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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산물 신뢰·품질 저하 위험
[Cover Story] 농업의 미래, 유기농- ② 공인인증 기준 완화 논란
[87호] 2017년 07월 01일 (토) 베네딕트 바이스 economyinsight@hani.co.kr

EU의 현장 감사 완화 시도에 프랑스 정부, 농민, 유기농연맹 모두 반대... 민간 기준이 되레 엄격

유럽연합(EU) 지역 유기농산물은 EU의 유기농 인증제도에 따라 ‘유로리프’(Euro Leaf) 인증마크를 획득해야 한다. EU는 유로리프에 살충제·항생제 사용 금지, 유전자 조작 종자 사용 금지 등 엄격한 규칙을 적용한다. 최근 유로리프는 민간기관 유기농 인증마크의 도전에 직면했다. 민간 인증마크가 더 엄격한 조건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EU가 조건이 완화된 새로운 유기농 인증 규정을 추진해 유로리프의 신뢰성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유기농 업계에선 기준 완화가 유기농산물의 신뢰와 품질 저하를 촉발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베네딕트 바이스 Bénédicte Weiss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유럽연합(EU)이 유기농 인증 규정을 완화하려 해, 업계가 유기농산물 품질 저하를 걱정하고 있다. 프랑스 농림수산부의 유기농 인증마크 ‘AB’(위쪽)와 유럽연합의 ‘유로리프’. REUTERS
 
프랑스 소비자 대부분은 프랑스 농림수산부의 유기농 인증마크 ‘AB’(Agriculture Biologique)를 보고 유기농 상품을 구별한다. 그러나 AB마크는 현재 명맥만 남았을 뿐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다. 2009년 이후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유기농 적용 기준을 정해 새로운 인증마크를 모든 회원국에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바로 잎사귀 모양 때문에 ‘유로리프’(Euro Leaf)라고 불리는 EU 유기농 인증마크다.
 
EU 당국은 유로리프 마크에 엄격한 규칙을 적용한다. 살충제 사용 금지, 유전자조작 종자 사용 금지, 천적을 활용한 작물 보호, 항생제 사용 제한, 유기농 사료 사용 등이 있다. 축산농가가 유로리프 인증을 받으려면 유기농 사료를 먹여야 하고 소·돼지 등은 목초지와 야외 공간에 주기적으로 내보내야 한다. 가금류는 우리에 가둬 키우면 안 된다.
 
프랑스 농산물 생산자와 가공업자가 유로리프 인증을 받으려면 프랑스 유기농식품청(Agence Bio)에 등록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부가 인정한 9개 인증기관 중 한 곳과 협약을 맺어야 한다. 9개 인증기관은 프랑스 국립 원산지·품질 연구소(INAO)의 승인을 받은 기관이고 관리는 프랑스 인증위원회가 한다. 대표적 인증기관으로 3만2300명의 프랑스 유기농 생산자 중 2만 명을 관리하는 ‘에코세르 프랑스’(Ecocert France)와 8천 명을 관리하는 ‘베리타스 세르티피카시옹 프랑스’(Veritas Certification France) 등이 있다. 인증기관은 유기농 인증 생산자와 가공업자가 협약상 규칙을 잘 준수하는지 감시해야 한다. 즉, 인증기관은 해당 생산자와 가공업자를 매년 방문해 회계감사를 해야 한다. 회계감사의 목적은 비료 등 투입재의 구매 이력을 살피는 것이다. 그리고 경작지를 방문해 감사 결과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인증기관은 유기농 경작지를 사전 예고 없이 방문해 감사하고 성분 추출을 요구할 수 있다. 인증기관 세르티(Certis)의 대표 뱅상 쿠에펠은 경작지별 이력에 기초한 위험 분석을 통해 생산자 방문 비율을 다르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모든 유기농 인증 생산자가 추가 방문 대상은 아니다. 2015년에는 유기농 인증 생산자 중 5.9%만 성분 추출 감사 대상이었다.
 
유기농산물 6%에서 금지 농약 발견
원산지·품질 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인증기관이 감사를 실시한 6만5891건 가운데 4235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돼, 위반 정도에 따라 인증등급 하향 조정부터 인증마크 회수까지 여러 제재를 받았다. 프랑스 재정경제부 산하 ‘경쟁·소비·부정방지국’(DGCCRF)도 따로 표본조사를 해 감사한다. 부정방지국은 감사 대상 업체 중 14.3%에서 부정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제품에 유기농 인증마크나 유기농 제품이란 언급이 있는데도 해당 제품 생산자가 유기농 인증기관에 등록하지 않은 경우가 전체의 33%가 넘을 정도로 많았다. 부정방지국은 성분 분석을 의뢰한 표본의 6%에서 금지 농약 잔여물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EU 유기농 인증기준이 충분히 엄격하지 않다보니, 비오코에랑스(Bio Cohérence), 데메테르(Demeter), 비오파르트네르(Bio Partenaire)처럼 좀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민간 유기농 인증마크가 등장했다. 대부분의 민간 유기농 인증기관들은 기존 유럽 인증기준에 해당 기관만의 기준을 추가해 인증마크를 부여 한다. 따라서 이들 기관에 가입한 유기농 생산자는 유로리프 인증을 받는 동시에 해당 기관의 인증마크도 받는다.
 
