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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빼돌리는 검은 커넥션, 다국적기업
[Cover Story] ① 세금회피 위해 수단·방법 안 가리는 다국적기업들
[36호] 2013년 04월 01일 (월) 뤼디거 융블루트 economyinsight@hani.co.kr

   
 
전세계에서 세금전쟁이 불붙었다. 어떻게든 이익을 빼돌리려는 기업과 재정위기 때문에 세금을 한푼이라도 더 걷으려는 각국 정부 사이의 숨 막히는 공방이 그것이다. 특히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조세피난처로 이익을 몰아주거나 세율이 높은 나라에서 비용을 처리하는 등 상상을 넘어서는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가 세율 인상 없이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과 고소득자의 탈세에 칼을 빼들었다. _편집자

애플·구글 등 교묘한 내부거래 통해 조세피난처로 막대한 이익 이전…OECD 등 규제 움직임

다국적기업들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조세피난처에 자회사를 두거나 세금이 싼 곳에 이익을 몰아준 뒤 회계처리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이런 방식이 역풍을 맞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등이 이런 기업들에 대한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항상 규제보다 앞서가는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 수법을 차단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뤼디거 융블루트 Rüdiger Jungbluth <차이트> 경제부 기자

독일 아마존(www.amazon.de)에서 책이나 DVD 등을 구매하면 룩셈부르크의 회사와 구매계약을 맺게 된다는 것을 대다수 고객은 모른다. 아마존 영수증에 표시된 룩셈부르크 소재 회사명은 'Amazon EU Sarl'이다(Sarl은 유한회사를 뜻하는 프랑스어 약칭).

왜 하필 룩셈부르크일까? 아마존이 몇년 전에 유럽 본사를 룩셈부르크로 옮긴 것은 19%와 15%로 각기 상이한 독일과 룩셈부르크의 부가세(VAT) 때문이 아니다. 아마존을 이용하는 독일 고객은 어차피 독일의 부가세율에 따라 세금을 내게 된다. 부가세율은 고객의 거주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유럽 본사를 룩셈부르크로 옮긴 것은 법인세 때문도 아니다. 룩셈부르크 25%, 독일 28%로 법인세율은 큰 차이가 없다.

아마존이 룩셈부르크로 유럽 본사를 옮긴 주요 이유는 지적재산권 사용료에 대한 룩셈부르크의 독특한 과세 방식에 있다. 특허, 상표, 디자인 및 저작권 사용으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실질적인 세율이 룩셈부르크에서는 5.7%에 불과하다.

아마존의 절세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은 '아마존유럽홀딩테크놀로지'다. 아마존은 2005년에 상표권, 특허 및 기타 금전적 가치가 있는 모든 노하우를 아마존유럽홀딩테크놀로지로 모았다. 그 이전까지는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아마존의 한 자회사가 이런 무형적 자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자회사는 무형 자산을 이전하는 대가로 아마존유럽홀딩으로부터 엄청난 금액을 받았다. 그래도 아마존유럽홀딩은 네바다주로 보낸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아마존의 여타 자회사들로부터 받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추후 사업 확장에 쓸 20억달러를 룩셈부르크로 이전해 비과세 처리했다.

다국적기업들의 절세 꼼수에 피해를 보는 나라는 아마존이 높은 매출액을 기록하는 유럽 국가들만이 아니다. 미국 국세청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미국 국세청은 2011년 10월 아마존에 해외 자회사들의 수익을 근거로 15억유로 상당의 추가 세금 납부를 요구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현지의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추가 세금 징수에 저항하고 있다.

아마존 외에도 절세 전략으로 비난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다국적기업은 많다.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와 정보기술(IT) 분야의 수많은 다른 기업들이 공격적 절세 기업으로 꼽힌다.

아마존서 책 사면 룩셈부르크에 세금 납부

IT 기업이 아닌 전통 기업들도 절세의 달인들이다. 미국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는 영국에서 탈세 사실이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스타벅스는 영국에서 지난 14년간 30억파운드 이상의 매출을 올렸지만 세금은 900만유로를 납부했을 뿐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기업은 세금을 납부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며 "자신이 정당하게 내야 할 세금을 회피하는 기업들은 이제 잠에서 깨어나 커피 향을 맡아야 할 것"이라고 재계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영국 스타벅스의 탈세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스타벅스는 영국에서 세금 2천만파운드를 추가 납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월 "거대 기업들이 독일에서 엄청난 매출을 올려놓고 조세피난처에서 세금으로 내고 있다"고 일갈했다. 다국적기업들이 교묘한 수법으로 세금망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행태는 전문가들에게 낯설지 않다. 독일 재무부 미하엘 제르 조세국장은 "다국적 기업들의 절세 행각이 점점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재무장관들과 함께 탈세를 일삼는 다국적기업의 탈세 방지를 위해 별도의 공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지난 2월 셋째 주말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유럽 재무장관들은 "조세 기반의 침식과 순익 이전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결의했다. 이 안건은 오는 6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국은 기업들의 절세 현황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다국적기업들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법인세를 회피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면 이는 조세 관련 법규에 대한 신뢰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OECD는 G20 정상회담 전까지 구체적인 안을 만들 예정이다.

