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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사익 편취 막는 게 경제민주화
창간 3주년 특별기획- 한국 경제의 미래를 말한다
[37호] 2013년 05월 01일 (수)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제3의 성장전략을 찾아라

김광두·정운찬·이동걸 특별인터뷰

한국은 1960년대 이후 50여년 동안 2가지 경제발전 모델을 경험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시기를 관통한 정부 주도 개발독재 방식의 경제정책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장 원리를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그것이다.

이들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는 적지 않다. 하지만 부작용 또한 그에 못지않게 컸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다가는 중산층이 붕괴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더 이상 성장 일변도, 수출 대기업 일변도의 경제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광범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 국민 대다수를 희생시키는 성장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변화와 개혁에 공감하면서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지향점이 어디가 돼야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한쪽에선 '창조경제'를, 다른 한쪽에선 '동반성장'을, 또 다른 쪽에서는 '재벌개혁'을 강조한다.

이에 한국 경제가 추구해야 할 미래 지향점을 찾기 위해 국내 석학 3명의 특별 인터뷰를 준비했다. 현 정부 최고의 정책 브레인으로 꼽히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와 동반성장위원장을 맡은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 한림대 객원교수가 그들이다.

이들이 말하는 한국 경제의 지향점은 약간씩 달랐다. 하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대체로 일치했다. 특히 공정한 시장경제를 확립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의 전횡을 강력히 규제해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확립해야 하고, 정부 정책이 이미 경쟁력을 갖춘 재벌 대기업이 아니라 앞으로 커나가야 할 중소기업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성장의 과실을 공정히 분배하고 복지를 강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라도 대기업 중심의 경제 시스템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변화시켜야 할 때다. _편집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생산성 향상이 시급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관예우 금지, 내부고발자제도 활성화 등을 통해 정부와 사회가 투명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질적 투자 없이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대주주의 사익 편취를 막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남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한국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이 많다.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3가지를 균형 있게 봐야 한다. 성장동력 확보, 상생구조 정착, 위기관리다. 경기침체가 지나치면 성장동력을 상실한다. 상생구조도 유지되지 않는다. 성장동력과 상생구조가 같이 가야 한다. 그리고 위기관리가 전제돼야 성장과 상생이 가능하다. 이 3가지가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돼야 한다.

근래에는 3가지가 다 어려워지는 국면이다. 지난해엔 2% 성장했고 올해도 2.3% 성장이 예상된다. 성장동력은 약화돼왔다. 상생구조도 나빠졌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성장동력과 위기관리는 상대적으로 낫다. 반면 양극화와 상생구조 측면에서는 반성할 점이 많다. 그런 면에서 복지 수요가 많이 늘었다. 그러나 그것을 하려는 시점에 2% 성장이라는 현실에 부딪혔다. 2% 성장으로 어떻게 복지를 하겠느냐.

올해 세수가 (성장률 하락과 산업은행 매각 백지화 등으로) 이미 12조원이 부족하다. 거기다 (공약에 따라) 복지를 확충하려면 27조원을 추가해야 한다. 합쳐서 39조원이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 세금을 늘려야 하는가, 아니면 세출을 줄이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비과세 감면을 줄일 것인가 하는 지점에 와 있다.

상생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성장을 강조한 게 아니다. 위기관리를 해야 하지 않느냐. 그러다보니 복지를 위한 돈이 모자란다. 애초 계획대로 하려면 39조원이 필요하다. 여기다 경기를 진작시키려면 재정지출을 더 해야 한다.

그럼 어느 정도 성장을 해야 하나.

잠재성장률 정도는 돼야 한다. 잠재성장률이 3.5%인데 2.3% 성장을 하면 그 격차만큼 실업자가 지속적으로 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대의 복지는 일자리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올려줘야 한다. 10조원을 추가로 재정지출하면 성장률이 0.5%포인트 올라간다. 1.2%를 올려주려면 20조원 이상 해줘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0조원 정도가 최대라고 본다. 여기다 세수 결손 12조원을 합쳐서 22조원 정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그래도 성장률이 2.8%밖에 안 된다.

전관예우 철폐, 내부고발 활성화 시급

어디서 성장동력을 찾으려 하는가.

