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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야, 숨은 쉬니?
[Special Report] 중병 앓는 알프스- ① 위기의 징조
[90호] 2017년 10월 01일 (일) 힐마어 슈문트 economyinsight@hani.co.kr
알프스는 스위스와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에 걸쳐 있는 유럽 중남부의 큰 산계다. 4천m급 산 58개와 빙하로 구성된 1200km의 긴 산맥이 있다. 알프스는 도심의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는 꿈의 안식처나 다름없다. 알프스가 최근 리조트 개발과 극심한 교통난, 환경오염, 기후변화,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전문가 등 관련 학계와 주민들이 위기의식을 느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알프스를 일종의 미래 실험실로 구상한 새로운 해결책이 강구되고 있다. 알프스는 목가적 이상향을 꿈꾸는 도시인들의 ‘영혼의 고향’으로 계속 남을 수 있을까? _편집자
 
관광객 급증으로 교통·환경 문제 심각… 스마트폰 앱 활용한 알프스 살리기 운동 본격화
 
알프스는 매년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빙벽을 타려는 등반가, 자연을 즐기려는 트레킹족,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관광객이 주요 고객이다. 알프스는 너른 품으로 인간에게 자연을 내주려 하지만 서서히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알프스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힐마어 슈문트 Hilmar Schmundt <슈피겔> 기자
 
   
▲ 그림을 누르면 새창에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산이 깎아지른 절벽처럼 가파르게 하늘 향해 솟아 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람이 마터호른 정상을 스치고 지나간다. 새벽 4시, 여기저기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등산화가 눈을 밟으며 뽀드득 소리를 낸다. 사람들이 얼음 낀 자갈길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진입로에 들어선다. 여기 회른리그라트(1865년 최초 등정 루트 -편집자) 분위기는 사뭇 진지하다. 사람들은 밧줄을 묶고 벨트를 점검한다. 사람이 점점 늘더니, 이제 수십 명이 빙벽에 발을 내디딜 순서를 기다린다. 여기저기서 러시아어, 영어, 독일어로 등정 수칙을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일본 도쿄에서 온 기쿠시마 마사유키에게 회른리그라트 등정은 이번 유럽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초등학교 시절 한 여교사가 그에게 인류가 해발 4478m 마터호른을 최초 등정한 일화와 함께 마터호른의 아름다움과 위험성을 들려줬다. 1865년 7월 두 원정대 사이에 경쟁이 붙었다. 이탈리아 원정대는 마터호른 남쪽에서 리온그라트를 등정했고, 북쪽에선 영국 원정대 4명이 등반 가이드 3명과 함께 회른리그라트를 올랐다. 영국 산악인 에드워드 휨퍼 원정대가 정상에 먼저 올랐지만, 알프스에서 자주 벌어지는 것처럼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것이 훨씬 힘들었다. 19살 막내 등반대원이 미끄러지면서 로프에 연결된 전체 대원이 알프스의 심연으로 추락했다.
 
절벽이 켜켜이 이어진 이곳만큼 등정의 환희와 추락이 아주 가까이 있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마터호른은 현대 알프스 관광의 부침을 보여준다. 영국인 등반가 휨퍼의 사망사고 이후에도 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이 그 증거다.
 
기쿠시마가 앞서 올라간 사람들의 헤드램프를 따라 빙벽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암흑 속에 떨리는 불빛만 보인다. 산악인 줄은 프랑스 산악인 리오넬 테레의 표현대로 마치 ‘무의미한 정복을 위한 포스트 종교 행렬’처럼 보인다.
 
   
로프로 연결된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브라이트호른산 정상 인근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선을 따라 산을 오르고 있다. 알프스에는 험난한 지형과 날씨 탓에 목숨을 잃은 수많은 영혼이 잠들어 있다. REUTERS
 
교통량, 약 50년 사이 세 배
마터호른 아래에 체어마트가 있다. 200년 전 극빈 지역이던 체어마트에 강풍으로 형태가 뒤틀린 목재 가옥이 몇 채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1865년 비극으로 끝난 등반 경쟁으로 체어마트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오늘날 마터호른은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섰다. 마터호른의 대표 상품으로 치즈, 요구르트, 화주(火酒), 담배, 토블러론 초콜릿이 있다.
 
