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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500조 중소상인들 이자 내기 빠듯
[Cover Story] ‘금리 인상의 귀환’ 2018년 한국 경제 전망- ③ 자영업자
[93호] 2018년 01월 01일 (월) 이동주 hmright@hanmail.net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세입자 몰아내기 극성… 대기업·건물주 횡포와 불공정 차단 시급
 
2015년부터 한국 경제가 저금리·저유가 시대를 맞아 다시금 회복될 거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내수경기는 2017년 내내 부진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파동 등 온 국민이 겪은 대형 사건을 고려하더라도 유통시장의 600만 중소상인이 지난 몇 년간 체감한 불황은 깊고도 넓다. 16.4%나 오른 최저임금에 해마다 물가상승분보다 높게 치솟는 월세, 대기업 유통업체들과의 무한 경쟁 등 2018년 자영업의 전망은 밝지 않다. 여기에 금리마저 올라 대출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1400조원 가운데 3분의 1 정도를 중소상인들이 차지해, 동네 가게 운영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
 
   
주변 상인들의 자발적 참여 덕분에 ‘도깨비 골목’으로 변신한 광주 동구 충장로5가 금은방 골목. 중소상인을 살리려면 지역 공동체와 연계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창업 3년 만에 62%가 폐업하는 게 자영업 시장이다. 가계부채 1400조원 가운데 500조원 가까이가 중소상인들의 부채다. 10명 중 2명은 월평균 매출이 100만원 이하, 절반이 380만원 이하라고 한다.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렸지만, 그동안 투자한 권리금 때문에 쉽사리 빠져나올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소상인이 부지기수다.
 
18만1천 점포나 된다는 프랜차이즈 시장부터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편의점(16.4%), 치킨(13.7%), 한식 같은 외식업(13.6%) 등이 전체의 43.6%를 차지한다. 먼저 롯데와 CU, GS,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의 각축장이 돼버린 편의점 시장을 보면 가맹점주 평균 영업이익률이 4.3%다. 프랜차이즈 평균인 9.9%보다 훨씬 낮다. 통계청 자료 기준 2015년 편의점의 가맹점당 영업이익(1860만원)을 월소득으로 환산하면, 2018년 최저임금(월 157만원)보다 적다. 가맹점주가 일하는 직원보다 못한 처지로 전락한 셈이다. 경제적 지위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스터피자, 피자헛, 바르다김선생 같은 유명 브랜드 본사의 불공정거래 행태는 최근에야 널리 알려졌다. 가맹본사는 가맹점주들에게 비싼 재료를 공급해 폭리를 챙기고, 광고비를 허위 청구하며, 특정 가맹점주를 상대로 물품 공급 중단과 보복 출점으로 매출을 감소시켜 타격을 입혔다. 가맹점은 일방적 ‘갑질’의 대표적 피해자인 것이다.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유형화하고, 처벌이나 과징금 처분을 명시하고 있다. 게다가 예상 매출을 포함한 정보공개는 프랜차이즈 거래를 하는 본사의 책무로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홈플러스 ‘365플러스’(편의점)의 허위 매출정보 제공 사례처럼 대기업들은 법 위에 군림하는 실정이다. 홈플러스는 예상 매출액을 올리기 위해 장사가 안 되는 점포를 빼고 매출액을 계산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가맹점주들은 이런 본사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따른 피해에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제도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가맹점협의회와 맺은 상생 협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본사에 이행 명령을 내리거나 과징금 부과를 강화하는 것도 제도 개선의 요구사항 중 하나다.
 
계약 갱신이 겁나는 상가 세입자들
2013년 전국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차인은 약 218만 명에 이른다. 창업 3년 이내 생존율이 30%밖에 안 되는 자영업의 상황을 고려할 때 상가 세입자들의 임대료 부담은 엄청나다. 더욱이 계약 갱신 때마다 임차인은 건물주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2017년 상반기 조정 건수를 살펴보면, 전체 137건의 70~80%가 권리금 분쟁이나 계약 해지·갱신에 대한 분쟁이다.
 