다국적기업 자회사들이 여러 국가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판매한 뒤 세율이 가장 낮은 국가에서 수익을 올린 것으로 회계 처리하는 조세회피 기법은 오래전부터 가장 널리 쓰였다. 반면 비용은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회계 처리된다. 다국적기업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국가에서 수익을 회계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산의 주요 구성 요소가 주로 지식과 기술인 정보기술(IT)과 제약 산업에서 조세회피가 특히 성행하고 있다. 기업의 무형 가치를 회계처리하기란 쉽지 않고, 어느 정도 임의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국제 조세 규정에 따르면 다국적기업 자회사들 간의 거래 가격은 서로 독립적인 기업 간 거래 가격과 동일하게 산정돼야 한다. 하지만 이를 강제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대기업의 특허 가치가 너무 높게 산정돼 있다는 것을 조세 당국이 해당 IT 기업과 기업 변호사들에게 입증해 보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스타벅스는 영국에서 탈세 사실이 밝혀져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맨 왼쪽).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공격적 절세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3월 미국 뉴욕의 애플스토어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가운데). 지난해 12월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아마존 물류 창고에서 한 노동자가 물품을 포장하고 있다(오른쪽). REUTERS

세율 낮은 국가에 이익 몰아준 뒤 회계처리

다국적기업들이 좋아하는 또 다른 조세회피 기법은 대기업 자회사 간의 무제한 대출 방식이다. 세율이 높은 국가에 진출한 자회사는 세율이 낮은 국가에 진출한 자회사들로부터 대출을 받는다. 대출 이자는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과세 대상 수익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과세 대상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반면 세율이 낮은 국가에서 거둬들인 이자 수익은 기업들에 상당한 수익을 가져다준다.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세율이 높은 국가가 직면한 문제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설비·기계와 달리 특허 등 지적재산은 대기업 내에서 임의 이전이 가능하다. 지적재산과 더불어 지적재산권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타국으로 이전하는 것도 용이하다.

한 예로, 미국의 소프트웨어 대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1년 전세계 수익의 절반 이상을 푸에르토리코·아일랜드·싱가포르의 자회사 3곳을 통해 올렸다고 하버드대학 로스쿨 스티븐 셰이 교수는 추정한다. 이 과정에서 MS가 합법적 수단을 활용하지 않았을 수도 있음은 자명하다. 세 국가의 실질적인 세율은 4%에 지나지 않는다.

기존의 조세 관련 규정이 오늘날의 현실과 부합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현 규정은 무엇보다 다국적기업 수익의 이중과세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익에 대한 이중과세는 국가 간 거래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전세계적으로 국가 간에 3천개에 달하는 양자 협정이 체결돼 있다.

하지만 노회한 조세전략가들은 촘촘한 조세 규정을 빠져나갈 구멍을 기어이 찾아낸다. 이들은 심지어 일부 약점을 전략적으로 공략하기도 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이제 '이중비과세'라 부를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고 하소연한다.

일부 다국적기업은 정치적 사각지대를 악용해 조세회피 기법을 드러내놓고 구사하고 있다. 구글의 조세회피 기법은 너무 감쪽같아서 미국은 물론 유럽 국가의 세무 당국이 구글로부터 세금 징수를 위해 별도의 조세검색기를 돌릴 정도다. 구글은 해외에서 번 돈에 대해 세금을 3.2%만 납부했다.

구글은 전문가들에게 '네덜란드 샌드위치를 곁들인 더블 아이리시 커피'(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로 알려진 조세회피 기법을 사용한다. 이 기법은 아일랜드 회사 2곳과 네덜란드 회사 1곳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룩셈부르크·버뮤다 등이 조세회피 창구

