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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선 영수증 안주면 돈 안낸다?
[Cover Story] ③ 흐르는 세금 어떻게 막나?
[36호] 2013년 04월 01일 (월) 김민정 economyinsight@hani.co.kr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성실 납세자에게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고 불성실 납세자에게 제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지하경제 양성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국세청(IRS) 건물. 뉴시스 AP

세계는 탈세와의 전쟁 중…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 법규 강화 등 탈세 방지 위한 수단 총동원

'지하경제 양성화'가 새로운 화두다. 박근혜 대통령도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과도한 세금이나 처벌은 조세 저항을 불러오고 오히려 탈세를 부추긴다. 그렇더라도 부작용을 우려하기보다 과감한 실행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를 통해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을 살펴본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주요 선진국들은 투명 거래와 성실 납부를 유도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려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모두 금융거래 정보 접근권을 강화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제도를 도입해 자연스럽게 지하경제 축소를 이끌어내고 있다. 성실 납세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불성실 납세자에게는 제재 및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당근과 채찍 정책이 기본 골격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을 살펴보자. 먼저 오스트레일리아는 현금 거래가 많은 분야의 업종별 과세 기준율을 산정해 기준율을 벗어난 잠재적 불성실 사업자를 분석하고 이들에 대한 탈세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60만개의 사업체를 현금 거래 사업체로 선정하고 이들을 107개 업종으로 세분화해 업종별 과세 기준율을 산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잠재적 현금매출 누락자 4만6천명을 가려내 이들 사업체의 탈세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오스트레일리아 국세청은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eBay) 판매자의 매출자료와 새로운 온라인 지급결제 수단인 페이팔(Paypal)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탈세를 방지하고 있다. 2009~2010년 이베이 내에서 판매액이 2만오스트레일리아달러 이상인 3만1천개의 판매자 정보를 수집해 누락 매출을 찾아낸 뒤 세무조사를 했다.

이베이는 오스트레일리아 국세청에 판매자별 매출자료를 제공한 사실을 이베이 판매자들에게 통보했고, 이에 따라 이베이 내 다수의 판매자들이 자발적으로 소득을 신고했다. 또한 페이팔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3년 동안 5만오스트레일리아달러 이상의 매출이 발생한 페이팔 이용자의 거래 내역과 은행 및 신용카드 내역을 수집한 뒤 소득세 신고서와 사업보고서를 비교·분석해 탈세를 방지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현금 거래가 많은 업종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전략(Cash Economy Communications Strategy)을 실시해 납세의무 이행을 위한 교육 및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자들에게 현금 거래 실적 작성과 보고에 대한 의무감을 높여 성실 납세를 유도하고 있다.

프랑스는 납세자의 생활수준과 신고된 소득 사이에 괴리가 큰 경우 세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생활 수준에 맞게 소득을 추산해 세금을 징수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신고 소득과 자산 및 생활 수준에 큰 차이가 있을 경우 그 차이를 납세자가 소명하지 못하거나 소득의 원천을 증명하지 못하면 국세청이 세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소득을 추산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방식이다.

또한 '의심거래보고'(Suspicious Transaction Reporting) 제도를 통해 탈세나 자금세탁을 방지하고 있다. 금융정보기구와 국세청의 협력 강화가 핵심이다. 의심거래 자료를 관리하는 프랑스 금융정보기구(TRACFIN) 내에 국세청 직원들로 구성된 '조세허브'(Tax Hub)를 설치해 탈세나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경우 이를 국세청에 신고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탈세를 통한 불법행위를 방지하고 있다.

금융기관, 보험회사, 환전업, 부동산업, 도박업, 귀금속 거래업, 미술품 및 골동품상, 회계사 등은 사업용 계좌에서 이뤄지는 자금 거래를 금융정보기구에 신고해야 한다. 금융정보기구는 국세청으로부터 의심거래 관련자의 납세 정보를 제공받아 신고된 정보를 종합 분석해 탈세나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경우 이를 국세청에 통보한다. 프랑스 국세청은 금융정보기구를 통한 금융거래 정보 접근이 세무조사 단계뿐 아니라 이전 단계에서도 가능하다. 직접적으로 금융기관을 통한 금융자료 조회도 가능하다.

