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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매출 실행시 옥석 가려야
[COVER STORY] 신 3저 시대를 사는 법- ② 저금리의 덫
[117호] 2020년 01월 01일 (수) 박종오 pjo22@edaily.co.kr

박종오 <이데일리> 기자

   
▲ 2019년 12월12일 서울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대책위원회 주최로 파생결합펀드(DLF) 분쟁 조정 규탄과 세부 기준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2019년 금융권 최대 사건은 수천억원대 투자 손실을 낳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였다. 금융감독원 은행 담당 팀장은 이 사태를 “저금리가 만들어낸 그늘”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펀드에 돈을 넣었다가 원금을 많게는 98%까지 날렸다. 두 은행의 전체 DLF 판매액은 7950억원, 평균 예상 손실률은 23.6%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평균 2360만원을 잃는다는 얘기다.
DLF는 독일 정부가 발행한 국채 등 해외 금리가 만기 때 일정 수준 이상이면 투자자가 이익을 얻는다. 반대로 금리가 그 이하로 내려가면 원금을 전부 날릴 수 있다. 수익 구조가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이다. 그만큼 투자 위험도 크다.
그런데 두 은행은 법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소비자에게 DLF를 팔았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70대 치매 환자에게도 가입을 권했다. 이런 공격적인 판매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저금리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내려가면 은행의 대출이자 마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은행으로선 DLF 같은 금융상품을 팔아 판매 수수료를 받는 등 비이자 이익을 어떻게든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 지점을 방문한 소비자에게도 DLF는 솔깃한 상품이다. 창구 은행원은 원금 손실 위험 없이 일반 예·적금의 2배가 넘는 연 4%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DLF 투자자의 48%는 이자 수입으로 노후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2020년 기준금리 0% 전망도
저금리 그늘은 앞으로 더 짙어질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펴낸 ‘글로벌 초저금리 시대’ 보고서에서 “한국도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초저금리 진입은 시간문제”라고 예측했다. 한국이 일본 뒤를 따라가리라는 것이다. 일본은 1999년 기준금리를 제로(0)로 낮추고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도입했다. 민간 은행은 일본 중앙은행에 일정 규모 이상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이자를 낸다.
한국도 조만간 초저금리 시대에 들어선다는 주장의 근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구 고령화와 약해진 산업 경쟁력이다. 중앙은행은 저성장·저물가가 고착화하면 정책금리를 끌어내려 가계와 기업이 돈 빌리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민간 금융회사의 대출 공급을 확대해 투자와 소비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다.
현재 1.25%인 기준금리가 2020년 사상 최저인 0%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우리나라도 1990년대 초 일본처럼 급등한 집값 거품이 빠지는 때가 초저금리 시대로 접어드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내려가는 금리는 시중은행에 큰 악재다. 수익성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국민은행 등 국내 은행은 2019년 1~9월에만 12조원 넘는 순이익을 냈다. 이익 86%가 대출이자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은행 이자 이익도 쪼그라든다는 점이다. 은행은 소비자가 맡긴 예금을 가계와 기업에 빌려주고 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를 이익으로 얻는다. 그런데 은행이 받아둔 예금의 절반가량은 요구불예금이다. 계좌에서 돈을 자유롭게 넣고 뺄 수 있는 대신, 은행도 예금자에게 이자를 거의 지급하지 않는다. 금리가 어떻게 움직이든 은행이 쓰는 비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은행 이자 마진을 결정하는 것은 대출금리다. 은행 대출은 일반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 만기가 1년 이상인 장기 대출이 대부분이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장기 대출 금리의 참고 지표인 장기 채권 금리가 단기 채권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진다.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해진 투자자가 안전자산인 장기 채권에 몰리며 채권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반대로 내려가는 것이다. 금리 하락기에 은행 이자 이익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은 이런 구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이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등 비이자 이익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도 쉽지 않다. 초저금리 환경에선 자산을 굴려 큰돈을 벌기 어려워 소비자도 수수료 같은 비용에 민감해진다. DLF 손실 사태를 계기로 투자 심리가 꺾이고 정부가 은행의 금융상품 판매 규제를 대폭 강화한 것도 은행에는 뼈아픈 일이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은행 수익성과 이자 마진 모두 수수료 관련 영업 위축, 시장금리 하락 등으로 2019년보다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8년 미국 본사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저희 직원 중 한 명이 ‘저금리로 어려움이 큰데 본사 차원에서 지원해줄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어요. 회장이 그러더군요. ‘저금리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그래도 아직 다른 나라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다.’” 외국계 보험회사에 다니는 한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 서울 명동 한 은행 영업장에 적금 홍보 안내물이 놓여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서민의 대표 목돈 마련상품이던 정기적금이 외면받고 있다. 연합뉴스

