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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만들고 환경 살리는 ‘건강 먹거리’
[Cover Story] 농업의 미래, 유기농- ① 왜 주목받는가?
[87호] 2017년 07월 01일 (토)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환경보호와 안전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유기농업에서 농업의 미래를 찾으려는 노력이 유럽에서 활발하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농민들은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여 존립 기반을 확보하려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환경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소비자도 자연 그대로 길러낸 유기농의 가치에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며 신뢰를 표시한다. 이 추세라면 2050년께 유기농업 비중이 전체 농업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생산성을 높여 더 싼 값에 소비자에게 공급해야 ‘부자 전유물’이란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다. 채소 중심 식습관도 유기농업 확산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_편집자

기존 농업 폐해 커지며 유기농업 관심 집중... ‘부자 전유물’ 벗어나려면 생산성 높여야
 
최근 프랑스에서 일반농업의 폐해가 부각되면서 유기농업에서 미래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자체들이 적극 유기농 전환을 장려하고 농민들도 유기농에 관심을 보임에 따라, 2002년 1.9%였던 유기농 비중이 2015년 4.9%로 늘었다. 환경단체들은 2050년까지 유기농 비중이 45%에 이를 걸로 내다본다. 하지만 유기농 전환을 막는 걸림돌이 만만치 않다. 기존 농업보다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여전히 가격이 비싸다. 기존 농법보다 적은 수확량도 극복 과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육류에서 채소 중심으로 식생활을 바꿔야 농·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유기농도 정착시킬 수 있다고 진단한다.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프랑스에선 과도한 농약 사용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사람의 건강까지 위협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유기농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보르도 지역 유기농 포도농장. REUTERS
 
우리 삶에서 먹거리만큼 기본적이고 중요한 게 있을까. 모두가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지만 실상은 많이 다르다.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민들은 유럽연합(EU) 공동농업 정책의 하나로 매년 보조금 90억유로(약 11조4천억원)를 받는다. 농업보조금은 현재 29만7천 가구로 추산되는 ‘전문영농가구’(프랑스 농업 생산 량의 97%, 농지 면적의 93%, 전체 영농가구의 74%를 차지하며 총생산액은 2만5천유로(약 3200만원) 이상 -편집자)의 연소득 가운데 80%를 차지할 정도로 영농인의 생존에 꼭 필요하다.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고 규제가 풀리면서 세계시장에서 가격이 너무 낮게 형성돼 농업보조금이 없으면 농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농업이 무너지면 먹거리 안보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농업보조금은 납세자의 돈이다. 납세자는 농업보조금을 부담하는 대가로 공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먹거리를 원한다. 이 문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예고한 ‘농업·식량 포럼’의 핵심 주제가 될 것이다.
 
그동안 농업보조금은 일자리 유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1999~2013년 경제활동인구 중 농민은 51만9천 명에서 31만3500명으로 급감했다. 지난 15년 동안 전문영농가구 중 9만 가구가 사라졌다. 보조금과 관련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배분 규칙이었다. 보유한 농지 면적에 따라 보조금이 지급되기에 농업 부문 불평등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로 2015년 전문영농가구의 25%는 보조금 수령 뒤 연소득이 8500유로(약 1100만원)에 못 미쳤고, 소득 기준 하위 10% 영농가구는 6천유로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더욱이 농업보조금 지급 조건인 환경기준도 엄격하지 못해 농업 생산 시스템의 기초를 이루는 생물종 및 토지다양성, 하천, 토지 등 환경 파괴를 막기에 부족하다. 2007년 환경 관련 법인 ‘그르넬(Grenelle)법’ 제정 이후 많은 조처가 나왔지만, 2009~2010년 대비 2014~2015년의 농약 소비는 줄기는커녕 22%나 증가했다.
 
경작물의 생물학적 특성이 단순해지고 생태계 파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농약 사용 증가는 유례없는 생물다양성 손실로 이어졌다. 1989~2013년 야생조류 개체 수는 45% 감소했고, 지난 10년 동안 꿀벌 폐사율은 5%에서 30%로 늘었다. 화학비료 살포로 인한 질소 과잉 때문에 2014~2015년 지표수의 17.7%와 지하수의 49.8%에서 질산염 함유량이 리터당 25mg 수준을 넘는 상황이 발생했다. 리터당 25mg은 프랑스 수질 관리 기준상 질산염 허용 최대치로 간주된다.
 
