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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끊기고 가격 뚝… 얼어붙은 부동산
[국내이슈]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 전망은
[80호] 2016년 12월 01일 (목) 송학주 hakju@mt.co.kr
강남권 재건축 가격 내림세로 전환, 대출 금리도 빠르게 상승 추가 조정 불가피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을 기점으로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상 과열의 진원지로 지목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매매가가 내림세로 돌아섰고 부동산 대출 금리도 빠르게 상승하며 거래를 옥죄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국내외 정치 혼란 등 불확실성 속에 한동안 부동산시장이 거래 감소와 함께 조정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학주 <머니투데이> 부동산부 기자
 
박근혜 정부가 2013년 2월 출범 이후 3년9개월 만에 처음으로 강력한 규제를 담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이른바 ‘11·3 대책’으로, 정식 명칭은 ‘실수요 중심의 시장 형성을 통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 방안’이다. 앞서 내놓은 13번의 부동산 대책은 규제를 풀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번 대책은 분양시장을 규제해 투기 수요를 막고 실수요자에게 당첨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최근 부동산시장이 너무 과열됐다는 방증이다.
 
대책의 주된 내용은 과열이 심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해 전매제한, 청약자격 등을 강화하는 것이다. 조정대상지역으로는 서울 25개 구, 경기도와 부산 중 일부 지역, 세종시 등이 지정됐다. 과열 정도에 따라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경기도 과천시는 전매제한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소유권이전 등기 때까지로, 강남 4구를 제외한 21개 자치구와 성남시는 기존 6개월에서 1년6개월로 늘렸다. 경기도 남양주·고양·하남시 등 공공택지지구의 전매제한 기간은 기존 1년에서 소유권이전 등기 때까지로 바뀌었다. 조정대상지역에선 1순위 자격 요건도 강화됐다. 세대주가 아닌 사람, 5년 이내 다른 주택에 당첨된 이의 세대에 속한 사람, 2주택 이상을 소유한 세대에 속한 사람 등은 과밀억제권역(수도권 주요 지역) 여부와 청약 주택 면적에 따라 1~5년 동안 1순위에서 제외된다.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전매나 ‘떴다방’ 등은 차치하고라도 원칙적으로 투기 수요가 시들해질 수밖에 없는 강력한 규제다.
 
결국 11·3 대책을 기점으로 부동산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대책 발표 이후 3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주춤하면서 전체 아파트 매매가 오름세도 한풀 꺾였다. 대책 발표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양새다. 이런 심리적 요소가 작용했는지 거래도 한산하다. 부동산업계는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0~20% 줄어들 것으로 본다. 거래량은 가격보다 앞서 움직이는 지표다.
 
   
▲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3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시장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 연합뉴스
 
강남 재건축 1억~2억원씩 빠져
 
무엇보다 투자 수요와 직결되는 부동산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추가 거래 감소가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어느새 4% 후반대(이하 5년 고정금리 상품 기준)까지 상승했다.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9월 말 4.17%에서 11월 4.81%로 뛰었고,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4.19%에서 4.76%로 올랐다. 이 밖에 KB국민은행(4.12→4.69%), 우리은행 (4.21→4.61%)까지 시중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데다 겨울철 비수기로 접어드는 만큼 부동산시장이 연말로 갈수록 더욱 위축될 것으로 내다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시장에 호재는 없고 악재투성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가격이 1억~2억원씩 빠지는 등 이른바 부동산시장의 선두주자들이 약세로 접어들었다”며 “한동안 거래 감소와 가격 하락이 동반되는 시장 침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상황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2006년과 비슷한 측면이 있어 ‘10년 주기설’도 제기된다. 2000년대 초 미국이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등으로 자국 경기가 나빠지자 경기부양책으로 초저금리 정책을 펴면서 주택대출 금리는 인하됐고 부동산값은 폭등하기 시작했다. 한국 역시 이에 편승해 2006~2007년 주택가격이 급등했다. 건설사들이 이에 발맞춰 분양 물량을 쏟아낸 것도 이때다. 하지만 2004년 미국이 저금리 정책을 종료하면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고 저소득층 대출자들은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게 된다. 금융기관들은 대출금 회수불능 사태에 빠지게 돼 손실이 발생했고 결국 대형 금융사와 증권회사가 줄줄이 파산했다. 이것이 세계적인 신용경색을 가져왔고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줘 세계경제에 타격을 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이 영향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고 2009년부터 한국 부동산 경기도 침체기에 접어들어 집값이 폭락했다.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경기 부양을 위해 대대적인 ‘돈 풀기’에 나섰던 미국이 돈줄을 조일 채비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한국 경제를 견인했던 수출 대기업 주도 성장은 세계 교역량이 감소하면서 되레 짐이 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2011년 8월 경기순환에서 정점을 찍은 뒤 5년 넘게 경기 수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 29개월간 경기 수축이 이어진 것보다 훨씬 길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유동성을 위축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결국 한국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빚내어 집을 산 사람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17년부터 ‘입주 폭탄’ 우려
 