보험사 ‘금리 역마진’ 부실 위험
보험사는 저금리를 회사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로 받아들인다. 초저금리가 일상화된 일본 보험사들이 1990년대에 겪은 줄도산 태풍이 한국에도 조만간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요즘 보험업계에 팽배하다.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보험사에 금리 역마진이 발생해서다.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주식·채권에 투자해 얻는 수익으로 회사 이익을 남긴다.
국내 생명보험사는 2000년대 초반 집중적으로 판매한 연 5% 넘는 고금리 보장 보험상품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현재 자산 운용 수익률이 역대 최저인 3%로 급락했다. 보험료를 받아 번 돈보다 많은 보험금을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금융 당국이 보험 만기 때 계약자에게 되돌려줄 보험금을 미리 쌓아두라며 추가 자본 확충을 압박하는 것도 부담이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산 운용 수익이 갈수록 줄어드니 보험사도 최근엔 안전자산을 선호하기보다 신용 위험이 크고 만기가 긴 해외 회사채 등에 많이 투자하는 추세”라며 “이렇게 점점 더 높은 위험을 추구하다 자칫 큰 충격이 오면 회사가 파산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부실이 현실화한 보험사의 경우 금융 당국이 내부적으로 회사 문을 닫게 하는 것까지 검토했으나 보험 계약자 반발과 피해 수습 문제 등을 우려해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저금리 고착화가 부동산 자산시장 거품을 부추겨 금융권의 부실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를 살리려고 금리를 내렸다가 오히려 신용 경색을 초래해 경기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전 자본시장연구원장)는 “국내 은행권은 대형 시중은행 5개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어, 이자 이익이 일부 줄어도 문제가 생길 상황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생명보험사와 증권사는 과거부터 비슷비슷한 영업 행태를 보이며 누워서 떡 먹기 식으로 장사하던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권사는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본연의 사회적 역할로 돈을 벌도록 유도하고, 보험사는 지금부터 순이익이 나면 배당이나 직원 보너스 등으로 지급하는 걸 금지하고 반드시 적립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며 “특히 보험업의 경우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니만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망할 회사는 망하게 놔두는 등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금리는 일반 가계에 고민거리를 안긴다.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고 자산을 불리기도 어려워져서다. 국내 가계 자산 중 은행 저축 등 금융자산이 평균 18%, 주택 등 부동산자산 비중이 70%다. 원금 까먹을 걱정 없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1%대에 불과하다. 가계의 평균 금융자산인 7873만원을 은행에 넣어두면 월이자 6만6천원 정도 받는다.

위험 투자상품과 부동산에 돈 몰리나
이 때문에 DLF 같은 원금 손실 위험이 큰 투자상품이나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부동산에 또 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김상봉 교수는 “이미 가격이 많이 뛴 상태에서 2022년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집을 살 사람이 없어지면 부동산시장이 꺼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걱정했다.
금융 당국은 2020년부터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채무 보증 한도를 100%로 설정해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금융회사가 오피스 등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의 미래 수익성을 보고 담보 없이 건설비 등을 빌려주는 대출이다. 부동산시장이 꺼지면 과거 저축은행 사태처럼 금융회사 부실로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정부가 사전 관리에 나선 것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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