경제는 노동·자본·생산성으로 움직인다. 그중에서 돈 안 들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회를 투명화하려면 부패를 없애야 하고 정부가 먼저 투명해져야 한다. 그래서 '정부3.0'이란 공약이 나왔다. 그러나 이게 안전행정부 업무보고에서 빠졌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전관예우를 철폐해야 한다. 전관예우가 부패의 근원이다. 둘째, 내부고발자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요즘은 부패가 고도화돼 내부고발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 많다. 내부고발자의 신분을 보장해주고 보상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 재정으로 경제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투명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민주화의 초점은 무엇인가. 공정한 시장경제인가, 아니면 경제력 집중 해소인가.

공정한 시장경제와 경제력 집중 해소는 같은 얘기다. 힘이 세니까 공정한 룰을 위반하는 것이다. 2가지가 같이 가야 한다. 대기업의 대주주와 기업 자체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양자는 동일하지 않다. 기업은 잘돼야 한다. 문제는 대주주가 사익을 추구하는 데서 나온다. 무엇보다 대주주의 사익 편취 행위를 막아야 한다. (대주주는) 잘되는 사업을 뒤로 빼서 자기 개인이 한다. 그러면 원래 기업의 종업원과 주주는 손해를 보게 된다. 그것을 막아야 한다. 대통령이 5년 동안 이것 하나만 해도 대단한 것이다. 그러려면 내부고발자제도가 제대로 돼야 한다.

미국처럼 사법부의 엄정한 판결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나라 법은 경제범죄 처벌이 가볍다. 법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방향으로 가면 어렵다. 논쟁만 벌어지고 일 자체가 안 된다. 너무 고담준론으로 가면 안 된다. 어차피 5년짜리인데 하나만 하면 된다. 내부고발자제도 정착과 전관예우 철폐, 2가지만 하면 된다.

   
한겨레 탁기형
오너가 없는 대기업도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가 적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관료들이 현행법을 제대로 집행하면 대부분 해결된다. 지금 안 되는 것은 공정위가 100% 법에 충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위 출신들이 로펌에 수십명씩 있다. 문제가 생기면 그들이 인간관계로 해결한다. 전관예우다. 법은 수식으로 돼 있지 않다. 문장으로 돼 있다. 그것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 또 그것을 사람이 판단한다.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게 전관들이다.

경제정책을 수출 대기업 중심에서 내수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해외 의존을 줄이고 내수 늘리는 것을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성장하려면 중소기업이 잘할 수 있는 업종이 발전해야 한다. 국내 5대 주요 산업이 전기전자·석유화학·철강·조선·자동차다. 이들은 대부분 조립가공업이다. 이런 업종에선 중소기업이 1등 하기 어렵다. 그 대신 소프트웨어, 문화콘텐츠 같은 산업은 중소기업이 잘할 수 있다. 이런 산업을 발전시키면 중소기업이 발전하고 내수도 커지게 된다. 지식산업과 문화산업이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다.

또 하나는 복지를 산업화하는 것이다. 노인돌보미들이 있다. 지금은 교육·훈련이 안 돼 있고 보수도 얼마 안 된다. 이들을 교육해 직종으로 만들고 이들을 채용한 업체에 정부 지원이 가도록 해야 한다. 그럼 노인돌보미란 직종이 생기고 이들을 교육·훈련하는 기관이 생긴다. 보육교사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생활복지산업을 육성하면 연간 2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다 소프트웨어·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으로 23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내수형·중소기업형 산업이다.

창조경제를 둘러싸고 개념의 혼란이 있다. 도대체 창조경제란 무엇인가.

창의적 아이디어가 출발점이다. 그러나 아이디어로 그치면 안 된다. 경제적 부가가치가 나와야 한다. 거기에는 2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 새로운 아이디어를 특허로 만들어 생산해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업가정신과 거기에 상응하는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둘째,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존 아이디어나 산업과 접목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상품, 새로운 시장을 형성한다. 여기서 새로운 부가가치가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융합 능력이 필요하다. 이 중에서 처음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이디어를 융합하는 것은 성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것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창조경제는 요술 방망이가 아니다. 지금은 그 기반을 닦아나가야 하는 과정이다.