구글에 광고를 내는 유럽의 광고 고객사는 광고료를 '구글아일랜드'(Google Ireland Ltd)에 낸다. 구글아일랜드는 광고 수익금으로 특허권 사용료를 결제한다. 특허권 사용료는 '구글네덜란드홀딩스'(Google Netherlands Holdings BV)로 흘러들어간다. 여기서 남은 돈은 세율이 12.5%에 불과한 아일랜드 법인세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특허권 사용료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네덜란드홀딩은 특허권 사용료로 흘러들어온 돈을 '구글아일랜드홀딩'으로 보낸다. 아일랜드홀딩의 소유주는 버뮤다에 있는 구글 자회사들이다. 버뮤다의 구글 자회사들은 아일랜드 조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버뮤다 구글 자회사들은 조세회피가 처음 시작되는 단계에서 이미 미국 구글 본사로부터 미국 외부에서 구글 기술을 상용화할 권리를 이전받는다. 따라서 구글 기술 상용화에 따른 수익은 버뮤다 구글 자회사로 들어간다. 이 수익금은 버뮤다의 조세 규정에 의거해 과세 대상이 아니다. 구글이 2011년 한 해 동안 '조세 천국' 버뮤다로 이전한 수익액은 98억달러에 이른다. 이 금액은 구글의 전세계 세전 수입의 80%이자 2011년 이전 3년간의 글로벌 세전 수입을 합친 금액의 무려 2배에 달한다. 구글은 이렇게 모은 수익을 기업 내부에 쌓아두고 있다. 구글 본사가 수익을 미국 내로 이전하기 전에는 미국의 명목상 법인세율 35%를 회피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의 조세회피 기법은 엄격히 말해서 불법이 아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구글의 조세 전략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이를 자본주의라 부른다. 우리는 자본주의적인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항변했다. 구글 임원들은 "경영진은 주주들에 대해 최대한 절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페이스북·어도비·오라클을 비롯한 미국의 수많은 IT 기업은 '더블 아이리시 조세회피 기법'을 예나 지금이나 활용하고 있다. 이 중에서 애플은 조세회피 기법의 선구자로 손꼽힌다. 애플 역시 절세 디자인에서 혁신적이다. 애플은 2011년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37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애플은 전체 수익의 2%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을 미국 이외 지역의 국세청에 세금으로 납부했다.

미국의 관점에서도 애플은 모범적인 납세 기업이 아니다. 한 예로, 애플은 법인세를 회피하기 위해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에 있던 한 자회사를 네바다주 리노로 옮겼다. 네바다주는 법인세는 물론 자본이득세도 부과하지 않는다. 애플은 자사 제품 가치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창출하지만 수익의 약 70%를 해외에서 회계처리하는 대표적 기업에 속한다.

애플의 조세회피에서도 룩셈부르크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룩셈부르크에는 애플의 '아이튠스Sarl'이 등록돼 있다. 유럽 소비자는 아이튠스 홈페이지에서 음악·영화·앱을 구매해 다운로드한다. 여기서 특이사항은 룩셈부르크에서 전자상거래는 부가세율이 아주 낮다는 점이다.

룩셈부르크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가세를 추가로 내리려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자책(e-Book)을 구매하면 서버가 있는 국가에 부가세를 납부하게 된다. 애플이 독일 출판사의 전자책을 독일 독자에게 판매해도 룩셈부르크의 부가세가 적용된다. 룩셈부르크는 지난해 초 전자책에 대한 부가세율을 15%에서 3%로 대폭 인하했다.

룩셈부르크의 부가세 인하 최대 수혜자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킨들의 전자책을 룩셈부르크에 있는 '아마존미디어EU'(Amazon Media EU Sarl)를 통해 유통하고 있다. 전자책의 정가에 부가세 19%를 가산해야 하는 독일 전자책 유통업체들은 국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룩셈부르크에 유통 관련 자회사를 두는 방식은 조만간 구시대적 모델이 될 전망이다. 2015년부터 소비자의 거주 국가에서 전자책 부가세를 징수하게 되기 때문이다.

EU, 조세회피로 연간 1조유로 손실

그런데도 아마존은 룩셈부르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3년 봄 룩셈부르크에 아마존의 출판사 자회사인 '아마존퍼블리싱유럽'(Amazon Publishing Europe)이 영업을 시작한다. 아마존퍼블리싱유럽은 특히 영어권 저자와 저서의 출판 계약 체결을 맡게 된다.

룩셈부르크는 전자책 부가세를 인하함으로써 EU에 도발했다. 이에 EU는 룩셈부르크는 물론 지난해 전자책 부가세를 7%로 내린 프랑스에도 부가세의 즉각적인 인상을 요구했다. 나머지 25개 EU 회원국의 적잖은 재무장관들도 브뤼셀에서 프랑스와 룩셈부르크의 낮은 부가세로 인한 전자책 덤핑 판매를 성토했다.

EU 집행위원회의 리투아니아 출신 알기다스 세메타 조세담당 위원은 "대기업들의 탈세와 조세회피로 인해 EU 회원국이 해마다 입는 손해액이 무려 1조유로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세메타 조세담당 위원은 최근 경제전문지 <비르트샤프트보헤>와의 인터뷰에서 "조세회피가 범죄 행위도 아닐뿐더러 공개적인 절세 방법이 무궁무진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는 6월까지 OECD 조세 전문가들은 향후 대응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어 아일랜드·네덜란드·룩셈부르크·미국 등의 국가가 자국 조세법을 개정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범국가적 조세회피와의 전쟁에서 단기적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 Die Zeit 2013년 9호 Gewinne@Oase.com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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