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 2016년
     
[Cover Story] 집세 보조금이 임대료 부추긴다?
주거 안정 해법을 찾아라- ① ‘동네북 신세’ 프랑스의 집세 보조금 정책
[79호] 2016년 11월 01일 (화) 자비에 몰레나 economyinsight@hani.co.kr

 ‘미친 전셋값’이란 말이 보편화된 한국은 물론 전세계 곳곳에서 주거 불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동산 가격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탓에 서민 경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집값 부담에 허리가 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나라마다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좀처럼 주택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프랑스에선 집세 안정을 위해 정부가 지급하는 집세 보조금이 되레 집세 상승을 부추기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보수가 필요한 주택을 무주택자에게 헐값에 매각하는 영국 리버풀의 ‘1파운드 주택’ 정책과 주택조합제도를 통해 주거 안정을 이룬 네덜란드 사례가 세계 각국 주거 문제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_편집자

   
 

집주인들 보조금 감안해 집세 올려 주택 위기 불러… 보조금 줄이자니 “소득 불평등 확대” 비판

최근 프랑스의 집세 보조금 정책이 강도 높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집세 보조금 정책 비용이 연간 400억유로(약 49조8천억원)로 늘었지만 주택 위기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집세 보조금 제도 개혁을 목표로 특단의 대책을 도입했다. 집세 안정화와 예산 절감을 동시에 꾀하기 위해 보조금을 줄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 조처가 집세 안정화에 기여하지 못하는데다 보조금 삭감에 따른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자비에 몰레나 Xavier Moléna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2014년 12월 프랑스 예산기획부 장관 크리스티앙 에케르는 이렇게 선언했다. “주택정책 예산에서 절약할 수 있는 항목이 분명히 있다.” 최근 수년간 프랑스의 주택정책은 강도 높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정부의 주택정책 예산은 1년에 400억유로(약 49조8천억원)를 넘을 정도로 매우 많은데도 프랑스 사회를 뒤흔드는 주택 대란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정책의 여러 항목 중 개인 집세 보조금이 위기의 주범으로 인식됐다. 정부 주택정책 비용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개인 집세 보조금이 집세 상승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집주인은 임차인이 보조금을 받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보조금이 없을 경우 형성될 집세보다 더 올려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개인 집세 보조금은 다른 유럽 국가보다 높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집세 보조금을 제한하는 3대 조처를 도입한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정부의 집세 보조금 제한 정책은 2016년 하반기부터 시행됐다. 첫째, 7월1일부터 집세가 비쌀수록 보조금이 줄어드는 보조금 역진제가 도입됐다. 보조금 역진제에선 집세가 1차 상한선을 넘으면 2차 상한선에 도달할 때까지 보조금이 점차 줄어들고, 2차 상한선마저 넘으면 집세 보조금은 완전히 사라진다. 상한선은 가구 구성과 거주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둘째, 10월1일을 기해 임차인의 자산 가치가 3만유로(약 3700만원)를 넘으면 이 자산을 고려해 보조금을 산정하기로 했다. 정확한 산정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셋째, 마찬가지로 10월1일부터 연대부유세 부과 대상 가정의 자녀는 집세 보조금을 받을 권리가 없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첫째와 둘째 조처다. 부유세를 낼 정도의 가정이면 집세 보조금을 줄여도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에 셋째 조처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둘째 조처와 관련해 보유 자산이 반드시 소득을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별장 소유가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임차인의 자산을 고려해 보조금을 산정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
 
   
▲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2016년 4월 파리의 한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주택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REUTERS
보조금 역진제는 특히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역진제가 집세 문제가 심각한 지역에 거주하는 10만여 가구의 어려움을 가중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구는 이미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내는 집세는 보조금 역진제 상한선에 빠르게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이들 가구가 더 저렴한 집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경제학자 피에르 마데크의 설명에 따르면 보조금 역진제 도입으로 기존 세입자와 신규 세입자 간의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파리를 예로 들면, 신규 세입자는 10년 이상 거주한 기존 세입자보다 40%나 비싼 집세를 낸다. 따라서 신규 세입자에겐 보조금 역진제가 적용되지만 기존 세입자에겐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조처들이 바람대로 정부의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것 같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집세 보조금 제한으로 정부는 1년에 약 4억유로(약 5천억원)를 절약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2014년 지출 총액이 200억유로를 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큰 액수가 아니다.
 
