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 2017년
     
지역 농산물이냐 유기농이냐
[Cover Story] 농업의 미래, 유기농- ③ 풀어야 할 과제
[87호] 2017년 07월 01일 (토) 필리프 시바니자코 economyinsight@hani.co.kr

 지자체 지역주의 정책에 발목... 구내식당 등 판로 개척 땐 식품 대기업과 경쟁 불가피

프랑스의 일부 지자체가 관내 학교급식에 유기농 식단 도입을 지원하면서 유기농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지자체들의 유기농 급식 사업에 힘입어 단체급식 기관 가운데 유기농 식단을 제공하는 비율은 2006년 4%에서 2016년 58%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지자체 단체장의 지역 농산물 우대 정책이 유기농 확산을 막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유기농 업체들은 기업 구내식당 판로 확보를 타개책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식품 대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이제 유기농 업체는 전통 농업 생산자에 이어 대기업이라는 새로운 경쟁자와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필리프 시바니자코 Philippe Chibani-Jacquo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프랑스 지자체들이 유기농 학교급식을 지원한 덕분에 유기농 식단을 제공하는 급식 기관 비율이 2006년 4%에서 2016년 58%로 늘었다. 파리의 한 초등학교 급식 모습. REUTERS
 
오베르뉴주와 론알프주는 2008년 환경 관련 법 ‘그르넬법’이 도입되기 전부터 이미 관내 학교급식에 유기농 재료 사용을 권장해온 레지옹(région)이다.(레지옹은 프랑스의 광역 행정단위로, 정부는 2016년 1월1일 22개의 본토 레지옹을 13개로 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오베르뉴주와 론알프주가 오베르뉴론알프주로 통합됐다. -편집자) 당시 그르넬법은 2012년까지 학교급식을 포함한 구내식당의 유기농 재료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명시했다. 오베르뉴와 론알프는 2006년부터 유기농 급식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관내 학교 구내식당이 유기농 식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구매 대금을 주에서 지원해주고 여러 혜택도 제공한 것이다. 당시 프랑스 유기농업은 정체기로 생산량이 큰 변화 없이 지지부진했다.
 
외식산업에서 단체급식 부문은 연평균 매출이 36억유로(약 4조5천억원)에 이르는 시장이다. 규모로 따지면 일반 외식산업 못지않다. 그중 단체급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학교급식은 지자체에 의존하기 때문에 지역 유기농 산업 부문 전체에 일종의 지렛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실제 론알프의 유기농산물 생산량은 단연 타 지역을 압도한다. 론알프의 여러 지자체 가운데 특히 드롬은 프랑스 최초로 경작지 전체가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반면 오베르뉴의 유기농업은 주로 샤롤레나 살레 품종의 소 농가와 치즈 등 유제품 생산 농가에 집중돼 있다.
 
지자체의 유기농 학교급식 지원
학교급식은 예산이 매우 한정된 부문이다. 공공 재원 자체가 충분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모두 이용하도록 가격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 영양 균형과 보건위생 기준도 엄격해 오래전부터 학교급식 조리사는 식료품 회사가 제공하는, 사용이 간편한 유기농 재료를 선호했다.
 
2006년 론알프가 ‘우리 학교에서는 유기농 급식을 먹습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유기농 급식 프로그램을 도입한 지 10년이 지난 오늘날, 론알프 지역 고등학교의 40%가 유기농 급식을 실시한다. 주정부는 프로그램을 신청한 학교에 보조금을 주고, 해당 학교의 조리사와 재료 구매 담당자들은 유기농지역연합(Corabio)을 통해 필요한 교육과 지원을 받는다. 이 학교들은 급식 메뉴의 유기농 재료 비율을 9%까지 올렸는데, 그중 절반 정도가 지역 특산 유기농산물이었다. 오베르뉴의 유기농 급식 지원은 론알프보다 좀더 직접적이다. 재료별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같은 유기농이라도 육류나 치즈에는 가중치가 붙어 해당 재료를 사용하는 학교가 더 많은 보조금을 받았다. 오베르뉴의 단체급식 유기농산물 유통협력 플랫폼인 ‘오베르뉴 유기농 유통’(ABD·이하 오베르뉴유통)의 관리자 나탈리 카르토네가 말했다. “오베르뉴의 유기농 급식 지원 프로그램이 관리하기에는 다소 복잡했지만, 관내 학교가 유기농 재료 사용에 드는 추가 비용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오베르뉴유통은 관내 100여 곳에 이르는 유기농 농가와 가공업체의 생산물 상업화와 유통을 관리한다. 유기농 농가와 가공업체들은 공동협력회사를 구성해 생산과 경영의 효율화를 꾀했다. 오베르뉴유통은 이 분야의 선구자나 다름없다. 2007년부터 10여 개의 플랫폼이 차례로 등장해 지금은 주 전체를 담당하고 있다. 유기농 유통 플랫폼의 성장은 지자체의 의지가 반영되기도 했지만 영양 균형, 대규모 조리 같은 단체급식의 제약에 부응하면서도 대규모 집약 농업이 아닌 소규모 농업의 정신을 준수하는 지역 유기농의 생산라인을 구조화하는 데 기여했다.
 
