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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거래 허용이 낳은 비극
[COVER STORY] 우한에서 무슨 일이- ① 재앙의 시작
[120호] 2020년 04월 01일 (수) 가오위 economyinsight@hani.co.kr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자,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전염병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증시 폭락 등 세계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020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러 나라에서 자원과 물자, 인력 이동을 제한하면서 사람들 일상은 물론 기업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글로벌 지구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불러온 충격파와 그 대처 방안을 알아본다. _편집자

가오위 高昱 <차이신주간> 기자 외 21명

   
▲ 2020년 2월6일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병원 중환자실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돌보고 있다. REUTERS

2020년 1월23일 새벽 2시 ‘봉쇄령’이 내렸을 때 장치는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베이징에 사는 그는 20일 친구를 만나러 고속철을 타고 우한으로 왔다. 며칠 전부터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공식 명칭 코로나19)이 발생했다는 보도를 봤다. 20일에 확진자 수가 2배로 늘고 위중한 환자가 44명에 이른다는 소식도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우한에 도착한 다음에도 긴장을 느낄 수 없었다. 절반 이상의 사람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장치는 우한에서 며칠 머물기로 하고 호텔 숙박을 일주일 예약했다. 그날 밤 시진핑 국가주석이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지시했다는 뉴스를 봤다. 이어 중국 호흡기 질병 전문가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 의료진 감염이 나타났다고 밝힌 인터뷰가 나왔다.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어 이틀 동안 친구도 만나지 않고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호텔에서 텔레비전과 스마트폰만 봤다.” 봉쇄령이 떨어지자 장치는 5분 만에 짐을 챙겨 한커우역으로 달려갔다. 121년 역사의 이 기차역은 1월23일 오전 10시부터 봉쇄될 예정이었다. 매표소에서 만난 그는 “관광객인 내가 이 위험한 도시에 갇히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2019년 12월~2020년 1월
그 시각 자오레이는 한커우역에서 5㎞ 떨어진 우한셰허병원에서 잠들어 있었다. 이 병원 감염과 주임의사인 그는 보름 넘도록 하루도 쉬지 못했다. 2019년 12월 말부터 발열 환자가 밀려들었다. 많을 때는 하루 900명을 기록했다. 5층 단독 건물을 사용하는 이 병원 감염과에는 간염과 주혈흡충병 같은 접촉성 전염병 치료를 위한 격리병실은 있어도 호흡기 전염병 병실이 없었다.
12월31일, 1층을 개조해 24개 병상이 들어가는 호흡기 전염병 격리병동으로 만들었다. 24개 병상이 모두 차서 2층을 격리병실로 바꿨다. 그래도 부족해 3층과 4층을 비우고 기존 중환자를 5층으로 옮겼다. 감염과 의사 30명으로 감당할 수 없어, 호흡기내과와 응급과 소속 내과의사가 교대로 지원했다. 간호사도 병원 전체에서 동원했다.
2020년 1월11일, 신경외과 환자가 뇌하수체종양 수술 뒤 발열 증세를 보였고 상태가 급속히 나빠졌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좌우 폐에 (불투명한 유리처럼 뿌연) 간유리 음영 병변이 나타났다. 병실 담당 간호사에게도 발열 증세가 나타났다. 1월15일 의료진 14명을 감염시킨 이 환자는 감염과 격리병동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자오레이는 “전염병 전공 의사에게 도시 봉쇄는 놀라운 조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봉쇄는 전염병 확산을 막는 방법이다. 과거에 여러 차례 동원됐다. 흑사병이 유럽에서 발생했을 때와 1910년 우롄더가 중국 동북 지역에서 페스트를 퇴치할 때 동원한 주요 방법이 격리였다.”
상주인구가 1천만 명 넘는 우한시 전체를 거대한 격리구역으로 만든 결정이 의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중국 역사상 처음이고 세계 역사에서도 선례가 없는 조처였다. 전염병이 발생한 도시를 봉쇄한 이후 내부 관리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1월23일, 우한시를 빠져나가는 모든 통로가 봉쇄됐다. 1월26일에는 당국이 시내 교통을 차단해, 외부 유출과 내부 확산을 막았다. 여유롭고 느슨하게 돌아가던 도시가 갑자기 전시상태에 돌입했다. 1월23일부터 어저우, 셴타오, 즈장, 첸장 등 산림지역을 뺀 후베이성 대다수 도시가 봉쇄 상태에 들어갔다.