지식·문화·복지 산업으로 일자리 늘려야

많은 규제권을 가진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의 견인차가 되겠는가.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규제를 많이 하면 창조 활동은 못 일어난다. 이스라엘에서 창업이 잘되는 것은 창의인재 교육이 잘돼 있기 때문이다. 엉뚱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교육이다. 또 엉뚱한 짓을 사회가 허용해준다. 기업 활동이나 행정 업무에서도 그렇다. 엉뚱한 행동을 하다가 실패한 것도 허용해준다. 모범생이 창의성이 있겠나? 그런 사람은 크게 성공 못한다. 만약 미래창조과학부가 규제권을 가지고 그 권한을 즐긴다면 어렵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령화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보다는 저출산 문제가 중요하다. 여기에는 물질적 관점과 문화적 관점이 있다. 그러나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하기는 힘들다.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 이는 중기적으로 봐야 한다. 단지 물질적 요소 때문에 아이를 안 낳는 것, 이것은 정부가 할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보육·주택·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육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도 저출산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일본이 최근 정년을 65살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년 연장은 타이밍의 문제다. 현재는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상태에서 정년을 늘린다고 하면 다 반대할 것이다. 그래서 경기가 중요하다. 지금도 방법은 있다. 회사 내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받는 사원 수를 늘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 대상자를 사원의 1%에서 5%로 늘리는 것이다. 그럼 4% 추가 고용 효과가 생긴다. 그만큼 정년을 연장해도 된다. 교육 비용은 기업과 노조가 절반씩 내면 된다. 노동자한테도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고령층에겐 전업 훈련이 되고 젊은층에겐 생산성을 높이는 훈련이 될 것이다. 미국 포드자동차에 갔더니 노조가 더 적극적이더라. 얼마나 건설적인 노사관계인가.

일본이 대대적인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물가상승률이 2%가 될 때까지 통화량을 무한히 늘리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수출 환경이 나빠질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추경을 하면 국채 금리가 올라간다. 국채를 발행한 만큼 시중에 자금이 줄어드니까. 시중금리가 오르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나라도 돈을 풀어줘야 한다.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재정투자를 늘려야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경기부양 효과가 상쇄돼버린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 현시점에서는 물가를 크게 염려할 상황이 아니다. 내부적으로는 재정정책의 효과를 내는 것이고, 외부적으로는 엔화 평가절하에 대한 방어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겨레 탁기형
국내 기업들 상황은 어떻게 보는가.

현재 5대 업종에 속한 기업들은 괜찮다. 경쟁력도 있고 잘 버텨나갈 능력이 있다. 그 아래 기업들이 문제다. 30대 그룹 안에서 3곳 정도가 위험하다. 건설과 조선·해운 쪽이다. 이들을 어떻게 구조조정하느냐가 당장의 문제다.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경제모델은 무엇인가.

민간은 자율적으로 하고 정부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특히 창조경제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민간 자율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창의성도 생기지 않는다. 대외적으로는 개방으로 갈 수밖에 없다. 단지 안정성을 위해 내수 비중을 좀 늘리자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불안정성은 본래 외환시장에서 발생한다. 그런 요인을 정책적으로 막아줘야 한다. 외환 쪽에 큰 파동이 생겨서 금융이 술렁이고 국내 경제가 불안해지는 것을 막도록 장치를 잘해놔야 한다.

금리 내려야 재정정책 효과 낸다

국내 금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보는가.

외풍에 대응하는 능력은 상당히 개선됐다. 그러나 금융산업 자체는 낙후돼 있다. 지금도 담보 중심의 영업 아닌가. 금융은 공공성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정도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좀 심하다. 아직 관의 영향력이 크다. 그게 모피아 아니냐. 언론도 문제다. 교수가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되니까 낙하산이라고 하더라. 왜 관료가 하는 것은 문제 삼지 않느냐. 우리은행·국민은행 같은 커머셜 뱅크는 충분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산은금융지주는 정책금융기관이다. 전문성이 중요하다. 외부에서 장관이 하면 괜찮고 교수가 하면 안 된다, 이 논리는 납득하기 힘들다. 장관이 하는 것도 낙하산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주목받기 때문 아닌가.

지정기부금단체로 등록되면 인터넷에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 국가미래연구원이 몰래 돈을 받으려면 지정기부금단체로 등록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세제 혜택을 받겠다는 것이다. 대신 그 내역을 100% 공개한다. 우리는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고 헤리티지재단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독립적인 싱크탱크를 목표로 한다. 우리는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 기술금융에 대한 산업은행의 연구용역을 수행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우리 회원이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되는 바람에 그 일을 못하게 됐다.

jnamki@hani.co.kr

*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거시경제를 연구해왔고, 박근혜 대통령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서강학파의 핵심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의 공약 개발을 주도해왔으며, 2010년 12월에는 새 정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국가미래연구원을 설립했다. 현 정부에 가장 영향력이 큰 정책 브레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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