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특집 > 특집 2016
     
[Special Report] 결국 ‘돈 뿌리기’ 선택할 가능성 높아
사면초가에 빠진 아베노믹스- ② 위기 돌파구는 있나
[77호] 2016년 09월 01일 (목) 왕링 등 economyinsight@hani.co.kr

기업 임금인상 유도, 노동시장 이원 구조 해소 등 개혁 안될 때 시행 유력

일본 경제에 있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그럼에도 일본 유권자들은 아베 정부를 지지했고, 아베 총리는 대담한 개혁으로 아베노믹스를 되살리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바라보는 시각은 비관적이다. 주요 외신들은 아베노믹스를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고 조만간 일본 정부가 하늘에서 돈을 뿌리는 날(‘헬리콥터 머니’ 정책 시행)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왕링 王玲 <차이신주간> 기자
리정신 李增新 미국 특파원
천리슝 陳立雄 도쿄 특파원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뒤 유럽연합과의 경제 협정을 재정립하는 것은 비단 영국만의 일은 아니다. 영국을 발판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한 일본 기업에도 중요한 일이다. ‘브렉시트’ 뒤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 캐논 등 여러 일본 기업이 이익 전망치를 낮췄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1천 개 이상 일본 기업이 영국에 진출했고 10조엔(약 10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2015년 일본 기업의 영국에 대한 상품 수출은 1조3천억엔, 금융 포함 서비스 수출은 1조2천억엔이었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6년 7월12일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만나 통화정책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버냉키 전 의장이 2016년 3월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REUTERS
브렉시트로 인해 일본 기업은 직원들이 유럽 지역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지, 영국에서 발급받은 금융영업허가증이 유럽연합 시장에서 여전히 유효한지, 영국과 유럽연합이 체결하게 될 관세협정 및 지적재산권협정이 어떤 형태가 될지 우려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일본 경제에 가져온 영향은 얼마나 클까? 일본 다이와종합연구소는 2016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브렉시트 때문에 세계경제가 1.3%포인트 이상 영향받고 달러 대비 엔화가 15% 절상되며 도쿄증권거래소주가지수(TOPIX)가 20% 떨어지면 일본 경제가 1.11% 하락할 것이란 가설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엔화 절상과 주가 하락에 그친다면 일본 경제에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돼 수출이 감소하면 일본 경제는 크게 타격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지금은 브렉시트가 세계경제에 가져올 영향을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브렉시트가 일본 경제에 끼칠 영향은 엔화 절상과 주가 하락, 세계경제 침체라는 연쇄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안전자산인 엔화 수요가 늘면 엔화의 불확실성이 상승하고 엔화 절상은 수출에 불리하며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또한 주가 하락은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소비침체를 불러올 수 있고 세계경제 침체는 해외 수요 감소로 이어져 일본의 수출과 GDP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애덤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브렉시트의 영향은 주로 환율을 통해 전달되고 장·단기적으로 큰 도전이 되겠지만 일본이 직면한 최대 위험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미 의회 통과와 중국과 주변국(일본 뿐 아니라)의 남중국해 지역 내 충돌 가능성을 가장 큰 외부 위험 요인으로 꼽으면서 “농업 개혁이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TPP와 함께 묶여 있다”고 말했다.

중국 속담대로 석 자 두께의 얼음이 하루 추위에 언 것은 아니다(氷凍三尺非一日之寒). 일본은 유권자의 지지를 기반으로 대담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일본 국민이 원하는 것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 변화다. 그리고 지난 20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경제 전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것은 아베노믹스가 하지 못한 일이다.