1월 하순, 시진핑 주석의 지시에 따라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중앙질병대응업무 영도소조 책임자로서 우한을 시찰했다. 동행한 쑨춘란 부총리는 우한에 남아 현장을 지휘했다. 질병 확산 속도에 따라 응급대응 체계를 조정했고 전국에서 지원이 이어졌다.
1월29일, 우한 날씨는 1월21일 이후 처음으로 맑았다. 비구름이 걷히고 바이러스가 휘감았던 도시에 자외선이 강한 햇빛이 쏟아졌다. 이날 시짱자치구가 마지막으로 중대 돌발 공중보건사건 1급 대응체계를 가동했다. 26개 성과 3개 군부대 병원에서 꾸린 52개 의료팀, 의료인력 6097명이 후베이성에 도착해 의료활동을 지원했다.
1월31일 자정(밤 12시)을 기준으로, 중국 31개 성(구·시)과 신장생산건설병단에서 보고된 누적 확진자는 1만1791명, 누적 사망자는 259명이었다. 후베이성에서 보고된 확진자는 7153명(우한 3215명), 사망자는 249명(우한 192명)이었다. 중증환자가 확진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8%로 내려가 일반 폐렴의 중증환자 비율과 비슷해졌다. 사망률은 3일 연속 2.2% 수준을 유지해 경증 질병과 비슷했다.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뒤 처음으로 양호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 우한 시민들은 인내심과 강인함, 결단으로 뭉쳐 있었다. 동시에 사람들은 생각했다. 생기가 넘치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던 사통팔달 우한이 어떻게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전염병이 창궐하는 도시가 됐을까?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사스’와 비슷하다는 말
최우선 관심사는 병의 원인이다. 2019년 12월 하순 ‘우한에서 원인 불명 폐렴 환자가 나타났다. 사스와 비슷하다’는 얘기가 인터넷에 퍼졌다. 우한 의사들이 만든 위챗(텐센트가 운영하는 인스턴트메신저) 단체대화방에서 나온 이 정보는 경고의 목소리였다.
12월30일에는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에서 발표한 것으로 보이는 ‘원인 불명 폐렴의 응급치료에 관한 긴급 통지’가 알려졌다. 내용은 △우한시 여러 의료기관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다수 발생했고 △화난수산물도매시장과 관련이 있으며 △의료기관에서 최근 1주 사이 유사한 특징을 보인 원인 불명 폐렴을 진료했으면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12월31일 아침, 방호복을 입고 소독기를 둘러멘 방역 인력이 화난시장 주변을 소독하자 사람들은 2003년 발생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떠올렸다. 사스는 2002년 광둥성에서 발생해 중국 전역과 세계로 퍼졌다. 8천여 명이 감염되고 774명이 사망했다.
그날 오전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전문가팀이 우한에 도착했다. 오후 1시를 전후해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최근 일부 의료기관에서 진료한 다수의 폐렴 환자가 화난시장과 관련 있다고 밝혔다. 발병자 27명 가운데 7명은 위중하고 나머지 환자의 상태는 안정적이며, 병세가 호전된 2명은 곧 퇴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1월1일 아침 8시, 화난시장에 휴점과 위생정화 작업을 한다는 결정을 알리고 상인에게 적극 협조를 요청하는 공고문이 붙었다.
휴점 공고를 발표한 날에도 화난시장 상인은 대부분 영업을 했다. 기자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흰색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이 소독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장 직원들이 이따금 철수를 독촉했고, 상인들은 가게를 정리한 뒤 자리를 떠났다. 상인들은 시장 밖 도로에 모여 갑작스러운 휴점 결정과 폐렴과 관련된 소문을 이야기했다.
1월2일, 많은 환경미화원이 화난시장을 청소하고, 시장에서 도로로 연결되는 배수로에 쌓인 진흙 등 침전물까지 파냈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시장에서 표본을 채취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서쪽 구역 7번 골목을 중점적으로 소독했다. 검역 담당자들이 모든 상점을 돌면서 검사할 물질을 채취했다. 한 의사는 코로나19 의심 환자와 발열 환자를 진료할 때 화난시장에서의 노출 여부를 물었고, 초기 환자들이 화난시장 주변에 집중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 중심에 서게 된 화난시장에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 2020년 2월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된 우한의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방호복을 입은 직원이 물건값을 계산하고 있다.REUTERS

화난수산물시장
우한시 장한구에 있는 화난시장은 한커우역에서 700m 떨어졌고, 주변 상업시설과 유동인구가 많다. 2003년 개장한 뒤 두 차례 확장해 부지면적 3만㎡, 건축면적 5만㎡ 규모로 발전했다. 1천 개 넘는 상점이 입점해 화중 지역 최대 해산물과 냉동수산물, 건어물을 파는 수산물도매시장이다. “대부분 점포가 도매와 소매를 같이 한다. 우한시와 주변 지역 식당에서 쓰는 식재료를 대부분 화난시장에서 공급한다. 시장이 문을 닫자 우한시 요식업계가 돌아가지 않았다.” 화난시장 상인의 말이다.
