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낡은 301조 꺼내 중국 첨단산업 정조준
[Cover Story]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암운- ① 중국의 시각
[97호] 2018년 05월 01일 (화) 장멍제 장치 economyinsight@hani.co.kr

스마트제조 강국 내건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미국 경계감 뚜렷… ‘확전 아닌 협상’ 목소리 높아

중국에선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제품 추가 관세 부과 못지않게 중국의 지식재산권 위반을 빌미로 한 ‘301조 조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조사에 따른 제재가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첨단산업 발전 계획인 ‘중국제조 2025’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늘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한 미국의 무역법 제301조 발동은 대체로 협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전례가 통하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장멍제 蔣夢婕 장치 張琪 <차이신주간> 미국 워싱턴 특파원 

   
▲ 중국 베이징 할인매장에 있는 와인 판매대.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대규모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자 중국 상무부가 미국산 와인 등 128개 품목에 같은 액수의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지난 6개월 동안 진행한 중국 지식재산권 문제를 겨냥해 무역법 제301조에 기반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미국이 수입한 중국산 제품에 고액 관세를 매기고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를 제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22일 각서에 서명하면서 “중국에 대한 301조 조사 결과에 따라 약 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이 그 대상이 될 것이며, 이는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각서에 따라 미국은 중국이 ‘불공정한 산업정책’으로 지원하는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징수할 예정이다. 항공우주, 정보통신, 기계 분야 제품이 해당된다. 백악관은 미 무역대표부(USTR)가 제재 명단을 발표하고 1300개 제품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중국에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미 재무부는 60일 안에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투자와 인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과거에도 중국을 겨냥해 여러 차례 301조 조사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그 기세가 더욱 ‘맹렬’하다. 301조 조사는 미국의 ‘1974년 무역법’ 제301조에 따른 조처다. 이번 조사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가 2017년 8월 개시를 선언했다. 301조 조사는 미국 대통령에게 ‘일체의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보복성 관세 부과 명단’을 작성해 명단에 있는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소비자와 기업, 노동자의 피해를 줄이는 무역보복 조처를 시행할 수 있다.
 
이번에는 다르다
이 법은 WTO보다 먼저 만들어졌기에 미국 정부가 WTO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다만 미 무역대표부는 외국 정부와 협상해야 하고, 이를 통해 구제 조처에 합의하거나 무역장벽을 해소한다. 만약 사안이 무역협정 내용을 포함하면 미 무역대표부는 무역협정 틀 안에서 공식적인 중재 해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1995년 WTO가 설립된 뒤 다자간 무역규범이 마련되자 301조 조사의 역할이 줄었고, 최근에는 지식재산권 등 WTO가 포함하지 않는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조사를 포함해 1974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은 모두 123차례 301조 조사를 벌였다. 미국 정부는 1천 건 넘는 반덤핑과 반보조금 관세 등 다른 무역 조처를 동원했다. 대략적으로 볼 때 ‘반덤핑, 반보조금’ 조처는 수입을 제한하고, 301조 조사의 주요 목적은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1990년대 미국은 중국에 네 차례 301조 조사를 했다. 조사할 때마다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돌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일어날 듯한 긴장감이 조성됐다. 하지만 결국 중재와 조정을 거쳐 시장개방 또는 지식재산권 관련 양해각서나 합의서를 체결하는 것으로 종결됐다. 최근 중-미 무역마찰이 301조 조사 단계까지 고조됐지만, 양쪽은 그동안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 미국은 중국의 녹색에너지 보조금을 조사했다. 해당 조사 내용은 WTO 규범에 포함돼 양국은 WTO 절차에 따랐고, 중국이 보조금을 삭감한다는 합의서를 체결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번에는 과거와 다르다. 인터뷰에 응한 미국 학자들은 지금 상황이 심각하고 중-미 무역 관계가 전환점에 이르러,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WTO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중국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지만, 1천여 제품에 고액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어서 WTO 판결을 기다리지 못할것이다. 케이토연구소 국제변호사 스콧 린시컴은 “그렇게 된다면 미국은 무역협정을 위반하고 소비자와 수출기업의 이익을 훼손한다”며 “미국 국회 뜻을 거스르고, 중국에 ‘피해자’라는 도덕적 우위를 제공하며, 미국의 다른 교역국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항공기 제조업체에서 중국이 자체 개발한 C919 여객기 조립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저작권 침해를 빌미로 한 미국의 301조 발동은 중국의 첨단산업 견제라는 분석이 많다. REUTERS
전쟁을 통한 평화?
트럼프 대통령이 각서에 서명한 뒤 몇 시간 만에 중국 외교부와 상무부는 각각 의견을 내놓았다.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은 미국의 전형적인 일방주의와 무역보호주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무역전쟁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우리는 어떠한 도발에도 대응할 자신감과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미국이 ‘전쟁’으로 평화를 실현할까, 아니면 부단히 수위가 높아지는 악순환을 지속할 것인가? 각서 서명 당일, 미국 주식시장의 3대 지수는 2.4% 이상 떨어져 6주 만에 최고 하락폭을 기록했다. 다음날 개장한 세계 주식시장도 대부분 하락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방문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메리 러블리는 미국의 더 중요한 목적은 중국 정부의 산업정책인 ‘중국제조 2025’라며 “미국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라고 풀이했다.
 
