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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걱정 ‘금물’, 세심한 관심 ‘필수’
[Cover Story] ‘금리 인상의 귀환’ 2018년 한국 경제 전망- ② 가계부채
[93호] 2018년 01월 01일 (월) 권순우 progres9@naver.com
금리 인상, 경기회복 자신감과 가계부채 관리가 배경… 고위험군은 지속 관리 필요
 
초저금리 잔치가 끝나면서 이자 상환 부담의 늪에 빠진 가계들이 붕괴에 직면하리라는 비관론이 있다. 당장 기준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큰 위험을 몰고 올 가능성은 없다. 금리인상 수준이 높지 않고 시중금리에 반영될 때까지 시차가 있다. 금리 인상을 감당할 정도로 경기가 회복된 지표들도 충분하다. 괜한 근심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하지만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변동금리로 금리 인상의 파고에 크게 노출될 가계들은 정부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각 가계들도 달라진 환경에 스스로 적응해야 한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2017년 10월2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가계부채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는 정부의 가계부채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좁혀진다. 한국에 투자됐던 돈이 고금리를 찾아 미국으로 떠나면서 대규모 외화 유출이 일어난다. 어쩔 수 없이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린다.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진다. 부담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부동산을 팔아 매물이 쏟아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폭락한다. 한국은 금융위기를 맞게 된다.”
 
고장난 시계처럼 십수 년 동안 반복됐던 비관론자들의 디스토피아적 전망이다. 금리 인상의 시동을 건 미국이 2017년 두 차례 금리를 올림으로써 한국과 미국의 금리는 1.5%로 같아졌다. 다 망할 것처럼 떠들던 비관론자들의 전망과 달리 외화 유출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은행이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의 금융위기뿐일까? 금리 인상을 발표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잠시 동안 한국이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하나 싶더니 12월14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017년 세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를 올리는 가장 교과서적인 이유는 경기회복이다. 경기가 회복돼 자산 가치가 올라가고 소득이 늘면 더 많은 사람이 대출을 받아 투자하려 한다. 경기에 비해 금리가 낮으면 거품이 생길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배경도 경기회복이다. 한국의 2017년 경제성장률은 3%를 넘어설 전망이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5%로 7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 2017년 10월 경상수지는 57억2천만달러(약 6조2500억원)로 역대 최장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수출이 줄었지만 수입이 더 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도 아니다. 2017년 1~10월 수출은 4757억달러(약 519조7500억원)로 전년 대비 13.7% 늘었고, 수입은 3755억달러(약 410조2700억원)로 18.3% 증가했다. 한 해 전체 무역 규모는 12월14일 잠정치 기준으로 1조달러를 넘어섰다. 국제무역연구원은 2018년에도 수출이 4.7% 늘어 6020억달러(약 657조7452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 리스크 요인
경기가 좋다는 신호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수출 대기업만 좋아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수출 주도 국가인 한국은 수출이 잘될 때 내수 경기도 좋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2.3으로 10월보다 3.1포인트 올라 2017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생활형편, 생활형편 전망, 경기 판단, 경기 전망 등 대부분의 소비자 심리 지표가 일제히 올랐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좋아진 것이 아니다’ ‘수출만 개선됐다’는 등 비판도 있지만 경기가 좋아진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경기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명확한 신호다. 오석태 소시에떼제네럴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때 금리를 못 올리면 금리 인상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경기가 좋아지면 금리가 올라간다는 기대를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음에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때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가계부채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이자 부담이 2조3천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가계대출 잔액 1341조원 중 변동금리 대출이 65.8% 수준임을 고려했다.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가 넘고 총자산보다 총부채가 많은 고위험 가구가 늘어난다. 고위험 가구는 전체 가구의 2.9%인 31만5천 가구로 이들이 보유한 부채는 62조원에 이른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고위험가구는 2만5천 가구 늘어나며 부채 금액도 9조2천억원 증가한다. 금리가 인상되면 빚을 갚지 못하는 부실 가계대출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한국의 자산과 부채 구조가 바뀌면서 금리 인상이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가계는 임금을 받아 저축하고, 기업은 대출을 받아 투자한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가계는 이자소득이 늘어난다. 이 교과서적 해석은 한국 현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가계의 이자수입보다 이자지급이 더 많아졌다. 2016년 말 현재 가구당 평균 저축액은 6942만원으로 2015년보다 0.2% 늘었다. 반면 금융부채는 4686만원으로 7.5% 증가했다. 즉, 교과서와는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가계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김일구 한화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가계는 2000년대 초반까지 소득의 10~20%를 이자수입으로 벌어들였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자수입이 급격히 낮아지다가 2016년 기준 빌려준 돈에서 받는 이자수입보다 빌린 돈 때문에 내야 하는 이자지급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부자와 서민의 양극화를 심화할 우려도 있다. 자산을 가진 부자는 예금이자 증가로 수입이 늘고, 부채가 많은 서민은 대출이자가 느는 탓에 수입이 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방향 자체는 완화 축소로 잡았지만 고려할 요인이 아주 많다. 금리를 인상하면 자산가의 소득은 증대하고 가계부채 상환 부담은 커지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가계에 부담을 주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가계 부채 때문에 금리 인상을 하면 안 된다는 비판은 무책임하다. 금리 인상은 원리금 상환 부담을 높여 채무불이행 위험을 촉발하겠지만 역설적으로 신규 대출 수요를 줄여 추가적인 가계부채 위험을 줄인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근원적 요인은 저금리고, 그 해결책은 금리 인상이다.
 
