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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리버풀의 빈집 1400원에 사가세요”
주거 안정 해법을 찾아라- ② 리버풀의 ‘1파운드 주택’ 정책
[79호] 2016년 11월 01일 (화) 쥘리아 뵈르크 economyinsight@hani.co.kr

낙후 지역 정비 위해 개·보수 전제로 1파운드에 매각… 투기 조장 우려에도 주변에서 벤치마킹

영국 리버풀시의 ‘1파운드 주택’ 프로그램이 주택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각국 정부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 프로그램은 낙후 지역 정비를 위해 개·보수가 필요한 주택을 리버풀시가 단돈 1파운드(약 1400원)에 민간에 매각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물론 매수자가 주택 구입 뒤 개·보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무주택 가구가 주택을 소유하게 도와주고 해당 지역의 주거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적잖은 개·보수 비용이 필요해 저소득층에는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동산 투기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프랑스를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정책 도입에 관심을 보이는 등 1파운드 주택 정책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쥘리아 뵈르크 Julia Beurq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처음 공사를 시작했을 때 집 상태를 보셨어야 해요! 석고 덩어리는 사방에 굴러다니죠, 창문은 20년 넘게 막아놨죠,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였다니까요!” 살리하 파텔이 파스텔톤으로 장식된 빅토리아 양식의 아담한 붉은 벽돌집을 안내하면서 기자에게 한 말이다. “시에서 우리 부부에게 이 집을 소개했을 때 전 이 동네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평판이 별로였거든요. 지금은 괜찮아요. 이젠 동네에 빈집이 거의 없어요.”
 
사실 파텔 부부가 이주한 리버풀 그랜비 지역은 1981년 발생한 인종 폭동으로 악명을 떨친 적 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리버풀 노동당 시정부는 그랜비를 도시 재개발 정책의 시범지역으로 삼아 여러 정책을 시행했다.
   
▲ 낙후 지역 정비를 위해 개·보수가 필요한 주택을 1파운드(약 1400원)에 매각하는 영국 리버풀의 ‘1파운드 주택’ 정책이 주거 안정 해법으로 거론된다. 리버풀의 신축 주택 뒤로 물기둥이 치솟고 있다. REUTERS
 
2002년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는 특히 잉글랜드 북부 여러 도시에서 탈산업화 영향으로 주택 공급이 과잉 상태라 판단하고 해결책으로 ‘주택시장 재건계획’(HMRN)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총 22억파운드(약 3조4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 프로그램은 주택 과잉 문제에 직면한 도시 당국이 빈집을 매수해 철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한다. 리버풀에서만 가옥 5천 채를 시 당국이 사들였고 그중 80%를 철거했다. 주택 철거 뒤 신축 주택이 들어섰다. 그러나 철거 가옥보다 신축 가옥 수가 적었다. 심지어 완전히 철거되지 않은 구역에선 시 당국이 주민을 내쫓기도 했다.
 
2010년 이 프로그램이 종료되면서 철거 작업도 끝났다. 이 정책은 일종의 ‘사회적 청소’를 조장하고 노동자 건축 유산을 파괴했다고 비판받았다. 당시 리버풀시는 1천여 채의 빈집을 소유했지만 주택 개·보수 자금이 없었다.
 
2013년 시는 이른바 ‘1파운드 주택’(Houses for one pound)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시 소유 빈집 일부를 인수자가 개·보수 비용 부담 조건으로 1파운드(약 1400원)라는 상징적 가격에 매도했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시가 따로 예산을 지출할 필요 없이 저소득 무주택 가구의 주택 소유를 지원하는 동시에 해당 주거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었다.
 
개·보수 비용 평균 6만파운드
실제 파텔 부부는 1파운드에 주택을 인수해 개·보수 비용으로 총 6만파운드(약 8300만원)를 지출했다. 도심에 있는 비슷한 면적의 주택 가격이 12만파운드를 훌쩍 넘는 리버풀의 부동산 가격을 고려하면 6만파운드는 상당히 낮은 금액이다. “우린 평생 세입자로 살 팔자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집을 사려고 몇 년 동안 꾸준히 저축했죠. 은행 대출을 받지 않으면 도저히 집을 살 수 없었어요. 이자 부담 때문에 대출받고 싶지 않았거든요.” 살리하 파텔이 말했다.
 