프랑스 전역에서 약 400가구의 포도 재배 농가를 회원으로 거느린 데메테르를 보자. 이 기관은 생명공학농업(Biodynamic Farming·생물공학을 이용해 생명체의 유기적 역학관계를 조성해 생명력을 북돋는 생산 방법으로, 유기농법보다 한 단계 나아간 방식이란 평을 받는다 -편집자)을 권장하는데, 포도주 양조 부문의 EU 유기농 인증기준을 충족하는 농산물 30여 종을 금지한다. 2009년 프랑스 전국유기농연맹(FNAB)이 주도해 탄생한 비오코에랑스는 농장 근처의 모든 오염 유발 기반시설 신고와 노동권 준수를 인증기준으로 요구한다. 또한 파견노동자를 고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사실 유로리프 마크는 인증기준이 지나치게 기술적이고 환경 측면에만 한정돼 농업 생산의 사회적 측면을 배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프랑스 유기농의 선구자인 나튀르&프로그레(Nature & Progrés)는 1964년 창립 이후 1천여 명의 유기농 생산자가 가입했는데, 가입 조건으로 공인인증마크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회원의 절반은 공인인증마크를 보유했다. 이들이 공인인증마크를 보유한 이유는 EU 보조금을 받기 때문이다. 이 단체 인증을 받은 회원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수평적 관계를 강조한다. 인증 부여와 감사도 ‘참여보증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다. 먼저 나튀르&프로그레 지역 위원회가 전문가 1명과 소비자 1명이 짝을 이룬 감사팀을 임명한다. 지역 위원회도 전문가와 소비자로 구성된다. 감사팀은 인증기준 교육을 받은 다음 농가를 방문하고 조사보고서를 작성한다. 보고서는 나튀르&프로그레 직원들로 구성된 인증마크 관리팀이 받는다.
 
이 경우 공정성 시비가 발생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나튀르&프로그레의 엘리안 앙글라레 대표는 “작업 공정 참여자의 역할 분담이 잘돼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약용식물 생산자 단체인 생약조합도 비슷한 방식으로 해마다 인증기준 준수 관련 동료 평가(Peer Review)를 실시한다.
 
   
프랑스 파리의 한 농산물 가게 점원이 민간기관의 유기농 인증마크를 가리키고 있다. 프랑스 민간 인증마크는 유럽연합 공인인증마크보다 더 조건이 까다롭다. REUTERS
 
유기농 인증 규정 완화의 위험
2014년 EU 집행위원회가 제시하고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가 수정 제안한 새로운 유럽 유기농 인증 규정이 현재 최종 도입 여부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의견이 갈리는 핵심 사항 중 하나는 새 규정이 인증기관의 연례 감사 시행 의무를 완화한다는 점이다. 새 규정에 따르면 인증기관은 자체 위험분석 결과에 따라 방문 횟수를 조정한다. 그런데 연례감사규정 완화는 프랑스 당국이나 농민, 프랑스유기농연맹 모두 반대하는 사항이다. 연례감사는 일반 소비자가 공인 유기농 인증마크를 신뢰할 수 있는 보장 장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례감사는 농산물 생산주기에도 부합한다.
 
또 다른 쟁점 사항은, 새 규정이 우연히 농약 오염이 발생한 경우에도 인증 취소를 규정한다는 것이다. 일반농업과 유기농업의 비중을 고려할 때, 프랑스 유기농 업계는 현재의 오염 예방 수단 규정 유지를 선호한다. 현 규정은 농약 오염이 우연히 발생하면 생산자를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사전에 농약 오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 수단 강구를 의무 사항으로 규정한다. 토양을 이용하지 않는 수경재배(양액재배) 금지 조항 유지도 논쟁의 소지가 있다.
 
유기농 업계에선 기준 완화가 유기농산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결국엔 유기농 품질도 낮아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프랑스 국립농학연구소 연구원 토마 포메옹에 따르면, 기준이 완화되면 민간 유기농 인증마크는 지금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최고 품질 상품에만 인증마크를 부여함으로써 공인 인증마크와 더욱 거리를 두는 차별화 전략을 택할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6월호(제369호)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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