캐나다는 주택 개조 사업에 대한 임시 세액공제 제도를 통해 성실 납세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주택 개조 뒤 사업 시행자의 인적사항·소재지·납세번호 등의 정보가 포함된 계약서, 계산서, 영수증을 제출할 경우 일정액을 세액공제해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사업자의 자발적인 소득 신고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미등록이 많은 주택 개조 사업에 대해 세무조사의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성실 납세를 유도하는 효과도 꾀한다. 현금 거래가 많은 주택 건설이나 개조 서비스업에 대해서는 현금결제 자제를 유도해 현금 거래에 따른 지하경제 형성을 방지하고 있다. 또한 현금결제 자제를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라디오·텔레비전·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지하경제의 위험성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스위스는 은행 고객에 대한 '절대 비밀주의' 원칙을 내세워 세계적인 조세회피처로 악명 높다. 스위스 취리히의 크레디스위스 본사 건물. REUTERS

미국은 '역외 금융계좌 관련 신고 프로그램'(Offshore Compliance Initiatives Programme)을 통해 탈세 소득 등을 파악해 세금을 추징하는 등 역외 금융계좌 보고 제도를 강화했다. 미국 국세청(IRS)은 역외 금융계좌 보유자를 파악하기 위해 '역외 신용카드 프로그램'(Offshore Credit Card Program)을 시행해 미국에서 사용된 외국 금융기관 발행 신용카드의 연관 계좌 보유자 신원을 확인하고 세무조사를 통해 세금을 추징하고 있다. 이로써 역외 은행의 비밀계좌에 자산이나 소득을 숨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결제 수단과 전자 지급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투명성 및 책임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은행 및 신용카드 거래 처리 사업자는 가맹점의 직불카드 및 신용카드를 통한 연간 매출액을 국세청에 보고하도록 2011년부터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전자 지급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현금 거래 제한하고 인센티브 제공해야

이 밖에 그리스는 영수증 발급 의무화 등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 대해서까지 적극적으로 탈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업장에서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강력한 규정도 도입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연간 조세관리 계획안'을 발표하고 건설업 단속을 강화했고, 지방정부의 세금 징수 과정을 투명화했다. 또한 일정 금액 이상의 기업 간 현금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지하경제 양성화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한국 실정에 맞는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과세 저항과 서민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제도적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높은 한국 지하경제 비중의 배경과 선진국의 양성화 사례를 바탕으로 대책을 살펴보자.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큰 이유로 높은 자영업자 비중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선진국보다 높은 28.8%인데, 자영업자는 소득 파악이 힘들기 때문에 실제 소득보다 적게 신고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우리 국민의 조세 부담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빠르게 늘어나면서 조세회피 유혹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부패 수준이 2008년 이후 악화된 것도 지하경제 규모를 확대시킨 이유다.

우선 관혼상제 관련 생활서비스업, 음식업, 도·소매업, 교육 및 의료 분야의 자영업, 고소득 전문직의 성실 납세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유인책을 강화해야 한다. 모범 자영업자 등 성실 납세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를 방지해야 한다. 둘째, 현금 거래가 빈번한 대형 서비스 업종 자영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대형 서비스 업종 자영업자 중 불성실 납세자를 적극적으로 가려내 조세 포탈을 방지해야 한다.

셋째, 과세 당국의 금융정보 접근을 강화해 탈세를 예방해야 한다.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과세 당국의 금융정보 접근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정보기구와 국세청의 협력 강화를 통해 의심거래에 대한 세무조사를 효율적으로 실시할 경우 사전에 탈세를 예방할 수 있다. 넷째, 노동시장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해 지하경제로 편입되는 비제도권 노동시장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 경기 활성화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교육을 통해 납세의무 의식을 높여야 한다. 정규 교육과정에 납세 교육을 포함시키는 등 성실 납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국민의 납세 의식도 높아질 것이다.

kimmj@h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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