파텔 가족은 중산층에 속한다. 살리하는 의대에 재학 중이지만 약사인 남편은 연 4만파운드(약 5500만원)를 번다. 남편의 월평균 순수입은 3300파운드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 파텔 부부처럼 1천여 가구가 리버풀시의 1파운드 주택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집을 소유하기 어려운 만큼 수많은 무주택 가구에 집이란 여전히 가장 갖고 싶은 재산이다. 리버풀 주민 44만5200명 중 47%만 집을 소유했는데 이는 전국 평균 68%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파텔 가족은 시가 내건 1파운드 주택 프로그램 신청 자격을 모두 갖췄다. 신청자는 리버풀 주민이거나 직장이 리버풀에 있어야 하고, 전업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생애 첫 주택이어야 한다. 대상 주택은 한정돼 있는데 신청이 폭주하자 시 당국은인수자 선정 과정에서 기준을 추가했다.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토니 머스데일은 인수자가 개·보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연소득 2만~3만파운드에 저축 액수가 충분한 가구를 우선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빈곤계층을 배제하는 기준이다. 체코 출신 청년 존은 자신이 결코 이 프로그램의 수혜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존이 사는 임대아파트가 위치한 리버풀 픽톤 지역에서도 시가 내놓은 주택이 1파운드에 팔리고 있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 존은 이 주택 중 한 곳의 현관 아래에서 친구들과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건 부자를 위한 프로그램이에요. 서민에겐 그림의 떡이죠. 내 월급이 세금 빼고 1600파운드(약 220만원)예요. 집을 개·보수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저축한 돈도 없고 은행 대출도 받을 수 없어요. 나 같은 사람에게 대출이 되겠어요?” 
   
▲ 리버풀시는 과거 인종 폭동으로 악명을 떨친 뒤 주민들이 대거 떠난 그랜비 지역을 ‘1파운드 주택’ 시범지역으로 지정하고 여러 정책을 펼쳤다. 대부분의 상점들이 폐쇄돼 빈민가처럼 변한 그랜비 거리. REUTERS
 
부동산 투기 부추길 우려
지난 3년 동안 시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소유관계 미확정에 따른 법률적 어려움이었다. 머스데일의 설명에 따르면, 개·보수 공사가 ‘만족스러운 기준’에 따라 진행되기를 시청이 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 소유주는 시청과 인수 계약을 할 때 공사 기간 동안 해당 주택 출입 허가증을 받아야 했다. 시 당국이 개·보수 공사 승인을 해야 주택 소유권이 공식적으로 인수자에게 양도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주택은 다시 시 소유가 되고 인수자는 개·보수 비용을 환불받지 못한다. 물론 이런 상황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다. 2013년 프로그램 대상이던 주택 22채는 모두 인수자에게 최종 양도됐다. 2015년 4월 시는 120채를 대상으로 두 번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당시 2500가구가 신청했다. 이를 봐도 프로그램 대상 주택 수는 여전히 적은데 이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은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1파운드 주택 프로그램의 또 다른 문제는 인수자가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인수한 뒤 되팔아 큰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기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시는 투기 방지를 위해 프로그램 대상 주택의 양도와 임대를 5년간 금지하지만 1파운드 주택 프로그램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조항이 엄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연구원이자 시민운동가인 마이클 사이먼은 리버풀 그랜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사람들이 하나둘 정든 동네를 떠나는 모습을 수년 동안 지켜봤다. 사이먼은 건축가 그룹과 함께 그랜비 재개발사업 지지단체 ‘그랜비 포 스트리츠 커뮤니티 랜드 트러스트’(Granby 4 Streets Community Land Trust)에서 활동한다. 그랜비는 리버풀 도심과 가까우며 오늘날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이다.
 
