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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등록·매각, 다주택자 선택에 촉각
[Cover Story] ‘금리 인상의 귀환’ 2018년 한국 경제 전망- ① 부동산시장
[93호] 2018년 01월 01일 (월) 최종훈 cjhoon@hani.co.kr
대출·양도세 이은 금리 악재로 먹구름 잔뜩… 입지 나쁜 임대용 주택 내놓을 가능성 높아
 
한국은행이 2017년 11월3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로 올리기로 의결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11년 6월 이후 6년5개월 만이다. 2주 뒤인 12월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기존 1~1.25%에서 1.25~1.5%로 0.25%포인트 올렸다. 2018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사실상 예고돼 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저금리로 돈을 풀었던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긴축 시대의 진입을 알리는 메시지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 중소자영업의 2018년을 미리 살펴봤다. _편집자
 
최종훈 <한겨레> 기자
 
   
평소보다 한산해 보이는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중개업소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과 주거복지 로드맵이 발표된 뒤 강남권 일부 아파트 단지에는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는 등 달아오르던 분위기가 주춤해졌다. 연합뉴스
 
2017년 11월30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올리면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부동산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초저금리 시대의 종말은 시중에 넘쳐나는 돈이 부동산시장을 들쑤시던 과잉 유동성 장세가 끝나감을 뜻한다. 국내 부동산시장은 이제 본격화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금리 인상에 이어, 앞으로 국내 금리의 상승폭과 속도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년간의 초저금리 시대는 박근혜 정부의 집권 기간과 궤를 같이했다.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3년 5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50%에서 2.25%로 내렸고 이후 네 차례 인하를 통해 1.25%까지 끌어내렸다. 부동산·건설 경기 회복으로 성장을 추구하던 박근혜 정부는 일관되게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며 부양 대책을 남발했다. 그 결과 2014년 하반기부터 주택시장이 활황세로 접어들어 2014~2016년 3년 연속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이 100만 건을 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이 폭증하면서 가계부채가 1400조원대로 불어났고 집값도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 공식 주택가격 통계인 한국감정원 집계를 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25%로 내린 2013년 5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4년6개월간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16.05%, 전셋값은 30.70% 올랐다. 특히 2016년 6월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1.25%로 내린 뒤 1년5개월 동안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아파트 매맷값은 8.0%나 올랐다.
 
이제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부동산시장은 조정 내지 하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금리가 당분간 올라도 부동산시장이 곧바로 직격탄을 맞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아직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국내 경제 여건에 비춰,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빠르게 단행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 2018년 두 차례 더 올린다고 가정해도 기준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인 연 2% 선에 머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은,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을 건드리는 동시에 부동산시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현재 국내 가계부채 규모에선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금융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의 이자 증가액이 연 2조3140억원에 이른다. 두세 차례 금리가 오르면 자력으로 빚을 갚기 어려운 가구가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순금융자산이 마이너스인 동시에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40%를 초과하는 가구를 뜻하는 ‘한계가구’가 급증할 우려가 높다는 게 현실적 위험으로 꼽힌다. 2017년 말 현재 한계가구 수는 150만 가구, 이들의 금융부채는 289조원에 이른다. 여기서 금리가 1%포인트 이상 오른다면 이들 중 상당수가 채무불이행(파산) 위험에 빠질까 업계는 우려한다. 가계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금융기관은 채권 회수를 위해 담보로 잡은 주택을 경매에 넘기게 돼, 부동산시장도 덩달아 거센 찬바람을 맞을 수밖에 없다.
 
   
방문객으로 붐비는 부산 서구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견본주택. 연합뉴스
 
2018년 입주 아파트 사상 최다
금리 인상과 함께 2018년 부동산시장을 출렁이게 할 또 다른 요인은 크게 늘어나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전국에 아파트 38만 가구가 입주한 데 이어 2018년에는 2000년대 이후 최대인 44만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도 2018년 17만 가구로 최대치에 이른다. 2015년 정부 부양책에 힘입어 건설업계가 앞다퉈 분양 물량을 쏟아냈고, 이 아파트들의 공사가 끝나면서 입주 물량이 대폭 늘어나는 상황이다.
 
