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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는 세계의 획일화가 아니다”
[Cover Story] 저물어가는 세계화- ② 장프랑수아 바야르 프랑스 국립학술원 연구팀장 인터뷰
[82호] 2017년 02월 01일 (수) 크리스티앙 샤바뉴 economyinsight@hani.co.kr

자본주의의 세계적 보급은 곧 각국 경제의 획일화로 이어지는가. 비교정치학 전문가인 장프랑수아 바야르(Jean-François Bayart·67) 프랑스 국립학술원(CNRS) 연구팀장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세계화처럼 어떤 특정 모델이 보편화하는 과정에서는 ‘차이의 재창조’가 불가피하다는 것, 다시 말해 보편화는 언제나 특수화를 거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 “즉각적 이미지 전송이 가능하고 사용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새로 고침’을 누르게 하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모두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착각 속에 산다”고 말한다. 바야르는 “지역, 국가, 세계 간에 제로섬게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세계가 획일화한다는 편협한 시각을 거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크리스티앙 샤바뉴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비교정치학 전문가인 장프랑수아 바야르(67) 프랑스 국립학술원(CNRS) 연구팀장은 “지역, 국가, 세계 간에 제로섬게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세계가 획일화한다는 시각을 거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키피디아 제공
 
자본주의의 세계적 보급이란 결국 각국 경제의 획일화로 나타나지 않나.
우리는 흔히 자본주의 경제가 세계화하면 문화도 획일화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성급한 판단이다. 여기서 ‘획일화’는 일종의 ‘미국화’ 또는 미국화는 아니어도 어쨌든 세계의 ‘서구화’를 뜻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획일화가 없다는 것이 세계화의 이질성을 드러낸다고 본다. 다시 말해 경제나 문화 현상의 전 지구적 보급은 인류학자 제임스 클리퍼드의 표현대로 ‘차이의 재창조’를 불가피하게 수반한다.
 
차이의 재창조는 특히 문화 영역에서 뚜렷하다. 아시아와 미국의 맥도널드 매장을 비교한 매우 흥미로운 비교인류학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인이 맥도널드 매장을 이용하는 방식은 미국식과 전혀 다르다. 예로 중국 맥도널드에서도 음식은 매우 빨리 나오지만 사람들은 빨리 나온 음식을 천천히 먹는다. 즉, 중국인들이 맥도널드에 가는 이유가 패스트푸드를 빨리 해치우려는 게 아니란 뜻이다. 그들은 일단 화장실이 깨끗해서 맥도널드에 간다. 또한 여성들은 수다를 떨기 위해 가고, 엄마는 맥도널드에서 아이의 생일파티를 연다. 젊은이는 데이트하러 간다. 물론 데이트 장소가 서양식인 만큼 서구 규칙을 따름과 동시에 매우 ‘중국적’ 규칙도 따른다.
 
예를 들어 당신이 여자친구와 전통 중국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면 예상치 못한 지출을 감수할 수도 있다. 옆 테이블에서 상어지느러미 요리 같은 비싼 것을 주문하면, 당신은 여자친구 앞에서 멋진 남자로 보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옆 테이블 남자와 상징적인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반면 당신이 여자친구와 맥도널드에 앉아 있다면, 여자친구가 먹는 걸 좋아해 설령 ‘빅맥’을 시키더라도 그다지 재정적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다.
 
경제 분야도 원리는 비슷하다. 어떤 규범이 보급된다.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훌륭한 관리 방식) 같은 금융 규범이 보급된다고 가정하자. 각국이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각국 정치체제와 국민경제를 통제하는 사회 지배층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서로 다른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연구 중 하나가 모하메드 토지(Mohamed Tozy)와 베아트리스 히부(Bétrice Hibou)의 모로코 이동통신사업 자유화 연구이다. 모로코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을 국제 표준에 맞추고, 민간 사업자가 통신망을 부여받은 덕분에 얻게 되는 막대한 금융 이익을 제대로 관리하도록 감시한다는 미명 아래 이동통신 시장을 자유화했다. 이동통신 자유화 정책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으니, 바로 국왕이 정부 예산에 포함되지 않는 군자금을 직접 확보하게 된 것이다.
 
