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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터코른 회장, 1천분의 1mm까지 챙긴다
폴크스바겐이 세계를 정복하는 법- ① 품질 지상주의
[42호] 2013년 10월 01일 (화) 디트마어 하브라네크 외 economyinsight@hano.co.kr
   
 

독일 폴크스바겐의 마르틴 빈터코른 회장이 5년 이내에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온 세계 3위의 자동차 제국 폴크스바겐이 빈터코른 회장의 지휘 아래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나선 것이다. 과연 그가 내세우는 세계 정복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지금껏 성장의 동력이었던 일사불란하고 권위적인 기업문화가 세계 정복의 발판이 될지 걸림돌이 될지는 몇년 안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_편집자

5년 내 세계 3위에서 1위 도약 목표… 차문 간격부터 도장 두께까지 빈틈없는 품질로 승부

“폴크스바겐을 2018년까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키우겠다.” 마르틴 빈터코른 회장이 내세운 목표다. 앞선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 뒤쫓는 현대·기아자동차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품질과 성능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특히 그는 품질에 관한 한 완벽주의자다. 점검 장비를 서류가방에 챙겨 들고 다닐 정도다. 또한 자동차 품질은 작은 부품이나 디테일에서 좌우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디트마어 하브라네크 Dietmar Hawranek

디르크 쿠르뷰바이트 Dirk Kurbjuweit <슈피겔> 기자

이게 폴크스바겐 자동차라고? 골프 GTI 맞아? 마르틴 빈터코른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는 대시보드를 손으로 쓸어보고 검은 얼룩을 가리키더니 “지저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필러를 감싸고 있는 밝은색 원단에 대해서는 “올이 풀려 있잖아. 이런 빌어먹을”이라고 고함쳤다. 폴크스바겐의 보스는 콧김을 내뿜었다.

그는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더니 엔진 소리를 들어보고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엔진이 울부짖었다. 빈터코른은 “이건 GTI 소리가 아니야. 강렬한 맛이 없어”라고 투덜거렸다. 1단 기어를 넣고 핸드브레이크를 푼 그는 능숙하게 차를 몰았다. 자동차는 미국 뉴욕 시내를 통과해 강 건너 뉴저지로 향했다.

빈터코른은 핸들을 왼쪽으로 돌렸다. 손을 놓고 운전대가 어떻게 다시 중앙으로 되돌아가는지 관찰했다. 그는 “당연히 이래야지”라고 중얼거렸다. ‘3단, 4단…’ 기어를 올리던 그는 “이게 무슨 소리지?” 하더니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는 기어를 내렸다 올렸다 반복했다. 그가 갑자기 운전대를 내리쳤다. “이 소리는 아니야. 뭔가 이상해. 이것도 적어둬”라며 씩씩댔다. 뒷좌석에 타고 있던 품질관리부서 직원은 빈터코른이 지적하는 모든 사항을 꼼꼼히 기록했다.

지난 7월 중순 폴크스바겐 경영진과 엔지니어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최종 주행 테스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빈터코른이 지적한 내용은 최종 출시 전 모두 개선해야 한다. 행사엔 30대의 자동차가 행렬을 이루며 주행에 나섰다. 뒤처지면 벌금 50달러를 내야 했다. 빈터코른은 ‘쾰슈 맥주’와 ‘알트 비어’의 차이를 얘기하다 그만 출구를 놓치고 말았다. 회장이 벌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뒷좌석에선 키득거리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폴크스바겐 직원들은 빈터코른 회장이 없을 때 가끔 그를 ‘비코’(Wico)라고 부른다. 그는 단순한 회사 상사가 아니다. 66살인 빈터코른은 독일 최대 기업 폴크스바겐을 이끄는 절대군주다. 그의 목표는 폴크스바겐을 2018년까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키우는 것이다. 지금은 각각 연간 960만대와 930만대를 생산하는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에 뒤처져 있다. 폴크스바겐의 한해 자동차 생산량은 910만대로 세계 3위다. 빈터코른은 ‘쉽지 않은 목표’라며 생산량뿐만 아니라 고객·직원 만족도, 수익 면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했다.