한국은행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2014년 3분기 이후 3년간 가계부채는 342조원 늘었다. 이전 3년 동안 159조원이 늘어난 것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세계의 중앙은행이 앞다퉈 돈을 풀 때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렸다. 기업들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투자를 확대해 경기회복에 기여하길 기대했지만 기업들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오히려 보수적 기조를 유지했다.
 
저금리에 반응한 쪽은 개인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수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생산 유발 효과가 큰 부동산 부양책을 썼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냉각기를 거친 부동산 시장은 부양책과 저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자가점유율은 56.2%로 높아졌고, 146만 명이 새로 자기 집을 갖게 됐다. 집 소유자가 늘어난 만큼 가계부채는 늘었다.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올랐다. KB부동산 서울 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3년 만에 11%나 올랐다.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처방은 전방위 돈줄 죄기에 초점이 맞춰 있다. 각 가계도 변화된 환경에 맞춰 씀씀이를 조절해야 한다. 2017년 10월24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에 붙은 대출상품 광고 현수막. 연합뉴스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방치할 수도 없던 정부는 각종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으며 안간힘을 썼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분할 상환을 의무화하는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금리 인상 시기에 대비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0%대에서 2017년 상반기 말 현재 34.6%로 높였다. 또 은행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며 가계대출 확대를 자제하도록 독려했다. 한 은행 간부는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났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로는 부동산 경기 활황과 저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을 막지 못했다. 은행 대출을 막자 보험과 상호금융으로 ‘풍선 효과’가 나타났고, 금융 당국은 새는 물을 막기에 급급했다. 사실상 부동산 대출이자 가계부채인 자영업자 대출을 막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신DTI(총부채상환비율) 등 용어도 이해하기 힘든 각종 규제를 들이댔다.
 
가계부채 공급을 막는 것만으로 한계를 느낀 정부는 수요가 되는 부동산 규제도 병행했다. 서울 전 지역을 비롯한 경기도 과천, 세종 등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고, 분양권 전매가 제한됐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도 40%로 강화됐고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건수도 제한됐다. 그럼에도 가파른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성장 소외 계층 주시해야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를 가장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정책이다. 금융·부동산 규제가 소총이라면 금리 인상은 폭탄이다. 소총은 잘만 움직이면 피할 수 있지만 폭탄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모든 자금 조달 시장의 이자 부담이 높아진다. 금융 당국이 각종 규제를 내놓으며 가계부채 잡기에 고군분투하는 동안 경기에 자신 없었던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못했다. 금리를 올릴 정도의 호경기가 찾아온 것은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측면에선 호재다.
 
사실 워낙 낮은 금리 수준이라 0.25%포인트 인상이 한국 경제를 흔들 정도로 파괴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구당 평균 가계부채는 7269만원, 늘어나는 이자 부담은 18만원 남짓이다. 한 달 기준으로 따지면 1만5천원 수준이다. 다만 앞으로 계속될 금리 인상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속도와 인상폭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앞으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17년 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과 분석 및 향후 전망’에서 “글로벌 차원의 경기 개선과 더불어 주요 국가 중앙은행들의 점진적인 긴축 전환이 예고되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대내외 금리차, 경기 상황을 고려해 2018년 상반기 중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을 했다고 한국 경제가 무너지진 않는다. 다만 금리가 인상 추세로 돌아선 만큼 회복되는 경기에 맞춰 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우선 경기회복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계층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 경기가 좋아진다고 모든 사람이 똑같이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것은 아니다. 수출·대기업이 성장을 주도했다면 내수·중소기업·자영업자의 살림은 덜 개선됐을 가능성이 높다.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크게 개선됐다고 볼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는 없다. 자산도 없고 소득도 늘어나지 않은 사람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그들의 소득을 늘려줄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계속될 금리 인상에 맞춘 정책들이 필요하다. 신규 취급액 기준 고정금리 비중은 2017년 10월 현재 27.3%로, 2016년 49.3%에 비해 대폭 떨어졌다. 금리가 계속 떨어진다면 고정 금리보다 변동금리가 더 유리하지만, 금리가 인상되는 추세라면 고정금리 비중을 더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정금리로 분류된 혼합형 대출도 관리 대상이다. 혼합형 대출은 3~5년이 지나면 변동금리로 변하는 대출이다. 이 대출은 약 136조원으로, 이 중 60조원은 2년 안에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정성태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2년 이후 금리가 두 번 정도 오르고 주택 가격이 조정을 받으면 가계부채가 어느 정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단기로 금리가 고정된 혼합형 대출의 경우 갑자기 변동금리로 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나친 비관론도, 이미 늘어버린 가계부채에 대한 한탄도 큰 의미가 없다. 경기가 좋아져 금리를 올린 것이고, 한국 경제는 이 정도 금리를 감내할 수 있을 만큼 좋아졌다. 금리 인상의 계절이 왔으니 필요 이상으로 부채를 늘리던 행태는 적절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가계는 차입과 저축, 투자 등에 관한 의사결정에 있어 이전과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이유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나누지 못한 주체들을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계절이 바뀐다고 세상에 종말이 오진 않는다. 다만 계절에 맞게 옷을 잘 챙겨 입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맞게 적절히 가계부채를 관리한다면 금리 인상은 그저 경기가 좋아진 결과일 뿐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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