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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언론 소유, 학자 친기업
[집중기획] 현대 경제학 진단 ③ 경제보도 불신의 이유
[128호] 2020년 12월 01일 (화) 에르베 나탕 economyinsight@hani.co.kr

자기검열, 사업 기밀에 관한 법률, 자유주의 경제학자의 압박… 경제기사를 쓰는 일이 쉽지 않다.

에르베 나탕 Hervé Nath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최대 경제지 <레제코> 등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신문과 잡지들. 루이뷔통그룹 누리집

2014년 한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국민 56%가 ‘언론이 제공하는 경제정보를 거의 또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런 초라한 결과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했다. 프랑스 경제일간 <레제코>의 우수한 논설기자 장마르크 비토리는 그 책임을 기자들에게 물었다. “경제가 기본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는 경제기자가 있다. 현장에 던져져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배운다. 경제지식이 풍부한 기자도 있지만, 인기 기자가 되면서 지식을 잃는다.”
이 판은 죄다 무지하거나 태만한 ‘기레기’뿐이란 말인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곁들여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첫째, 프랑스 기자 신뢰도(33%)는 39%인 경제학자의 뒤꽁무니를 좇을 뿐이다. 둘째, (경제전문 언론을 제외하고) 대다수 언론사의 경제기자는 맬서스식 축소주의의 희생양이다. 취재 인원·비용 문제로 회사에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다. 경제기자의 업무 환경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대기업이 지배한 언론
프랑스 언론에는 독특한 점이 있다. 정보와 상관없는 산업·금융기업이 언론을 소유한다. 방송채널 <테에프1>은 이동통신사 부이그텔레콤, 또 다른 방송채널 <카날플뤼>는 뱅상 볼로레(볼로레그룹 회장)의 소유다. 일간 <르몽드>와 주간 <롭스>의 소유자는 자비에 니엘(통신사 프리 창업자), 마티외 피가스(라자르투자은행 전 최고경영자), 다니엘 크르제틴스키(체코의 억만장자 사업가)다. 일간 <르피가로>는 다소 일가, 주간 <르포앵>은 프랑수아 피노(전 피노프랭탕르두트그룹 회장), 방송채널 <베에프엠>과 일간 <리베라시옹>은 파트리크 드라이(억만장자 사업가), 주간 <르지데데>와 <파리마치>, 라디오 채널 <유럽1>은 라가르데르그룹, 주간 <엘르>와 <마리안>은 다니엘 크르제틴스키, <레제코>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이 갖고 있다.
이렇게 산업의 이해가 언론을 지배하는 사례는 유럽에서 프랑스가 유일하다. 그렇다고 대주주의 정보 검열이 우려되는 것은 아니다. 기자가 스스로 펜을 놓는 자기검열이 더 심각한 문제다. 아무리 좋은 기사도 취재 대상이 언론사 소유주나 경쟁업체면 독자는 의심부터 하고 본다. 경제학자 쥘리아 카제는 “기자야 제 본분을 다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독자가 언론을 불신하는 것도 이해한다”고 말한다. 통신사가 소유하는 언론사가 5세대(5G) 이동통신망에 관해 쓴 기사를 누가 믿을 수 있겠나.” 카제는 <르몽드> 독자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언론 집중화의 끝이 아득하다. LVMH그룹은 페르드리엘그룹(경제주간 <샬랑지>, 과학월간 <라르세르쉬>와 <시앙스에 아브니르>, 역사월간 <리스투아르>와 <리스토리아>의 소유주) 지분의 40%를 사들일 예정이다. 페르드리엘그룹 소유권이 LVMH그룹으로 넘어가면서 유력 경제지 <샬랑지>가 레제코-LVMH그룹에 흡수될 수 있다. 미시경제를 전문으로 다루던 언론사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자회사가 된다는 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LVMH그룹 회장이자 카르푸와 라가르데르그룹의 대주주인 베르나르 아르노는 ‘프랑스 부호’로 <샬랑지> 표지를 여러 번 장식했다. 다원주의 문제도 있다. 레제코-LVMH그룹은 일간지의 시조 <레제코>뿐 아니라(프랑스에서 매일 12만9천 부가 팔린다) 라디오채널 <라디오 클라시크>, 금융주간 <앵베스티르>, 시사일간 <르파리지앵>도 가지고 있다. 라디오채널 <프랑스 앵테르>와 <유럽1>은 주력 편성시간대인 오전 7~9시에 내보내는 경제 소식을 레제코-LVMH그룹에 맡겼다.

