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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없애는 알프스 리조트의 역설
[Special Report] 중병 앓는 알프스- ② 자본의 욕망
[90호] 2017년 10월 01일 (일) 힐마어 슈문트 economyinsight@hani.co.kr

복합리조트 ‘우후죽순’, 유명 산과 빙벽 등 미관 해쳐... 기후변화로 스키장도 감소

알프스는 최근 기후변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산사태가 잦고 동식물 생태계도 위기에 처했다. 알프스에 인접한 각국 연구기관들은 알프스의 기후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은 아랑곳하지 않고 개발 논리를 앞세워 알프스를 공사장으로 만들고 있다.
 
힐마어 슈문트 Hilmar Schmundt <슈피겔> 기자
 
   
스노보더가 독일에서 가장 높은 추크슈피체산의 스키장에서 설원을 가르며 점프하고 있다. 자본의 개발 논리는 알프스의 자연을 조금씩 훼손하고 있다. 기후변화도 동반한다. REUTERS
 
25년 뒤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50년, 100년 뒤는? 아네트 멘첼은 매일 미래의 알프스를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멘첼은 힘겹게 눈밭을 헤치며 걸어간다. 2017년 7월 어느 오후 해발 2500m 높이 추크슈피체에 눈이 흩날리고 있다. 이 순간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인류에게 머지않아 닥칠 한여름의 살인적인 더위다. “알프스에선 기후변화가 아래 평지보다 두 배 더 빨리 일어난다.” 멘첼은 독일 뮌헨공과대학 교수(생태기후학)다. “19세기 이후 기온이 약 2°C 더 높은 것으로 측정된다.”
 
기후변화는 알프스를 미래의 실험실로 탈바꿈했다. 알프스의 동식물 서식지 변화가 어느 때보다 극적이고 숨가쁘게 나타난다. 알프스 산악지대는 수십 년 뒤 평지의 기후변화를 예측·연구하는 곳이자, 세계 기후변화를 연구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알프스에는 마치 지구의 축소판처럼 레몬과 와인이 재배되는 지중해 열대, 야생화 천국인 고원 방목지대의 온대, 정상 부근의 냉대 등 모든 기후대가 분포했다.
 
멘첼 교수의 학생들은 캐나다, 중국, 몽골, 에콰도르,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전세계 다양한 지역 출신이다. 이 중에는 아직 빙하를 만져보지 못한 학생도 있다. 알프스 정상 부근에서 빙하가 사라지는 것을 연구할 수 있다. 독일에서 가장 높은 정상인 추크슈피체에 펼쳐진 빙하 면적은 한때 300ha(헥타르)에 달했지만 지금은 30ha밖에 남지 않았다.
 
멘첼 교수는 기후관측소로 연결되는 승강기에 올라탄다. 과거 자체 기차역까지 보유한 고급 호텔이던 기후관측소는 추크슈피체에서 불과 수백m 아래 위치해 마치 암벽에 스테이플러로 찍어놓은 듯 보인다. 옛날엔 기후관측소 바로 아래에 빙하가 있었는데, 지금은 빙하가 녹아 우주 한가운데 붕 떠 있는 우주정거장처럼 보인다.
 
10층 건물인 추크슈피체 기후관측소에는 막스플랑크연구소, 우주항공학센터, 연방환경청, 독일기상청 등 독일의 대표 연구소 10여 곳이 협력기관으로 모여 있다. 날씨 좋은 날에는 여기서 무려 90km 떨어진 보덴호수가 시야에 들어온다. 기후관측소에 설치된 초민감 센서들은 대기의 초미세 오염원을 감지한다.
 
에델바이스의 슬픈 사연
깎아지른 듯한 봉우리가 켜켜이 늘어선 알프스 산악지대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증폭해 보여준다. 지구에 열이 나면, 산악지대는 오한을 심하게 겪는다. 원인은 ‘빙하 반사율 피드백’(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이나 고지대의 빙하가 녹으면 육지가 드러나 지구의 반사율이 줄어 더 심한 온난화가 일어나는 악순환 -편집자)에 있다. 빙하는 주변 온도를 낮추고 햇살을 반사한다. 빙하가 녹으면 지하 온도가 다소 상승한다. 땅이 열을 받으면 눈이 녹고, 눈이 녹으면 지구는 더 많은 열을 흡수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현재 알프스 정상 부근을 덮은 빙하는 5천여 개에 달하지만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부 전망에 따르면 21세기 중반 빙하는 절반가량 될 것이다. 빙하가 생겼다 사라지는 것은 정상이다. 석기시대 알프스에서 잠깐이나마 빙하가 거의 자취를 감춘 적도 있다.
 
공포스러운 점은 기후변화 자체가 아니라 무서운 속도다. 여름이면 가뭄과 산사태를 불러일으키는 장대비 등 극단적인 날씨로 알프스가 피해를 입기 일쑤다. 여기저기 보호림이 치명적인 눈사태와 낙석으로부터 산악마을과 도로를 보호한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나무를 갉아먹는 나무좀류 곤충이 추운 지역에선 덜 번식하는 덕분이다. 하지만 알프스 숲은 겨울철 화재라는 새로운 위험에 직면했다. ‘세기의 홍수’로 불리는 심각한 홍수 피해도 점점 늘었다.
 
