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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창간 3주년 특별기획- 한국 경제의 미래를 말한다
[37호] 2013년 05월 01일 (수)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은 돈이 있지만 투자할 곳이 없고 중소기업은 투자할 곳이 있지만 돈이 없기 때문에 중기에 자금을 지원하면 단기간에 투자 활성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양극화를 해소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정남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양극화, 경기침체, 성장잠재력 약화 3가지다.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하면 서민경제는 물론이고 경제 전체, 나아가 사회 자체를 파탄 낼 수도 있다. 사회가 잘되려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경제력이 한곳에 쏠리면 안 된다.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4대 그룹의 매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훨씬 넘어섰다. 10년 전에는 40%, 30년 전에는 20%밖에 안 됐다. 경제활동이 한곳으로 쏠리면 나중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경기침체와 성장잠재력은 어떤가.

경기침체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유럽이 어렵고 미국이 일시적으로 회복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확실치 않다. 중국도 과거보다 성장을 못한다. 수출의존적인 한국 경제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성장잠재력이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잠재성장률이 4~5%였다. 그러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였다.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성장잠재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때 투자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돈은 많은데 투자할 대상이 부족하다. 중소기업은 투자 대상은 있지만 돈이 없다. 대기업의 투자 대상이 없는 것은 첨단 핵심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기적으로는 연구·개발(R&D) 방향을 개발보다는 연구 쪽으로 해야 한다. 연구·개발의 방향 전환이다. 장기적으로는 교육 혁신을 통해 창조적 아이디어를 개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중소기업에 돈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면 투자 대상은 있는데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하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이것이 동반성장의 아이디어다. 중소기업이 투자를 하면 그들의 생산·고용·소득이 늘어난다. 그것은 대기업에도 도움이 되고 성장잠재력도 높여준다. 중소기업에 돈이 흘러가도록 하는 방안이 내가 동반성장위원회에 있을 때 제시한 초과이익공유제, 중소기업적합업종제, 중소기업 중심 정부 발주 등이다.

여성 노동력 투입을 늘리고 서비스업을 활성화하는 것은 어떤가.

그것도 옳은 얘기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다. 자본은 별로 부족하지 않다. 그것보다는 양극화, 경기침체, 성장잠재력 약화를 해결해야 한다. 초과이익공유제 등 동반성장을 위한 3가지 방안을 시행하면 돈이 없어 투자를 못하는 중소기업을 도울 수 있다. 경기도 활성화된다. 중소기업이 잘되면 양극화를 완화하는 것 아닌가. 대기업은 투자와 성장에서 중·장기적으로 기다리고 준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성장하려면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도와주면 성장의 마중물이 된다.

   
한겨레 탁기형
투자 활성화하려면 중기에 자금 지원을

동반성장을 위해 또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대·중소기업 사이의 불공정거래를 없애야 한다. 구두 주문, 납품단가 후려치기, 어음결제 등 대기업의 횡포가 심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강력한 장치를 마련해 공정거래를 유도해야 한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와 기술인력 빼가기도 막아야 한다. 불공정거래 행위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과 공정거래 확립, 2가지를 같이 해야 한다.

사람마다 경제민주화의 개념이 다르다. 경제민주화는 무엇인가.

정치민주화는 개인이 자유의사에 의해 1인1표를 행사하고 이를 통해 정권 교체가 가능한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하나의 커다란 교환 체계다. 노동조건이 마음에 안 들면 직장을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직장을 그만둬도 최저 생활수준이 보장돼야 한다. 또 좋은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 나아가 직종 이동이 용이해야 한다. 그럼 기업과 노동자 사이의 경제적 민주화가 이뤄진 것이다. 대·중소기업 관계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계약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경제력 집중이 완화돼야 한다. 이게 경제민주화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의 주요 과제인 이유다.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은 어떤 관계인가.

동반성장은 넓은 개념이다. 대·중소기업, 부유층·빈곤층, 수도권·비수도권 등에 모두 적용되는 개념이다. 더불어 성장하면서 함께 나누는 것, 파이를 크게 하면서 분배를 공정히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은 남북 동반성장의 상징이다. 경제민주화는 동반성장을 위한 하나의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보다 동반성장이 더 넓은 개념이다.

경제민주화는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갈린다. 새누리당은 현재의 것을 인정하고 룰을 제대로 지키자고 한다. 반면 민주당은 현재의 상태를 개혁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은 기존 순환출자를 인정하고 민주통합당은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공정한 룰을 적용해도 헤비급과 플라이급이 같이 싸울 수는 없다. 따라서 재벌기업의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것이 옳다.

경제민주화의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는 중소기업 위주의 신산업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50~60년 동안 빨리 성장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대기업에 인적·물적 자원을 몰아줬다. 이젠 중소기업 위주의 신산업 정책을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3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중소기업으로 사람이 가야 한다.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학자금 지원이나 병역 혜택 등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둘째, 기술개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 자금의 대부분이 대기업으로 간다. 매칭펀드가 있어야 하니까 그렇다. 이스라엘처럼 거의 다 중소기업에 줬으면 좋겠다. 셋째,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와야 한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급여가 대기업의 75~80%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갈 것이다. 요즘은 사람들의 관심이 다양하기 때문에 자기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면 적게 받아도 중소기업에 갈 수 있다. 그러면 대학 입시 문제도 해결된다. 이른바 일류 대학에 가려는 것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에 간다고 하면 입시에 매달리지 않게 된다. 독일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동종 업종의 급여가 비슷하다. 산별노조 때문이다.

