 발로벨카셈 교육장관도 경제학과 교수임용 심사원단을 새로 꾸리기로 했다. 정통파는 창과 방패를 들고 반대했다. 그 맨 앞줄에서 장 티롤, 필리프 아기옹은 정치적 영향력을 휘둘렀다. 이 소식은 엘리제궁까지 퍼지고,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교육부 결정에) 거부권을 놓았다.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프랑스 정치경제협회(정경협)의 플로랑스 자니카트리스 협회장은 “에마뉘엘 마크롱 체제는 다원적 사상 앞에서 귀를 막거나, 아예 말을 못하게 봉쇄한다. 모든 길이 막혔다”고 말한다. “마크롱 정권이 들어선 뒤 정치적 결정력이 있는 단계까지 가서 발언한 적이 없다.” 앙드레 오를레앙은 “우리에게 발언권을 준 사람은 우리 말을 이해하지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국공립대학의 만성적인 예산 부족 문제도 있다. 비정통 학자를 밀어내야 자리가 난다. 학문적 다양성과 민주적 토론의 질은 어쩔 수 없다.
자니카트리스 협회장은 그래도 낙관하려 한다. 정경협은 회원 850명을 두었다. “금방 사라질 단체가 아니다. 비정통적 방식이 어린 학생들에게 진로를 제시해준다.” 제도권 밖에서 비정통적 사고방식이 더 보편적으로 스며드는 추세다.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하고, 금융시장은 규제가 필요하며, 환경과 불평등 문제는 경제학자 사고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금융위기와 감염병 유행 뒤 생겨났다. 이런 생각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 주류 경제학자의 논리로 주류를 비판하는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가 2018년 4월 ‘글로벌 임파워먼트 모임’에서 ‘왜 자유민주주의는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하버드대 동영상 갈무리

주류의 성에 잠입
이 모두가 사실이라고 안로르 들라트는 말했다. “주류의 방식을 빌려 주류의 시선을 비판하는 유명 교수들이 있다. 대니 로드릭(국제무역), 토마 피케티(불평등), 가브리엘 쥐크망(조세회피처) 등은 각 분야에서 대가다.” 게다가 모두 인정받은 학자다. 어떤 경제정책 문제든 “정치인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려면 검증된 방법으로 인정부터 받아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새로운 경험 연구를 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하다.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단순히 어떤 데이터가 있는지 알려면 좋은 조직에 ‘잠입’해야 한다.”
그러니까 먼저 주류의 바짓가랑이 사이로 들어간 다음 벽을 밖으로 밀어내란 말일까. 비정통 경제학자 장프랑수아 퐁소 그르노블대학 교수에게 “진전은 비주류의 혁명이 아닌, 열린 주류의 주도로 이뤄지는 것이다. 변화는 주류가 만들어낸다. 주류와 대화해, 주류에게 계속 생각할 거리를 던져줘야 한다.” 토마 피케티 역시 주류 방식으로 연구했다. 폴 크루그먼, 조지프 스티글리츠, 대니 로드릭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시장·환경 규제와 불평등·세계화 완화 정책에 관한 견고한 이론을 구축했다. 영양가 있는 민주적 토론이 이뤄지기에 충분하다.
자니카트리스 협회장은 말한다. “책을 수백만 권 내고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안 된다. 기다림이 길어질 것이다. 학계 내부의 비판만 가지고는 현대 자본주의를 연구하기에 역부족이다. 화폐의 제도적 측면이 어떤지 알아야 화폐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다. 기후변화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꼭 그래야 한다. 지금까지 기후변화는 천연자본이 감가상각한 것으로 생각했다. 자연을 화폐로만 취급했다. 이제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주류 방식은 한계가 많다.” 어떤 한계인지 들라트도 잘 안다. “경험적 연구 방식과 방대한 데이터로 ‘초특수화’가 용인된다. 주류 방식을 고집하면 전체를 보는 시야, 즉 타당성을 잃거나 폐쇄적으로 될 위험이 있다.”

경제 분야 벗어나기
그래서 다른 길로 가려는 비주류 경제학자가 늘어난다. 탈경제다. 사회학과 경제학의 교차로에 있는 사회경제학은 조직망, 학술지(논문 등) 평가 기준을 모두 갖춰놓았다. 경제과학과 정치과학, 역사를 아우르며 세계화 속 권력 문제에 관심 두는 국제정치경제학도 있다. 영미권 나라에서는 국제정치경제학 석·박사와 학회가 많다. 엑시트(탈출) 전략을 택한 학자는 좋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다. 그 대신 경제는 포기한다.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다. 자니카트리스 협회장은 “비주류가 완전히 새로운 학문을 하면서 주류와 공통점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앙드레 오를레앙은 “교수 임용 결정권이 중앙에서 분리되면 많은 국공립대학에서 다양한 선택을 하려 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전임강사를 교수로 전환할 권한은 아직 국립대학협의회에 있다. 이곳 회원의 일부는 정부가 지명한다.
핵심은 결국 정치적 결정이다. 자니카트리스 협회장은 “정치적 결정이 아직 비주류에 불리하다”고 한탄했다. 프랑스가 경제학 교수진을 꾸리는 방식은 이렇다. 언론학을 가르치는 학교는 딱 하나 두고, <르피가로> 출신만 교수로 뽑는다. “국공립대 교수 채용 현황을 연구해 비정통파가 제도권 밖으로 쫓겨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것이다. 그리고 국립대학협의회에 새로운 경제학부를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2022년 대선이 있다. 때를 기다리고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11월호(제406호)
POURQUOI LES HÉTÉRODOXES ONT ÉCHOUÉ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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