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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세입자 15%, 주거비에 허리 휜다
주거 안정 해법을 찾아라- ③ OECD 회원국 주거 실태
[79호] 2016년 11월 01일 (화) 신기섭 marishin@hani.co.kr

저소득층 39% 과도한 집세에 허덕여… 대부분의 나라 집값 금융위기 이전 수준 회복

서민들이 집값 부담에 시달리는 건 어디나 비슷하다. 2007~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떨어진 집값이 거의 이전 수준을 회복한 가운데 각국의 서민층은 점점 커지는 주거비에 고통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세입자의 15%는 소득의 40% 이상을 주거비로 쓰고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쥐꼬리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예산 지원이 많고 주택조합제도를 통한 주거 안정을 이룬 네덜란드가 눈길을 끈다. 이 나라 인구의 43%가 공적 주거비 지원을 받고 있다.

신기섭 편집장
 
서민들이 집값 부담에 시달리는 것은 프랑스 등 일부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나라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다수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이 기구가 2016년 2월에 내놓은 ‘질 좋고 값 적당한 주거 촉진 정책’ 보고서는 대다수 회원국의 많은 가구가 높은 집값에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입자의 15%, 빚내어 집을 산 가구의 10% 정도가 가처분소득의 40% 이상을 집세나 부채 상환에 쓰는 걸로 분석됐다. 특히 저소득층의 부담이 아주 컸다. 가처분소득의 40% 이상을 주거비로 쓰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구가 전체의 39%에 달했다. 게다가 저소득층의 15%는 적절한 주거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비좁게 산다. 실내 화장실이 없는 집에서 사는 가구 비율도 14.3%에 이른다고 보고서가 밝혔다. 여기에 우범 지역이거나 환경오염이 심한 곳에 사는 고통까지 따른다.
 
민간주택 세입자 가운데 가처분소득의 40% 이상을 주거비로 쓰는 비율은 스페인이 가장 높아서 전체 세입자의 35%가 넘고, 노르웨이나 미국도 25% 이상이 과도한 집세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스, 영국, 캐나다도 비싼 집세로 시달리는 가구가 많은 나라다. 임대료 부담이 낮은 회원국으로는 헝가리, 멕시코, 독일,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자료가 없다.)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이들의 임대료 부담은 훨씬 낮지만 스웨덴이나 체코, 핀란드는 소득에 비해 과도한 집세에 시달리는 가구의 비중이 민간주택 세입자와 별 차이가 없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의 주택 구입 지원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 네덜란드가 2012~2013년 기준 국내총생산의 2.3%에 해당하는 예산을 쓰고 있을 뿐 나머지 나라 대부분은 지원액이 0.2%도 안 된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이 0.6% 이상을 쓰고 칠레, 룩셈부르크, 미국은 0.4% 이상을 쓰는 나라다. 주택 구입 지원에 더 인색한 나라로는 독일, 헝가리, 이스라엘, 라트비아 등을 꼽을 수 있다. (회원국 중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한국, 스웨덴, 스위스는 자료가 없다.)
 
   
▲ 자료: 국제결제은행, 기준: 2010년=100
 
   
▲ 자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비교보다 각국의 연도별 변화가 더 중요함.
 
집값 상승으로 고통 가중
정부의 지원이 월등한 네덜란드는 주택조합 등 공적 기관을 통한 주거 지원 제도가 뿌리 깊은 나라라고 보고서가 소개했다. 1901년 주택법을 제정해 정부기관이 아닌 조직을 통한 주거 지원을 제도화한 이 나라는, 1990년대 초 전체 주택의 40%에 지원 혜택을 주는 정도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때부터 공공부문의 개입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돌렸다. 이 때문에 주택조합은 공적 기관에서 독립 민간기관으로 성격을 바꾸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공주택 지원이 잘 이뤄져, 2014년 기준 월세 699유로(당시 환율로 약 100만원) 이하 주택은 공공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지원을 받으며 사는 인구가 전체의 43%에 이른다고 정책 보고서가 소개했다. 네덜란드 공공주택의 근간을 이루는 주택조합들은 신규 주택 건설이나 도시 재개발 등에서도 많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 경영 부실과 비리로 위기를 맞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규제·감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국 서민의 주거 불안정을 가중하는 것 하나가 최근의 집값 상승 추세다. 전세계 집값은 2007~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꽤 떨어졌는데 최근에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16년 8월 내놓은 ‘2016년 1분기 기준 세계 주거용 부동산 가격’ 보고서를 보면, 주요 선진국의 집값이 한 해 전에 비해 4% 정도 올랐다. 보고서는 2016년 초 선진국 집값이 금융위기가 터진 2007년 말 가격의 95.5%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밝혔다. 선진국 가운데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은 유럽연합 회원국 중 유로 사용권으로 현재 시세가 2007년 말의 90%에 못 미친다.
 