헤비급-플라이급 경기, 룰 지킨다고 공정한가

국내 시장이 작아서 내수산업을 키우기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세계에서 인구 5천만명이 넘고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는 나라는 7개밖에 안 된다.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한국이다. 한국을 뺀 6개국과 캐나다를 합친 게 주요 7개국(G7)이다. 인구 4천만명이 넘고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넘는 나라는 스페인을 포함해 8개다.

한국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국내총생산이 1조달러를 훨씬 넘지 않는가. 게다가 서비스업이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많다. 의료·관광·교육 등에서 일자리가 많이 나올 것이다. 의료와 교육은 워낙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일자리를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 수출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한국 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너무 높다. 국내 시장을 의도적으로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제민주화를 하려면) 경제적 강자들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재벌 총수들이 마음을 먹어야 한다. 외국에선 그렇게 많이 한다. 워런 버핏 등이 그렇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제주도의 김만덕, 경주의 최부잣집, 김제의 안동 장씨 가문 등이 있지 않았느냐. 우리 조상도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가 말했듯이, 21세기는 '이기적 이타주의'(자기 이익을 위해 합리적인 이유로 남을 배려하는 것)의 세기가 될 것이다. 재벌 총수들도 안 할 수 없다. 안 하면 사회 전체가 파탄 날 수 있음을 결국 인식할 것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 그래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경제부처 책임자들을 보면 경제민주화나 동반성장에 대해 얘기한 적이 별로 없는 성장주의자인 것 같다. 대통령이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럼 현 정권의 경제민주화 의지는 어떤가.

아직 초기라 판단하기 이르다. 애초에는 큰 기대를 안 했다. (박 대통령의) 성장 배경도 그렇고 정치적 배경을 봐도 그렇지 않느냐. 청와대에서 18년이나 지냈다. 경제민주화나 동반성장을 제대로 얘기해본 적도 없고, 대선 공약도 현상유지적이었다. 그러나 당선된 뒤 중소기업중앙회를 먼저 찾아가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보면 출발은 좋다. 초지일관했으면 좋겠다.

   
한겨레 탁기형
저출산·고령화도 중요한 현안이다. 정년을 늘리는 게 어떤가.

상가에 가면 돌아가신 분 중에 90살 이하가 별로 없다. 50~60살에 퇴직하는 것은 인적자원을 낭비하는 일이다. 정년을 늘려야 한다. 청년실업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는 실업 문제라기보다 취업 문제다. 우리나라 실업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그러나 고용률은 더 낮다. 고용률을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그러나 고용률과 실업률의 간격을 외국 노동자들이 메우고 있다. 젊은 노동인력이 남아도는 마당에 외국 노동자들을 들여올 필요가 있겠는가. 젊은이들이 단계적으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대학 졸업생이 많아서 그런 점도 있다. 해결하려면 대학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대학 입학률이 2004년 84%까지 올라갔다. 1970년에는 8.4%밖에 안 됐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때 대학을 너무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최근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나오고 있다.

일본 제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가격경쟁력만 높아지면 쉽게 살아날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일본을 따라 쉽게 금리를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좀더 지켜봐야 한다. 자꾸 가격으로 경쟁하면 버릇이 돼서 그런 현상이 오래갈 수 있다. 어렵더라도 품질 경쟁력으로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리를 낮추는 것은 투자를 늘리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기업은 돈이 없거나 금리가 높아서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다. 투자 대상이 없어서 안 하는 것이다. 정부가 금리를 내리라고 한국은행에 자꾸 압력을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리를 내린다고 투자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경제모델은 무엇인가.

이제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경제가 돼버렸다. 인구 5천만명,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클럽에 낄 정도로 큰 나라가 됐다.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적 조류는 케인스주의가 다시 각광받는 시대다. 자본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 더 넓은 의미에서 얘기하면 공동체 정신을 다시 살려야 한다. 우리에게 향약, 두레가 있지 않았는가. 금모으기 운동도 있었다. 크게 보아 공동체 정신의 발로다. 케인스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증세 안 하고 복지 확대할 수 없어

그러려면 정부 재정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노인들에게 20만원씩 주는 것은 무리를 해서라도 줘야 한다. 10%가 됐든 15%가 됐든 어려운 사람들이 최저 생활수준을 유지하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보편적 복지로 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무상급식도 그 자체는 좋다. 그러나 능력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 비용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 예산이 없어 학교 시설을 개·보수하지 못하는 곳도 많다.

증세 없이 복지 강화가 될 것으로 보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를 강화하겠다고 많은 약속을 했는데 증세를 안 할 수 있겠는가. 증세를 안 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잘못된 약속은 바꿔야 한다.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을지라도 그게 나라 발전에 도움이 안 되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무조건 채권을 발행해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jnamki@hani.co.kr

*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케인스학파의 입장에 서서 중도 또는 진보 노선의 경제 정책과 이론을 주창해왔다. 서울대 총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초과이익공유제, 경제력 집중 완화를 위한 재벌기업의 순환출자 해소 등을 주장하며 동반성장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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