예를 들어 오베르뉴유통은 위생 때문에 학교급식 메뉴에서 사라졌던 원유로 만든 치즈를 다시 메뉴에 포함하기로 결정한 학교를 여러 방면으로 지원했다. 그뿐만 아니라 리옴의 학교들이 지역 유기농 채소를 손질할 수 있도록 인력 증원과 설비 투자를 지원했다.
 
오베르뉴유통은 유기농 채소 생산자들이 대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구성하는 것도 도왔다. 또한 기존 식품 가공업체들이 유기농으로 전환하도록 설득했다. 대표 사례가 퓌드돔 지역 치즈 가공업체 ‘라메메’(La Mémée)다. 라메메는 앙베르산 치즈를 주력 상품으로 단체급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라메메는 이후 연 8% 성장률을 기록하며 순항을 거듭했고 2016년 매출액은 130만유로(약 16억4천만원)다.
 
현재 이 지역 유기농 업체들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2015년 말 행정 개편으로 통합된 오베르뉴론알프가 단체급식 지원 전략을 유기농산물에서 지역 농산물 위주로 재조정했다는 점이다. 로랑 보키 오베르뉴론알프 신임 주지사는 2017년 3월30일 ‘우리 고장 농산물을 식탁으로!’라는 슬로건을 건 새로운 급식 지원 사업을 제시하면서 2020년까지 관내 고등학교 급식 식재료의 60%를 지역 농산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의회 유기농업 분과 의원 도미니크 데스플라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주민들이 오베르뉴론알프산 농산물을 먹는 것이다. 지역 농산물 소비가 늘면 우리 주의 농업 다양성도 지킬 수 있다. 도대체 유기농 재료를 구한답시고 우크라이나에서까지 유기 농산물을 수입하는 상황이 말이 되는가?” 데스플라 의원은 지역의 생산 양식보다 지역 생산자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가공양식과 가공업자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유기농 여부보다 어디서 생산되고 가공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역 농산물 비중이 60%까지 늘면 기업들이 이 규모의 시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다농과 요플레가 지역 특화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유기농 생산자 조합은 식품 대기업이나 전통적인 농업 생산자들과 새롭게 경쟁할 것이다. 더욱이 사부아 지역 유기농협동조합 ‘라비오 디시’(La bio d’ici)의 관리자 크리스틴 비롱에 따르면 유기농 생산자는 인증마크 획득이 필수지만, 지역 농산물의 정의에는 명백히 이론의 여지가 있다. 해당 상품이 지역 기업이 생산한 것이든, 단순히 가공만 거친 것이든 주는 주대로, 그 아래 도(départment)는 도대로 고유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가 행정단위 통합으로 더 커졌기 때문에 경계 또한 더 확대됐다. 유기농지역연합의 단체급식 사업 담당자 마틸드 아자노의 설명이다. “학교급식에서 지역 농산물 수요가 가장 많고, 유기농산물의 수요 증가 추세가 한풀 꺾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 유기농산물’ 협동조합 플랫폼들의 매출액을 모두 합치면 매출액 증가율은 여전히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가 지역 농산물 우대 정책을 펴면서 유기농 업체들이 새로운 판로로 기업 구내식당을 공략하고 있다. 한 기업의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다. REUTERS
 
유기농의 또 다른 판로, 회사 구내식당
회사 구내식당은 몇 년 전부터 유기농산물의 또 다른 판로가 되고 있다. 직원들의 지역 유기농산물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급식보다는 뛰어들기 쉽지 않다. 학교 급식과 달리 회사 구내식당의 압도적 다수는 소덱소(Sodexo)나 엘리오르(Elior) 같은 대기업에 위탁해 운영된다. 그러나 유기농산물, 지역 농산물, 혹은 지역 유기농산물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이 기업들도 식자재 수급에 변화를 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 기업들이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지키려면 어쨌든 대응을 해야 한다. 소규모 지역 기업들이 회사 구내식당 사업 진출을 노리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지역 농산물 수급을 위해 유기농지역연합 같은 협동조합 플랫폼과 식자재 수급 계약을 맺고 있다. 협동조합 플랫폼이야말로 지역 유기농산물 제공을 보장하는 유일한 생산자조합이기 때문이다. 오베르뉴유통의 관리자 나탈리 카르토네는 “오베르뉴유통은 이미 3~4년 전부터 소덱소와 엘리오르에 소규모로 납품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기농지역연합의 마틸드 아자노에 따르면, 론 지방의 또 다른 플랫폼인 ‘비오아프로’(Bio A Pro)는 현재 매출액의 40%를 이들 기업 납품으로 얻고 있다. 식당 위탁운영 업체 엘리오르의 지역구매팀장 장필리프 가조는 비오아프로와 공동으로 채소 수급 시스템을 도입해 파종 순간부터 필요량을 예측한다고 했다. 가조에 따르면, 농산물 수급 방식이 변하고 기업들도 지역 생산자와 점점 더 많이 소통한다. 엘리오르는 전국적으로 새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고 있다. 2017년 봄 이블린 지역에 문을 연 유기농 채소 가게가 한 예다. 이 가게는 프랑스 철도회사 구내식당 유기농 채소 납품을 담당할 것이다.
 