그러나 마터호른 정상 부근 빙하 면적이 줄며 알프스가 위협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알프스의 영구동토층이 녹는 탓이다. 산사태와 낙석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산악인 70여 명이 산에 고립되기도 했다.
 
마터호른은 알프스에서 가장 유명한 정상이다. 유럽의 신비로운 심장부 알프스는 슬로베니아의 암벽으로 이뤄진 트리글라브에서 프랑스 니스 해변까지 무려 1200km에 달하는 아치 모양으로 펼쳐진 산맥이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아프리카와 유럽대륙판의 충돌 결과다. 알프스 산악지대의 관광객 숙박 건수는 한 해 무려 약 5억 건에 달한다. 알프스의 무엇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일까.
 
홍보영상에서 알프스는, 스모그로 둘러싸인 분주한 대도시의 스트레스와 숨가쁜 변화를 치유할 초원과 신선한 공기, 만년설 정상, 오염되지 않은 생태계로 집중 부각된다. 알프스는 어린 아이의 순수한 자연 사랑을 일깨운다. “알프스는 말이 없는 마이스터고, 인간을 말없는 학생으로 만든다”고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표현했다. 도시인들에게 알프스는 현대사회의 갖가지 스트레스에서 보호해줄 고대의 견고한 성곽처럼 보인다. 마치 ‘너를 돕는 산을 향해 네 시선을 올려 봐라’는 경건한 노래 가사처럼 말이다.
 
현실은 정반대다. 도시의 문제점이 알프스에서 완충되거나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기후변화·고령화·도시화·황폐화·교통 문제는 알프스에서도 나타나며 오히려 평지보다 산악지대에서 심각하게 드러난다.
 
독일 뮌헨, 오스트리아 빈과 인스브루크, 스위스 취리히, 프랑스 그르노블, 이탈리아 밀라노,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등 대도시들이 알프스 산악지대에 걸쳐 있는데도 적잖은 도시인이 이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 알프스 산지의 거주 인구는 1400만 명에 달하는데 이는 영국 런던 수도권 인구에 맞먹는다.
 
알프스는 전세계에서 가장 사람이 많은 산악지역에 속한다. 알프스의 수많은 협곡은 인근 국가들의 콘크리트 고층 빌딩으로 뒤덮인 산업도시의 교외를 연상시킨다. 알프스의 자동차 교통량은 계속 늘어 현재는 1970년의 세 배다. 심지어 한적한 알프스 도로도 교통정체에 시달리기 일쑤다.
 
눈폭탄과 폭증하는 교통량에 신음하는 산악지대에 대한 묵시론적 진혼곡은 어쩐지 서로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알프스 신화가 반드시 우울하고 슬픈 단조일 필요는 없다.
 
최근 알프스는 인터넷과 세계화, 연구활동에 힘입어 경직된 영원성이 아닌, 분주한 역동성을 상징하는 미래 실험실의 새로운 이미지를 얻고 있다.
 
알프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가까이에서 관찰하려면 유럽에서 가장 로맨틱하면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알프스 투어에 직접 나서보자. 등산화와 아이젠으로 무장한 채 기차와 자전거, 케이블카를 타고 말이다. 이 과정에서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기후변화와 공기오염
 
▲ REUTERS
영화감독 필리프 슈퇼츨은 알프스 아이거를 등반하면서 아주 원초적이고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학자들은 알프스를 야외 실험실이자 조기경보시스템이라는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독일에서 해발이 가장 높은 추크슈피체의 기후관측소를 방문하면 알프스의 기후변화가 전세계 평균치보다 무려 두 배나 빠르게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는 남티롤의 한 성을 돌아보면서 알프스의 도시화를 막을 복안을 들려준다. 메스너의 트레킹은 오스트리아에 있는 헬가 하거의 염소목장에서 끝난다. 알프스 염소 목장주 하거는 호기심 많은 도시인들에게 고급 와인과 진한 풍미의 치즈를 대접했다.
 