농약은 사람들의 건강도 위협한다. 실제 농민의 암 및 신경변성질환 발병률과 농민의 농약 노출 정도 사이에 상관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유럽 식품안전청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럽에서 소비되는 식품의 45.4%에 농약 성분이 들어 있다. 물론 조사 식품의 97%에서 농약 성분이 법적 허용치를 넘지 않았지만, 많은 연구자는 소량의 농약이라도 내분비계를 교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식품의 독성 물질 함유보다 덜 언급되지만 이에 못지않게 우려스러운 문제가 ‘항생제 내성’이다. 내성 때문에 프랑스에서만 해마다 2만5천 명 이상 사망한다. 항생제 남용은 무엇보다 축산업과 얽혀 있다. 축산농가가 전체 항생제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쓴다.
 
급증하는 유기농산물 소비량
   
상황이 이러니, 농약과 합성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프랑스에서 농지 면적 기준 유기농업의 비중은 2002년 1.9%에서 2015년 4.9%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물론 이는 유럽 평균인 6.2%보다 낮고 이탈리아(12%), 스웨덴(17%), 오스트리아(21%)와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그렇더라도 프랑스 유기농업의 성장세는 견고하다. 먼저 유기농산물 소비량이 급증했다. 2015년 유기농산물 소비는 2014년보다 15% 늘었고, 2016년 증가율은 20%였다. 지자체가 농민의 유기농 전환을 적극 장려하고, 농민도 유기농 전환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게다가 유기농업은 지역 발전도 이끈다. 국내 생산으로 유기농 수요량의 4분의 3을 충당한다. 수입 유기농산물도 있지만 경쟁이 심하지 않다. 수입 유기농산물의 절반 정도는 열대작물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농업 전체가 100%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그림을 그려본다면 그 현실성에 의문이 든다. 우선 유기농 생산은 전통 농업 생산 양식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평균적으로 기존 농법에는 영농가구당 전일제 노동자 1.5명이 필요하나 유기농에선 2.4명이 필요하다. 인력이 많이 드니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 그러나 이는 인건비 증가로 이어지고 소비자가격에도 반영된다. 많은 가계가 20∼30%에 이르는 유기농산물과 일반 농산물의 가격 차이 때문에 선뜻 유기농산물을 구입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가격 차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사실, 유기농산물로 요리하고 육류 대신 채소를 먹는 것이 레토르트(장기 보존) 식품과 당분 첨가 음료수를 먹는 것보다 반드시 비용이 더 들지는 않는다. 게다가 유기농 생산이 일반화하고 다양한 경로로 보급되면서 유통업자가 이익을 부풀리는 것도 점점 어려워진다.
 
가계소득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960년 28%에서 현재 17%로 줄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기존 농업의 생산비용이 유기농업보다 낮다고 하지만, 이는 ‘부정적 외부효과’(공장의 대기오염처럼 어떤 경제활동의 직접 수혜자가 아닌 이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 -편집자)가 포함되지 않은 비용이다. 더구나 일반농업에서 발생하는 사회적·환경적·보건적 외부효과를 부담하는 것은 사회 전체다. 예로, 환경부의 연구에 따르면 질소비료와 살충제 오염은 계산 모형별로 9억유로(약 1조1400억원)에서 29억유로(약 3조7천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반면 유럽 각 지역의 사례를 보면 유기농업만 허가하는 방식으로 수원지 오염을 줄여 각 지자체가 부담하는 하수처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일자리창출, 환경보호, 건강증진 등 유기농업이 지닌 ‘긍정적 외부효과’는 정치 지도자들의 복잡한 셈에는 거의 포함되지 않고 있다.
 
   
농약 사용 증가로 생물다양성이 파괴된 탓에 최근 10년 동안 꿀벌 폐사율이 5%에서 30%로 늘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그리스 아테네의 바이엘 제약회사 앞에서 ‘꿀벌을 죽이지 말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REUTERS
 
2050년 유기농업 비중 45%
남은 문제는 생산량이다. 유기농업의 수확량은 기존 농업의 수확량보다 적다. 전세계 평균을 내면 약 20% 차이를 보인다. 작물과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다. 개발도상국에선 집약적 경작 방식이 거의 없어 유기농업이나 일반농업이나 수확량 차이가 크지 않다. 따라서 아프리카 사헬지대(사하라사막 남쪽 경계 -편집자)처럼 수확량 자체가 매우 낮은 지역은 기술적 측면에서 친환경 농업의 수확량을 두세 배 늘리는 것이 상당히 쉽다.
 