중국이 2015년에 발표한 ‘중국제조 2025’ 계획은 2025년까지 중국이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변모하고 이를 위해 선진 정보 기술과 신에너지 기술, 항공우주장비 등의 분야에서 주도적 지위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2018년 3월22일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는 상원 청문회에서 관세 부과 대상에는 10대 첨단과학 기술 제품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중국제조 2025’ 계획에서 육성하는 산업이고 중국이 국제적으로 앞선 수준에 이르면 미국에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도 지식재산권은 미국의 미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한 각서에서 미 재무부가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투자와 인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폴 트리올로 유라시아그룹 글로벌기술책임자는 미국이 반도체나 인공지능, 자동화, 바이오, 항공우주 등 미국 국가 안보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중국 투자를 전방위로 억제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 중국 전문가는 “미국은 미국에 투자하려는 중국 기업의 배경에 대해 조사를 확대할 것”이라며 “국유자본은 심사를 받겠지만, 그렇다고 민간 투자자가 승인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리올로는 단기간에 무역전쟁에 돌입하면 협상 단계에 들어서기 힘들 것이라며, 무역마찰을 키울지 해결 방안을 찾을지는 양쪽의 정치적 의도에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비관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양쪽은 여지를 남겨놓고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투신취안 중국대외경제무역대학 WTO연구원 원장은 “301조 조사로 위협하는 이유는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301조 조사 결과에 따라 미 무역대표부는 15일 이내에 구체적인 관세 부과 명단을 제출할 예정이며 의견 수렴 기간도 거쳐야 한다. 중국 상무부가 통보한 양허 중지 제품 명단에도 무역보상 협의를 위한 협상 시간을 남겨놓았다. 이 시간에 양국이 외교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중-미 무역전쟁으로 중국 사업이 영향받을 것을 우려하는 미국 기업도 계속 조처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다. 필립 레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부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일처리 행태를 보면 과감하게 발표한 이후 결과가 명확해질 때 행동을 축소한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행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1994년 진행한 301조 조사에서 미 무역대표부는 28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예비 보복 명단을 발표하고 중국산 의류, 운동화, 완구, 전자제품 등에 100% 보복관세를 징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응해, 당시 중국 대외경제무역부는 미국에 ‘반보복 명단’을 발표했다. 중국 보복 조처에는 △미국산 게임기와 카세트테이프, 담배, 술, 화장품 등에 100% 관세 징수 △미국 영화와 드라마 수입 잠정 중단 △미국 기업과 자회사가 중국에서 제출한 투자회사 설립 신청 접수 중단 등이 담겼다. 이후 미 무역대표부는 조사 기한을 연장한다고 밝혔고, 중국과 미국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협약서 체결을 마무리지었다.
 
중-미 양국의 무역 규모나 수출입 구조, 산업의 상호보완성을 고려하면 지금은 1990년대와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많은 학자가 양국이 상호이해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 양국과 양국 기업의 장기적 이익에 부응하길 바라고 있다.
 
ⓒ 財新週刊 2018년 제12호
301大棒已至, 貿易戰能否避免?
번역 유인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장멍제 장치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