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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등 앞세워 반대급부 압박 의구심
[Cover Story]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암운- ② 유럽의 시각
[97호] 2018년 05월 01일 (화)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유럽산 자동차·농산물 시장 양보 겨냥한 ‘노림수’… 미 파상공세 이어질 가능성 우려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 드라이브는 무역 상대국들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도 주요 사정권에 들었다. 유럽은 대미 철강 수출 1위 지역이다. 미국이 일부 국가에 철강·알루미늄 추가 관세를 면제해주면서 챙긴 대가에 비춰, 미국의 노림수는 분명해 보인다. 유럽산 자동차나 농산물 시장을 겨냥한 압박이 강화될 것이다. 이 때문에 강공과 양보의 갈림길에 선 유럽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8년 3월10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왼쪽)와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유럽연합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철강 공급 과잉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가고 있다. 세계에서 철강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중국이지만,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지역은 유럽이다. REUTERS
드디어 경제전쟁이 시작된 것일까. 2018년 3월23일부터 미국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매기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이 세계경제를 뒤흔들 만큼 중요 상품이기 때문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황을 관리하는 방식은 그의 보호무역 정책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그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무역만 관련된 것도 아니다. 법인세 분야에서도 대기업 과세권을 두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전망이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무역과 조세에서 보호주의 색채가 선명해진다면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포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열었다. 2018년 3월8일, 그는 작업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제철업자들 앞에서 3월 말부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서류에 공식 서명했다.
세계 철강시장은 균형이 완전히 깨진 상태다. 수급이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높은 생산성 이득 때문에 수요가 구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오늘날 국내총생산(GDP) 1단위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철강 양은 1980년 필요량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공급은 넘쳐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세계 과잉 생산량의 30%가 철강이다. 철강시장 불균형의 주범은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이다. 중국의 세계 철강시장 점유율은 무려 50%다. 철강 수출량도 세계 수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중국의 철강 공급과잉은 비효율적 공장과 막대한 보조금 때문에 생겼다.
 
철강시장의 불균형
중국의 과잉생산이 가격 하락 압박 요인으로 작용해 다른 철강 생산국, 특히 미국 제철업계에 손해를 입혔다. 미국은 세계 1위 철강 수입국이며, 철강 부문 무역 적자가 가장 심각한 나라다. 국제 경쟁 격화가 미국 철강산업 퇴보에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 2000~2017년 미국 철강산업에서 6만4천 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알루미늄산업도 1만3천 개 일자리를 잃었다. 공장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생산설비 가동률은 70%를 가까스로 넘으며 최저점을 찍었다.
 
그렇다고 이 상황이 미국의 보호무역 강공 드라이브를 정당화하는가? 상황을 좀더 세밀히 살펴보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 자체는 결정적 쟁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은 미국 전체 수입량에서 약 2%를 차지할 뿐이다. 미국이 보유한 막대한 부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지난 10여 년 동안 수만 개 철강부문 일자리가 사라졌다지만, 2017년 한 해에만 미국에서 창출된 일자리는 200만 개가 넘는다. 철강부문 일자리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미국 상무부 자료를 보면, 미국은 이미 국내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철강 수입에 거의 150건의 보호 조처를 적용하고 있다. 수입 철강의 60%가 여러 보호 조처의 적용 대상이다. 시장 규모가 철강보다 작은 알루미늄에선 수입품의 15%가 보호 조처를 받고 있다.
 
미국 최대 철강업체 뉴코어의 회장 존 페리올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철강 수출국의 불법 보조금 지급과 덤핑 판매로 미국 내 대규모 철강 수입 흐름을 차단했다”며 자축했다. 물론 비난의 화살은 중국에 돌아갔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의 최대 피해자는 아니다. 2017년 대미 철강 수출국 순위에서 중국은 유럽연합(EU)과 캐나다에 훨씬 못 미치는 10위에 그쳤다. 특히 유럽연합 회원국 각각을 보면 대미 수출시장 점유율이 낮지만, 28개 회원국 전체로는 대미 철강 수출 1위를 차지한다.
 
