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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이슈] 강남 재건축 ‘나 홀로 호황’의 그림자
개포 재건축’ 분양 성공 바로보기
[73호] 2016년 05월 04일 (수) 김준기 economyinsight@hani.co.kr

‘개포 재건축’ 한 달 새 1억원 오르며 전국 아파트값 상승 견인…
지방은 냉랭 ‘착시효과’

서울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래미안 블레스티지)의 분양이 부동산 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시세가 1억원 이상 오르며 서울 강남권 재건축은 물론이고 전국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도 ‘개포 재건축’ 분양이 성공한 것은 강남권의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남 재건축이 활황세를 보인다고 해서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방 아파트의 가격은 여전히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포 재건축을 놓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한국 경제 전반의 사정이 호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쉽게 반등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김준기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최근 부동산 시장의 화두는 단연 ‘개포 재건축’이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됐던 국내 부동산 시장은 2014년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주택 취득세율 인하, 청약 자격 확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재개발 요건 완화 등 각종 부동산 부양책을 총동원한 효과가 이때부터 나타난 것이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의 견본주택은 집을 사려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청약 경쟁률은 수십 대 일, 수백 대 일로 치솟았다. 건설사들은 ‘물 들어올 때 배 띄우자’는 식으로 대거 아파트 건설에 나서, 2015년 역대 최대 수준의 신규 분양이 이뤄졌다. 세계경제가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도 저성장의 늪을 헤매고 국민의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유독 부동산 경기만 활황을 보였다.

   
▲ 서울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 성공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을 치솟게 하고 있다. 개포현대아파트 단지에 재건축 설명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나 홀로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급증과 미국발 금리 상승 가능성에 급증하는 가계 부채를 잡기 위한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2016년 초부터 급랭했다. 주택 거래량이 급감했고 계속 오르던 집값은 하락세로 반전됐다. 신규 분양에서는 청약 미달 단지가 속출했다. 이 와중에 부동산 시장에 ‘구원투수’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바로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의 재건축이다.

2016년 초 하락세로 돌아섰던 전국의 아파트값은 지표상으로 볼 때 최근 들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4월 첫쨋주(4일 기준)부터 전국의 아파트값은 2월 중순부터 이어진 7주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으로 전환했다. 아파트값이 하락세에서 벗어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서울 아파트값, 그중에서도 강남구의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4월 첫쨋주 강남구의 아파트값은 일주일 새 0.11% 급등해, 서울 전체 아파트값을 0.03%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지방의 아파트값이 여전히 하락세(-0.01%)를 지속했던 점을 감안하면, 전국 아파트값이 하락세에서 벗어나는 데 강남구 아파트값의 상승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남 재건축 한곳이 끌어올린 아파트값

강남구의 아파트값은 3월 초(3월7일 기준)까지만 해도 하락세(-0.01%)를 면치 못했다. 그러다 3월 말에 0.02% 상승세로 전환하더니 이후 상승폭이 무섭게 커지며 4월11일에는 주간 상승률이 0.17%에 이르렀다. 강남구의 아파트 중에서도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 부동산 시장 조사기업 ‘부동산114’의 집계를 보면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4월8일 기준으로 일주일 새 0.83%나 뛰었다.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값도 2016년 들어 마이너스 행진을 하다 3월 들어 상승하기 시작했다.

최근 강남구 아파트값이 크게 뛰는 것은 3월 말 분양한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래미안 블레스티지)가 고분양가에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근 재건축 단지로 투자 심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3.3m²당 평균 3760만원, 최고 4495만원(전용면적 49m²형)의 높은 분양가에도 일반분양 317가구(특별분양 제외) 모집에 1순위에서 1만660명이 몰려 평균 33.6 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 강남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1순위 청약자가 1만 명을 넘은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향후 1만5천여 가구의 재건축이 예정된 강남 개포지구 재건축의 첫 번째 분양 단지다. 개포지구는 2016년 5월 삼성물산이 일원 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루체하임’을 분양하고, 7월에는 현대건설이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하는 ‘디 에이치 아너힐즈’를 분양하는 등 재건축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높은 분양가에도 이 단지에 청약자가 대거 몰린 것은 강남권의 새 아파트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기 때문이다. 최근 강남권에선 반포 지역을 제외하고는 새 아파트가 나오는 곳이 많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히 굴릴 곳을 찾지 못하는 뭉칫돈이 ‘개포지구 재건축 시작’이라는 이벤트에서 ‘돈 냄새’를 맡고 몰려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본격 분양을 앞두고 “일반분양에 당첨만 되면 곧바로 웃돈(프리미엄)이 3천만원 넘게 붙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며 투기 심리를 부추겼다.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인근 재건축 아파트의 집값이 뛰고 있다. 4월15일 기준으로 보면 개포주공1단지가 일주일 새 1천만~1500만원, 개포주공3단지가 2500만~5천만원, 개포주공4단지가 1500만~3500만원 정도 올랐다. 그러다보니 최근 한 달 새 1억원씩 가격이 오른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3월 초까지만 해도 시세가 6억5천만∼6억6천만원이던 개포주공1단지의 36m²형은 이달 중순 7억6천만∼7억7천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이 아파트 단지 42∼43m²형의 시세도 한 달 전보다 1억원가량 오른 8억5천만∼8억6천만원에 호가가 나오고 있다. 개포지구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급등은 인근 서울 송파구 잠실과 강동구 둔촌 일대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시세도 최근 한 달 새 5천만~6천만원 정도 상승했다.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에서 촉발된 아파트값 상승 바람이 인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로 번져 서울 전체 아파트값 지수를 끌어올리고 급기야 전국 아파트값 지수까지 회복시킨 셈이다.