피에르 마데크는 집세 보조금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록 집세 보조금 예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에 견주면 1990년대 말 이후 약 1%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 영국의 집세 보조금 규모는 GDP의 1.5%이며, 덴마크는 0.8%이다. 또한 주택비용이 크게 올랐음에도 집세 보조금 수혜자는 2014년 630만 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 이들이 매월 받는 보조금은 평균 약 232유로(약 29만원)이다.
 
상황이 이런 것은 2000년대 초부터 실질 집세가 집세 보조금보다 훨씬 더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집세 보조금은 2007년부터 실질 집세가 아닌 기준 집세 지수에 연동해 산정된다. 이제 보조금은 집세와 거의 관련 없다. 피에르 마데크는 2014년만 해도 민간주택 세입자의 90%가 집세 보조금 산정의 상한선보다 높은 집세를 냈다고 설명한다.
   
▲ 프랑스 정부는 집세 보조금에만 연간 25조원가량 지급하고 있지만 주택 위기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파리시는 2015년 8월부터 집세 규제책을 실시하면서 집세 인상 억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파리 외곽의 소형 아파트 단지. REUTERS
집세 보조금은 주택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었지만, 여러 사회복지수당 중 소득재분배 효과가 여전히 가장 뛰어난 수당이다. 왜냐하면 집세 보조금은 선별적 복지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혜자의 4분의 3이 프랑스 소득계층 하위 30%에 집중돼 있고, 정부의 집세 보조금 지출의 90% 이상이 이들에게 돌아간다. 집세 보조금은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따라서 극빈 계층의 어려움이 더 커지는 것을 무릅쓰고라도 보조금을 줄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집세 보조금 제한에서 정부의 운신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물론 학생에게 지급되는 집세 보조금은 부모의 소득 상태를 고려해 줄일 여지가 있고 세입자가 다른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도 줄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집세 보조금을 줄이는 것은 소득재분배 정책상 바람직하지 않다.
 
집세 보조금의 대안
집세 보조금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보조금의 집세 인상 유발 효과가 비록 그 규모나 지속성 측면에서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효과가 존재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따라서 부작용을 줄이는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13년 프랑스 경제분석위원회는 알랭 트라누아와 에티엔 와스메르의 주도로 집세 보조금을 소득세에 포함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하면 집세는 소득공제 대상이 되고 소득공제 한도는 가구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소득세 부과가 불가능한 가구의 집세 보조금은 조세 환급금 형태로 지급된다.
2015년 경제학자 앙투안 보지오, 가브리엘 파크, 쥘리앵 그르네는 집세 보조금을 고용수당 및 사회연대수입(RSA·사회복지수당의 일종 -편집자)과 통합하자고 제안했다. 두 수당은 나중에 단일 사회복지수당인 경제활동참가수당으로 통합됐다.
 
경제분석위원회 방안이나 단일 통합 수당 방안은 집세 보조금 추적을 어렵게 만들어 집주인이 임차인의 보조금액을 쉽게 알 수 없는 장점이 있다. 통합 수당을 도입하면 보조금이 집세와 상관없이 결정된다. 소득공제 방식을 도입하면 집주인이 집세 보조금을 직접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집세 인상 유인이 사라진다. 이 방안이 도입되면 복잡한 보조금 시스템을 단순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방안들이 공공재정과 각 가구가 받을 집세 보조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측정하기는 어렵다. 
   