더 큰 문제는 부동산시장 활황에 힘입어 급증한 아파트 분양 물량이 완공 시점인 2017년부터 ‘입주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을 비롯해 대구·경북·충남 등은 2017년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 집값 하락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급량이 과도하게 늘면 시세 하락, 하우스푸어(집을 갖고 있지만 대출이자 부담으로 빈곤하게 사는 사람)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부동산114의 ‘연간 아파트 입주 물량’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입주 예정인 아파트 물량은 28만6026가구로 올해 입주 물량(25만6898가구)보다 11.3% 늘어난다. 이는 2010년(29만8739가구) 이후 최대 물량이다. 아직 분양되지 않은 아파트까지 합하면 물량은 더 많아진다. 특히 지난 3년간(2012~2014년) 입주 물량과 앞으로 3년간(2015~2017년) 입주 물량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 앞으로 3년간 입주할 아파트 물량은 80만8328가구로 지난 3년(63만4288가구)에 비해 27.4%나 늘어난다.
 
건설업체들이 ‘분양 열기가 뜨거울 때 물량을 빨리 털어내야 한다’는 판단에 최근 급격히 ‘밀어내기’를 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과잉 공급으로 3년 정도 지나 일부 지역에선 미분양이 속출하고 집값이 하락하는 등 다시 주택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건설업체들이 한꺼번에 분양에 나서면서 입주 시기가 겹친다”며 “입주 물량이 많으면 집값이 하락하거나 잔금 납부 포기자가 나오는 등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사후약방문’ 식의 때늦은 11·3 대책까지 겹쳐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 여건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공급과잉에 따른 입주 대란이 집값 폭락과 하우스푸어 양산 등의 후유증으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00년 이후 최대 물량이 공급되면서 지역에 따라선 전매가 안 되고 기존 집이 팔리지 않는 등 입주자의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올해 물량까지 합하면 일종의 공급과잉 쇼크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국내외 정치가 혼란을 이어가면서 당분간 부동산시장이 조정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반면 아직은 공급과잉으로 단정하긴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최근 공급 물량이 늘긴 했지만 2008년 이후 4~5년 동안 공급이 확 줄었던 걸 감안하면 2008년의 악몽이 되풀이될 정도의 과잉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 2008년 이후 입주 물량을 살펴보면 △2009년 28만4946가구 △2010년 29만8436가구 △2011년 21만5960가구 △2012년 17만8768가구 △2013년 19만5949가구 등으로 급감했다. 게다가 2015년 정부가 2017년까지 신도시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2017년부터 대규모 택지 공급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매매가격은 수요·공급뿐 아니라 미래 가치도 반영하기 때문에 입주 물량만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 단정짓기 어렵다”며 “실제 입주 대란 여부는 앞으로 금리와 중국발 경제위기, 국내 경제 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위기감과 달리 정부의 인식은 낙관적인 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016년 11월7일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한국 경제 상황을 “여리박빙(엷은 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이 위태한 상황)”이라고 표현하면서도 “한국 경제는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자체가 붕괴됐던 1997년의 위기나, 외환 부문의 취약성이 두드러졌던 2008년 위기 상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가 심리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큼 정부로서는 가급적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려 하겠지만, 그럼에도 현실 인식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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