지난해 27개국에서 910만대 생산

자동차를 비롯해 주요 산업 분야에서 독일 기업들은 아직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그나마 정상권에 근접해 있을 뿐이다. 독일 니더작센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 본사 앞에는 12개의 깃발이 세워져 있다. 폴크스바겐 그룹에 속한 12개 브랜드, 즉 폴크스바겐·아우디·스코다·세아트·람보르기니·벤틀리·부가티·포르셰·폴크스바겐상용차·MAN·스카니아·두카티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전세계로 뻗어 있는 폴크스바겐 왕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55만여명에 이른다. 27개국에서 승용차, 화물차, 모터바이크를 생산해 153개 나라에 판다. ‘성장, 성장 그리고 성장’은 과거 이 기업의 구호이자 미래의 구호이기도 하다. 지금은 기후변화, 카셰어링, 교통체증, 전기자동차의 등장으로 화석연료 엔진에 대한 비판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그러나 빈터코른은 이에 괘념치 않는다. 그는 석유 내연기관으로 세계를 제패할 생각이다. 폴크스바겐은 BMW와 달리 전기자동차나 카셰어링 같은 새 트렌드를 좇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빈터코른의 방식은 ‘과거를 통해 미래 속으로’ 가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에는 1938년 처음으로 이 회사의 자동차를 설계한 페르디난트 포르셰의 손자들이 꿋꿋이 버티고 있다. 정치권과 강성 노조의 영향력도 크다. 그는 보기 드문 권력자다. 여전히 살아남은 소수의 독재자 가운데 한명이다.

   
▲ 독일 최대 기업 폴크스바겐을 이끄는 마르틴 빈터코른 회장은 단순한 상사 이상의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난해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신차 발표회장에 참석한 빈터코른 회장. REUTERS

자동차 행렬이 ‘베어마운틴인’이라는 한 호텔 주차장에 멈췄다. 빠르게 점심 식사를 마친 빈터코른은 미국 시장에 내놓을 신형 파사트를 둘러봤다. 운전석에 앉아 덜컥거리는 게 없나 여기저기를 만져보더니 좌석 조절 장치를 잡아당겼다. 그는 “좀 헐렁한 느낌인데…”라며 “누가 이렇게 한 거야?”라고 말했다. 엔지니어들은 별 뜻 없이 그냥 나온 말이라고 받아들이는 듯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빈터코른이 다시 물었다. 순간 야구모자 아래의 얼굴들이 창백해졌다. 잠시 뒤 한 엔지니어가 말했다. 아니 고자질하는 학생처럼 속삭였다는 게 더 정확하다. “누구, 누구입니다.” 다행히 지목된 인물은 자리에 없었다.

미국형 파사트는 빈터코른이 탄생시킨 모델로, 그의 성장 전략에서 가장 핵심적인 모델이다. 폴크스바겐그룹 감독이사회 의장인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애초 이 모델에 회의적이었다. 폴크스바겐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이 차를 독일에서 생산해 미국에 연 1만~4만대 수출했다. 당시 이 차는 너무 비싼데다 크기도 작았다. 빈터코른은 차량 길이부터 10cm 늘렸다. 그리고 비용 절감을 위해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 공장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건설했다. 지난해 북아메리카에서 판매된 파사트는 11만7천대였다. 대성공이었다.

미국 현지 공장은 채터누가 외곽의 녹지대에 있다. 폴크스바겐은 이곳에도 다른 나라에 세운 표준 공장과 같은 건물을 세웠다. 실습이 포함된 독일식 직업교육을 하고, 직원식당에선 햄버거와 함께 커리소시지(‘커리부어스트’를 일컫는 것으로 독일인이 가장 즐기는 길거리 음식. 소시지에 커리 가루와 여러 가지 소스를 얹어 먹는다. -편집자)를 팔았다.