2015년 11월 아베 총리는 ‘새로운 세 개의 화살’을 제시했다. 기존 세 개의 화살을 ‘희망을 만들어내는 강한 경제’로 묶고 ‘꿈을 엮어내는 육아 지원’과 ‘안심하고 지속되는 사회보장’을 추가했다. 그러나 도쿠치 다쓰히토 칭화대 신업발전환경관리센터 이사는 ‘새로운 세 개의 화살’ 중 두 번째와 세 번째 화살은 정치적 구호고 기존 ‘세 개의 화살’의 중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3년6개월 동안 일본 경제에 나타난 변화를 확인하려면 기존 계획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12월 다시 총리에 선출된 아베 총리는 ‘과감한 통화정책’ ‘유연한 재정정책’ ‘민간투자 활성화 정책’을 제시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구조적 정책은 서로 맞물려 있어 각각 수요와 공급 측에서 단기와 중기, 장기적 경제성장을 지원한다. 겉에서 보면 세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 같지만 전자는 후자를 위해 기반을 조성하고 공간을 만들어준다. 완화적 통화정책은 가장 필요한 유동성을 지원하고 재정정책은 경제구조 조정에 착안해 최종적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도요타, 닛산자동차, 캐논 등 영국을 발판 삼아 유럽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대부분 이익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 도쿄의 도요타 전시장. REUTERS
먼저 통화정책을 보면 아베 총리는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임 총재보다 시장 상황에 밝은 구로다 하루히코를 일본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구로다 총재는 2013년 3월 취임 후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매입 계획을 시작해 해마다 80조엔(약 800조원)의 국채를 매입하기로 했는데 이는 2차 양적완화(QE)로 평가받았다. 2015년 말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 규모는 GDP의 70%로 늘었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의 국채 규모는 GDP의 25% 수준이다. 이 속도라면 2020년쯤 일본 국채의 3분의 2가 중앙은행 손에 돌아가게 된다.

양적완화를 통해 일본은행은 국채 공급을 막아 일본 국채 가격을 끌어올렸고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한때 1.36%까지 떨어졌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정부의 채무 상환 비용이 줄었고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투자를 자극했다.

2016년 1월부터 일본은행은 마이너스금리를 실시했다. 마이너스금리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국제통화기금은 이를 통해 통화정책 완화 목표를 달성하되 시중은행이 현금을 쌓아두는 현상은 막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은 생각만큼 올라가지 않았다. 2014년을 제외하면 연도별 실질 인플레이션이 1% 미만이었고 2%라는 목표에서 멀어졌다.

재정정책을 보면 2015년 말 기준 부양 규모가 20조2천억엔에 달했다. 기반시설 건설과 기업 감세, 사회보장 적용 범위와 금액 확대를 시행했거나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가장 판단하기 힘든 것은 세 번째 화살이다. 외부에서는 아베노믹스가 실패로 끝난다면 그 원인은 구조적 개혁이 미흡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도 억울한 구석이 있다. 애덤 포센 소장은 여성 경제활동의 중요성을 뜻하는 ‘위미노믹스’(Womenomics)와 기업지배구조 개혁, 농업개혁 모두 큰 진전을 거뒀다고 말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에게 통화정책 자문

아베 총리가 제시한 ‘기업지배구조 코드’(Corporate Governance Code)는 기업이 일정 비율의 사외이사를 도입하고 그렇지 않으면 원인을 해명하도록 규정했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주주가 경영자에게 주주 이익의 최대화를 요구하도록 독려했다. 캐시 마쓰이(Kathy Matsui) 골드만삭스일본 공동대표는 일본 기업은 자금 사용 효율이 낮고 너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혁 추진 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2015년 동기 대비 40% 늘었다고 한다. 물론 기업의 효율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농업개혁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체결을 빌미로 농업합작사의 토지매매결정권을 제한하는 법령을 추진했고 약품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했다. 아베 정부는 10년 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추진했던 일본우정사업청 개혁을 추진했고 유초은행(Japan Post Bank)과 간포생명보험(Japan Post Insurance)이 2015년 11월 상장됐다.

구조개혁은 다른 개혁과 마찬가지로 단기적 충격이 크게 부풀려져 반대 세력에 힘을 실어준다. 반면 개혁 효과는 시간이 지나야 나타나기 시작하고 일반 국민에게 전해지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해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애덤 포센 소장은 지금 일본의 상황이 그렇다고 말했다.

2015년 말까지 지난 3년 동안 일본의 실질 GDP 누적 증가율은 2.4%, 명목 GDP 누적 증가율은 6%였다. 하지만 2012년 아베 총리가 취임했을 때 명목 GDP가 1992년보다 낮았던 사실을 감안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아베노믹스는 실패하지 않았다.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아베 총리가 유권자들에게 호소한 이 말은 근거가 없지 않다.

선거 압승은 정치적 저항이 줄고 경제 문제가 우선순위 목록에서 더 앞으로 당겨지는 것을 의미한다. 아베노믹스는 2.0 버전으로 격상됐고 세부 전략은 조정될 것이다. 정치를 배려하고 유권자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일부는 보여주기 위한 연극이고 일부는 그대로 실행할 것이며 나머지 일부는 말없이 행동에 옮길 것이다.