사이먼의 설명을 들어보자. “5년간 양도·임대 금지는 실효성이 거의 없어요. 그랜비 집값이 오르면 소유주는 집을 팔 것이고 높은 시세 차익을 볼 수 있어요. 이건 시 재정 차원에서도 손해입니다. 이게 계속되면 장기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겁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도심에 가까운 낙후 지역이 개발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래 살던 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사이먼이 속한 단체는 이를 막기 위한 해법 하나를 찾아냈다. 이 단체는 시가 제공한 주택을 개·보수해 되판다. 단, 개·보수를 끝낸 주택의 양도는 엄격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이 규정은 5년 뒤 주택 양도 가격이 리버풀 주민 소득의 중앙값에 연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버풀의 1파운드 주택 프로그램은 사업 대상 지역의 사회기반시설 개발, 고용촉진 정책과 병행하지 않으면 단독으로 제 몫을 할 수 없다. 어쨌든 여러 비판에도 1파운드 주택 정책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은 분명하다. 처음 이 프로젝트가 발표되고 언론의 주목을 받자, 부동산 사업자와 임대주택 사업자들이 앞다퉈 주변 빈집을 인수해 개·보수 공사에 착수했다. 그때까지 누구도 그랜비에 투자하려 하지 않던 상황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이를 계기로 공동주택 같은 대안도 도입됐다. 현재 리버풀시는 1파운드 주택 프로그램을 주택뿐만 아니라 상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1파운드 상점’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프랑스 북부 루베시도 리버풀의 ‘1파운드 주택’ 사업을 도입하려 한다. 루베시에도 5천 채의 빈집이 있다. 2012년 통계를 보면 루베시 주택 소유자 비율이 36%로 전국 평균 58%에 한참 못 미친다. 다만 리버풀 상황과 다른 게 있다면 루베시 내 빈집 대부분이 개인 소유라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개인 소유 주택이 비어 있는 이유는 소유자가 상속 문제로 어려움을 겪거나 부동산 시장에 내놓는 걸 거부하기 때문이다.
   
▲ 리버풀의 ‘1파운드 주택’ 정책은 사업 대상 지역의 사회기반시설 개발과 병행하지 않으면 제 몫을 할 수 없다. 그랜비 인근의 공공주택 건설 현장. REUTERS
 
프랑스 등으로 퍼지는 ‘1파운드’ 정책
2015년 9월 루베시 주택 프로젝트팀이 리버풀을 방문했다. 1파운드 주택 사업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루베시 주택 담당 사무관 밀루다 알라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영국식 실용주의와 사업 시행 방식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루베시는 2017년 초부터 이 프로그램을 시작해 시나 관리위원회가 소유한 20여 채의 가옥을 매물로 내놓을 예정이다. 참고로 관리위원회는 프로그램 시행을 담당할 도시계획 지방공기업이다.
 
루베시는 리버풀시가 적용한 절차를 그대로 도입하지는 못한다. 개·보수 공사가 시청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주택 인수자가 법적 소유주가 되는 절차는 프랑스에서 적용할 수 없다. 관리위원회 위원장 뱅상 부가몽은 “프랑스에서는 조건부 소유 같은 건 없다”며 “모든 사람은 법적으로 집을 소유하든지 소유하지 않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파운드 주택을 바라보는 영국과 프랑스의 인식 자체가 매우 다르고, 법률도 영국보다 프랑스가 훨씬 더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루베시는 프로그램 신청 자격 조건으로 리버풀시가 채택한 거주지·직장 조건도 수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프랑스 헌법상 이런 조건을 가하는 것은 평등권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반면 투기 방지 조항의 경우, 밀루다 알라 사무관은 리버풀 사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루베시의 부동산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고 부동산 시장 투자자가 주로 휴업 상태의 상인들이라는 점을 들어 양도·임대 금지 기간을 8년으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6년 10월호(제361호)
Liverpool parie sur la maison à une livre
번역 박수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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