   
▲ 벨기에 농부들이 유럽연합 농업장관 회의가 열리는 집행위원회 건물 바깥에 농산물 개방에 항의하는 표시로 몰고 온 트랙터를 세워놓았다. 유럽에선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이 유럽산 자동차와 농산물 시장에서 양보를 얻어내려는 수단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REUTERS
트로이의 목마?
트럼프 대통령 보좌관들은 이런 현실을 간과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여러 주에서 철강산업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번 강공 드라이브가 경제 효과는 기대 이하일지라도 정치 효과는 크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선언은 그의 전략을 명백히 보여준다. 철강과 알루미늄 추가 관세 조처는 더 큰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사실 말이다.
 
추가 관세 조처의 공식 발표와 동시에, 캐나다와 멕시코가 부과 대상국에서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두 나라는 미국 철강 수입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데도 추가 관세를 면제받았다. 거래 내용은 이렇다. 두 나라의 철강·알루미늄 대미 수출품에 부과될 추가 관세를 면제해주는 대신, 현재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두 나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도 추가 관세를 면제받았다. 오스트레일리아가 대미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골프 스타 그레그 노먼이 개입했기 때문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의 보호무역 드라이브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들의 미국 기업 지식재산권 침해가 잦다며 관련 보호 조처를 준비하고 있으며, 중국 유학생에게 발급되는 비자 건수도 제한할 전망이다. 유럽도 미국의 표적이다. 이에 유럽은 한목소리로 대응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따른 손실을 28억유로(약 3조7천억원)로 예상해 역공을 준비 중이다. 2018년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의 지역 대표상품인 켄터키 버번위스키와 캘리포니아 오렌지주스 등의 상품에 보복관세 부과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역공 움직임에 미국 반응은 역시 예상대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유럽산 자동차에 3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엔 독일의 대미 무역 흑자가 문제였다. 애초부터 트럼프의 진짜 목표는 중국산 철강이 아니라 유럽산 자동차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또 미국은 유럽이 농산물시장을 더욱 개방하기 바란다는 희망을 내비쳤고, 국가 안전 보장을 이유로 추가 관세를 부과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유럽의 재정 기여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철강과 알루미늄은 협박으로 반대급부를 얻어내려는 수단이자, 핑계에 불과해 보인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쯤에서 멈출 거라고 누가 단언하겠는가. 프랑스 재무부 관계자 사이에서도 트럼프 공격이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는 소리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만약 유럽이 미국과 힘겨루기에서 무릎을 꿇는다면, 추가 관세는 면제받겠지만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될 것이다. 반대로 유럽이 끝까지 버틴다면, 무역전쟁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추가 관세 조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준비한 무기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미 무역 흑자국은 미국의 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신과 부합하는 조처라는 점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보호무역 조처로 어떤 결과가 나올까? 단지 무역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이 될 것인가?
 

불확실한 거시경제적 효과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추가 관세 부과는 단기적으로 거시경제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 것인가? 미국 철강업계는 투자와 신규 고용을 늘려 일자리 1천 개를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건설과 항공우주 등 철강 가격 인상으로 비용이 늘어나 타격받을 산업은 상황을 부정적 방향으로 반전시킬 수 있다. 실제 스웨덴의 세계적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미국 투자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추가 관세 부과로 가격은 얼마나 바뀔까?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수입 철강제품에 15~30% 관세를 매겼을 때, 물가 수준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일부 기업은 국외로 공장을 옮겼고, 또 다른 기업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철강 원자재가 아닌 중간재를 샀다. 세계 철강시장에서 미국의 수요 감소는 가격 하락을 견인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생산비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완전히 전가하지 못하는 기업도 나올 것이다. 추가 관세는 기계적이고 단순한 것과는 거리가 먼, 대단히 복잡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4월호(제378호)
Le risque d’une guerre economiaque mondial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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