이름은 수산물시장이지만 조류와 야생동물 같은 다른 식재료도 살 수 있었다. 시장 바깥쪽 상점은 대부분 수산물을 팔았고, 안쪽 깊숙한 곳에 야생동물을 파는 상점이 모여 있었다. “우한 사투리로 ‘더우리’(斗里)라고 한다. 시장 안쪽에 있어 밖에서는 보이지 않고 외부 사람은 그런 상점이 있는지 몰랐다. 그곳 사람만 사용하는 은어도 있는 것 같았다.”
우한시 정부는 관련 규정을 발표하고 살아 있는 조류 판매를 관리했다. 화난시장에서 야생동물 판매는 허가를 받으면 합법이었다. 위생증명서와 검역증명서 등이 필요하다. 2019년 9월 우한시 시장감독관리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화난시장에 호랑무늬개구리, 뱀, 고슴도치 등 야생동물을 파는 상점은 8곳이 있었다.
‘야생동물보호법’에서 중점 보호하는 동물도 은밀하게 거래됐다. 한 상인은 “매달 제복을 입은 행정관리국이나 검역국 관계자들이 점검하러 왔다”며 “한 번 올 때마다 규모가 수십 명이었다”고 말했다.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발견되면 시장은 경영권을 회수했고 벌금을 부과했다. 코브라를 팔던 상인에게 벌금 수십만위안을 부과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동쪽과 서쪽 구역으로 나뉜다. 서쪽 구역에만 매장이 600곳, 종사자가 1천 명이 넘는다. 야생동물 판매점은 서쪽 구역에 몰려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시장이 문을 닫기 전까지 뱀, 꿩, 도롱뇽, 악어, 산토끼를 파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대부분 도축된 고기를 팔았지만, 살아 있는 개와 뱀을 직접 잡기도 했다. 냄새가 심했는데, 특히 뱀은 비린내가 진동했다. 상인들은 보호 조처 없이 손이 가는 대로 잡았다.”
초기에 발견된 환자들은 주로 서쪽 구역에서 나왔다. 이곳은 위생환경이 열악하고 매장 앞쪽 인도에 더러운 물이 흘렀다. 통풍도 되지 않아 동쪽 구역까지 피해가 전해졌다. 오래전부터 더럽고 무질서하다는 이유로 주변 주민들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2018년 시민들이 우한시 정부 게시판에 시장이 있는 화난로 양쪽 도로가 지저분하고 수산물을 운반하는 대형 트럭이 도로를 차지해 교통문제가 심각하다는 민원을 남겼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도로에 폐수가 넘치고 쓰레기가 가득하며 역한 냄새가 진동한다고 주장했다.
화난시장을 검사한 전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야생동물 거래와 관련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1월26일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바이러스병예방통제소는 화난시장에서 채취한 표본 585건 가운데 33건에서 코로나19 핵산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표본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 바이러스는 화난시장에서 파는 야생동물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핵산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표본은 상점 22곳과 쓰레기차 1곳에서 나왔다. 그 가운데 93.9%가 화난시장 서쪽 구역에 집중됐다. 사실상 종합시장인 화난시장의 서쪽 구역 7번 골목과 8번 골목에 야생동물 판매점이 모여 있었다. 이곳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표본의 42.4%가 나왔다.
1월27일 중앙질병통제센터 발표에 따르면, 당국은 현장 역학조사와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 비교, 과거 질병의 혈청표본검사 등을 기반으로 코로나19가 야생동물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측했다. 2019년 12월 초 화난시장에 있던 특정 야생동물을 거쳐 사람이 감염됐고, 사람 간 전염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 財新週刊 2020년 제4호
新冠病毒何以至此|現場篇: 武漢圍城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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