실제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있었던 궁중족발 ‘서촌’의 사례처럼, 주인이 보증금 3천만원에 월세 300만원을 내던 임차인에게 보증금 1억원과 월세 1200만원을 요구하면 임차인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미 내쫓기로 마음먹고 임차료 계좌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고의로 연락받지 않는 일도 흔하다. 월세 체납 3개월이면 자동적으로 계약 해지가 되는 법의 맹점을 악용한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후 진행된 법원의 명도소송 결과를 집행하는 과정이다. 개인의 재산권을 행사하더라도 최소한 정당한 법집행으로 해야 한다. 무엇보다 임차상인들의 인권이 폭력 속에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법원의 집행관 역할이라 할 수 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투자가 아파트 같은 주거시설에서 상가 같은 상업시설로 옮겨오면서 재건축, 재개발을 악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기존 건물의 상권 형성과 가치 상승에 기여해온 임차인들을 내몰고 더 높은 임대료와 보증금을 챙긴다. 심지어 건물주가 서울시의 ‘2030청년주택 사업’ 참여를 핑계로 임차인을 내쫓는 등 공익사업이 빌미가 되는 황당한 일도 발생한다.
 
   
지역 나름의 특색을 살려 명소로 거듭난 서울 종로구 서촌. 자영업자들은 애써 상권을 활성화하더라도 건물주의 횡포 때문에 빈손으로 내쫓기는 신세가 되곤 한다. 연합뉴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둥지 내몰림’은 서울 같은 거대 도시에서는 항상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울시는 임대료 조정과 10년 계약 기간을 놓고 건물주와 임차상인의 자율 협상을 유도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통과가 선행돼야 서울시 같은 지자체의 노력도 빛을 볼 수 있다. 개정안에는 계약 기간 10년 확대, 환산 보증금 폐지, 임대료 상한제 조정,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권리금 상실에 대한 이주 보상 마련 등이 포함돼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골목상권의 중소상인들은 10년 이상 가게를 운영하면 중산층으로 발돋움하고, 몇 개의 사업체도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열에 한둘은 어떻게든 마케팅을 개발하고 기술을 혁신하는 등 성장을 위해 피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거대 기업 자본들이 골목상권 영세 상인들의 고유 업종에 손쉽게 진출하면서 골목상권의 성공 신화는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압축적 고도성장을 달리던 1970~80년대에도 존재하던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 사라져갔다. 시장 개방과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유통업은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커지는 방향으로 재편됐다. 유통업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유통산업의 구조적 양극화
그 대표적인 사례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대기업 편의점, 그리고 최근 골목상권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복합쇼핑몰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7년 9월 중소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복합쇼핑몰 100여 곳에서 유통 3사(롯데·신세계·현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47%나 된다. 교외형으로 발전한 외국과 달리 한국의 대다수(71%) 복합쇼핑몰은 도심에 들어서 있다. 외국에서는 이들이 도심에 들어올 때 발생하는 교통 체증과 대기오염, 인근 상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엄밀히 평가해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반면 한국은 등록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기업 유통 3사의 투자를 유치해서라도 부동산 개발을 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골목상권이 곳곳에서 붕괴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수원 롯데몰, 스타필드 하남, 판교 현대백화점 등이 들어선 뒤 주변 상권을 권역별로 나눠 조사한 결과, 복합쇼핑몰 인근(3~5km 이내)에선 “지역 내 매출은 변동이 없지만 상권의 구성이 바뀌는 둥지 내몰림 효과”가 발생했다. 영세한 기존 소상인은 폐업하고, 기업형 프랜차이즈 등 어느 정도 자본력이 있는 업체들로 상권이 바뀐 것이다. 원거리(7~10km 이내)에선 13%까지 매출이 하락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14년 11월 조사에선 복합쇼핑몰 인근은 모든 업종에 걸쳐 평균 40% 이상 매출이 줄고, 음식 업종은 매출 감소가 70% 이상이었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은 최근 ‘옴니채널 구축’ 전략에 따라 홈쇼핑과 인터넷몰,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슈퍼마켓, 프랜차이즈 편의점 등 계열 유통점들의 상품 구매와 정보를 통합하고 있다. 중소상인은 대기업 유통망에 포위돼 서서히 질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한 대형마트가 직원을 대상으로 개최한 ‘신선 명장 경진대회’에서 참가자가 생선회를 준비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문어발식 확장은 영세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한다. 연합뉴스
 