미국 공장의 문제는 자동차 품질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는 폴크스바겐의 품질을 겨우 23위로 평가했다. 파사트의 조작 레버 일부를 미국인에게 익숙지 않은 위치에 두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었다. 평가에서 감점 요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가끔 자국 교육 시스템이 아니라 타국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더 큰 도움이 된다. 애틀랜타 출신 짐 엘리스는 “독일인은 훌륭한 엔지니어이지만 유연함이 부족하다”고 했다. 미국 사람은 2년마다 뭔가 새로운 게 나오기 기대한다. 경쟁업체는 벌써 미국형 파사트 출시에 대항해 자사 차량의 품질과 사양을 개선했다.

엘리스 역시 폴크스바겐이 신형 파사트의 디자인을 바꾸거나 뭔가 새로운 변화를 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는 미국인이 자신이 모는 자동차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원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인은 세련되면서도 조금은 도전적인 느낌의 자동차를 원한다고 했다. 그는 적당한 단어를 찾으려는 듯 뜸을 들이더니 “이런 면에서 파사트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인은 미국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차를 만든 뒤 당연히 미국인이 그 자동차를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폴크스바겐 본사 개발자들은 미국 고객의 취향에 맞춰 파사트에 변화를 주기 위해 오랫동안 인내했다. 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천연가죽 대신 인조가죽을 사용하고, 전동식이던 좌석 조절 장치도 수동 레버로 바꿨다. 폴크스바겐그룹 개발자 울리히 히켄베르크는 이 정도도 상당히 참아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빈터코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빈터코른은 미국형 파사트 이전까지 특정 나라의 소비자를 위해 자동차를 단순하고 값싸게 개량한 적이 없다. 그는 늘 자동차의 성능과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매진해왔다.

베어마운틴인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빈터코른은 ‘비틀’ 차종 점검에 들어갔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던 그는 비틀 생산을 담당하는 멕시코 공장 노동자들을 칭찬했다. 그것도 잠시였다. 뜨거워진 금속판에 코를 들이대며 외관을 꼼꼼히 살피던 그의 입에서 “아니 이게 뭐야?”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후드(보닛) 가장자리의 은색 도장이 다른 곳보다 더 두꺼웠던 것이다.

‘디테일이 품질 결정한다’는 철학

그가 눈으로 신호를 보내자 비서가 검은색 서류가방을 들고 왔다. 비서는 마치 성스러운 물건을 건네듯 엄숙한 표정으로 빈터코른에게 가방을 넘겼다. 한 엔지니어가 “맙소사. 간이 측정 장비네”라며 신음 소리를 냈다. 겁먹은 눈빛들이 교차했다. 빈터코른은 가방을 열고 가느다란 핀을 꺼냈다. 다른 엔지니어가 ‘도장 측정 핀’이라고 속삭였다.

빈터코른은 이 핀을 후드에 대고 누른 뒤 측정기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뉴저지의 한 주차장에 불안한 침묵이 감돌았다. “180미크론.” 빈터코른이 말했다. “이런! 이런!” 미크론(μ)은 1천분의 1mm다. 차체 도장의 두께는 120미크론이면 충분하다. 도장이 그보다 더 두꺼우면 빈터코른이 말하는 이런 ‘콧물’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돈도 낭비된다. 품질관리부 직원이 내용을 기록했다.

자동차 행렬이 다시 주행을 시작했다. 빈터코른은 몇미크론이 자동차의 품질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폴크스바겐은 차 문짝과 차체 사이의 간격이 3.5mm여야 한다. 이 유격이 정확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긴다. 그는 간격이 작을수록 자동차가 더 강해지고 보기에도 좋다고 말한다. 빈터코른은 품질에 관한 한 맹신도이며 집착증 환자다. 자동차에 대한 거대한 비전보다 디테일에 집착하는 사람답게 그는 세계적 기업을 가장 낮은 단계, 즉 작은 부품부터 이끌고 있다.