개포 재건축 아파트에서 출발한 가격 상승세가 전국의 아파트값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의 가격은 일주일 새 수천만원씩 뛰고 있지만 지방 아파트의 가격은 여전히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선 뒤에도 고공행진을 지속해오던 제주도의 아파트값도 4월11일에는 87주 만에 보합으로 전환되기까지 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회복되기는커녕 더 악화되는 것이다. 최근 전국 아파트값이 하락세에서 벗어난 듯 보이는 것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의 급등에 따른 ‘통계적 착시’인 셈이다.

‘그들만의 리그’ 강남 재건축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 호재가 있는 서울 강남 위주로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전환됐지만 부동산 대출 규제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나 악화된 주택소비 심리 등의 주변 여건을 감안할 때 전체적인 부동산 경기 반등으로 이어지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발 훈풍’이 국지적 현상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부동산 시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견인해왔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먼저 상승하면 이후 강남 지역 일반 아파트→강북 지역 아파트→수도권 신도시 아파트→지방 광역시 아파트→기타 지방 아파트 순으로 가격이 올라가며 부동산 시장 전체가 호황을 맞는 공식이 있었다. 그러나 이 공식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무너져버렸다. 실제 2014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회복기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아니라 대구, 부산 등 지방 광역시가 주도한 것이다. 강남과 지방 부동산 시장의 비동조화가 새로운 법칙으로 자리잡고 있다.

   
▲ 서울 강남 재건축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지만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단지 뒤로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다. 연합뉴스

현재 제반 여건을 볼 때 위축된 부동산 경기가 쉽게 반등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우선 한국 경제 전반의 사정이 호전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국내 소비도 늘지 않는 가운데 2016년에도 한국 경제는 2%대 저성장을 이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이렇게 불확실한 경기 전망 속에서 주택 수요자들의 소비 심리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2015년 이후 쏟아져나온 막대한 신규 분양 물량이 공급과잉 우려를 높이는 가운데, 건설사들은 2016년 중순까지도 대거 신규 분양 물량을 내놓을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총선 이후 6월까지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총 12만5239가구(일반분양 기준)로 조사됐다. 이는 부동산 경기가 불타오르던 2015년 2분기(10만2262가구)에 비해서도 22.5% 늘어난 수준이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 팀장은 “총선 일정을 피했던 건설사들이 본격적으로 분양 물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며 “최근 2년여간 공급이 많았던 만큼 2017~2018년 입주가 많이 이뤄지는 곳들은 가격이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5월부터는 수도권에 이어 지방도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두울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끝이 안 보이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는 계속 치솟을 태세다. 7월 분양을 앞둔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단지(디 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가는 개포주공2단지 수준을 넘어 3.3m²당 평균 4천만~4500만원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남에 3.3m²당 분양가 4천만원대 아파트가 본격 출현한 것은 2015년 하반기부터다. 2015년 10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한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이 3.3m²당 평균 4040만원을 기록한 데 이어, 11월에는 ‘반포래미안아이파크’가 3.3m²당 평균 4240만원이라는 역대 최고가에 분양됐다. 2016년 1월에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분양한 ‘신반포자이’가 평균 분양가 3.3m²당 429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는 데는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한몫하고 있다. 정부가 2015년 4월부터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면서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를 제어할 방법이 없어졌다. 아파트의 재건축 가능 연한을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고 동별 가구 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재건축조합 설립 요건을 2분의 1로 완화하는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푼 것도 재건축 투자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강남구 개포동과 압구정동, 대치동, 도곡동, 서초구 반포동과 잠원동 등 강남권의 이름난 지역들이 서로 최고 부촌이 되겠다고 경쟁하면서 분양가는 더욱 치솟고 있다. 과거에는 압구정동이 강남 부촌의 상징이었으나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상태에 빠져 있다보니, 최근에는 재건축이 활발한 반포와 개포가 치열한 분양가 올리기 경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3.3m²당 4천만원대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서민들은 물론, 웬만한 중산층에게도 ‘그림의 떡’이다. 3.3m²(평)당 4495만원에 분양가가 책정된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면적 49m²형의 경우 분양가가 9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분양가는 공급면적(전용면적에 계단, 복도, 엘리베이터 등을 포함한 면적)으로 책정되는데 전용면적 49m²형은 공급면적으로는 60~70m²형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워낙 높아 향후 집값 전망이 악화되면 투기 수요가 빠져나가면서 미분양이나 가격 급락의 우려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이제는 한국 부동산 시장을 견인하는 선도시장의 역할도 하지 못하면서 일반 대중과는 괴리된 ‘가진 사람들’ 간의 위태위태한 폭탄돌리기 게임으로 바뀌는 양상을 띠는 것이다.

jk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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