중소상인들이 대형 유통점에 입점하거나 납품거래를 한다고 해서 살아남는다고 할 수도 없다. 공정거래위의 잇단 과징금 처분에서 볼 수 있듯,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갑질’ 행태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대형 업체들이 유통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답을 찾을 수 없다. 실제 브랜드 의류나 화장품 프랜차이즈들은 본사 차원에서 인근에 생기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이른바 특수상권) 입점권을 내세워 반강제적 협박을 한다. “입점을 하면 사장님 가게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차라리 사장님이 가게를 하나 더 여는 게 어떠냐.” 어쩔 수 없이 대형마트에 입점하면 높은 판매수수료율과 떠넘겨지는 광고, 판촉비, 인건비 등으로 결국 정말 손 떼고 싶은 순간을 맞이한다.
 
문재인 정부는 심각한 소득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국정목표로 삼고 있다. 경제적 약자인 비정규직과 중소상인들의 문제와 관련해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소상공인 직접 지원 △복합쇼핑몰 입지 규제와 영업 제한 △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와 임대차상인 보호 확대 △카드수수료 인하 등 종합 대책을 내놨다. 중소벤처기업부 승격과 소상공인 정책실 마련, 범정부 차원 을지로위원회 설치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빅테이터에 기반한 정보기술(IT) 산업이 발달해, 유통산업의 환경도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모바일을 통한 전자결제 시스템이나 옴니채널 구축 등 대기업에 유리한 방향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인구사회학적으로 초고령화하고 600만 중소상인들의 시장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전통시장이라 하든 골목상권이라 하든 그 시장에서 먹고사는 2천만의 서민 계층이 있다.
 
새로운 희망 찾기
초등학생용 문구를 팔고, 떡볶이를 팔고, 식빵을 굽고, 닭을 튀겨 파는 소상공인들이 모두 옴니채널 시스템을 갖출 수 없다. 꼭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중소상인들은 지역경제 생태계 안에서 상품을 유통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구성원 간 공동체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다양한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등 단순히 경제적 수치로 따질 수 없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그 문화적 소비 코드 때문에 소비자는 획일적이고 복잡한 복합쇼핑몰이 아니라 지역의 특색 있는 가치를 찾는다. 서울 연남동 카페 골목이나 창신동 문구점, 서촌의 골목시장 등이 대표적 사례다. 중소상인들이 지역과 교류하는 매개체로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시간과 공간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 등이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과제다.
 
대기업 규제에 한계가 있으니, 마케팅 개발이나 제품 생산·유통의 혁신 등으로 경쟁력을 키워 이길 생각을 하라고 강요만 할 것이 아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일상이 돼버린 불공정 거래 행위를 구조적으로 차단해 공정한 유통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관료와 재벌기업 사이의 특권 구조를 형성한 박근혜 정권이 국민의 저항으로 비참한 말로를 겪은 만큼, 문재인 정부는 현장의 사회경제적 약자들과의 소통 강화를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1만원이 지닌 사회적 가치를 수립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도 중소상인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대와 협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단계적 보완 대책과 속도 조절을 꾀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 섣부른 평가를 할 수는 없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반영할 부분도 많다고 생각하기에 아직은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은 현실화했으나 경기 진작의 신호탄은 찾아보기 힘들다. 적어도 600만 중소상인이 느끼는 서민경제의 체감도는 그렇다.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중소상인을 중심으로 유통산업 정책을 재정립하느냐에 따라 내수경제는 달라질 수 있기에, 어려운 상황이지만 중소상인들의 희망 찾기는 포기할 수 없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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