   
▲ 폴크스바겐그룹은 모두 12개 브랜드의 자동차(폴크스바겐·아우디·스코다·세아트·람보르기니·벤틀리·부가티·포르셰·폴크스바겐상용차·MAN·스카니아·두카티)를 생산한다(왼쪽). 포르셰는 지난해 7월 폴크스바겐그룹의 식구가 됐다. 지난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마르틴 뮐러 포르셰 사장이 새로 출시한 하이브리드카에 앉아 있다(오른쪽). REUTERS

   
 

1981년 당시 아우디의 기술 책임자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대학에서 금속공학과 금속물리학을 전공한 빈터코른에게 품질보증 업무를 맡겼다. 지금의 그는 그때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세계적 기업을 이끄는 수장이지만 그의 외모는 세련된 비즈니스맨과 거리가 멀다. 독일 남부 슈바벤 사투리를 사용하고 불명확하게 중얼대고 많은 것에 침묵한다.

그의 눈빛 속엔 소년과 독재자가 공존한다. 장난기 어린 눈동자는 가끔 상대방을 얼어붙게 만드는 공격적인 눈빛으로 변한다. 그의 눈빛이 차가워지며 입을 앙다물 땐 조만간 무서운 일이 생길 징조다. 이쯤 되면 빈터코른은 천진난만한 자동차 애호가에서 자신의 우월함을 믿는, 그래서 ‘내가 마음먹으면 못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철권 통치자로 변신한다.

빈터코른은 연설할 때면 재미도, 특별한 강조도, 제스처도 없는 문장을 적어온 그대로 읽는다. 그에게 연설은 단지 의무일 뿐이다. 빈터코른은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프레젠테이션 전문가나 능숙한 영어 사용자가 아닌 최고의 기술자다”라고 말했다. 언젠가 그는 뉴욕 현대미술관 행사에서 마돈나, 오노 요코, 루 리드, 패티 스미스 같은 유명인 앞에 나서야 했다. 그는 신형 파사트를 테스트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그 자리를 예정보다 일찍 떴다. 그는 유명인보다 자동차나 엔지니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더 즐긴다.

빈터코른이 마인츠에 있는 한 대형 폴크스바겐 매장을 찾았을 때 한 판매사원에게 ‘혹시 고객 가운데 문짝과 차체 사이의 유격에 관심을 둔 사람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그 사원이 “전혀 없다”고 답했지만 빈터코른은 전혀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고객이 구매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가 품질이고, 자동차 품질을 결정하는 건 작은 부품이나 디테일에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자 신념이다.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면 큰일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품질 우선은 그가 자신의 제국을 묶는 핵심 슬로건이다. “우리는 경쟁회사보다 더 높은 가격을 소비자에게 요구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우리 제품이 경쟁 제품보다 더 뛰어날 때 이를 받아들인다”고 그는 말한다.

빈터코른이 회사를 경영하고 뭔가를 구상하는 건 폴크스바겐 제국의 수도인 볼프스부르크에서다. 볼프스부르크는 자동차 생산 공장과 베드타운, 그리고 전후에 만들어진 보행자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서 태어난 프란세스코 로 프레스티(53)는 빈터코른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시칠리아 사람인 그의 아버지도 폴크스바겐에서 일했고, 그의 아들도 “높은 임금과 좋은 사회보장 시스템” 때문에 여기서 일한다.

현재 그는 이 공장에서 매일 1만8천개의 ‘폴크스바겐 순정품’을 생산한다. 실제 ‘폴크스바겐 순정품’이라고 쓰인 포장 안에는 커리소시지와 크라카우어소시지 그리고 고기소시지가 들어 있다. 프레스티는 “소시지를 정해진 작업 공정에 맞춰 생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을 자동차 조립에서 배웠다. 정해진 절차 외에도 질서, 청결 그리고 반복되는 손씻기를 통해서만 고품질의 소시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폴크스바겐은 세계적 기업이긴 하지만 대단히 독일적인 기업이다. 프레스티는 그의 커리소시지 조리법과 이에 필요한 식재료를 전세계 폴크스바겐 생산 공장에 보낸다.