선진국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선진국에선 화학이 농업 생산량을 좌지우지한다. 프랑스에선 밀 수확량이 유기농 여부에 따라 두 배까지 달라진다. 더욱이 농업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부정적 외부효과’를 수출해서는 안 된다. 수입콩이 원산지 국가에 사회적·환경적 폐해를 끼친다면 이 콩으로 만든 사료를 가축에게 먹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열대림을 갉아먹는 팜유를 수입해 만든 ‘바이오디젤’(콩기름 등 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만든 바이오연료 -편집자)도 생산 및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 프랑스 경제의 저탄소경제 전환 과정에서 농업의 식량 외 사용이 늘어나겠지만 삼림 공간은 보존해야 한다.
 
2016년 환경연구단체 솔라그로(Solagro)가 발표한 프랑스 농지환경 개선 시나리오 ‘아프테르(Afterres) 2050’에 따르면, 2050년 프랑스 농업 생산의 45%가 완전한 유기농업, 45%는 화학비료나 농약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인 친환경 농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결과는 프랑스 국민의 육류 소비량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가정을 전제로 했다. 축산업이야말로 엄청난 규모의 농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프테르 2050 식단’은 곡물·채소·과일을 더 많이 먹고 육류와 유제품 섭취는 2010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것을 권장한다.
 
아프테르 식단은 비만과 심혈관계 질환의 증가라는 국민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하천·토지·생물다양성의 파괴를 막는다. 길게 보면 먹거리 안보를 지키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프랑스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농업이 19.7%, 축산업이 9.4%를 차지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식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 농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현실적이지 않은 시나리오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195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프랑스 국민 대부분이 먹었던 식단이 바로 아프테르 식단이다.
 

‘우유 파동’ 피해간 유기농 농장
“유기농 전환 보조금이오? 말도 마세요. 올해 보조금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전부 소진된 상황이에요.” 스테파니 파조(45) 전국유기농연맹(FNAB) 대표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 점점 더 많은 농민이 유기농 전환을 시도하지만 정부 지원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20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파조 대표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남편과 내가 유기농을 시작할 때만 해도 주변에 유기농업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죠.”
 
파조는 농부인 아버지 덕분에 일찍부터 유기농업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1991년 아버지가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짓기로 결정했다. 이후 파조는 유기농업 꿈을 접은 적이 없다. 루앙 국립고등농업학교 졸업 논문 주제도 유기농업에서 동물 배설물 관리였다. 그가 남편 길랭을 만난 곳도 이 학교다. 남편은 루아르아틀랑티크 지방 부르네프엉레의 축산농가 출신자이며 당시엔 유기농보다 일반농업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1998년 파조와 길랭이 농장을 물려받았을 때, 파조는 남편을 설득해 유기농업을 시작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어요. 그나마 국립고등농업학교 엔지니어 출신이란 점이 은행 대출을 받는 데 도움이 되더군요.”
 
경지면적이 180ha(헥타르)에 이르는 농장에서 파조는 연간 우유 30만l를 생산하며 그중 절반은 현장에서 바로 가공된다. “노동 수요로 따지면 우리 농장은 전업 노동자 6명을 고용하는 셈이에요. 같은 규모의 기존 농가에서 한두 명 고용하는 현실과 비교하면 훨씬 더 많은 노동자에게 임금을 주죠.” 농장 경영자는 파조 부부와 시동생이다. 이들이 각각 매월 2천유로(약 250만원)를 자기 몫으로 가져간다. 또한 해마다 4주는 휴가를 떠난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삶이죠.”
 
최근 원유 쿼터제 폐지로 공급량이 급등해 원유 가격이 폭락하며 발생한 우유 파동도 파조의 농장은 피해갔다. “유기농 가격은 보통 높게 형성돼서 소득이 보장되죠.” 사실 많은 생산자가 유기농 전환을 원하는 이유도 높은 유기농 가격 때문이다. 이는 긍정적인 동시에 우려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순전히 재정적 이유로 급하게 유기농 전환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일반농업에서 한 실수를 유기농업에서 되풀이해서는 안 돼요.” 유기농 부문의 성장은 자율적 소규모 농장부터 대규모 유기농 기업까지 다양한 방식이 경쟁한다는 것을 뜻한다. 유기농 전환을 결정하기 전 여러 상황을 살펴 심사숙고해야 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6월호(제369호)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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