▲ 집세 안정화를 위해 프랑스 정부가 내놓은 보조금 축소 정책이 되레 주택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다. 니스의 대규모 주택 단지. REUTERS
피에르 마데크는 여러 방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집주인이 보조금을 핑계로 집세를 올리는 것을 막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최근 파리시가 도입한 ‘집세 규제’라고 주장한다. 집세 규제로 기대할 만한 중요한 효과는 최근 지역별로 점점 더 불균등해지는 집세 수준을 어느 정도 균등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보조금 인상률이 집세 인상률을 넘어서는 결과도 낳을 수 있다. 이게 현실화하면 저소득 가구의 소득 중 주거비 비중을 줄일 수 있다. 사실 최근 수년 동안 저소득 가구의 주거비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파리의 집세 인상 규제 정책
2014년 도입된 ‘주택 및 도시정비에 관한 법’(알뤼르 법)이 시행되면서 프랑스 파리에서 2015년 8월부터 집세가 규제됐다. 아파트 소유주는 새로 세입자를 구하거나 기존 세입자와 임대계약을 갱신할 때 기준 집세보다 20% 이상 더 받지 못하며, 기준 집세보다 30% 이상 낮은 집세도 제시할 수 없다. 기준 집세는 파리시 각 구청에서 정하며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막론하고 유사 형태의 주택 세입자가 내는 집세의 중앙값으로 결정된다. 베란다나 다용도실 같은 특정 공간이 딸린 주택은 집세를 상한선보다 높게 받을 수 있다. 집세 규제는 2016년 말에 릴과 그르노블시로 확대 적용될 것이며, 2018년까지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 400개 구에 적용될 예정이다.
 
파리시의 규제는 집세 인상 억제 효과를 어느 정도 봤다. 파리수도권집세연구소(OLAP)에 따르면 파리시의 집세는 2014년 1.4% 올랐지만 2015년에는 0.8% 상승했다. 물론 0.8%는 여전히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수치이다. 또한 집세 규제 덕분에 신규 세입자의 3분의 1이 이전 세입자보다 더 낮은 임대료를 냈다. 이는 집세 규제가 도입되기 이전보다 더 높은 수치이다. 실제 2013년에는 신규 세입자 중 7%가, 2014년에는 20%가 기존 세입자보다 낮은 집세를 내고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아베 피에르 재단 책임연구원 마뉘엘 도메르그는 정부가 도입한 규제의 목적은 집세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인상률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기 전인 2000년대 초반 집세 규제 정책이 시행됐다면 좀더 확실한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 자료: 2014년 프랑스 집세 보조금 통계
 
집세 규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집주인이 상한선보다 더 높은 집세를 주장할 권리를 여전히 갖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다시 말해 집주인이 기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을 때 필요한 경우 이를 집세조정위원회에 알릴 책임은 세입자에게 있다. 그러나 파리 시내 개인 소유 주택의 15% 정도만 임대시장에 나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워낙 집 구하기가 어렵다보니 세입자는 집주인이 계약을 갱신해주지 않을까봐 신고를 꺼린다.
 
그럼에도 마뉘엘 도메르그는 이런 규제가 집세가 천정부지로 솟는 것을 방지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집세 규제 도입 뒤 소형 아파트의 급격한 임대료 인상률에 제동이 걸렸다. 집세 규제는 저소득 1인 가구 세입자에게 유리한 조항이다. 또한 이 체제에서는 집주인이 집세를 올리려면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집세 규제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역학관계 균형추를 다시 맞출 수 있는 첫걸음이다.2013년 가족상임위원회는 프랑스 내 모든 세입자의 주거비 비중이 소득의 30%를 넘지 않도록 하려면 11억유로(약 1조4천억원)가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현 상황에서 11억유로는 엄청난 금액이고 정부가 이 정도로 지출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 11억유로는 전체 주택정책 예산의 3%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6년 10월호(제361호)
Les aides au logement sur la sellette
번역 박수현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