생산단가 상승 아랑곳 않는 완벽주의

빈터코른보다 직급은 낮지만 볼프스부르크 본사 공장 최고관리자는 지그프리트 피비히(58)다. 대머리에 작은 키의 그는 탄탄한 몸집을 가진 황소 같은 남자다. 그는 생산 담당 이사에게 질책을 받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그는 인터뷰를 위해 10명이 넘는 부하 임원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는 1인 통치를 과시하듯 자기만족이 가득한 태도였고, 배석자들은 역할도 없었다. 여성 임원은 1명뿐이었다. 물론 커뮤니케이션 담당이다. 피비히는 “땀과 먼지와 기름만 넘쳐나니 여자가 드물 수밖에요”라고 말했다. 옛날 세상이다. 공장 벽엔 제2차 세계대전 때 난 총알 구멍이 있다. 벽돌로 된 이 건물은 1938년 히틀러의 국민차를 생산하기 위해 세워졌다. 그 뒤 이 안에서 강제 노동자들이 군수품을 조립했다.

이제 볼프스부르크는 폴크스바겐의 대표 모델인 ‘골프’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본사 공장 부지는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엔 너무 넓고 불편하다. 이 때문에 볼프스부르크를 비웃는 사람도 있다. 피비히에게는 이런 평가가 큰 상처다. 미래가 중국에 있고 그다음 미래가 인도에 있다 하더라도 그에게 폴크스바겐의 심장이 뛰는 곳은 이곳 볼프스부르크다. 그는 “우리에게는 적수가 있다”고 말했다. 다름 아닌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 현대적인 외국 공장이다.

‘빨리 더 빨리’는 피비히의 구호다. 2007년 그의 직원들은 골프 자동차 1대를 조립하는 데 26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18.6시간이다. 하지만 높은 수익을 올리려면 여전히 부족하다. 올해 상반기 폴크스바겐 브랜드 자동차는 240만대가 팔렸고 15억유로의 수익을 올렸다. 반면 포르셰는 7만8천대를 팔았지만 13억유로의 수익을 거뒀다. 폴크스바겐의 생산비는 유럽이 가장 높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빈터코른의 품질과 완벽함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생산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피비히는 연구·개발(F&E·독일어로 Forschung und Entwicklung)을 ‘휴식과 재충전’(Freizeit und Erholung)이라고 부른다. 그에게 자동차 생산은 고귀한 노동이지만 볼프스부르크는 더 이상 자동차 제조의 본산이 아니다. 5만4천명에 이르는 직원 중 겨우 절반만이 생산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볼프스부르크 본사에서 가장 핵심 공간은 ‘발할라’라고 불리는 1층 건물이다. 체육관 크기에 불과한 이 공간에는 창문도 없다. 회색 카펫 위로 수많은 전등과 거울이 설치돼 있다. 중앙엔 흰 천으로 덮인 3대의 자동차가 회전대 위에 놓여 있다. 여기에서 새로운 자동차가 공개된다. 디자인 책임자 클라우스 비쇼프는 “명성을 얻을지 아닐지는 여기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문이 열리고 빈터코른이 입장했다. 오른쪽에 있는 자동차가 공개됐다. 신형 파사트였다. 빈터코른이 리모컨을 누르면 파사트가 회전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동차에 가까이 다가갔다. 잠시 뒤 빈터코른이 파사트의 주위를 맴돌고 차체를 쓰다듬더니 속삭였다. “여기는 조명을 밝게, 여기는 어둡게. 이 부분은 근육을 강조합시다.” 그는 무릎을 꿇고 마치 자동차의 근육을 흉내라도 내려는 것처럼 팔을 들어올렸다.

ⓒ Der Spiegel 2013년 34호 Wolfsburger Weltreich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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