알프스 야외 실험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21세기 말까지 식생이 수백m 위로 옮겨갈 것이다. 너도밤나무와 함께 이를 먹는 멧돼지 서식지도 점점 위로 올라갈 것이다.” 스위스 일간지 <타크블라트>는 “멧돼지가 산악마을의 골칫거리다. 멧돼지가 알프스를 꺾어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후변화에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머잖아 해발 1천m 이상에서도 포도를 재배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시라(Syrah) 등 레드와인용 고급 포도 품종의 재배가 확대되고 있다. 반면 산양 등 추운 곳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일부 동식물은 언젠가 알프스 정상까지 밀려나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 있다. 갈 곳 없어 추위의 섬에 갇힌 난파자 신세가 되는 것이다.
 
아네트 멘첼 뮌헨공대 교수는 알프스의 기후변화를 측정하며 식물과 인간, 동물의 적응력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기후변화로 인해 섬처럼 고립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에델바이스 역시 마지막 빙하기 직후 중앙아시아 산맥에서 알프스로 서식지를 옮겼다. 이후 기온이 계속 올라 어느 날 갑자기 차가운 마구간에 갇힌 듯 옴짝달싹 못하게 됐다. 지금은 신성한 고향의 상징으로 널리 사랑받는 에델바이스가 실은 전세계로 흩어질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의 이민자였다. 알프스의 찬란한 신화 이면에는 이렇게 슬픈 사연이 숨어 있다.
 
   
트럭과 승용차들이 스위스 알프스를 북에서 남으로 관통하는 A2 고속도로를 달리다 폭설로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 스위스는 많은 교통량에 시달리고 있다. REUTERS
 
니체가 사랑한 산
영화감독 필리프 슈퇼츨은 도대체 왜 사서 고생할까? 그는 절벽을 꽉 붙잡더니 욕설을 퍼붓는다. 그는 새벽 4시부터 미텔레기릉을 힘겹게 등반 중이다. 미텔레기릉은 깎아지른 듯 솟아 있다. 그린델발트의 가로등이 아득히 먼 아래에서 작은 점처럼 보인다. 슈퇼츨은 속쓰림을 느낀다.
 
어제 저녁 그는 산장 앞 의자에 편히 앉아 자연의 장엄함을 느끼며 자신의 영화 <노스페이스>를 곰곰이 생각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지금 눈앞에 펼쳐진 전설적 아이거 북벽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아이거 북벽 등반은 알피니즘(스포츠등산)의 신성한 성지였다. 아이거 북벽에서도 1936년 오스트리아와 독일 두 원정대의 죽음을 부른 등반 경쟁이 벌어졌다. 갑작스레 날씨가 급변하며 산사태와 낙석, 추위가 산악인 3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슈퇼츨의 영화는 초특급 캐스팅을 자랑한다. 베노 퓌르만은 비극적 영웅인 주인공을 연기했는데, 실제 주인공은 알프스였다. 슈퇼츨이 영화 촬영 뒤 아이거 북벽을 등반한 것은 9년 전이다. 당시 <슈피겔>은 자체 원정대를 구성해 슈퇼츨 등반팀을 정상까지 동행했다. 그는 당시의 등반 경험이 머리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만큼 깊게 각인됐다. “알프스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서곡이자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그림이다. 긴 말 필요 없다. 풍성한 감정을 전달한다.”
 
<노스페이스> 개봉 이후 연극계와 오페라계에서 슈퇼츨에게 러브콜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상업적 촬영과 순수예술의 병행에 한계를 느꼈고, 영화 배경 장소인 아이거 북벽을 등반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비가 올까? 손잡이가 잘 견딜까? 산 정상에 오르면 생각이 단순해지고 분명해진다.”
 
독일 낭만주의자와 철학자들은 산을 사랑했다. 눈 쌓인 정상에서는 항상 인생의 부침, 삶과 죽음, 출신과 미래 등이 중요해진다. 그렇게 카스파어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자신의 유화에서 알프스 바츠만 산을 진한 남색 에테르로 색을 입혀 종교적으로 황홀하게 그려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스위스 엥가딘에서 자신의 삶 중 가장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다. 그는 “우리 습관은 최상의 경우 인적 없는 산을 비롯한 야외에서 걷고 뛰고 춤추며 사고하는 것”이라며 산을 찬양했다. 나치의 선동에서도 산이 지닌 비장함은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었다. 나치는 정상 등반을 위한 고군분투를 군대의 영웅성으로 부각했다.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벨뷰 호텔 테라스에서 아이거 북벽은 마치 수직의 원형 경기장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제 아이거 북벽에는 현대 관광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전망이다. 해마다 관광객 100만 명이 찾는 융프라우요흐를 잇는 역사적 톱니바퀴식 철도가 운영 업체의 성에 더 이상 차지 않기 때문이다. 이 운영 업체는 아이거를 잇는 현대적 케이블카 ‘아이거 익스프레스’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아이거 익스프레스가 아이거 전망을 일부 막는다고 반대파들이 경고한 것이다.
 