   
▲ 2019년 4월 프랑스 최대 미디어그룹 비방디의 주주총회에 참석한 뱅상 볼로레 회장(가운데)이 그룹 부회장인 아들 시릴 볼로레(왼쪽), 방송 채널 <카날플뤼>의 최고경영자 막심 사다와 사진을 찍고 있다. REUTERS

막혀버린 정보 접근
2018년 7월 ‘사업 기밀에 관한 법률’(사업기밀법)이 언론의 큰 반발 없이 제정됐다. 2년 뒤 부작용이 드러났다. 사업기밀법은 제조 비법을 악의로 유출하거나 정탐하지 못하게 막는 데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이 법에 대한 행정부 해석은 매우 광범위했다. ‘행정자료접근법위원회’는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을 취재하던 <르몽드> 기자들에게 기밀 유지를 구실로 ‘정부 인증 유방 보형물 목록’을 보여주지 않았다.
사업기밀법은 기업이 몇십 년 전 쌓기 시작한 벽을 더 높이 올린다. 그뿐이 아니다. 덩치가 어느 정도 큰 기업에서 나오는 말은 모두 커뮤니케이션 부서를 거친다. 그런 부서가 없으면 외부 업체에 의뢰한다. 안 메오가 경영하는 ‘이마주7’, 미셸 칼자로니가 경영하는 ‘데제엠’, 물류기업 볼로레가 보유한 ‘아바스’는 모두 커뮤니케이션 자문회사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국가 행정부나 선거 후보의 입이 되기도 한다. 정치인처럼 기업인도 사실보다 ‘스토리텔링’(이야기하기)에 몰두한다. 아바스 프랑스의 부대표 마야다 불로는 2020년 7월 시사일간 <로피니옹>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당과 브랜드, 정치인과 기업가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보다 앞으로 할 일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여러 번 확인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삼는다.” 지금 그는 마티뇽(프랑스 국무총리 집무청사)에서 커뮤니케이션 자문위원으로 있다.
CAC40(프랑스 주요 상장기업 40곳)의 요새 앞에서는 언론인 엘리즈 뤼세의 명성도 별수 없다. 주주총회 때마다 최고경영자를 찾아가기 좋아하는 그 엘리즈 뤼세 말이다. 그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 <카쉬 앵베스티가시옹>의 제작진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문밖에서 기다린다. 민간 정보업체가 제작진을 ‘밀착 감시’한다.
대기업은 ‘변호사 부대’도 갖추고 있다. 뱅상 볼로레는 그가 아프리카에서 하는 사업을 취재한 모든 언론을 고소한다. 재판에서 거의 항상 패소하지만, 언론을 기죽이는 효과는 분명하다. 대부분 언론사는 법정 공방을 끌고 갈 여력이 없다. 그 결과 프랑스에선 자국의 자본주의를 파헤치는 탐사보도가 부족하다.
TV 프로그램 <앙부아예 스페시알>, 인터넷언론 <메디아파르>, <르몽드> 등 몇 안 되는 언론 취재진으로는 역부족이다. 일본 사법부가 카를로스 곤에게 유죄를 선고할 때까지 어떤 프랑스 언론도 그의 불법행위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사력을 다해 겨우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조세회피 스캔들) 디지털 문건에 접근할 수 있었다. 오샹, 르노, 페에스아 같은 프랑스 대기업의 공격적 조세회피 전략이 담긴 ‘몰타 파일스’도 마찬가지였다.