오베르뉴론알프는 8년 만에 유기농 경작지 면적이 두 배나 증가해 12만6천ha(헥타르)에 이른다. 유기농 영농가구 수도 4200가구가 넘는다. 현재 이 지역은 경작지 규모로 보나 영농가구 수로 보나 프랑스에서 유기농업이 두 번째로 활발하다. 또한 소비자의 유기농산물 수요가 계속 늘면서 새로운 형태의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로랑 보키 주지사의 ‘지역 우선 전략’은 이 지역의 유기농업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
 

유기농 먹어야 일도 잘한다?
2011년 그르노블에선 유기농지역연합(Corabio), 식품지역국, 단체급식부문노조와 프랑스 원자력청(CEA) 그르노블 지사, 프랑스 석유연구소, 통신기업 오랑주, 유통기업 카지노(Casino) 같은 5개 대기업이 ‘지역 유기농산물을 구내식당으로!’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회사 구내식당에서 식자재로 사용될 지역 유기농산물 수급을 위해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돕자는 취지였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브뤼노 르나르 원자력청 사회적 책임팀장은 프로젝트 추진 이유를 이렇게 한마디로 말했다. “직원들이 좋은 음식을 먹으면 일도 잘할 것이다.”
 
5년이 지난 2016년, 프로젝트의 연간 예산 9500만유로(약 1200억원) 중 150만유로(약 19억원)가 총 22곳의 구내식당이 지역 유기농산물을 구매하는 데 쓰였다. 그사이 지자체·기관 간 협회가 창설됐다. 이들 기업과 지자체는 엘리오르·소덱소 같은 주요 구내식당 위탁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일종의 참여헌장을 발표하고 발주자 클럽을 구성했다.
 
2017년 프랑스 전국유기농연맹(FNAB)은 ‘지역 유기농산물을 구내식당으로!’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했다. 연맹은 4월27일 오랑주가 기업 중 처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전국에 확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유기농연맹과 오랑주는 2017년 우선 수도권 일대인 일드프랑스에서 17개 시범 구내식당을 선정해 지역 유기농산물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이어 오랑주그룹의 138개 구내식당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138개 구내식당에선 매일 1100만 명의 식사를 준비한다.
 
프랑스 학교 75%가 유기농 식단 제공
학교급식, 회사·병원 구내식당 등 단체급식 기관 중 유기농 식단을 제공하는 곳은 2006년 4%에서 2016년 58%로 10년 만에 크게 늘었다. 그중 학교급식은 압도적 비중을 자랑한다. 전체 학교의 75%에서 유기농 식단을 제공한다. 또 59%의 회사 구내식당과 25%의 의료·사회 시설 구내식당에서 유기농 식단을 제공한다. 2015년 단체급식 부문은 총 2억2500만유로(약 2850억원)에 해당하는 유기농산물을 구매했다. 유기농 시장 규모가 70억유로(약 8조8500억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기농 시장에서 단체급식 부문의 비중은 크지 않다. 즉, 많은 구내식당이 연간 몇 번의 식사 메뉴에 사용될 몇 가지 유기 농 식재료를 구입하는 정도다.
 
학교급식용 유기농산물 구매는 10년 동안 크게 늘었다. 그러나 학교급식 메뉴에서 유기농산물 비중은 여전히 매우 낮다. 실제 유기농산물 비중은 2008년 0.6%에서 2015년 3.2%로 증가했을 뿐이다. 그래도 유기농산물 수요는 매우 높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학교 구성원의 88%, 병원 구성원의 75%, 직장인의 73%가 ‘급식이나 구내식당에서 유기농 식단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단체급식의 유기농산물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샤를빌메지에르, 생테티엔, 무앙사르투 같은 몇몇 도시는 유기농 비중 100%를 목표로 식단 도입에 매진한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생테티엔시는 유기농 100%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지역 농산물 비중 100%’로 목표를 바꿨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6월호(제369호)
번역 박현준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서울특별시 마포구 공덕동 116-25 한겨레신문사 4층 | 대표자명 : 양상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기섭 | 사업자번호 : 105-81-50594
구독신청·변경·문의 : 1566-9595 | 기사문의 : 02-710-0591~2 | FAX : 02-710-0555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