통화정책이 물가상승률 견인에 실패하자 아베 총리는 외부 인사의 의견을 물었다. 2016년 7월12일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아베 총리를 만나 통화정책의 가능성을 논의했다. 흥미로운 것은 1990년대 일본 중앙은행 정책을 연구하던 버냉키는 스탠퍼드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일본의 통화정책을 비판했고 2000년 이후 부시 정부에서 경제고문으로 있을 때는 일본 정부 관계자가 그를 가리켜 ‘일본이 환영하지 않는 자’라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가 예우를 갖춰 접견하자 사람들은 벤 버냉키의 유명한 ‘헬리콥터 머니’ 이론을 떠올렸다. 양적완화가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면 ‘헬리콥터 머니’는 갚지 않아도 되는 재정 적자의 화폐화(Monetization)로 공중에서 돈을 뿌리는 것과 같다. 물론 버냉키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수십 년 동안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진 것을 감안하면 일본이 ‘헬리콥터 머니’를 시도해도 무방할 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캐시 마쓰이 골드만삭스일본 공동대표는 ‘헬리콥터 머니’ 정책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정책 범위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방법을 쓰기 전에 추가 금리 인하나 은행의 금융비용 절감 등 아직까지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론적으로 보면 일본이 동원할 수 있는 통화정책이 남아 있다. 부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플레이션이지 절약이 아니다. GDP의 245%에 달하는 일본의 국채 비율을 선진국 평균인 100%로 끌어내리려면 전체 세율을 30~40%로 높여야 한다. 소비세는 60%까지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소비세 2% 인상은 그야말로 달걀로 바위 치기다.

엔화 환율은 2012년 이후 달러 대비 50% 이상 절하됐다가 2016년 4월에 다시 20% 절상됐다. 일본 중앙은행이 자산매입 규모를 유지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타밈 베이유미(Tamim Bayoumi)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중앙은행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확대하고 부동산과 은행 주식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시장의 연간 매입 규모를 지금의 0.5%에서 10%로 높이면 금융시장에 큰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엔화 절하는 양날의 칼이다. 수입 가격이 급등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깎아먹으면 가뜩이나 저조한 소비 수요를 억제할 것이다. 그리고 마이너스금리는 하한선이 없다. 마이너스(-) 1% 아래로 내려가면 은행이 현금을 쌓아놓는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현재 일본 기업은 2조달러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 때문에 통화정책은 근본적 변화보다 현행 정책도구의 사용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애덤 포센 소장은 통화완화 정책은 말은 많지만 행동은 적을 수 있고 중요성도 뒤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정정책을 보면 부채비율이 높아질 경우 위험이 커 보이지만 현행 저금리와 일본 국채의 90%를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현실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이 때문에 재정정책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 학자들은 일본의 개혁이 장기적으로 성과를 거두려면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민의 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5년 10월 도쿄의 한 편의점 앞에 쿠르드인들이 모여 있다. REUTERS
지난 1월 발표한 2016년 예산안에서 일본의 재정지출은 전년 대비 3799억엔(약 3조8천억원) 늘었다. 재정적자는 대부분 수입 감소에서 기인한다. 도쿠치 다쓰히토 이사는 현재 계획하는 기업 세수 부담 완화(현행 35%에서 32%로 인하)와 2020년 올림픽 경기장 건설, 고속도로 건설, 항만 증축, 군비 지출은 모두 이상적인 재정지출 방안이고 경제특구 건설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구조개혁이 핵심이다. 도쿠치 이사는 “일본의 개혁도 중국이나 다른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핵심은 노동시장과 의약품, 소비재, 자동차시장의 개방과 규제 완화, 이원적 구조를 타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11월에 제시한 새로운 세 가지 화살 중 두 번째 화살은 아동보육 시설이고 세 번째 화살은 노인복지 범위와 수준 향상이다. 일본 국민들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아동 2만3천 명이 주간보호센터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고, 노인 26만 명이 양로원의 빈자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아내가 취업시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간단하지만 해결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여성의 교육 수준은 선진국 중에서도 높은 편(고졸 이상 학력 42.5%)이지만 노동참여율(아르바이트 포함)은 67.5%에 불과하다. 일본 여성의 노동참여율이 남성 수준(80%)까지 올라가면 일본 GDP가 15% 상승할 것이란 골드만삭스의 연구 결과도 있다.