   
▲ 프랑스 독립언론을 대표하는 <메디아파르>는 프랑스어로 ‘참여적 매체’란 뜻이다. “우리의 구독자만이 우리를 살 수 있다”는 글귀를 사무실에 붙여놓은 것처럼 이 매체는 독자 참여를 매우 중시한다. 한겨레 이창곤 기자

신자유주의 위압
문밖에 격리된 경제기자는 경제학계로 발길을 돌린다. 기자-경제학자 조합은 그렇게 형성된다. 경제학자는 몇 시간 동안 마이크 앞에 둬도 이야깃거리가 떨어지지 않아 귀중한 ‘손님’이다. 이들은 믿을 만할까?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전 편집장 필리프 프레모는 회의적이다. “대학교수면서 대형 은행 자문위원인 경제학자가 언론에서 금융규제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사람이 은행 이해를 대변하려는 건지 국민에게 지식을 전달하려는 건지 사람들이 질문하는 것은 당연하다.”
2012년 <메디아파르> 기자 로랑 모뒤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스타 경제학자 사이의 영리적 협업을 심도 있게 다룬 책을 냈다. 스타 경제학자는 언론이 ‘돈 주고 산’ 것이 아니었다. 그들 말고 살 만한 다른 경제학자는 없다고 자기들끼리 확신했고, 지금도 확신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미국경제학회(AEA) 학회장 로베르 뤼카는 “불황과 불황 예방의 고리를 만드는 주요 원인이 해결됐다”고 했다. 이제 위기는 없다는 말이었다.
정확히 4년 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채권) 위기가 터졌다. 그래도 신고전파를 대표하는 피에르 카위와 앙드레 질베르베르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2016년 책 <경제적 부정주의>에서 두 경제학자는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거든 주류 학술지에 논문이 실린 학자를 찾으라고 언론에 ‘지시’했다. 사회학자 쥘리앵 뒤발의 말이 맞다. “자세히 보면 경제저널리즘은 마치 자유주의경제를 구성하는 중요한 제도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두 거물에게 이제는 그런 위압적인 욕망을 멈추라고 말하는 기자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래로부터 새 출발
경제저널리즘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면 안 된다. <리베라시옹>의 팩트체크 코너 ‘데쟁톡스’를 만든 세드리크 마티오 기자는 “경제 분야는 아직 대중이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자와 종이매체, 방송매체 모두 다원주의와 높은 엄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토요일 오전 라디오채널 <프랑스 앵테르>에서 방송되는 ‘옹나레트파 레코’가 좋은 사례다. 변화는 자본 쪽에서도 일어난다. <메디아파르>는 경제적 독립성을 잃지 않으려고 2019년 비영리기금으로 자금조달 체제를 바꿨다. 물론 경제적 독립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파트리크 드라이도 <리베라시옹> 신문사를 비영리재단 소속으로 옮겼다. 하지만 (1973년 창간됐을 때와 달리) 노동자 대표가 중요한 의사결정 자리에 초대받은 적이 없다. <리베라시옹>이 가진 자본금은 1300만유로(약 170억원)가 전부다. 신문 존폐가 이제 투자 수익에 달렸는데, 그렇게 해서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다.
카제는 “주식회사 형태로는 언론사 존속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고 말한다. 대안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쥘리아 카제가 만든 ‘민주시민’ 단체 ‘앵 부뒤 몽드’는 기금을 모집해 “자신이 일하는 언론사의 주주가 되고 싶어 하는 기자와 언론 노동자를 지원한다”. 수용자에게 정보 제공의 대가를 받기 어려워진 지금, 어쩌면 이런 시민 참여가 해법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탐사언론·비정부기구 ‘디스클로즈’가 선택한 길도 비슷하다. 모든 취재 비용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마련한다. 농식품산업과 지구온난화의 연관성을 조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디스클로즈 창립자 마티아스 데스탈은 “시민 2천 명의 후원에 여러 재단도 뜻을 보탠다”고 말했다. 2019년 후원금으로 거의 10만유로(약 1억3천만원)가 모였다. 독자에 의한, 독자를 위한 언론의 탄생일까? 아주 무모한 도전은 아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11월호(제406호)
GRANDES ET PETITES MISÈRES DU JOURNALISME ÉCONOMIQU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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