정의상 어떤 모델의 보편화란 언제나 그 모델의 재창조로 나타난다. 이 사실을 깨닫기 위해 굳이 지중해를 건너 모로코까지 갈 필요도 없다. 서구 민주주의는 나라별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며,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고유한 역사성을 지닌다. 심지어 프랑스와 독일만 보더라도 국가와 민주주의 인식이 서로 다르다. 보편화란 언제나 특수화를 거친다.
 
   
 
 
우리 모두 같은 세계적 시간을, 같은 세계적 사건에 부분적으로 집중하며 살고 있지 않나.
정보통신기술, 텔레비전, 휴대전화, 특히 즉각적 이미지 전송이 가능하고 사용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새로 고침’을 누르게 하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모두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착각 속에 산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듯하다. 사실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에 살고 있다. 역사는 우리의 정치의식 속에 놀라울 정도로 뚜렷하게 각인돼 이어진다. 몇 년 전 프랑스 북부 솜에 큰 홍수가 났다. 당시 강이 범람했는데 정부가 센강의 물을 솜으로 방출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지역 전체로 퍼졌다. 사회학자들은 역사학자의 도움을 받아 도대체 이런 소문이 어디서 온 건지 조사했다. 연구에 따르면, 1918년 4년간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중앙정부가 전후 재건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솜 지역 주민들은 중앙정부에 대한 원망을 키울 수밖에 없었고, 이 원망이 발현된 것이 센강 방출 루머였다. 이처럼 프랑스같이 합리적이고 현대적이며 산업이 발전한 나라에서도 역사는 여전히 선명한 족적을 자랑한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가 마찬가지다. 더구나 2016년 한 해 동안 제1차 세계대전, 아르메니아인 학살, 유대인 학살 추모 등 얼마나 많은 기념 열풍이 불었나. 우리는 과거에 얽매여 있으며, 과거는 우리가 누구인지에 따라 극과 극으로 달라진다. 터키인과 아르메니아인은 1915년 아르메니아인 학살 사건을 역사적으로 동일하게 기억하지 않는다. 아니, 이건 많이 순화해서 하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알제리 전쟁을 알제리와 프랑스가 동일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정보통신기술은 이런 기억의 차별화를 넘어 시간 인식의 차별화를 낳는 데 기여한다. 열두 번째 이맘(무슬림 성직자)이 돌아와 종말을 선포하고 천년 왕국을 세울 것이라는 기대 속에 살아가는 이슬람 시아파는 스마트폰, 인터넷, 텔레비전을 활용해 자신들의 신념과 시간 인식을 전파한다. 미국 월스트리트나 영국 런던시티의 금융가들은 시간을 금융 측면에서 인식할 테지만, 시아파는 시간을 기독교 종말론의 한 갈래인 천년지복설의 시각에서 인식한다. 나는 세계적 시간에 대해 엄청나게 다양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인식의 차이는 서로 중첩되고 교차된다. 비록 우리가 실제 같은 이미지를 볼 수 있다 해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 동일한 시간을 살아간다고 간주하는 것은 착각이다.
 
우리가 월드컵 축구 같은 동일한 이미지를 본다는 사실 자체가 해당 이미지를 동일하게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브라질 시청자와 독일 시청자는 동일한 방송국에서 생중계되는 동일한 경기를 보더라도 동일한 방식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두 나라 관중은 축구 경기 전·후반 90분을 동일한 방식으로 살지 않을 것이다. 세계화가 그렇듯이 세계적 시간도 근본적으로 이질적이라고 생각한다.
 
두바이의 이란 식당에는 일반적으로 여러 종류의 괘종시계가 있다. 하나는 두바이 시간을 보여주는 시계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간을 보여준다. 굳이 로스앤젤레스 시간을 보여주는 시계를 두는 이유는, 미국 거주 이란인이 주로 캘리포니아에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시계는 일본 도쿄 시간을 보여준다. 많은 이란인이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이주한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은 무비자 여행이 가능한 국가였다. 네 번째는 라르(Lar) 시간을 보여주는 시계인데, 두바이 거주 이란인 중 상당수가 이란 중소도시 라르 출신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 시계 컬렉션이야말로 지역, 국가, 세계 간에 제로섬게임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잘 보여주는 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1월호(제364호)
Mondialisation ne signifie pas uniformisation du monde
번역 민지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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