도미니크 지그리스트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여기 교통은 완전히….” “뭐라고요?” 화물차량 한 대와 그 뒤를 오토바이 한 대가 이탈리아 메라노 방향으로 향하는 국도에서 굉음을 내며 달리고 있다. “완전히 악몽이에요! 지난 20년 동안 교통량이 무려 두 배로 늘었어요!” 편안한 미소를 짓는 육중한 체구의 지그리스트는 지금 국도변에 서 있다. 그는 알프스의 어느 곳이 고통받고 있는지 확인할 생각이다.
 
스위스 라퍼스빌공과대학 지리학과 교수인 지그리스트는 지난 10여 년간 국제알프스보호위원회(CIPRA) 대표로서 ‘미스터 알프스’ 같은 존재였다. 그는 이번 여름 새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가 알프스를 탐색하는 프로젝트 ‘와츠알프’(Whatsalp)는 채팅 프로그램 와츠앱 명칭을 딴 언어유희이자 ‘알프스야, 어떻게 지내니?’(What’s up, Alpen)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그리스트 교수는 넉 달 동안 친구·동료·활동가 등과 빈에서 니스에 이르기까지 알프스 전 지역을 트레킹, 산악오토바이, 자전거로 다니며 토론회를 열었다. 이 여정은 2017년 9월29일 해변파티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지그리스트 교수는 25년 전 활동가들과 함께 해당 구간을 트레킹했다. 25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알프스는 파괴됐고, ‘환자 알프스’는 교통체증에 신음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하지만 알프스 문제에 대한 진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다수 알프스 주민들은 소음과 공기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스칸디나비아에서 지중해를 잇는 ‘스칸디나비아∼지중해 복도’라고 불리는 신규 교통망을 건설 중이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와 이탈리아 남티롤 사이의 소요시간을 25분으로 줄이기 위해 점판암·편마암·화강암으로 이뤄진 브레너 고개에서 시추기들이 분주하게 길이 55km의 터널을 파고 있다.
 
지그리스트 교수는 터널 건설에 반대했다. “하지만 이미 건설이 시작됐다. 그렇다면 이제는 차량 대신 새 터널을 오가는 기차로 화물을 운송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알프스에 지금처럼 자동차 교통량이 많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알프스 살리기 플래시몹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지그리스트 교수는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맵아웃’ 앱을 켠다. 알프스에서 처음 보는 산정상이 시야에 들어올 때 ‘픽파인더’란 앱을 작동하면 곧장 명칭이 뜬다. 매일 아침 유럽 전역에서 온 학생들이 ‘와츠알프’ 트레킹 프로그램에 모여든다. 학생들은 지그리스트 교수의 위치를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실시간 위치는 와츠알프 웹사이트에 정확히 나온다.
 
“옛날에 협곡 주민들은 자신의 특수한 지식이 새나갈까 숨기기 급급했다. 이런 편협한 사고는 디지털화 덕분에 과거사가 됐다. 그때는 휴대전화나 전자우편, 페이스북이 없지 않았나?” 지그리스트 교수를 비롯한 학자들은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내세워 알프스 인접 8개국의 알프스 산지 보호 및 협력에 대한 ‘알프스 협정’ 가입을 이끌어냈다. 알프스 협정은 1995년 효력을 발휘했다.
 
지그리스트 교수가 최근 시작한 캠페인은 유명해지고 있다. 거의 매일 젊은이들이 합류하고 탈퇴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알프스 플래시몹’이 완성됐다. 지그리스트 교수는 플래시몹 참가자들과 작별하며 외쳤다. “늦어도 25년 뒤에는 다시 만납시다!”
 
ⓒ Der Spiegel 2017년 33호
Heidi ad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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