그 때문에 아베 총리는 ‘여성 활약 담당상’이라는 장관직을 신설하고 가토 가쓰노부를 임명했다. 가토는 2020년까지 25살 이상 44살 미만 여성의 취업률을 5% 끌어올리고 대기업 여성 임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여성 임원 비율을 강제하는 건 효과가 좋지 않았고 출산적령기 여성이 취업시장으로 돌아오면 취업률은 올라가겠지만 인구감소 문제는 악화할 수 있다.

마틴 울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노동시장의 실업률만 보면 매우 훌륭해서 3.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버트 펠드먼 모건스탠리 일본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인은 사회주의, 청년은 자본주의”로 양분된 노동시장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인구가 급속도로 줄면 아무리 훌륭한 지속 가능한 성장 계획도 실현할 수 없게 된다.

실라 스미스(Sheila Smith)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일본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인구”라고 지적했다. 2004년부터 일본의 절대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해 2015년에는 26만8천 명 줄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억2700만 명인 일본 인구는 베이비붐 세대가 세상을 떠난 뒤인 2060년이면 8700만 명으로 줄고 그중 40%는 65살 이상 노인이 차지할 전망이다. 인구분포가 역삼각형을 이루면 성인 한 명이 미성년자 또는 노인을 한 명 이상 부양해야 한다. ‘1억명 총활약 담당상’을 겸하는 가토 가쓰노부는 2060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학자들은 일본의 개혁이 장기적으로 성과를 거두려면 이민을 개방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상주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이다. 미국과 독일은 13%다. 물론 지금도 도쿄 편의점에는 외국인 직원이 근무한다. 앞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젊은 이민자들이 노인보호센터에서 근무할 가능성도 있다. 캐시 마쓰이 골드만삭스일본 공동대표는 “일본이 대폭 이민 개방 정책을 펴진 않겠지만 이미 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중국 학생들이 일본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베 정부는 자국 여성과 청년의 취업에 주력한다는 자세다. 이민을 확대하겠지만 ‘조용히’ ‘몰래’ 하겠다는 뜻이다.

사그라들지 않는 ‘비관적 분위기’

영미 지역 학자들이 유로존 국채 위기를 논의하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로 일관한 것과 달리 아베노믹스의 강도가 부족하다고 비판하는 연구자들조차 일본이 돌파구를 찾기 바란다. 상황이 급박한 만큼 시장질서의 수호자까지 나서 유연한 대응을 촉구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일본에 제시한 ‘처방전’에서 첫 조항으로 소득정책을 담았다. 해마다 3% 인상을 약속하는 등 기업의 임금 인상을 독려하는 시스템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기업의 임금 인상을 강제하는 것은 규제 완화와 시장화 방향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데이비드 립턴 국제통화기금 수석부총재는 수많은 자본주의 국가가 소득정책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조항이 아니라 인센티브 시스템을 마련해 기업의 임금 인상을 독려하거나 다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라며 “소득 증가는 물가 상승의 중요한 경로다. 일본의 국민소득 증가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은 또 노동시장의 이원 구조 개선과 통화와 재정 부양책 확대, 중기 재정 건전성 방안 수립(2019년에 소득세를 10%로 인상하는 대신 매년 소폭 인상해 장기적으로 15%까지 인상), 신뢰할 수 있는 장기적 통화 및 재정 건전성 방안 수립,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여를 통한 국내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 등을 제안했다.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에 주력하고 장기적으론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만 모든 정책을 추진할 순 없다. 마이너스금리 속에서 유동성 함정에 빠지거나 디플레이션이 심각해질 수 있고, 충분한 근로자를 확보하지 못해 기반시설 건설이 보류되고 부동산개발사가 이를 악용해 상업적 개발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 미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고 사회보장제도 개혁으로 형평성과 국민의 지지를 잃을 수도 있다. 대기업을 겨냥한 감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시장심리가 급변하거나 정부 채무가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은 연례협의보고서에 이례적으로 ‘비관적 상황’을 추가했다. 만약 앞서 제시한 6개 조처를 시행할 수 없다면 모든 목표를 포기하고 계획을 다시 시작하되 위험요소 방어 강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재정 조정을 뒤로 미루고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시한을 연기하고 대형 위험의 충격에 대비해 통화·재정 부양책을 준비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란 뜻이다. 하늘에서 돈을 뿌리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 財新週刊 2016년 28호
安倍經濟學還有什招
번역 유인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왕링 등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