부동산114는 최근 작성한 ‘2018년 아파트시장 전망 리포트’에서 2018년 주택시장에 먹구름이 잔뜩 낄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아파트의 거래 시장은 입주 물량 증가, 신DTI(총부채상환비율) 적용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 등으로 수요 위축과 거래 감소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과 신도시 등 서울 인접 지역은 탄탄한 실수요와 신규 주택의 잠재 수요가 많아 그런대로 집값이 강보합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본 반면, 지방은 만만치 않은 한파가 몰아닥칠 것으로 봤다. 특히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세종과 부산, 대구 등 광역시를 비롯해 그동안 공급이 많았던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매매가격 하락폭이 크다는 게 부동산114의 예측이다. 또 전세시장에선 입주 물량 증가로 직격탄을 맞는 곳이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에선 경기도 화성·김포·시흥 등에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전셋값 약세가 예상되고, 지방에서는 세종·충청도·경상남북도 등에서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일어날 우려가 높다는 분석이다.
 
2018년 수도권 아파트값이 강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부동산114의 예측은 수급 상황을 고려한 데 따른 것이다. 2015년 말 기준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97.9%에 머물고 특히 서울은 95.9%로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낮다. 지금 추세라면 서울은 2020년이 돼야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서울은 2015년 말 기준 자가보유율이 41.1%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1가구 1주택자 외에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수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가 2017년 ‘8·2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 억제책으로 꺼내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주택시장에 끼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2018년 4월부터는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도시, 세종, 부산 등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가 양도하는 주택에 대해 2주택자는 최고 50%,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최고 60%의 중과세가 이뤄질 예정이다. 또 이들에 대해선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30%였던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다주택자 처지에선 4월 이전에 집을 팔거나 ‘장기 보유’를 결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양도세 중과 시행 전에 강남권 등 입지가 좋은 곳에 있는 ‘똑똑한 집’ 한 채를 남기고 서울 변두리나 수도권 외곽에 보유한 임대용 주택을 처분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서울은 큰 변동이 없고 경기 외곽 지역의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여러 주택을 보유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9년부터 한 해 임대소득이 2천만원 이하인 집주인에게도 임대소득세를 부과한다는 게 또 다른 변수다.
 
정부는 2017년 12월13일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에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집주인에게 2019년부터 건강보험료와 임대소득세를 대폭 깎아주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임대주택은 전·월세 상한제(연 5% 이내), 계약갱신청구권제(4~8년)가 적용돼 세입자 권리 보호와 전·월세 가격 안정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 다주택자에게 제공하는 ‘당근’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국토교통부 추정에 따르면, 본인 소유 주택 외에 서울에서 주택 2채(84m2, 59m2)를 사들여 8년 간 임대한 뒤 매각하는 3주택자를 가정할 경우, 연간 전체 세 부담(건강보험료 포함)이 1205만원에서 270만원으로 떨어진다. 주택을 팔 때 발생하는 양도세도 약 6760만원(양도차익 1억5천만원 기준)에서 530만원으로 준다.
 
다주택자 임대등록·매각 갈림길
하지만 다주택자들이 매각도 임대주택 등록도 하지 않고 ‘버티기’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는 2018년 4월까지 주택 소유 현황, 임대차 계약서 확정일자, 부동산 거래 신고, 월세 소득공제 신고 자료 등 여러 부처에서 관리하는 임대차 관련 정보를 연계한 통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다주택자의 임대소득 미신고에 따른 과세 누수가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증금이 적은 월세 세입자는 계약 때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사례가 많다. 서울의 경우 보증금이 3400만원 이하인 세입자는 확정일자 유무와 관계없이 법원경매 때 보증금 최우선 변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봉급생활자가 아니면 월세 소득공제 대상이 아니어서 과세 당국이 포착하지 못하는 월세소득이 있다는 것도 제도적 한계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정부의 포위망을 피해 임대소득을 숨기면서 다주택을 보유하는 데 따른 기대이익이 얼마나 클지는 불확실하다. 결국 대부분의 다주택자는 임대주택 등록을 선택하거나 매각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6년 통계청 주택 소유 현황에 따르면, 국내 2주택 보유자는 156만 명, 3주택 이상 보유자는 41만 명이다. 또 이들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은 430만 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고작 20만2천 명이 79만 채를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상태다. 따라서 나머지 다주택자 177만 명이 2018년에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에 따라 주택시장이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예컨대 임대주택 등록을 하지 않은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수(351만 가구)의 10% 정도를 매물로 내놓는다고 가정하면 그 물량은 35만 가구에 이른다. 2018년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32만 가구를 웃도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 예상대로 다주택자 대부분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거나 보유주택 가운데 ‘알짜’만 놔두고 외곽 지역 소형·저가 주택 위주로 처분한다면, 주택시장에 끼칠 파장은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18년 양도세 중과세, 2019년 임대소득세 전면 과세, 이후 보유세 강화 검토 등 정부의 전방위 압박을 받는 177만 다주택자의 행보가 2018년 주택시장을 움직일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셈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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