개도국의 집값은 최근에 대체로 떨어지는 추세다. 하락률로는 라틴아메리카가 가장 커서, 2015년에 비해 5.9% 떨어진 걸로 집계됐다. 2007년 말과 비교할 때 가장 집값이 낮은 지역은 유로를 쓰지 않는 중·동부 유럽이다. 현재 집값 시세가 9년 전의 73%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개별 국가 상황을 보면 러시아의 주거용 집값이 2015년에 비해 13% 떨어졌고, 브라질에선 하락률이 17%에 달한다. 중국 70개 도시 평균치 집값과 인도 집값은 한 해 전과 거의 변동 없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유한 나라들 가운데 집값이 최근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곳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캐나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을 꼽을 수 있다. 2016년 6월에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 경제 전망’을 보면, 이 다섯 나라는 ‘임대료 대비 집값 비율’(연임대료에 견준 집값)이나 ‘소득 대비 집값 비율’(연소득에 견준 집값)이 장기 평균치에 비해 아주 높다. 임대료 대비 집값의 장기 평균치를 100으로 할 때, 캐나다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34.8에서 2015년 168.9까지 올랐다. 20년 전인 1996년에는 이 수치가 80.6에 그쳤다. 노르웨이는 같은 기간 136.6에서 165.8로 올라, 20년 전보다 95포인트 높은 수준을 보였다. 스웨덴은 163.8, 뉴질랜드는 179.5, 오스트레일리아는 155.4로 각각 2009년에 비해 20~40포인트씩 상승했다. 이 나라들은 연소득에 견준 집값 비율도 다른 회원국들에 비해 빠르게 상승했다.
 
나머지 회원국 대부분은 임대료 또는 소득에 견준 집값 비율이 2009년과 큰 차이가 없으며, 최근 몇 년 사이 경제가 흔들렸던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은 꽤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은 ‘임대료 대비 집값 비율’이 2009년 112.5에서 2015년 106.0으로,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은 71.0에서 60.8로 각각 떨어진 걸로 이 보고서는 집계했다.
 
   
▲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아파트 앞에서 두 여성이 손수레를 끌고 있다. 네덜란드는 주택조합을 통한 공공 주거 지원이 잘 자리잡은 나라로 손꼽힌다. REUTERS
 
도쿄 시민 ‘집값 만족도’ 최고
각국의 주요 도시별로 보면 집값 관련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은 뜻밖에도 일본 도쿄로 나타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16년 10월13일 내놓은 보고서 ‘모두를 위한 도시 만들기’에 실린 자료를 보면, 2006∼2014년 도쿄 시민의 60%가량이 주택가격에 만족을 표했다. 소득에 견준 일본의 집값 비율이 이 기간에 장기 평균치를 100으로 했을 때 81.7에서 73.3까지 떨어지는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벨기에 브뤼셀, 터키 이스탄불, 캐나다 토론토, 오스트리아 빈, 아일랜드 더블린 시민들의 만족도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폴란드 바르샤바, 노르웨이 오슬로, 이탈리아 로마, 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 헬싱키 등은 집값 만족도가 많이 떨어지는 도시들이다. 서울(인천 포함)은 비교 대상 32개 도시 가운데 8번째로 만족도가 높았다. 이는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국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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