알프스에서 흔히 그랬던 것처럼, 때 묻지 않은 자연은 점점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지만 결국 인파가 자연이라는 무대를 가로막기에 이른다. 관광객은 원래 자연이라는 무대를 보기 위해 알프스를 찾았는데 말이다. 이는 문제의 시작에 불과하다.
 
부와 환경보호의 딜레마
착암용 드릴이 천지를 진동하고, 채굴기가 쾅쾅거리며, 승강기들이 덜덜 소리를 내며 작동 중이다. 티롤의 이슈글 고지에 위치한 이달페 지역은 현대적인 복합 스키리조트가 건설 중인 대형 공사장을 방불케 한다. 귄터 알로이스에게 공사장 소음은 음악처럼 달콤하게 들린다. “눈이 오든 안 오든 상관없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겨울을 계속 만들어나갈 것이다.” 인공눈 분사 장치 1100개가 스위스까지 이어지는 200km 이상의 실브레타아레나 활강코스를 따라 도열해 있다.
 
1947년생 알로이스는 머리를 어깨까지 기르고 발걸음도 활기찬 세련된 노신사다. 그는 관광업계의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로 통한다. 호텔 경영자이자 저술가인 알로이스는 스캔들 제조기다. 누구나 지속 가능한 관광을 말할 때 그는 정반대로 ‘현대 관광 강화’를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사람들에게 그저 여기가 아름다우니 놀러 오라고 말할 수 없다. 자연을 경험해야 한다!” 자연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스키 시즌이 시작할 때와 끝날 무렵이면 고원 방목지에서 리애나, 핑크, 엘튼존, 피터 게이브리얼, 티나 터너, 스팅 등 팝스타들이 수천 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한다. 이슈글의 모토는 ‘최대한 릴랙스하라’다.
 
세계 최고 스키리조트 발러만 알핀이 위치한 인구 1500명의 작은 마을. 알로이스는 이곳에서 자신이 경영하는 ‘디자인호텔’의 검은색 가죽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있다. 이 지역은 겨울이면 숙박 건수가 140만 건을 상회한다. 여름에는 약 10분의 1인 14만 건이다.
 
와츠알프를 이용한 알프스 트레킹족은 상처받은 알프스를 걱정하고, 기후학자들은 산사태와 산불 위험을 경고한다. 반면 귄터 알로이스는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이슈글은 티롤 지방의 가난한 지역 중 하나였다. “해발 1400m 정상에서는 감자 외에 아무것도 재배할 수 없다.”
 
여관업을 했던 알로이스의 아버지는 1963년 지역사회의 거센 저항이 있음에도 이슈글에 최초의 케이블카 설치를 강행했다. 이후 관광객이 몰려 일자리가 생기고 돈도 들어왔다. 2002년 별세한 알로이스의 아버지는 “나는 주민들이 백만장자가 될 때까지 그들을 테러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제 기후변화가 지난 50여 년간의 풍요로움에 종지부를 찍고 지역사회에 가져다준 부를 파괴할까? 알로이스는 “절대 그렇게 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향을 가장 잘 지키는 방법은 환경 규제가 아니라 투자다.”
 
30년 전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스키가 800만 개 판매됐다. 지금은 500만 개도 팔리지 않는다. 알프스 스키장 600여 곳 중 21세기 중반 무렵에도 눈이 올 것으로 확실하게 전망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독일 바이에른주에서는 그 수가 현재의 절반에 불과할 것이다. 알프스의 극적인 기후변화는 스키관광 업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대형 리프트 운영 업체들이 소규모 리프트 운영 업체를 집어삼키고 있다. 일례로 이미 15개 스키장을 운영하는 한 회사는 러시아와 중국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이다.
 
“우리는 다른 곳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알로이스는 형형색색 디자인의 아이디어 수첩을 펼쳐 보였다. 수첩에는 범상치 않은 아이디어가 빼곡히 적혀 있다. 스키복 차림으로 짧은 예배를 드리는 ‘드라이브 인 예배당’은 어떨까? 혹은 패멀라 앤더슨 몸매를 거대 사이즈로 형상화한 활강코스에서 보드를 즐기는 ‘스노보드 파크’는 어떨까?
 
귄터 알로이스는 기후변화의 결과를 완충해야 할 인공눈 제조기가 오히려 기후변화를 부채질하는 역설 따위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1ha 면적의 인공눈 제조에는 세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가 소비된다.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 한철 수입원인 눈이 내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구르고 활강하고 날아다니는 것은 무엇이든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알로이스는 아이디어 수첩을 보여준다. 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계단은 어떨까? 고원 평지에 펭귄 18마리가 있는 동물원은 어떨까?
 
ⓒ Der Spiegel 2017년 33호
Heidi ad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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